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준면
경수쌤의 단호한 말에도 멈출리 없는 변백현의 놀림은 1교시 수업 시작종이 쳐서야 끝이났다.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인 덕에 아침부터 기운이 영없다.
그래도 경수쌤한테 귀엽다는 소리 들었으니까 나름 괜찮다.
보자... 1교시가 뭐였지? 사회?
아... 내가 우리 경수쌤 다음으로 좋아하는 준면쌤시간이다.
하필이면 오늘이야...
괜찮기는 개뿔.....
물론 경수쌤은 귀엽다고야 했지만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정말 그냥 바보다, 바보.
이렇게 맹해보일수도 없다, 정말.
어떻게든 정리해보겠다고 책상위에 거울을 올려놓고 빗으로 열심히 빗어보지만 조금도 소용이 없다.
"징어야 머리 안빗어도 예쁘니까 그만 빗고 수업준비하자?"
어... 쌤 언제 오셨어요.
오셨으면 오셨다고 말이라도 하시지....
큭큭대는 애들에 조용히 빗질을 멈추고 교과서를 폈다.
"주말 다 잘 보냈니? 보자...백현이는 주말동안 좋은 일 있었나 보네? 싱글벙글.. 좋아보인다? 여자친구라도 생겼나?"
"아뇨, 쌤. 그게 아니라 저희반에 진짜 오늘 대박 웃긴게 있거든요"
아 잠깐만, 변백현.
웃긴게 설마 나니? 그런건 아니겠지...설마...
"뭐가 그렇게 웃기길래 경련 일어날것처럼 웃어"
"오징어가 앞머리 잘랐는데 진짜 한번 봐봐요. 걍 웃겨요 진심"
"야! 하나도 안웃기거든?"
변백현과의 2차 대란이 일어나려고 할쯤 준면쌤이 말리는 덕에 참았다.
변백현 너 이새끼, 우리 면쌤 아니었으면...아오!
"이러다가 우리 수업 못하겠다. 쌤이 대신 결론 내려도 되지? 징어 앞머리 하나도 안웃겨. 오히려 뭐랄까?..."
뭐랄까 뭐요?!
왠지 뒷말을 쉽게 못꺼내는게 영 심상치 않다.
오히려 바보같고 멍청해보인다고 하면 어떡하지?
차라리 뒷말을 안듣는게 나을지도...
"그래, 앞머리 자르니까 동글동글해."
쌤의 그 한마디에 반 애들이 막 웃었다.
안그래도 반에서 애들이 자꾸 얼굴이 동그랗다며 놀리곤 했는데 이젠 쌤들한테도 동글이로 소문나는건가...
안 듣는데 더 나앗을 것같다고 생각하며 조금 뾰루퉁해 있자 다시 쌤이 입을 열였다.
"그러니까 음...동글동글해서 귀엽다고..."
2. 박찬열
점심시간이 다다르자 이젠 반애들도 내 앞머리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변백현의 놀림도 줄었다.
덕분에 나도 잘랐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평소처럼 그 사람많은 점심시간에 당당하게 모습을 비추었다.
"오징어!"
저 멀리서도 눈에 확 튀는 당신은 박찬열인가요?
키만 멀대같이 커서는 그 긴 팔로 팔을 휘적휘적대면서 인사하는 모습이 꽤 볼만하다.
그나마 중학교때도 같은 학교였던 애가 너 밖에 없다며 학기초 같이 먹던것이 이제는 일상처럼 서로 점심메이트가 되었다.
키도 커서 달리기는 엄청 빨라서는 항상 급식 줄 맨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정말 박찬열... 넌 천사야...
"야 너...앞머리가..."
아 맞다...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박찬열에게 다가가자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가리키길래 뭔가 했더니 내 앞머리 이야기다.
이제 좀 잊혀질만 하니까 다시 떠오르게 하네....
"아 뭐! 안그래도 반애들이 엄청 놀렸단 말이야..."
나름대로 애들한테 귀엽다는 말도 듣고 보다보니 괜찮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내가 보기에 영 이상하니까 그런 말을 듣는다고 괜찮지 않았다.
경수쌤은 잘 모르겠지만 준면쌤만 해도 나쁜 말은 잘 안하는 쌤이시니까...
귀엽다는 말이 진짜라고 믿을 수도 없고....
왠지 박찬열도 놀릴것같아서 앞머리를 손으로 가렸다.
"왜 놀려. 잘 어울리는데"
"뭐가 잘어울려. 나도 알아 이상한거. 완전 바보같지 않아?"
"바보? 어리버리해보이기는 하다."
"결국 너도 놀리는 거잖아."
"아니야. 잘 어울린다니까?"
잘 어울린다는건 내 얼굴이 어리버리해 보인다는 거잖아.
왠지 바보같다는 말처럼 들려 기분 나쁘다.
입술을 삐쭉 내밀며 투덜대자 박찬열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어울려, 귀여워."
3. 변백현 (백현이 시점입니다!)
뭐야 오징어...
교실문을 열자 보이는건 오징어 자리에 잔뜩 모인 여자애들이었다.
덕분에 오징어의 바로 뒷자리인 내자리에도 여자애들이 바글바글하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내 자리로 향하면서 엿들으니 오징어가 앞머리를 잘랐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같았다.
하긴 워낙 답답한 스타일이었지...
넘겨도 넘겨도 자꾸 내려오는 앞머리가 아무래도 신경쓰였는지 자른 모양이었다.
어디 한번 어떤가 구경이라도 해볼까 해서 여자애들 틈에 껴 오징어를 봤는데....
뭐야...귀엽잖아....
눈썹 위로 올라간 정갈한 앞머리가 퍽 보기 좋다.
전에는 지저분해보이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고 어둑칙칙해 보였는데 지금은 뭔가 밝은 분위기가 나는 것같기도 하고...
하여튼 귀엽다.
정수정이나 다른애들이나 다 오징어를 놀리는 것같아 보여도 그 흐뭇한 표정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함에 틀림없다.
"야 오징어 머리가 그게 뭐냐?"
"아, 넌 또 뭔데!"
미쳤나봐, 변백현...
귀엽다고 생각한 거와는 다르게 말이 지혼자 막 헛나간다.
난 항상 입이 방정이지 왜이러냐 진짜.
이와중에 째려보는 건 또 왜 귀엽냐...
| 암호닉♥ |
비타민 핫바
언제나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2 |
그러고보니 제 글의 징어는 항상 동글동글이네요...
왜냐면 제가 동글동글이기때문이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경쓰지 말고 넘어가주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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