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아주 많이 내리고 있었다. 정말로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던가 하늘 위 짖궂은 누군가가 일부러 퍼붓고 있는 것처럼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장마와 무더위도 끝나고 조금 선선해지고 상쾌하던 날씨에 갑자기 쏟아진 비는 눅눅함을 머금고 있었지만 그정도야 별것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만날 즐거움에 들떠있었고 우산속에서 비가 머리위를 두드리는 소리는 찰박거리는 발소리와 어울려 좋은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그래, 좀 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카페 안에서 바라보는 빗줄기는 어느새 드문드문 가녀려져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비에 젖은듯이 물기가 가득했다. 그녀가 입을 벙긋거리며 무어라 말하고 있었지만 내 귀는 좀처럼 그 소리를 잡아내지 못했다. 내 귀는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빗소리에 온 집중을 기울이고 있었고 내 눈은 그녀의 입모양으로 그 뜻을 해석해보려 애쓰고 있었다. 비가 귀를 타고 흘러 들어온 듯이 귀가 먹먹해졌다. 온 몸을 타고 흐르며 먹먹함을 전하던 빗물은 어느새 두 눈으로 차올라서 눈앞을 뿌옇게 만들었다. 그녀의 젖은 얼굴에도 빗물이 흘렀다. 그녀의 젖은 얼굴이 안타까워 손을 뻗어보았지만 손바닥에 닿는 것은 우리 사이의 공백, 그 사이를 가득 매운 빗소리뿐이었다. 내 손이 버석하게 마른채로 제자리로 돌아오자 빗소리도 완연하게 그쳤다. 그래, 이제서야 그녀가 한 말이 들렸다. 두눈에서 흘러내려 빗물이 빠져나가고 나서야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와닿았다. 하지마. 이미 다물린 그녀의 입을 막고싶었다. 말하지마. 그만 말해. 듣고싶지 않아. 그녀는 어느새 비가 그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 쪽이 아니야. 비가 오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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