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전원우] 나밖에 모르는 9살 연상 경호원 아저씨와 연애하는 법.txt 02
01-1
"같이가자."
"...."
"우리집이 있는 한국으로."
어린시절엔 왕따를 당해 밤마다 외로움에 눈물을 흘렸고 모처럼 부모님과의 꿀같은 시간을 보내려 떠났을 땐 테러가 일어난,
내겐 하나같이 끔찍한 기억만을 남긴 미국에서 우연히 날 구해준 이 남자는 그렇게 내게 가장 소중한 연인이 되었다.
미국에 올 땐 쓸쓸한 혼자였지만 떠날 땐 둘이 되어 돌아간 한국은 12월의 찬바람 가득한 겨울이었지만 내겐 일찍이 봄이 찾아온 듯 따사로웠다.
병원에서 또 공항에서 받았던 아저씨의 고백이 한편으론 당황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 기뻤던 것 같다.
행복하다고 좋다고, 멋드러진 로맨스 영화 주인공의 대사처럼 아저씨에게 내 맘을 표현해주고 싶었지만 처음이었기에 내 대답은 서툴렀고 형편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때때로 아저씨가 추억하는 그 때 그 기억 속의 나는 너무나 예쁘고 귀엽고 고마웠다고 한다.
새벽의 어둠이 사라지는 공항 안,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 고갤 푹 숙이고 연신 고개만 끄덕이며 겨우 뱉어낸 말은 짧았지만
"...좋아요."
"....."
"나도 아저씨.. 좋아하는 거 같아요."
진심이었다.
'좋아요'라는 내 말에 아저씨는 이제껏 봐왔던 웃음 중 가장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절대 내 남친이라 그런게 아니고 안 그래도 충분히 잘생겼는데 웃으니 더 설레였다.
하지만 보통 드라마처럼 고백 후 서로를 와락 끌어 안는다던가, 입맞춤을 하기엔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비행기를 타기에도 촉박했으니까.
결국 둘 다 비행기 안까지 달려가고 나서야 짧게 몇마디를 나누곤 한숨을 돌리며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
01-2
한국에 도착해 일상으로 돌아온지 일주일째, 아저씨와 만난지도 일주일째. 10일 조금 넘게 남은 열아홉 인생에서 연인이 생겼다고 딱히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난 아침잠 많고 귀찮음에 끼니를 거르고 또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위해 늘 손에서 전화를 쥐고 있는 하루하루가 나름 즐거웠다.
경찰 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아저씨는 일 때문에 날 혼자 두는 게 영 못마땅했는지 하루에 5번이 넘도록 전화를 걸어왔다.
하긴, 한국에 온 첫 날 아저씨는 혼자 지낸다는 내 말에 엄청 화를 냈었다.
인상을 쓰더니 '위험한데'라면서 화를 내기도 하고, 시무룩한 목소리로 무섭진 않냐며 걱정하기도 하고.
하물며 자신이 바빠 날 자주 못보니 더 애틋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난 일주일동안 아저씨를 두번밖에 보지 못했다. 많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때문이니까.
밤에라도 갈까 애기야, 매일 밤 자기 전 마지막 통화를 할 때마다 아저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묻곤 했지만 이내 괜찮다며 손을 휘휘 젓곤 전화를 끊었다.
통화도 자주 못한다는 걸 알기에 우린 한번 통화를 시작했다하면 20분은 넘게 전화기를 붙잡고 서로의 안부, 일상을 물어보며 나름의 위안을 얻었다.
"아저씨 오늘은 뭐 먹었어요?"
"나? 바빠서 아직."
"정말요? 배 많이 고플텐데 괜찮아요?"
"괜찮아. 한두번도 아니고. 칠봉아 넌? 뭐 좀 먹었어?"
"전 아저씨가 좋아하는 거 먹으려고요. 아저씨 못 먹으니까 내가 대신 먹으려고."
"기특하네. 그래서 뭐 먹는데?"
"김치찌개!"
"와, 김치찌개도 할줄 알아?"
"그럼요. 자취생활 5년차인데. 아저씨랑 나이차는 좀 나도 자취경력은 비슷할걸요?"
"나 아가씨 말 들으니까 더 배고프다 어떡하지."
"어, 정말요? 미안해요 아저씨."
"먹고 사진 보내줘. 그거라도 보게."
"알았어요. 기대해요. 나름 요리는 자신 있으니까."
"김칠봉 나한테 시집오면 되겠네."
"어.."
"아직은 좀 이른가? 어, 전화 끊어야겠다. 칠봉아 사진 꼭 보내. 이왕이면 동영상이 더 좋겠다."
"아,알았어요. 몸조심해요."
"사랑해."
"....저도요."
아저씨와 통화하는 매일이 행복하고 설레였던건 사실이지만 근데 그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더 지나 날짜는 어느 새 내일모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었다.
물론 아저씨의 미친근무는 연말이 되어서도 끝이 보이질 않은 상태였고. 그러고보니 곧 두 시간 뒤면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섭섭한 마음을 감추고 그렇게 평소처럼 아저씨와 자기 전 마지막 통화를 하는데 오늘따라 아저씨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른 진지함이 느껴졌다.
"칠봉아."
"네?"
"나 오늘은 꼭 갈테니까 자지말고 기다리고 있어."
"괜찮아요. 아저씨 엄청 피곤하잖아요."
"곧 일 끝나. 필요한 거 있음 말해. 사갈게."
"어.. 저 귤 먹고 싶어요."
"알았어. 귤 먹고 싶으면 꼭 기다려야해. 할 말도 있으니까."
"할 말?"
"응. 오늘은 꼭 해야해."
01-3
아저씨가 곧 우리집에 온다는 생각에 대충 널려있던 속옷들을 정리하고 설거지도 말끔이 끝내었다. 거실을 한번 청소기로 밀고 소파에 앉으니 마침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두어번 심호흡을 한 뒤에 현관문으로 달려나가 문을 여니 아저씨가 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나를 와락 껴안았다.
차가운 바깥 날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저씨는 빈틈없이 나를 꽉 안아주었다.
그렇게 아저씨의 품에 안겨 가만가만 아저씨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뛰어온건지 머리칼은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고 숨소리는 거칠었다.
아저씨에게 안겨 긴장이 풀려갈 때즈음 아저씨의 낮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어왔다.
"보고 싶었어."
"...."
"칠봉 니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저도요."
"맨날 오지 말라고 하니까"
"...."
"혹시 내가 부담스러운 건가 싶어서 퇴근 후에도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
"꾹 참고 집에 가서 메세지하고 잠깐 자고 일어나서 다시 출근하고."
"...."
"오지 말라는 말에 삐져서 전화 안하고 있다가"
"...."
"결국 내가 못참아서 먼저 전화하면"
"...."
"날 불러주는 니 목소리에 금방 풀려버려."
"...."
"분명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고 덩치도 훨씬 큰데"
"...."
"난 너 절대 못이겨."
"....."
"칠봉아"
"네.."
"부탁 하나 하자."
"...."
"칠봉아."
"네."
"같이 살자."
"네?"
"나랑 살자. 니가 해주는 아침밥 먹고 싶어."
"...아저씨 나랑 살면 후회할지도 몰라요."
"왜?"
"나 아침에 일어나면 엄청 못생겼어요. 아저씨 깜짝 놀랄정도로."
"...."
"또 편식도 심해서 반찬도 골고루 못해줘요. 나 햄 이런 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
"가끔씩 귀찮아서 잘 안 씻을 때도 있는데"
"응"
"그래도 나랑 같이 살고 싶어요?"
"그게 뭐라고."
"네?"
"어차피 나만 볼건데."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초록글이 두번이나 올랐더라구요! 엉엉ㅠㅠㅠ 진짜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는 무슨! 앞으로 글을 쭉쭉 쓰는게 바로 답이겠죠?
아무튼 독자님들 부족한 글 읽고 행복해하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작가 몸둘바를 모르겠답니다ㅠㅠ
많은 독자님들께서 원우가 적극적인 남성이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바로 그 이유는 전 캐릭터를 잡을 때 제목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제목에 '나밖에 모르는'이라는 말이 있으니 정말 여주밖에 모르는 정직하고 적극적이니 바보를 만들 생각이랍니다! 호호
앞으로 적극적인 원우를 보고 싶으시다면 저랑 같이 쭉쭉 달려갑니다! 암호닉은 그대로 받을게요.
빠진 분 계시다면 꼭 알려주세요ㅠㅠ 작가가 눈이 안좋아서 놓쳐버렸을 수도 있거든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THE암호닉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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