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갑자기 쓰고 싶어졌는데, 지금은 파고 있는 컾링도 없어서
요즘 엑소가 대세라길래, 엑소 검색하다가 하나 겟.
엑소 커플링도 잘 몰랐는데, 엑소 성격을 알리가 없음...
그러므로 캐붕이 매우 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ㅁ;
2013.10.24
뽐이가 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진 않더라도, 구질구질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나처럼 가난한 사람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꼭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니, 거스를 생각하지 말란 뜻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느껴지자마자 내가 한 일은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일을 그만두는 일이었다. 나의 기도는 졸업 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였고, 그 기도는 무려 8년이나 계속했던 일이었다. 하나님은 나의 말을 전혀 듣고 계시지 않고 있었다.
1.
대학 갈 형편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은 곳이었다. 대학은 나 같은 애가 갈 만한 곳이 아니었다. 내가 가야할 곳, 내가 있어야할 곳은 지금 내가 서있는, 바로 이 자리였다. 비릿한 쇠 냄새가 가득한 공장.
내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냥 납땜하는 일이 전부였다. 시간되면 밥을 먹고, 밥을 다 먹은 뒤엔 공장 사람들과 족구를 하는 일이 내게 주어진 일이었다. 그것은 꼭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 정도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하늘이 참 맑다. 하늘에 계신 그 분이 비웃고 계신 걸까. 이렇게 날 좋은 날, 너는 납땜이나 하고 쇠 냄새가 진동하는 회색 건물 안에 틀어박혀 일만 한다고.
“염병할 날씨. 비나 확 쏟아져라.”
2.
교대시간이 다 되어 나와 교대하는 사람에게 내가 하던 일을 넘겨주고 나는 공장에서 나왔다. 일을 할 땐 작업복을 항상 입기 때문에 사복에는 공장 냄새가 배어 있을 리가 없음에도, 항상 내 옷에는 비릿한 쇠 냄새로 진동했다. 퇴근하고 집 가는 길에는 쇠 냄새와 더불어 구린 땀 냄새도 같이 섞여 있어 더 역했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는 가난처럼, 내가 하는 일, 내 신분은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었다. 꼭 낙인 같았다.
우울해진다.
3.
공장은 높은 오르막길 끝에 있다. 덕분에 그 오르막길을 오를 때마다 땀 한 바가지 씩 쏟아내곤 한다. 그러나 퇴근할 땐 내리막길이라 집 가기 좀 더 수월하더라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공장 위에 또 높은 오르막길이 있고, 그 길이 우리 집 가는 길이었으면 할 때도 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터벅터벅 내려가다 보면 간혹 내 또래의 남자애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이 동네 근처에 대학교 하나가 있는데, 학교 근처보다 싼 자취방이 많아 간혹 여기서 자취하는 애들이 몇 명 모여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별 거 없었다. 오늘 과제얘기, 시험 얘기, 교수님 얘기, 취업 얘기, 성적 얘기, 오늘 소개팅 한 여자애 얘기,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소리까지. 일상적이고, 평범한 얘기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들이 내 귓가를 스쳐지나갈 때면, 꼭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것처럼 따갑다.
4.
“오늘 신입이다.”
공장장이 소개해준 신입이라는 남자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였다. 나랑 동갑이거나 몇 살 더 어리게 생긴 얼굴이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손에 때 묻히는 굳은 일을 할 것 같은 애처럼 안 보였다.
신입은 자신을 ‘변백현’이라고 소개했다. 특이하네, 성이. 신입에 대한 생각은 거기에서 끝이었다.
5.
변백현이 맡은 일은 나와 같이 납땜을 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신입은 신입이라 여러 가지 필요한 인수인계 사항들을 알려줘야 했기 때문에, 어쩌다보니 내가 변백현의 사수가 되어있었다. 변백현은 생각보다 싹싹하고 넉살 좋은 녀석이었다. 대개 이 바닥에서 이런 성격은 어릴 때부터 노가다판에서 구른 아이거나 태생이 그런 아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내가 보기엔 전자가 확실했지만.
6.
변백현은 나를 곧잘 ‘선배님’이라고 불렀고, 어색한 그 호칭에 멋쩍은 웃음만 지었는데, 이제는 제법 ‘선배님’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면, 가끔 내가 회색 공장 안에서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닌,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 같은 기분이 들었다.
7.
“선배님, 저 도시락 싸왔어요.”
점심시간이 되자, 다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 시간 앉아서 납땜을 했더니 목이고, 허리고 안 아픈 구석이 없어 여기저기 주먹으로 두드리고 있을 때, 뒤늦게 나를 쫓아온 변백현이 난데없이 도시락을 싸왔다고 했다. 보니까 핑크색 도트무늬의 쇼핑백이 보였다. 퍽 귀여운 쇼핑백에 여동생이 있다더니, 여동생 건가. 싶었다. 그게 또 묘하게 변백현하고 어울리는 조합이어서 가벼운 웃음 한 번.
“그래. 맛있게 먹어.”
나름 고민하고 한 대답이건만, 변백현은 내 대답에 잠시 당황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같이 먹어요, 선배님.’ 하고 살갑게 말했다.
도시락. 소풍 때도 도시락 한 번 싸가지 못했던 나였기에 누군가가 싸온 도시락이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하고, 낯설었다. 괜히 멋쩍기까지 해서 괜히 뒷머리도 한 번 긁적였다. 점심을 먹는 식당 쪽 입구 한 번, 변백현이 가지고 온 쇼핑백에 한 번 시선을 던졌다. 식당 밥이 그렇게 맛있는 편도 아니었다. 거기다 오늘 식단은 최악. 나는 대답 대신 핑크색 도트무늬 쇼핑백을 변백현의 손에서 가져왔다. 오늘 날씨가 좋다,
“나가서 먹자.”
8.
선배, 저 오늘도 도시락 싸왔어요.
변백현은 그 날 이후로 도시락을 싸오는 일을 계속했다.
9.
겨울이 가까워졌는지, 점점 해가 짧아지고 있었다. 아직 8시도 안된 시간이건만, 벌써 해는 지고 하늘 위로 검은색 먹물이 뿌려진 것처럼 새까맣다. 반짝이는 별도 없고, 위성도 없는 그냥 까맸다.
“선배, 그럼 오늘 수고하셨어요.”
어느 날부턴가 변백현과 퇴근을 같이하고 있었다.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아 그냥 내버려두고 있었다. 언덕 끄트머리쯤에 가까워지면 두 갈래 길이 나타나는데, 나는 오른쪽 길목으로 들어가고, 변백현은 그대로 쭉 직진을 하는 길이었다. 서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 오고가는 대화는 늘 없었지만, 몇 없는 대화의 끝은 항상 변백현의 ‘수고하셨어요.’였다. 나는 그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너도.’ 라고 대답하고 서로 제 집으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변백현과 헤어지고 들어선 길목에서부터 크게 내 발자국소리만 울려 퍼진다.
조각.
뒤에 10이 나올지는 모르겠..;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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