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몰랐어? 이거 플디섹션이 아니라 이번에 새로 시도하는 아이템이야."
"그러니까.. 이게 밀착 인터뷰가.. 그러니까.."
"진짜 밀착이지."
아멘.
오징어를 질겅이며 말하는 승철을 보고 나다는 조용히 손을 모았다.
"3개월동안 제가 그 집으로 연락하고 매일 출근하는거라구요."
"응. 여자라서 좀 그런가?"
"아니요. 좋아요. 완전 좋아요."
"..너 지금 되게 눈이 불순한데. 안되겠어. 야 김민,"
급하게 승철의 입을 막았다.
그에 자신의 이름이 반쯤 불려진 민규가 승철쪽으로 몸을 돌렸다.
"왜요 부편집장님."
"으븝븝!!!!"
"너 내가 전에 찍은 고아라 사진 가지고 싶댔지."
"어. 내놔. 아니 주세요."
"그럼 지금 부편 말 듣지 말고 꺼져."
"네."
영국 병정 인형처럼 칼각으로 민규는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향했다.
승철은 그제서야 나다의 손을 밀어내고 숨을 헉헉 들이쉬고 있었다.
아, 오징어 냄새. 입에서 존나 똥냄새나.
"이 미친 가시나, 상사 죽일라카나!!!"
"그렇게 쉽게 죽으면 진작, 아니 아무튼 제가 할게요. 민규도 싫다잖아요."
"어이구야... 내가 이런 또라이를 직원으로 두고 있었네..."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승철을 보고 찡긋 윙크를 하고 나왔다.
솔직히 이런 귀여운 부하직원이 어디있답니까.
자리에 앉아서 계획 정리를 하고 있자니 핸드폰이 우웅 진동소리를 내며 울렸다.
[기자님 오늘 언제온다고?]
전화부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입니다.
기쁘게 추가 버튼을 누르고 자판을 두들겼다.
[지금 갈게요!!!]
[세븐틴/호시] 10살 연상 네가지 연예인이랑 연애하는 방법 ⓑ
"빠르네."
벅차는 숨을 고르며 초인종을 누르니 바로 문이 열렸다.
어제와 비슷한 진한 갈색 오대오 머리에 옷은 정반대로 두툼한 맨투맨을 입고있다.
바지는..
"바지 입었어도 그렇게 뚫어져라 보면 민망한데. 나다씨 진짜 변태아니야?"
"흠,흠. 아니에요."
쫙 빠진 블랙 진이 눈에 들어오면서 역시 연예인은 연예인이구나 싶었다.
오늘은 이마도 아프지 않고 무사히 들어온 집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넓다, 존나. 심하게.
"어제도 보고서 왜 그렇게 멍해있어?"
"...이런 집은 얼마에요?"
"글쎄. 사고 난 이후론 생각을 안해봐서. 전망 좋지?"
부동산 사장님 마냥 집 자랑을 좍 읊는 순영을 보며 나다는 조용히 고개를 주억였다.
일단 저 사람은 이 집에 너무 잘 어울려.
"듣고있어? 여기를 이렇게 하면 전등이 딱 켜지는데."
"네 네."
"흠... 나중에 천천히 해보는게 더 좋겠네. 그래서 오늘은 뭘 한다고?"
아 맞다.
나다는 서둘러 승철이 보내준 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순영에게 핸드폰을 들이댔다.
"오직 플레.. 디스에서만.. 볼 수 있는.... 그 연예인...의.. 라이프?"
"이런 컨셉이래요."
"컨셉은 괜찮은데 이름이 너무 구려. 홈쇼핑도 아니고 오직 플레디스는 왜 붙인거야?"
"설마 진짜 이렇게 내겠어요."
"응."
저 인간이 진짜. 플레디스 은근 잘 나가는 잡지산데..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팔짱을 끼는 순영을 보고 그냥 잘생겼으니 됐다 싶은 나다였다.
"그래서, 정확히 뭘 하는거야?"
"음.. 그러니까... 저랑 순영씨랑 한달간 데이트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래?"
솔직히 여자 기자한테 데이트라는 말 들으면 보통 남자 연예인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나올텐데.
약간의 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맞받아치는 순영에 되려 당황한건 나였다.
"그런데 기자님이 너무 사심이 넘쳐서 걱정이 좀 되네...."
"저도 일할 땐 해요. 제가 앤 줄 아세요?"
"애던데? 25살이 애기지 뭐야."
저기 애랑 애기는 유아층과 소년층이라고 엄연히 차이가 있는데 왜 세마디만에 제가 애기로 되는거죠?
하지만 하루밖에 겪어보지 않았는데도 어렴풋이 짐작이 되는 순영의 싸가지 없는 고집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제 나이는 어떻게 아셨어요?"
"어.... 배고프다. 그거 슬슬 시작해야지. 그리고 자꾸 짹짹거리지마. 미운정도 자꾸 들면 정이랬어."
"네.. 그래야죠."
나다는 갑자기 깔린 착잡한 분위기에 조용히 카메라를 들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있던 미묘하고 멜랑꼴리한 분위기는 카메라가 보이자 다시 어제 무차별 촬영을 했을 때의 절제된 분위기로 바뀐다.
"지금은 영상이에요. 일단 몇 가지 질문 할게요."
"네."
바로 튀어나오는 순영의 존댓말에 괜히 볼이 간지러워 슥슥 긁었다.
"저희 회사에서 처음 시도하는 아이템에 참여를 해주셨는데 소감은 어떠세요?"
"음... 아무래도 영광이죠. 플레디스, 솔직히 배우 팬분들은 바로 아실만한 유명한 곳인데. 그곳에서 아직 비공개된 아이템에 제가 첫 타자를 하게 되다니. 꼭 저한테는 별순별분들이 좋아하실만한 아이템이라 선물 준비하는 기분이네요."
서슴없이 말하는 순영을 보고 긴장이 되었다.
진짜 권순영이라는 연예인이 내 앞에 있다.
"또 한달동안 같이 가실 기자분도 미인이시고, 이 나이에 호강이네요."
"무, 슨.. 저야말로 탑스타 순영씨랑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카메라 앞에 섰던 연륜이 자그맣게 느껴졌다.
3살 때부터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하면서 지금 32년이 지난 35살에 10년이라는 나이차가 확실히 느껴졌다.
방금까지는 동네 철없는 백수 오빠 같았으면 지금은 의젓한 사회인?
"끝났어요."
삑-
"오케이. 이야 이거 굉장히 판에 박힌 질문이네. 이거 새 아이템이라며, 안 망하겠어?"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이 끝나고 카메라를 내리니 순영은 기지개를 피면서 놀려댔다.
카메라가 꺼지니 그제서야 전지적 덕후 시점에서만 보이는 아까와는 다른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다.
힘이 풀렸네.
카메라 앞에서 웃었던 것과는 다른 유순한 미소가 보였다.
"이거 플랜카드 들고 여기 한번 서주세요. 이게 아마 고정 의례일거에요."
"순영이 집? 하학, 이게 뭐야. 구려."
작게 튀어나온 구려라는 말에 역시 헛웃음을 지으며 그건 진짜 구리긴 하네요 하고 말했다.
하지만 저런 허접한 플랜카드를 들고도 능숙하게 포즈를 잡는 모습을 보니
"반했어?"
"...몰라요."
솔직히 오늘 줄여서 5번 정도 반한 것 같다.
맨투맨과 티만 입고도 나타나는 포스,집구경 시켜주는 모습,카메라 앞에선 숙련된 모습, 처음으로 안 카메라 온/오프의 웃음의 갭, 자체제작 허접한 플랜카드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권순영 효과.
뭐 대충 이정도.
"반했네, 반했어. 내가 인기가 많은 줄은 알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까지 반하면 곤란한데."
"전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어른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어른은 무슨, 내 눈엔 애야 애."
25살에 애라고 듣는데 이렇게 설레게 만들다니.
회원님들 제가 말씀 드렸었나요. 권순영 덕질 10년차라고.
그래요. 저는 아무래도 성공한 덕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완전히는 아닌 것 같아요.
"나다 씨."
"네."
"이제보니까 그거 닮았다."
"뭐요?"
한번 건치를 상큼하게 보이며 깔깔 웃은 다음에 순영은 박수를 짝 치면서 말했다.
"못난이 인형!!"
차라리 모르고 지낸 10년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성격이 개차반에 또라이거든요.
나다는 진지하게 이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이내 취소를 눌렀다.
내 연예인 내가 지켜야지.
"아니 근데 원래 막 본지 하루 된 사람한테 이런 장난을 쳐요?"
"아니? 사람마다 다르지. 더군다나 나다씨는..."
괜시리 침을 꿀꺽 삼켰다.
"재밌잖아. 처음 봤을 때부터 몸개그 보여줘서 개그맨인가 했는데."
"..."
"기자라고 해서 솔직히 내적 놀람."
밥을 푸다말고 양 손바닥을 얼굴 옆으로 들면서 깜짝 놀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순영을 보고 쓰디 쓴 웃음을 지었다.
첫인상을 하루만에 들은 것도 웃기지만... 첫인상이 저랬다는게 슬프다.
"저도 딱히 댁이 좋은 인상은 아니었거든요!!"
"누가 물어봤어? 나다씨 아니어도 나 좋아할 사람은 많아. 앗뜨뜨"
비엔나 소세지를 굽다말고 한 입 먹는 순영을 독기를 품고 째려봤다.
입만 안 열었으면..!!
부들거리는 주먹을 쥐고있던 나다의 앞에 노릇하게 구워진 비엔나가 훅 치고 들어왔다.
"나다 아."
"아. 아 뜨거!!"
"잘 받아먹네. 못난이 인형은 개는 안 나오나."
"아씨..."
방금 이름도 무슨 해피 아! 하듯이 말했어.
나 사실 권순영이랑 티비 동물농장 찍고 있는거 아닐까.
쓸데없이 평소에 못 사먹는 고급 비엔나가 맛있어서 꾹꾹 씹고있으니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순영이 비엔나를 그릇에 담았다.
기자님도 키우는 재미가 있네.
"네? 뭐라구요?"
"아니, 하나 더 먹을래?"
"밥도..."
"그래. 좀만 기다려."
무슨 한 5년은 알고지낸 사이같네...
자리에 앉자마자 다시 나다의 밥을 가지러 가는 순영을 보고 나다는 허 탄식을 뱉었다.
연예인인가... 복학생인가...
"자 여기."
"잘.. 먹겠습니다."
"기다려."
"에."
조심히 젓가락을 들고 밥그릇을 잡는데 들려오는 딱딱한 목소리에 바로 정신을 차리고 차렷 자세를 취했다.
순영은 그걸 지켜보더니 소세지를 하나 올려주고 나서 싱긋 웃었다.
"먹어."
"네."
"...푸흡... 진짴..."
기자님이 이렇게 얼빵해도 돼?
소리없는 순영의 외침만 입 안을 맴돌았다.
빨리 왔죠?♥
연재는 될 때 많이 해야해요...ㅎㅎㅎㅎ 저란 연재력 고자한테는..
아무튼 제가 잘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전 일단 제 덕심을 흡족하게 풀고있으니.. 만족하겠습니다.
♥암호닉♥ 숭늉, 너야, 당근, 봄봄, 아이닌, 기차, 최봉구
암호닉 신청은 댓글 맨 앞에 [암호닉]으로 해주세요!!
중간에 있으면 찾기가 힘들어요...ㅠㅠㅠㅠㅠ
그럼 20000
저 세븐틴 엽사 좋아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