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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전원우] 나밖에 모르는 9살 연상 경호원 아저씨와 연애하는 법.txt 00
01-1
꽃다운 스무살,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최고의 대학에서 디자인과를 전공한지 1년 차.
그리고 곧 내일모레 서른인 정말 나밖에 모르는 등신 아저씨랑 동거를 시작한지도 1년 차.
"칠봉아 내 흰색 셔츠 못봤어? 빨랫대에도 없던데"
"...."
"화내지 말구 칠봉아 지금 엄청 바빠. 권순영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저씨"
"응 칠봉아."
"어제 아저씨가 세탁소에 맡긴건 뭘까요."
"...아, 맞다. 세탁소! 깜빡했네."
"잠시만. 아저씨 그럼 오늘 뭐 입고 가요? 어제 셔츠들 싹 다 세탁소에 맡겼잖아요."
"..칠봉아"
"네."
"순영이한테 전화 좀 해줘. 셔츠 사야한다고."
"어휴, 권순영 그 분도 힘들겠다. 아저씨랑 같이 일해서. 뭐야 왜 웃어요?"
"칠봉이는 좋겠다."
"응? 갑자기 왜요?"
"나랑 같이 살아서"
01-2
아저씨를 만나게 된 건 인정하긴 싫지만 솔직히 얘기하자면 드라마같은 사건이었다. 운명 그런 거 오글거리지만 아저씨와 난 진짜 운명이구나 느껴질 정도로.
지금으로부터 약 1년전, 아저씨를 처음 만났다. 그 때 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대학합격이 떨어지자마자 미국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갔다.
우리 부모님은 바빠신 분들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처럼 부모님은 세계적인 패션지에서 근무 중이시고. 덕분에 어린 시절은 뉴욕에서 화려하게 보냈다.
아주 화려하게 왕따를 당하면서. 그들의 텃세에 견디지 못한 나는 한국 나이로 14살이 되는 순간 비행기를 타고 그리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또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패션에 관심이 많아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갔다. 그 결과로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대학 디자인과에 입학했고.
암튼 그렇게 부모님과의 달콤한 일주일을 보내고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부모님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며 작별을 준비하는데 사건이 터졌다.
끔찍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들이 공항을 둘러싸 총을 들고 우릴 겨누고 그 넓은 공항은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가득찼다.
부모님과 함께 부둥켜안고 엉엉 울며 제발 이 상황이 끝나기를 수천번 기도하고 있었다. 아, 제발 제발 누군가 우릴 이 지옥같은 곳에서 구해주길.
곧이어 특공대들이 공항을 들이닥치고 상황은 어찌어찌 잘 해결 되어 가는 듯 보였으나 테러리스트 무리 중 한명이 우릴 향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날 향해 총구를 겨눴다.
삶의 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부모님과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으니 그걸로 됬다며 난 눈을 감았고 탕-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살았다. 눈을 떠보니 부모님의 퉁퉁 부은 눈과 안도의 미소를 짓고 계신 의사선생님이 보였다.
살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터지고 굳었던 팔을 들어 부모님을 힘껏 안았다.
"엄마.. 아빠.. 으어어엉 나 살아있는 거 맞죠? 이거 꿈 아니지?"
"칠봉아 내 딸. 이제 괜찮아. 다 잘 끝났어."
"다행입니다. 의식이 빨리 안 돌아오길래 많이 걱정했어요."
"의사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뇨. 전 별로 해드린 것도 없는 걸요."
"네?"
"하긴 기억을 못하실 수 있죠. 여기 이거."
"13층 1302호..?"
"네. 여기 칠봉 환자님을 구해준 분이 계세요."
"저를요?"
의사선생님이 내게 건내준 쪽지에는 [13F 1302호]라고 적혀있었고 아직 쉬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뿌리치고 몰래 병실 밖을 나갔다.
내가 입원해있는 곳은 11층, 병실에서 나온지 1분도 안걸려 띵똥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바로 1302호가 보였다.
다행히 2인실이라 그 사람을 찾기는 그나마 쉽겠네. 근데 생각해보니 난 1302호에 입원해있다는 거 말고는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름도 나이도 하물며 얼굴도. 하지만 그건 그 당시 내겐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궁금한 마음에 난 당당하게 걸어가 똑똑 노크를 했다.
잠시 후 문을 여니 오늘 퇴원한건지 병실엔 한 사람만이 누워있었다. 얼핏봐도 키가 크고 피부가 뽀얀 동양인 남자였다.
잠든건지 눈을 감고 있는 남자에게 몰래 다가갔다. 병원 침대엔 영어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Jun Won Woo.. 전원우..? 한국인?
얼굴을 가까이 보기 위해 살금살금 걸으며 침대에 거의 다 왔을 때 남자가 눈을 살짝 떴다.
"누구세요."
"으어아아!!"
"아, 맞다. 여기 미국이지. Who are you?"
"I.. I am korean..."
놀라 나자빠질 뻔한 여자에게 누구냐고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물어오는 남자, 그리고 느리게 몸을 일으키며 여자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던 남자.
갑작스런 남자의 목소리에 놀라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 누구냐는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한국인이라고 말한 여자.
우습지만 그것이 나와 아저씨가 처음 만난 날. 즉, 아저씨와 내가 느끼는 운명의 날이다.
01-3
"오늘은 언제 와요? 좀 늦으려나?"
"잘 모르겠는데.. 아, 칠봉이 오늘 공강이구나. 미안해. 같이 있어주지도 못하고."
"별 소릴 다한다. 난 괜찮으니까 아저씨 걱정이나 해요."
"디비디든 만화책이든 좋으니 뭐라도 빌려서 봐."
"아저씨 나 고등학생 아니거든요. 오늘 할일 있어요."
"왜? 또 어디가려고? 남자 만나는 건 아니지? 만나면 혼난다!"
"혼날 일 없으니까 걱정마시구 잘 다녀오세요. 저번처럼 다치기만 해봐. 그 땐 진짜 가만 안둬요."
"때리기라도 하려고?"
"때리기만 하면 다행이지. 암튼! 몸 조심해요 항상."
"알았어 알았어. 다녀올게."
"전화할 수 있으면 해요. 난 언제든지 괜찮으니까."
"오랜만에 떨어지려니 좀 섭섭하다. 엄청 보고싶겠지?"
"우리 한동안 너무 붙어있었잖아요. 난 가끔 이런 애타는 기분도 나쁘진 않은데."
"말은 잘해요 우리 아가씨. 나 진짜 간다."
"조심해서 다녀와요!"
"아아 잠시만"
"왜요? 뭐 잊어버렸어요? 뭔데? 바쁘잖아요."
"모닝키스."
"하여튼 와이셔츠는 잊어버리더니 이런 건 안 잊어버려. 됐죠? 권순영 그 분 욕하시겠다. 빨리가요."
"괜찮아. 정말 간다 아가씨."
아저씨와 현관문 앞에서 인사만 나누는데 10분이 넘게 걸리는 것도 하루이틀이 아닌데 오늘따라 엄청 애틋한 우리였다.
아마도 아저씨가 오랜만에 출근하기 때문이 아닐까. 거의 2주 정도 같이 놀고 먹으며 집 밖에도 잘 안나가고 뒹굴거렸으니 더 정이 들었나보다.
현관문이 탁-소리와 함께 닫히고 아저씨가 문 밖에서 구두를 다시 신는 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급하게 신느라 꺾어 신더라니.
아저씨 구두 다 신으면 방청소나 하러 가야지 싶은 맘에 현관에 서서 멍하니 아저씨의 구두 소리를 듣는데 들릴듯 말듯 아저씨의 낮은 목소리에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아, 칠봉이 벌써 보고싶다!"
그러게 아저씨 나도.
++
연재할까요. 아니 할래요. 하고 싶어요. 독자님들 도와주세요! 전 달달한 글 잘 못쓰지만 없는 연애세포를 만들어서라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암호닉이랑 신알신 모두 격하게 환영합니다.
독자님들 모두 제 글을 읽고 원우같은 남자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