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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1.

녀석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2.

유학을 가고 적응을 못하고 있을 때, 나에게 “Hi” 하고 인사를 먼저 해줬다. 단순한 인사였지만 그 쉬운 Hi도 쩔쩔매며 대답을 해준 나를 녀석은 비웃지 않았다.

“I'm Kris.”

그저 사람 좋아 보이는, 가벼운 숨소리를 섞어 웃었을 뿐이었다.

 

 

 

 

3.

처음 사귀었을 때, 아니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녀석은 ‘매너 있고 친절한’ 남자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웃음부터 작지만 몸에 익숙해 보이는 세세한 매너들. 녀석도 남자고 나도 남자였지만, 남자인 내가 봐도 그 녀석이 멋있었고, 남자인 나에게도 베푸는 그 매너에 여자애들이 왜 매너 있는 남자애들을 좋아하는 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한동안 녀석의 매너가 동성에 한해선 내가 유일했다는 것을 알아챈 이후로 알 수 없는 뿌듯함에 혼란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혼란기는 생각보다 제법 오래갔었다. 녀석과 만난 겨울이 두 번 정도 찾아왔던 그 해, 나는 갈피를 못 잡던, 정확히 말하면 인정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혼란기가 끝이 나고, 내 마음을 인정했을 쯤에는 쌓인 눈이 녹기 시작했던, 아직 찬 겨울의 잔재가 남아 있는 추운 봄, 3월이었다. 그리고 정말 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봄에 피는 꽃들이 말간 얼굴을 드러낼 때, 나는 녀석에게 퍽 어울리지 않는 수줍은 고백을 했다. 동성에게 하는 고백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마음을 인정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백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과감해서도 아니었고, 성급한 성미 탓도 아니었다. 동성에겐 야박한 매너들을 내게는 유일하게 해준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녀석은 내 고백에 늘 그렇듯, 항상 얼굴에 달고 다니는 웃음을 한가득 머금으며 팔을 한껏 벌렸다. 녀석의 액션에 조금은 당황해 어? 하고 주춤거릴 때, 녀석은 그 상태로 내게 한 발짝 다가와 나를 안았다. 엇비슷한 키라 마주 안은 모양새는 퍽 웃길지라도 녀석과 나의 체온, 그리고 심장의 두근거림, 심장의 두근거림을 타고 퍼지는 따듯한 기운들이 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말간 꽃이 피고, 몸을 조금은 무기력하게 만드는 포근한 햇볕이 내리쬐는 그런 봄에 녀석과 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퍽 로맨틱한 고백이 끝났지만, 우리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녀석의 매너는 나에게만 국한 된 행동이었고―이성에게 하는 매너들은 기본적인 매너에 불과했다.― 평소 녀석과 내가 만나면 하는 일들은 거의 데이트와 다름없었다.

생각해보니 녀석이 내게 한 그 ‘매너 행동’들은 구애의 행동이지 않았나, 싶다. 내 마음을 알아줘, 알아줘! 하고 칭얼대는 아이의 칭얼거림 같은 것이었다. 둔하디 둔한 나는 그 행동에 만족해했다가, 혼란스러워하고, 그런 녀석을 긴 시간동안 방치해뒀다. 그리고 그런 녀석은 그런 나를 받아줬고. 참, 고마운 사람이다, 싶었다.

 

 

 

 

 

4.

녀석과 사귀는 날들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또 내가 녀석에게 입술을 내어주고, 몸까지 내어준 지 제법 오래 지난 오늘, 녀석은 처음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자상하던 그 성격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지금은 그 때와 다른 사람이 녀석의 껍데기를 쓰고 내 옆에 있는 거 같았다. 신경질적이고, 내 앞에서 욕도 잘하지 않았던 사람이 욕도 서슴없어졌다. 녀석이 너무 좋아서, 생각보다 너무너무 좋아서 자존심이 상하지만 선뜻 녀석의 아래에서 숨을 헐떡이던 날이 길어져서일까. 심리상태도 여자와 다를 바 없어졌다. 감정에 예민해지고, 쉽게 투기하고, 또 쉽게 토라진다. 그래서 처음과 달라진 녀석의 태도에 서운해 하고, 섭섭해 하고 애처럼 칭얼거리는 날이 길어졌다. 그런 녀석은 나를 보고 질린다는 식으로 쳐다보고, 짜증이 한 가득인 한숨도 푹푹 내쉬었다. 녀석의 따가운 시선과 차가운 한숨이 보이지 않는 가시로 내 가슴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피를 토해내는 내 심장을, 녀석은 알고 있을까?

 

 

 

 

 

5.

“무시 하냐. 지금?”

한 없이 차갑게 식은 목소리가 등 뒤로 닿았다. 뽀드득, 뽀드득. 신경질적인 발소리는 잔뜩 쌓인 눈 속으로 끝없이 먹혀들어갔다. 내게 가까워지는 녀석에게 어깨를 잡혀 뒤돌아서기보단 스스로 돌아서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천천히 뒤를 돌았다. 가깝지 않은 거리.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거리. 녀석은 내가 뒤를 돌아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뿌연 숨을 내쉬며 나를 노려보는 녀석의 눈엔 노기가 한 가득이었다.

“무시하는 거 아냐.”

“그럼 뭔데, 방금?”

“그냥, 내가 너보다 여유가 있으니까……”

“그게 무시가 아니라고, 지금?”

“너 요즘 힘든 거 다 아는데, 왜 나한테까지 자존심을 내세워?”

나도 모르게 날이 선 말이 나왔다. 자존심을 할퀴는 말. 그 말들은 다시 내게로 돌아올 것이다. 방금 전 보다 더 날이 선 상태로.

“너 지금 좋은 회사 나왔다고 뻐기냐?”

“그런 게 아니잖아, 지금!”

“그런 게 아니면, 뭔데? 지금 네가 한 말이 나를 무시하는 말이 아니면 뭔데, 씨발.”

“내가 널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래, 넌 이런 나를 열등감에 쩐 한심한 새끼로 보겠지.”

상처를 주는 말들은 언제나 짧고 굵다.

 

 

 

 

 

6.

나는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 녀석은 신기루 같은―크리스에겐 미안하지만―꿈을 쫒는 사람이었다. 작곡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닌지 녀석의 곡은 늘 퇴짜를 맞았고, 피아노 건반 위가 아닌 쓰레기통으로 전락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녀석과 내 사정이 이렇다보니 나는 언제나 경제적으로 여유로웠고, 녀석은 언제나 배고픈 작곡가였다. 사람들은 내게는 보잘 것 없는 애인을 데리고 사느라 고생한다며 측은하게 혹은 대단하게 봤고, 녀석에겐 언제나 상처를 줄 법한 말들을 빙빙 둘러 가며 말했다.

지금 녀석과 내가 서있는, 그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졸업 이후 녀석과 나 사이의 이만큼의 거리는 생각보다 더 멀었고, 더 좁혀지기 힘든 거리였다.

쓸데없는 감정소비, 쓸데없이 시끄러운 싸움. 녀석의 작곡가 데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녀석과 나 사이의 관계는 삐걱거렸고, 예전 같지 않았다. 작곡ㄱ가 데뷔가 점점 어려워지니, 녀석은 대기업에서, 심지어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 하는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자신과 많은 비교를 했다. 그리고 치솟는 열등감. 그 열등감이 삐걱거리기 일보직전인 우리 사이에 끼자 삐걱거림 대신 단발마의 소음과 함께 관계의 끊은 끊어졌다.

이미 끊어진 끈을 나도, 녀석도 억지로 또 자의로 붙잡고 있다. 괜찮아지겠지, 괜찮아지니 붙잡고 있자. 하지만 이미 오래전 얻은 해답을 나는 감추고, 지우고, 모르는 척 했다. 언젠가 괜찮아지겠거니, 하는 부실한 희망만을 품은 채.

 

 

 

 

 

7.

이미 끊어진 끈은 붙일 수가 없다.

좁힐 수 없는 녀석과 나 사이처럼.

 

 

 

/

 

 

사실 미정인 글이었는데, 음.

누군가의 추천으로 어떻게 클찬하고 엮어봤어요.

사실 엑소 커플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어울리나, 안 어울리나 모르겠지만 ㅠ_ㅠ

이름 거론이 많이 안 나오니 좋아하는 커플링을 대입해도 괜찮습니다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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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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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추천해준 이긴임! 우왕우어어ㅓ쓰니필체 맘에든다ㅠㅠㅜ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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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몇 개월만에 글 쓴건지 모르겠다...ㅠㅠ 그래도 고마워!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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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혹시몰라 암호닉됨? 되면 찌짐으로! 난 오공보고자야지ㅂㅂ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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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클찬이라니 ㅠㅠㅠ 감격이에요 ㅠㅠㅠ 신알신 하구 가요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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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신알신하고갈게요ㅠㅠㅜ다음편있죠??그런거죠ㅠㅠㅠㅜㅠㅜ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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