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모임에는 덕후전설이 있어 02
-나는 이 시대의 거침없는 여성-
2교시가 끝났다.
자습시간을 주는 덕에 실컷 자고 일어난 김세봉이었다.
물론 같은 반 최승철(19세/세봉등신)은 자는 김세봉 보느라 공부도 못했다.
김세봉은 진짜 미동도 없이 자는 애로,
팔 겹쳐놓고 얼굴 묻고 자는 애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데, 그런 애 뒷통수 봐서 뭐하려고..?
뭐.. 본인은 만족 했다고 하니 걍 그렇다 치고,
쌩쌩한 세봉은 오랜만에 아주 신나게 친구랑 열띤 토론중이다.
그 토론 주제로 말할 것 같으면, 남자들의 복근 유무였다.
.....여고인줄;;
"야 남자들의 복근은 반드시 있어야 해. 사람이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있어야지,"
"난 별로. 걍 배든 복근있는 배든 배잖아."
지조 있으신 그냥 배도 상관없는 김세봉 덕분에 승철이의 노트 한켠이 더러워져 가고 있다.
걍.. 배든... 복근..있느..ㄴ.. 배든.. 상관..ㄴㄴ..
지극 정성으로 쓸데없는 짓 한다 진짜;;
"야 이왕이면 있는게 낫지!!"
"...그른가."
지우개를 꺼내들고 썼던 것을 지우던 승철이는 곧 깜짝 놀라 멈칫했다.
"아, 생각해보니.. 내가 남자애들 배에 복근이 있든 왕사마귀가 있든 뭔상관이야!!!"
"...걍 있으면 좋다고!!!! 야 반장아!! 넌 복근있냐?!!!"
?????????????
철리둥절
복근이랑 왕사마귀 운운하더니 갑자기 내 배의 안부는 왜..?
개 당황한 승철이는 곧 지 배를 무의식 적으로 만져봤다.
그걸 또 왜 만져보니..(현실한숨
"야 반장 배에 복근이 있든 말든 뭔 상관이냐고!!!"
"엄마야..!!"
듣도보도 못한 김세봉 샤우팅에 막 들어오던 세븐틴들 겁나 놀라선 나갔다가 다시 빼꼼 들어왔다.
승철이는 울상인 채로 자신의 배를 누르고 있었지만 우리의 세븐틴들 관심없음★
오로지 관심은 지금 현실 빡친 김세봉 뿐.
ㄹㅇ별것도 아닌 걸로 빡쳐서는 주변에 있던 거 던지려는 세봉을 말리는 것은 놀랍게도 짝꿍이었다.
다만 그가 남자라는 거.ㅎ
"야야, 참아 봐, 좀."
여기서 세븐틴들이 핵빡쳤다.
왜게? 야야, 참아 봐, 좀. 단 6글자로 세봉이 진짜 멈췄기 때문이다.
팔목 걷어 부치며 세봉이에게 말을 건 남자에게 달려들려는 바르다 욱선생 권순영을 말린 성격파탄자 이지훈이 팔목을 걷어 부쳤다.
아주 돌아가며 난리구나..ㅎ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세봉이에게 다시 기름을 붓는 죽고 못사는 친구1.
"잘 들어봐 세봉아. 남자는 잔근육이라니까?"
"친구야, 잘 들어봐. 남자는 배려라니까? 마음이 따뜻하면 된다고."
세븐틴들에게 또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우리 세봉이는 마음도 착하네?ㅎㅎ 아주 안 예쁜 곳이 없어.ㅎㅎ
이런 와중에 승철이는 계속 지 배를 만지며 울상이었다.
누가 승철이에게 관심 좀;; 얘들아.. 너네 모임 리더가 지금 마상을 입었거든..?
"와.. 누나는 화를 내도 박력이.."
"진짜.. 조녜보스.."
"어디서 저런 생명체가 태어난 걸까..?"
그래 뭘 바라겠니..
옆에서 애 하나가 죽어나가도 너넨 세봉이만 보겠지..ㅎ
아무튼 타칭 조녜보스 세봉은 소리치니까 배고프다고 방금까지 언성 높이던 친구랑 매점가러 나갔다.
쭐래쭐래 또 쫒아가는 세븐틴들..
매점을 가려고 계단 내려가는 모습조차 졸귀에 존예라며 찬양을 하더니 발 잘못 디뎌 삐끗한 세봉에 지들이 더 놀란다.
곧 별거 아니라는 듯 걍 내려가는 저 무신경한 여자 대신 세봉이 삐끗했던 계단을 부서져라 밟는 세븐틴들이었다.
"니가 감히 우리 누나에게 삐끗을 선사해?!!"
"뒤져라!!!!"
....아니, 적어도 한명은 말려야 하는 거 아니라니..?
어느새 온 최승철은 뭔지도 모르고 같이 밟고 있다니까?
미쳐도 단단히 미친거지..
아무튼 제일 먼저 정신차린 홍지수가 레츠고!! 하는 덕에 다시 매점으로 향할 수 있었다.
매점에 도착한 그들은 이미 세봉이의 취향을 파악한지 오래였다.
우리 세봉이는 분명 싸디 싼 피크닉과 달디달고 맛있는 고구마피자를 먹을거야.
그리곤 계산을 하러 가기 전 초콜릿 앞에서 고민을 하겠지.
하지만 지 손에 들린 것을 보며 안 살거야.
세븐틴들의 예상은 정말 정확하게 맞았다.
저 여자가 쉬운 건지, 아님 이들이 진짜 핵또라이 스토커들인지;;
(핵또라이)스토커들은 급 끼리끼리 모여 작당모의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뽑힌 전원우가 매점으로 강제입성☆했고 세봉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계산했다.
뭐하려는 지 안 봐도 뻔한데.. 너네 3년간 말도 한 번 못 걸었잖아.. 할 수 있겠어?
"세봉아."
????????
원우야 미쳤니?
왜 거기서 사석에서 부르는 반말을;;
저기서 죽일 듯이 노려보는 세븐틴들에 의해 깨달은 원우가 급히 말을 고쳤다.
"세봉누나?"
세봉아라고 부를 때부터 원우를 보고 있더니 세봉누나라고 부르니 이번엔 몸을 돌렸다.
원우는 아무렇지 않게 초콜릿을 건넸다.
하지만 워누 너는 자유의 모미아냐. 여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개속 세봉이의 더쿠이게찌.
결론은 손 떨면서 줬다고.
알다시피 남에겐 거의 무신경한 김세봉이라서 지금 이게 뭔가 싶은 거였다.
골치 아파진 원우는 덜덜 떨리는 손과는 반대로 표정관리&목소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며 말했다.
"먹으라고요."
"내가 왜..?"
"누나 주려고 샀으니까 걍 먹어요."
존나 박력 넘치게 김세봉 주머니에 초콜릿 꽂아준 전원우는 등을 돌리자 마자 표정부터 무너져내렸다.
잔뜩 울상을 한 채로 정한이에게 다가가지만 가볍게 피한 정한이는 세봉이의 반응을 살폈다.
초콜릿을 주머니에서 꺼내 앞뒤양옆을 확인해보더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활짝 웃더니 친구와 함께 매점을 나섰다.
그 짧은 시간에 매점 주위 지형에 숨은 ★세븐틴★들에게 심심찮은 박수를 건넵니다. 짝짝.
+
이 추운 겨울날 댓글들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암호닉도 많이 생겼어요.
핵좋아♥
반달/원형/스포시/당근/만두짱/너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