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햇살이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햇살은 조각조각 흩어져 빛이 되었다. 누군가의 빛이 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아, 형 왜 안 깨웠어요! 진짜 이러기야?" "네가 너무 곤히 자길래. 깨워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 한 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형은 지금 장난 칠 기분이야? 여튼 최승철 못돼처먹은 건 알아 줘야 돼." "어? 첫날부터 이래도 되는 거야? 나 네 담임이야." "형이야말로 이래도 되는 거야? 진짜, 내가, 어? 어이가 없어서, 어? 학생이 지각하게끔 만드는 선생은, 어? 그쪽밖에 없네요, 알아요?" 그 말을 끝으로 승관은 신경질적으로 문을 박차고 나와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런 승관을 멍하니 바라보던 승철이 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으려는데, '쾅' 꽤나 요란한 굉음인 듯 굉음 아닌 굉음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나 아파요' 라며 광고하는 표정을 지으며 발을 부여 잡고 나오는 승관을 본다. 존나 귀여워... 승관이 들릴 정도로 중얼거린 승철은 넋놓고 바라 보기만 할뿐이었다. "형, 즐이요." 오랜만에 본 미소에 반해 승철에게 돌아온 말은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런 승철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옷과 교복을 안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 간 승관을 보곤 또 넋을 잃은 승철이었다. "세상에 저렇게 귀여운 병신이 어딨지... 아, 내 이상형이 병신인 건가... 몰라, 부승관 존나 귀여워..." 혼자 중얼거리다 문득 승관이 제게 던진 네 글자의 차가운 말이 생각 나 화장실을 향해 웃으며 중지를 날린 후에야 집을 나선다. 물론 승관이 볼 일은 없겠지만. 봐선 안 된다. 괘씸해도 아가는 아가다. 내 아가 내가 지켜야지... 중얼거리며 신발을 느긋하게 신는 승철이었다. - 반갑다. 앞으로 일 년 동안 너희 담임을 맡게 된 최승철이고 긴 말은 생략ㅎ..." '덜컥' 문이 꽤나 거칠게 열리고 그 뒤로 뾰로통한 채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승관이 보였다. 승철은 저에게 단단히 삐쳐있는 것 같은 승관을 보자 당장이라도 달려 가 안아 주고 싶었지만 자신은 현재 아저씨가 아닌 선생이고, 승관은 여전히 학생이었기에 본분을 지켜야 했다. 또한 보는 눈이 어지간히 많았기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 "자, 종 칠 때까지 조용히 하고 있어! 그리고 지각생, 넌 선생님 좀 따라 와." 나름 무뚝뚝한 말투로 분위기를 조성해 보는 승철이었지만 승관은 마다 않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안 가 승철의 발걸음이 멈췄고 승관 또한 걸음을 멈췄다. 팻말을 보니 다름 아닌 상담실이었다. 승관은 장소를 직감하곤 픽 한숨을 쉬며 도망 칠 태세를 취했건만 눈치 빠른 승철은 승관의 손목을 끌어 들인 후 문을 닫았다. 그리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한쪽 눈썹을 치켜 세웠다. "왜요. 저 합법적 지각이거든요?" "합법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네가 다치기를 했어, 병원에 가길 했어. 아 비슷한 건가. 됐고 앉아 부승관." "아, 진짜 귀찮아 죽겠네. 뭐하면 돼요. 반성문이라도 쓸까?" "그런 진부한 거 말고." "아, 그럼 뭐요!" "아저씨가 제일 좋아하는 거." "그게 뭔데요." 승관의 말이 끝나자 승철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볼을 들이밀었다. 승관은 그런 승철을 보며 혀를 찼다. "아, 형 됐어요. 제가 뭐 언제 아저씨한테 뽀뽀해 준 적 있어요? 그리고 여긴 학교인데?" "야, 너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아더띠 아더띠 하면서, 어? 포옹은 기본이요, 시키지도 않은 뽀뽀하고 부끄러워했으면서. 어? 부승관 변했어. 혼날래?"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예요. 난 기억도 안 나는구만. 아 몰라, 이런 거 시킬 거면 그냥 갈ㄹ..." 승관이 말을 끝마치려는 순간에 승관의 등을 당겨 자신에게 가까이하더니 입을 맞춰오는 승철이었다. 당황한 승관은 밀어내보려 악을 썼지만 자신보다 덩치, 힘 뭐하나 지는 부분이 없는 승철을 떼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 |||||||||
|
전체 신설 메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