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재밌게 너그럽게 봐주세요 ㅠㅠ 짧습니다 ㅠㅠ
나는 비디오영상을 좋아한다. 어릴적에 추억이 남아서였을까 아버지는 낡은 비디오를 항상 빌려오셔서 가족이 모여 비디오를 시청했다. 어디서 들으셨나 누가 이게 재밌다더라 하시면서 귀가 얇은 아버지는 얇게 미소띤 얼굴로 아버지는 비디오를 빌려오셨지만 아버지가 빌려오는 비디오는 대부분이 재미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도 나도 비디오를 보며 재밌다고 떠들어 댔다. 그럼 아버지는 옆에서 허허웃으시며 녀석 그렇게 재밌냐? 하고 물어오셨다. 나는 과묵하고 따듯한 아버지가 좋았다. 그리고 재미없고 지루하지만 아버지가 틀어주셨던 비디오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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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이 울려왔다. 여느때와 같이 시끄러운 아침이였다. "아...씹... 시끄러워" 아침바람이 꽤 쌀쌀해 나는 그냥 이붓자리에서 일어났다. "겁나 춥네.." 아무것도 하지않은채 나는 2년을 혼자 살았다. 형제? 부모? 그딴건 존재하지 않는다. 형제는 원래 없었고 부모는...없다. 그런 내가 불쌍했는지 친척집에서 선행이랍시고 100만원도 채안되는 돈을 가끔 보내온다. 꼬륵ㅡ, 아침이랍시고 배꼽시계가 울려왔다. "아.. 이래저래 짜증나네" 싱크대 옆에 위치하는 작은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긴 혼자살고있는집에 뭐가 있긴... 있을리가 없지 나한테 있는건 구석에 쌓여있는 여분의 옷가지와 닳고닳은 낡은 비디오와 작은 티비뿐이였다. 디비디플레이어? 그런건 비싸서 꿈도 못꾼다. 백수인데 내가 뭘바라냐 그냥 있는 거 쓰고 아껴야지. 20대가되서도 나는 비디오가 친숙하고 좋았다. 친적집에서 가끔가다 주는 돈은 꼬박 모아 먹을 것을 사고 남은 돈으론 동네 오래된 비디오가게에서 비디오를 산다. 아 맞다 저번에 사고 싶은 비디오가 있었는데 가게구석에 있던 하얀색의 비디오, 바닥에 널부러진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고 생각난 김에 봐야겠다는 맘으로 비디오가게로 발빠르게 움직였다. "어서오세요" 못보던 왜소한 여자가 인사를 건넨다. 항상 여기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아, 네... 저기 실례지만 여기 계시던 할아버지는 어디가셨나요?" 그러자 그 여자는 대답했다. "아, 할아버지께선 오늘 못오신다 하셔서요. 손녀인 제가 잠시 있는거에요. 내일이면 바로 오실거에요." 나는 네라는 대답만 하고 바로 그때 봤던 비디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정말 새하얀 그 비디오에는 자그만한 글씨로 <白道引>라고 쓰여있었다. "하얀길로인도하다..." 나는 그 비디오를 집어들어 값을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않아 배고팠지만 홀린듯 낡은 티비 앞으로가 비디오를 넣어 재생버튼을 눌렀다. 하얀배경의 화면이 뜨더니 1분을 기다려도 다른건 나오지 않았다. 기대를 해서 실망이 큰탓인지 정말 똥이라도 밟은 표정으로 하얀면의 화면을 발로 차며 읊조렸다. "아.. 씨발....." 나는 읊조린 말과함게 앞에 한없이 하얗던 티비 화면을 바라보며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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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나는 떠드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입은 쉬지않고 얘기를 했다. 내가 말수가 줄어들었던 계기는 바로 2년 전의 일이였다. 집이 잘사는 것도 아니고 가난하다하면 가난한 편에 살림이였다. 귀가 얇고 사람을 쉽게 믿었던 아버지는 투자를 하면 가족이 편해질수있다는 주변사람의 꼬임에 간단히 넘어가셨고 물보듯 뻔하게 우리는 밖에 나앉게 되었다. 깨작깨작 모았던 돈도 전부 없어지고 생활은 고단해지니 부모님은 다투는 일이 대반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참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단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셨다. 내 눈엔 한 없이 강해보이던 아버지가 점점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니 차마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던 나는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걸었고 열심히 하려는 내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아들이 이렇게까지 힘쓰는데 나도 힘내야지 하며 어머니가 떠나신 후 처음으로 얇은 웃음을 보이셨다. 그러고 채 보름이 지났을때 였다. 여느때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집에 다녀왔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들어오던 나는 어서와하며 따듯한 음성으로 맞아주시던 아버지의 모습대신 거실에 하얀 알약과 함께 눈을 까뒤집고 암적색 혈흔을 남기며 죽어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를 반겨왔다. 집안에 가스유출 따위는 없었지만 나는 눈이 매워 눈물이 줄줄 났다. 아버지의 몸은 딱딱하고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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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덩어리 같은 눈을 억지로 치켜떴을때 였다. 눈을 뜨고 본것은 영상과 같은 새하얀 모습... 네모난 새하얀 공간이였다. 창문도 문도 없이 그 속엔 나 혼자였다.
- 와.. 이거만 쓰는데 한시간이 넘었네요.. ㄷㄷ ㅠㅠㅠ 글은 짧은데 시간은 왜이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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