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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인형 전체글ll조회 61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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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후의 심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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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른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넘긴남자가 입에 소음기를 물고 느긋하게 엑셀을 밟았다. 와인색의 마이를 걸치고, 잘빠진 몸에는 까만 목폴라를. 한손으로 바삐 핸들을 돌리고, 한손으론 소음기를 드르륵 탁. 익숙한 제스처로 착착 질서정연하게 끼웠다.



풀메탈로 끼운 리볼버가 묵직하게 손에 감기는 느낌이 나쁘지않다.



[가서 가지고 와야할건 S사 쪽의 서류. 오늘 주최측이랑 거래하기로 했다니까 아예 그 서류가방을 통채로 가지고와]

"왜? 그냥 서류만 가지고오면 되는거아니야?"

[서류를 가지고 간건 알아냈는데, 그 서류가 무슨서류인지는 파악이 안돼]

"이야~ 우리 호석이형 약빨 다됬네~ 이제 물러나야겠어~?"

[닥쳐]



 입술을 호선으로 그리며 창너머를 바라보다 부드럽게 엑셀을 밟아 속력을 높인다.

아마입꼬리가 호선을 그린것은 이 때문일까.



"형, 나 지금 도착했어"



 잘빠진 차가 도착한 곳은 낡은 폐공장. 옷차림과 다소 어울리지 않은 목적지였다. 서류봉투를 품에 지니고는 인이어를 매만졌다.



[이따 저녁뭐먹지]

"와인에 찐하게 숙성된 삼겹살"

[뭐래 벌집 먹을꺼임]



 인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기분이 들뜨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잘빠진 다리를 뻗어 도착한 폐공장의 입구.그 문을 열어 장내에 발을 들였다.

낡은 폐공장의 겉모습과 다르게 파티장, 그러니까 실내는 눈이 찌푸려 질정도로 화려했다. 몇걸음 걷자 경호원으로 보이는 두사람이 조용히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S사 뷔입니다"



 촤르륵 넘어가는 명단속에서 느긋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 여기있습니다. 즐거운 파티 되십시오"

"네에"



 싱긋 웃으며 말하자, 두 남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건조한 공기에 목이 말라오던 참이였다.

마침 근처에 있는 바텐더에 샴페인 한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댔다. 바텐더의 미묘한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여기 뭐 탔어요?"

"아닙니다"

"아니, 뭐 탔냐구요"

[마약]



 누군 몰라서 이러고있나. 분위기깨는 목소리에 태형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바텐더가 표정의 변화를 캐치하곤 우물쭈물 입을 떼려했다.



"죄송해요. 그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빙긋 눈을 접으며 당당하게 건네는 손을 빤히 쳐다봤다. 시선에 민망해진 그녀가 손을 거두고는 인사를 건넸다.

딱 보니 견적나오네. 파티의 목적이 친목이니 서로 얼굴도 익힐겸 늙은회장들의 자녀가 대다수 분포하고있을것이다. 저 사람도 그중 하나일것이고.



"죄송해요. 전 별로"

[풉]




 아아 거슬린다. 이형이 진짜. 여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S사 서류. 그 귀하신 서류를 찾아 나섰다. 잘생긴것도 죄라면 죄다. 밥도 못먹고 왔는데 귀찮은 날파리가 꼬인다.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어야 하는 직업이지만, 태형의 생김새는 가끔 변수를 만들기도 한다. 이 직업에선 꽤나 치명적은 단점이다. 시선처리 하며 자연스럽게 튀어 보이지않게. 이 파티를 즐기는 듯이. 고개를 살짝살짝 들며 빠르게 사람들을 흝었다. 어디있니 아가야.

 

 안쪽부터 흝어오던 시선이 한곳에서 머물렀다. 하얀 백발에 저는 다리. 정보에 따르면 주최측이 분명했다. 슬며시 삐져나오는 미소를 입안으로 꾸욱 삼키고 천천히 빠르지 않게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걸음 두걸음, 점점 그와 가까와지면서 주위에 슬쩍슬쩍 있는 경호원들의 견제어린 시선이 닿는다. 숙련된 사내라 변화없는 듯 보이지만, 태형은 시선에 익숙해지지않은 몸이기에 그 시선을 읽어냈다.


 자연스럽게 S사 대리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S사 대리인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급하게 드릴말씀이 있는데요"

"누구시죠?"



위조된 서류를 슬쩍 보이며 몸을 가까이 붙혔다.



"서류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 급하게이 서류와 바꾸셔야한다고하셔서 급하게 달려왔습니다..!"



 영락없는 신입사원의 표정으로 머쓱한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흝어보던 대리인이 서류를 건내받았다. 서류확인을 해야하지만 여기서 확인하면 주최측의 신뢰를 얻지못할것이다. 계산된 행동에 그 계산을 따르듯이 서류확인조차 못한채, 서류를 넘겨주었다. 미션완료.


 꾸벅 몸을 숙이고 헤헤 웃어보이곤 그대로 몸을 돌려 입구를 향해 발을 뻗었다. 뚜벅 뚜벅, 가벼운 발걸음이 장내를 울렸다. 핑거푸드를 하나 집어 입에 쏘옥 넣고는 맛을 음미하며 걸었다. 오 여기 좀 잘만든다. 이따 호석이 형한테 후식으로 만들어달라해야지. 빠른걸음으로 걸어왔는지 어느새 입구쪽에 다다라 문을 잡아 열었다.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빛에 낮게 욕을 읊조렸다.


 차로 걸어가는 태형의 발걸음이그렇게 세게 걷는 걸음이 아닌데도 먼지가 일어난다. 뭐가 묻는건 딱 질색인 태형이 미간을 찌푸리며 차에 올라탔다. 부드럽게 시트가 몸을 감쌌다. 그때였다. 창문을 똑똑하고 두드리는 손이 보였다. 시선을 창밖으로 던졌다. 아까 그 여자다. 도대체가 저여자는자존심도 없나.몰려오는 피곤함에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면서타라는듯 고개를 까딱였다.


씨익 웃은 여자가 차 앞쪽으로 걸어와 문을 열어 옆자리에 탔다.



"왜 벌써가요?"



 지긋이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붉게 달아오른 여자가 시선을 즐기며 태형을 바라보았다.



"할말없어요?"

"할말이 뭘꺼같아요?"

"뭐 별로 궁금하진 않아요"

"네?"

"전 마지막으로 남길말을 물어봤으니까요"



품속에서 글록을 꺼내 여자를 향해 겨누고 타앙, 조용해진 차안에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흐응"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부드럽게 엑셀을 밟아 보금자리로 향했다. 얼른가야지. 피가 마르면 청소하기 힘들다고 형한테 혼날꺼야.

조수석 글러브 박스에 글록을 던져넣고, 시선은 앞을 향했다.



[누구냐]

"그냥"

[쓸데없이 살생하지좀마]

"난 아무짓도 안했어. 저여자가 귀찮게 달라붙었지"

[이러면 내가 처리해야하는 정보만 늘잖냐]

"그거지 바로 그거 우리 형 심심할까봐"

[널..널..죽여버릴꺼야]

"언제든 환영이야 난"



 어쭙짢은 말장난을 뒤로 한채 운전에 집중했다. 그때, 앞으로 물체가 튀어나왔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채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차 밖으로 나왔다. 안된다 치였으면 안된다 아 제발 아 누군데. 콩콩 뛰는 심장위에 손을 올리고 차앞을 확인했다. 조그마한 몸집의 아이가 쓰러져있다.


엉엉 울고있는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어디 다친데는 없어? 괜찮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응?"

"살려주세요"



 울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아이에 난감한듯 머리를 긁적였다.


 얘야,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이 상황이 조금 그래서..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아이의 손을 떼어냈다.



"제발, 이대로 가시면 저 죽을지도 몰라요"



코 언저리를 긁적이며 난감한듯 아이를 바라보았다. 차에 너를 태울수가 없는데..



"저 밥도잘해요 빨래 제가 다할께요 아니, 살림 다 제가 할께요 시켜만주세요"



처절하게 매달리는 아이의 손을 뿌리칠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한 태형이 조심스레 꺼낸 목소리로 물었다.



"아가, 형 무서운사람이다?"

"괜찮아요"

"형한테 오면 어디 도망못간다?"



 개구지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말 그대로 제 옆에 한번오면 죽어서 실려나가지 않는 이상 어디 못갈것이다. 제 얼굴을 본 아이니까.



"괜찮아요 살려만주세요"



 작은 두손을 싹싹 빌며 부탁하는 아이의 모습에 마지못한채, 아이를 들어안았다. 떨리는 손으로 목을 감는 아이의 모습에 싱긋 웃어주고는 뒷자석 차문을 열었다.

머리부딪히지 않게 조심히 뒷자석에 내려놓곤 머뭇거리다 입을 떼었다.



"아가, 눈 꼭 감고있어 형이 뜨라고 할때까지 눈 뜨면 안돼"



 아이가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까지 사람을 대하는데 서스럼이 없었지만, 조그마한 생명을 떠안게 되자 가슴속에 묵직한 책임감이란게 생긴듯했다.



"꼭 감고있어 형이 금방 눈뜨라 할께"



 뒷자석 문을 닿고 빠르게 차에 올라타 엑셀을 밟았다. 속력을 높인 차가 위협적이게 보였다.  그 안속에는 색색이며 눈을 감고 있는 생명과 꺼진 생명, 그 생명의 위에 존재하는 생명이 공존했다. 아마 속력을 높인 차보다 그 속의 생명들이 더 위협적이게 보이는것은 착각일까. 어둑어둑 한 하늘의 달빛이 그들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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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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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럽게 질주한 차 한대가 복잡한 거리를 빙빙 돌아 도착한곳은 허름한 대문의 집이였다. 언뜻보기에 흔히 달동네라고 하는 곳과 별반 다를곳이 없었다. 그곳과 어울리지않는 비싼차. 언발란스한 조합이였다. 정작 그 주인은 이상함을 느끼지않고는 벌컥 앞문을 열어 한걸음, 두걸음. 뒷좌석 문을 열어 아이를 안아들었다. 착하기도 하지 두눈을 꼭 감은채 입을 앙다물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꽤나 귀여워 보였다. 읏차, 똑바로 안아들고는 입을 떼었다.



"이제 눈떠"

".."

"이름이 뭐야?"

"지민, 박지민이요"

"형은 뷔야"

"뷔..?"

"그냥 형이라고 불러"



 아이를 본지 몇십분만에 드디어 통성명을 했다. 생김새와 퍽이나 어울리는 이름이 입안에 맴돌았다. 지민.. 지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였지만 발음하는 혀굴림이 익숙했다. 끼익, 문이 열리고 마당에 들어섰다. 폭이 한걸음은 될까 좁디 좁은 마당을 가로질러 신발을 벗지않은채로 집안으로 들어섰다. 고개를 살짝 숙여 문지방을 넘고, 좁은 방안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문을 열었다. 까만 장롱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장롱을 열어 어딘가를 매만지니 이윽고 문이열렸다.


 이어 어두운 통로가 나왔고, 그 통로를 따라 뚜벅뚜벅 몇분남짓하게 걸어갔다. 모퉁이 하나를 돌고 벽면 어딘가를 꾸욱 누르니 벽이 밀려났다. 앤티크, 그러니까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서재가 나오자 그제야아이를 내려놓고 읏차차, 허리를 피고 기지개를 폈다. 로퍼를 벗어 손에 들고는 지민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이제서야 보는 아이의 발은 피딱지가 엉겨붙은 상처투성이 발이였다.


짐짓 인상을 쓰고는 말을 걸었다.



"걸을 수 있겠어?"



 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형의 옷깃을 꼬옥 쥐었다.내려다본 지민의 손은생채기가 좀 많이 나있었다. 이 작은아이가 무슨 일을 겪고 왔을까, 의아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다 시선은 거두고 지민의 어깨를감싸안아 걸어나갔다. 평소 태형이가 이 카펫이 주문제작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 받은 핸드 터프팅 카펫이여서 매우, 매우 소중히 여기는데 왠일인지, 카펫이더러워짐을 신경쓰지않았다.태형은 평소 걷던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자 지민이 그 걸음에 맞추려 보폭을 크게크게 걸었다.


 뭔가 불편한듯 걷는 모습에 가만히 지민을 보던 태형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빠르면 말을 하지~"



 능글맞게 웃은 태형이 보폭을 줄여 걸었다. 화르륵 얼굴이 붉어진 지민이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것도 잠시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를 신기한듯 바라보며 살짝 입을 벌렸다.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가며 지민이 물었다.



"형은 어떤..사람이에요?"



 순수하게 던져진 질문에 말문이 턱 막힌듯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어떤사람이라, 어떤사람일까.깨끗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지민의 눈을 큰손으로 살짝 덮으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게, 어떤 사람일까"



 그게 뭐냐며 웅얼거리는 말을 못들은척, 싱긋 웃어주고는 머리에 팔을 얹어놓며 말했다.



"몇살이야? 아직 나이도 모르네"

"95년생이요"

"어?"

"왜요?"

"나랑 동갑이야"



 조그매가지고 여린 피부에 작은 손에 오밀조밀 말하는 입과 눈시울이 붉어져 우는 모습을 보며 미자겠거니 어림잡아 생각했는데 세상에 저와 동갑이라니. 신기한듯 오오, 하며 머리를 쓰담쓰담하자, 가만히 생각하고있던 지민이 머리를 홱 숙여 피하면서 말했다.



"아그럼 말 깐다?"



 당돌하게 저를 쳐다보며 말하는 모습에 허허 웃은 태형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러라 말하였다. 그리곤 적막. 이름도 알고 나이도 아는데 왜 더 멀어진것만 같은지. 자연스레 어깨동무를 하고 다올라온 계단에 다왔다!! 쓸데없이 외쳤다. 살풋 웃는 지민에 같이 배시시 웃어주고는 지민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이어 나오는 부엌을 가르키며,



"여기는 부엌이야. 냉장고는 늘 가득가득 차있으니까 언제든지 꺼내먹어!"



 그리곤 도도도 달려가 방을 벌컥, 열어제꼈다. 그속에서 컴퓨터를만지고있던 호석이 깜짝 놀라면서 문을 열어제낀 태형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형, 인사해 여기는 박지민이야"


 지민이 고개를 꾸벅 숙여 예의를 갖췄다. 호석이 당황한듯 입모양으로 어떻게 된일이냐 물었지만 못본척, 빙그레 웃었다.



"아 예.. 뭐.. 안녕하세요"



 얼떨떨하게 인사하자, 이만 됐다는 듯 문을 닫았다. 동그래진 눈으로 바라보자, 별로 중요한 사람은 아니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리곤 그옆의 방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쪽이 내 방이야 너는 맞은편이 빈 방이니까 거기쓰면돼"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 눈을 휘어 접으며 말을 이어나가자 지민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더 궁금한거 없냐 묻자, 별로. 짤막한 대답으로 받아쳤다. 머리를 긁적인 태형이 다음 할말을 찾기위해 도륵도륵 눈을 굴렸다.



"아! 화장실! 화장실은 밖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아니지, 계단올라올때 부엌 전에 문 있었잖아 거기가 화장실이야!"



 손으로 제스쳐를 취하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빨리 나가달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지민에 두손 두발 들었다는듯이, 이만 나가려했다. 이만 나가겠다고 입을 떼려했는데, 태형이 시선이 지민의 얼굴을 타고 내려와 지민의 발을 향했다. 피딱지가 엉겨붙은 모습이 꽤나 거슬렸다. 시선이 발을 향한걸 안 지민이 서둘러 입을 떼어 쉬고싶다 말을했다.


 그말이 들리지 않는지 찌푸린 미간은 펴질 생각을 안했고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호석이형의 방문을 열어 약상자 어딨냐고 물었다. 내가 다친것도 아닌데, 속에서 무엇인가 울컥하는 기분이 낯설었다. 약상자를 건네받아 지민의 방문을 열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지민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책상에 약상자를 두며 말하였다.



"씻고, 약바르고, 옷은 씻고 있으면 내가 문앞에 둘께. 나랑 옷사러 나가자"



 빠르게 말을 한 태형이 대답도 채 하기전에 방을 빠져나왔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로 엎어졌다. 노곤한 몸에 나사가 빠진듯한 정신. 마음에 안드는 조합이다. 씻지도 않은 채 태형은 눈을 감고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민은 그렇게 태형이 나가자 포옥 한숨을 내쉬고 침대에 기대 바닥에 웅크려 앉았다. 고개를 무릎위에 올리고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몸 안에서는 괴로움, 치욕감, 쪽팔림, 한심함. 감정들이 뒤섞였지만,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저를 이렇게 거둬준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근데.. 차라리 한참 나이많은 사람이면 좋았을껄. 쪽팔리게 동갑이 뭔가. 심지어 저와 다르게 매우 부유한. 딱봐도 입고있는 정장이 한두푼 하는건 아닌것같더만.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숙여 손을 만지작 거렸다.


 곧 지민은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고는 잡생각을 떨쳐냈다. 그래, 처음부터 자존심 버린거 끝까지 버리자. 할말많은 얼굴을 지워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태연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물을 틀자 따뜻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몸을 타고 흐르자, 그게 신호라도 된듯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 것이 아닌양 어색하게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차마 닦을새도 없이 천천히 무너져 주저앉았다.


 점박이 개처럼 퍼런 멍이 퍼져 있는 몸. 샤워 부스에 비치는 제 몸이 꼴보기 싫었다. 차라리 자신이 개였으면 이또한 당연하게 가려졌을까. 아니, 처음부터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울음소리를 삼키며 입을 벙긋벙긋거리는 모습이 마치, 피할곳이 없어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젖은 고양이 같았다. 몸에 닿는 물줄기가 마음속에 고여있던 빗물이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인지, 비를 피할수있는 거처를 찾아 안도하는 마음인지 구별할 수없었다.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그 곳애 있던 흔적을 지우듯이 벅벅 붉게 흔적이 남을정도로 강하게 지워냈다. 다시 태어난듯이. 처음부터 그들을 모르는 듯이.


 속을 게워낸듯 개운한 마음으로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문앞에 티셔츠와 트레이닝복이 놓여져있었다. 머리를 닦던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옷을 집어들었다. 툭, 떨어지는 속옷에 웃음이 터졌다. 옷 사이에 숨겨놨었나보다. 고민하다가 옷사이에 숨겨놨을 모습을 떠올리니 살풋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사박, 사-박, 이제서야 구경하는 방은 꽤나 잘 꾸며져있다. 아이보리색 벽지에 흰 이불, 흰 침대. 빛이 비치는 흰 커텐. 죄다 흰색계열이다. 뭐, 알록달록 하지 않아서 좋긴 하다만. 딱 주인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윽 방을 돌아보는데 책상위에 걸려있는 큰 그림이 시선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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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방인형입니다.

늘 독자의 입장으로 글을 읽었는데 작가의 입장이 되니 다 지울까.. 싶기도 하고 심란하네요 하하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오늘 하루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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