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세훈] 남자인 사람 친구 05 (부제: 우리 연인 사이 아니에요.)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속이 아팠다. 그렇게 화장실을 몇번이나 들락날락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속에 있던 모든것을 개워내도 답답함이 풀리지 않았다. 변기통 앞에 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손 하나 까딱할 힘 조차 남아있질 않았다. 집엔 아무도 없었다. 부부 동반 제주도 여행을 가신다며, 신나게 공항으로 떠난 부모님이 오늘따라 미워진다. 화장실 부터 내 방까지 엉금엉금 기어가는데만 30분 정도 소요 됐던것 같다. 정확히 재본건 아니지만.
" 세..세훈아..."
" 뭐야? 너 목소리 왜그래? "
" 나..아픈것 같..애...히잉 "
내 몸을 지금 당장 케어 해줄 사람 이 녀석 밖에 없기도 했고, 딱히 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람도 오세훈 뿐이기도 했다. 세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진즉에 접어뒀다. 녀석이 사준 떡볶이며, 어묵 그리고 순대까지 먹다 체했다고 하면, 자신을 탓하며 힘들어 할테니까. 그치만, 이러다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녀석에게 전화를 하고 말았다.
" 나 체했나봐.."
" 하아, 내가 너 그럴줄 알았다. 지금 당장 갈게. 눕지말고 앉아있어! 응? "
" 응..빨리와. 세훈아.."
녀석의 말대로 침대를 등지고 앉아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어서는 제대로 떠지질 않았다. 몇번이고 올라오려는 위액을 삼켜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왜 속을 다 비웠는데도 덥수룩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띠리릭' 비밀번호 잠금이 해제 되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녀석이 왔나보다.
녀석은 우리집 비밀번호를 알고있다. 내가 알려준건 결코 아니고, 엄마가 알려준거다. 난 세훈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걸 싫어했다. 그래서 녀석은 되도록이면 초인종을 누르고 내가 열어주기 만을 기다렸다. 내가 늦잠을 자더라도 말이다. 이번엔 어지간히도 급했던지 스스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녀석이 달려들어왔다. 내 이름을 부르면서.
" 괜찮아? 병원가자! 택시 불러뒀어. "
" 나..못일어나겠어.. "
" 업혀. "
녀석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니 조금 많이 떨리고 있다. 애써 침착 해보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나보다. 평소보다 목소리가 한층 더 다운됐다. "미안해.." 녀석이 날 업으면서 낮게 말했다. "내가 더 미안해.. " 녀석에게 업히며 내가 말했다. 울음섞인 내 목소리가 녀석에게 잘 들렸는지 모르겠다.
" 응급실로 가주세요. "
" 아이구야. 아가씨 많이 아픈가보네. 땀 좀 보소."
" 아저씨, 빨리 천천히 좀 가주세요. "
그게 무슨말이야. 빨리 천천히가 어떻게 가는건데. 녀석의 어깨에 기대었다. 혼자 있을때 보다 훨씬 마음이 편안 해지는게 속도 편안해 지는것 같았..."우웩" 이런..아니었나봐. 순발력하난 뛰어난 녀석이 손으로 받아낸다.그러더니 자기가 입고 있던 남방을 벗어 내 입을 닦더니 받쳐주며, "괜찮아...괜찮아.." 라며 내 등을 토닥토닥 해준다.
*
그렇게 난 정신을 잃었던것같다. 택시에서 내리기 전. 까지만해도 얕은 정신줄을 잡고 있었는데..눈을 떴을땐 난 입원실에 누워 있었고, 옷은 병원복으로 이미 갈아입혀져 있었다. 손등엔 보기만해도 아찔한 바늘이 꽂혀있었다. "세훈아..." 내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녀석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날 두고 갈 애가 아닌데...몸도 괜찮겠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 왜! 어디가? "
" 어디 갔다와! 찾았잖아."
" 입원 수속 밟고왔지. 몸은? "
" 말짱해졌어!!흐흐 "
" 웃음이 나와? 사람 반 미치게해놓고? "
왜지? 왜 저 말을 듣자 마자 얼굴에 화기가 돋는거지? 미쳤나봐. 심장이 이상하게 뛰어. 나 제대로 아픈가봐. "...나...나 누울래! " 허겁지겁 이불을 찾아 목까지 덮고 누웠다. 내가 좀 이상했는지 녀석이 내게로 걸어와 이마에 손을 짚는다. "멀쩡하다며!" 응..멀쩡은 한데 다른데가 이상한것같아. 근데 너한테 사실대로 말못해.
" 엄마는? "
" 연락드렸는데, 지금 당장 오신다는거 말렸어. 모레 퇴원하면 된다는데 내가 있는데 궂이 오실 필요 없을것 같애서."
" 잘했어. 근데 있지...택시에서 내가... "
" 너 이제부터 순대고 뭐고 없을줄알아! 내가 체하니까 천천히 먹으랬어 안그랬어? "
"그랬지.." 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녀석이 으그-하며 이마에 땅콩을 한대 놓는다. 장난치고는 쎈데? 택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 하려했다. 나한테 있어서 말하기는 참 창피한 부분이기는 사지만 제대로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지만, 녀석은 날 배려하며 화제를 돌렸다. 난 녀석의 무심한듯 섬세한게 좋다.
" 학교엔 얘기해뒀어. 너 입원했다고. "
" 응! 넌 학교 가야지! "
" 됐어. 아픈 널 두고 어디가. 어머니께 너 돌본다고 말씀도 드렸고.."
" 그래도... "
" 됐고, 빨리 자! "
녀석은 학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가 검지로 내 이마를 누르며 날 눕힌다. 왜 오늘따라 행동 하나하나가 날 설레게하는거야. 아파서 그런거겠지? 아님 간호사 언니가 이상한 약을 투여하신게 아닐까? 날 눕히고 이불까지 제대로 덮어주던 녀석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한다.
" 어디가게? "
" 화장실. "
녀석이 밖으로 나갔다. 잠 안오는데...핸드폰이나 만지다 잘까 하다가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멀뚱멀뚱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가 잠에 들었다. 분명 이상한 약을 맞은게 분명해...
*
내가 눈을 떴을 땐 세훈은 내 침대에 엎드리채 잠들어있었다. 일찍 눈을 뜬 내가 병실을 둘러보다가 다시 누웠다. " 세..세훈아.." 내가 녀석의 팔을 흔들어 깨웠다.
" 왜왜! 어디아파? "
" ..나 또 토할것 같아.."
" 괜찮아. 여기다가 토해! "
" 우욱!! "
녀석이 다급하게 내 등을 두들기면서, 한손으로는 간호사 호출기를 누르려고 한다. 아니! 잠깐만 장난인데!!
" 장..장난인데.." 라고 내가 울쌍을 지으며 올려다보자 녀석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의자에 주저 앉는다. 이렇게 놀라할 줄 몰랐지.." 사람 미치게하네. "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날 노려보는 녀석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 될것같아.
" 학생! 다시는 그런 장난 치지마세요! 알겠어요? "
" 네..죄송합..니다. "
왕간호사님께 혼이나고 있는 날 보며 비웃음을 날리는 녀석이 얼마나 얄밉던지. 쌤통이다! 라는 입모양을 내게 날린다. 난 조용히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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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래입니다.
진짜 추석이에요!
많있는거 많이드시고
여러분들은 체하지만세요ㅠ
저희는 세훈이같은 남자가 없으니깐요ㅜ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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