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개는 재미가 없어 04
2주일 전이였다. 올림픽이 끝나고 지칠대로 지친 선수들은 다들 자기들만의 휴가를 떠났다.
쑨양도 자국을 뒤로한채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겠다며 나에게 공항으로 마중나와달라 부탁했다.
쑨양은 올림픽전에도, 올림픽때도, 지금도. 나와 친해지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은 상대방인 내눈에도 그가 나를 배려하고 있음이 훤히 보였다. 그런 쑨양의 배려심 많은 태도 덕분에 나도, 쑨양도
서로에게 굉장히 친밀감을 느꼈다.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달려와 가볍게 포옹하며 인사해줬다.
나도 작은 키가 아니지만 198cm의 장신 쑨양에게 나는 정말 ' 폭 ' 안겨졌다..
" 태환의 나라, 와보고싶었어! "
' 태환의 나라 ' 라니.. 굉장히 듣기 부끄러웠지만 기뻤다. 그가 나를 생각해주고 있음이 느껴져서.
배려심 많은 중국인 친구 ' 쑨양 ' 은 나와 함께 하려고 매운음식도 잘 먹으려 노력했고, 한국어도 공부했다고 했었다.
국경을 넘어 이런 친구가 생긴 나는 참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 쑨! 잠은 어떻게 할거야? 호텔? "
" 걱정마 태환! "
그는 열쇠를 보여주며, " 여기 오래 머물거같아서 집 구했어. " 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구했다는 그 집은 바로 우리아파트 9층이였다.
쑨양은 나에게 한국 안내를 부탁했다. 나에게 부탁하려고 가이드도 안데려왔다며 어린애처럼 웃어댔다.
일단 짐부터 갖다놓는 게 우선이였기에 쑨양의 집에 들러야했다. 나는 쑨양에게,
" 짐 다풀면 우리집으로 와. " 라고 말했지만, 쑨양은 나에게 자신의 집 열쇠를 쥐어주며
" 아냐! 태환, 가족들이랑 살잖아. 우리집으로 와! "
라고 웃으며 말해줬다. 내 가족들까지도 배려해준 것이다. 그런 쑨양이 고마웠다. 어떻게 보면
서로는 올림픽에서 라이벌인데도 쑨양은 그런 날 친구보다 더 살갑게 대해주는 것 같았다.
그 후 매일같이 나는 " 갔다올게 " 라고 말하고 계단으로 우리집보다 3층 더 높은 쑨양의 집을 찾아갔다.
찾아갔을 땐 거의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어린애처럼 늦잠을 자는 쑨양을 깨우는게 매일 아침 일과가 되었다.
" 쑨, 일어나. 벌써 해가 중천이야! "
내가 그를 흔들어 깨우면 그는,
" 5분만...태환.. 5분만 더 " 라며 게으름을 피웠다.
학교 가는 것도 아니니 평소엔 그가 일어날 때 까지 기다려줬지만 오늘 갈 곳은 놀이공원!
아침일찍가서 저녁늦게까지 놀지 않으면 안된다. 평일에 조차 사람이 넘쳐나니까.
안되겠다 싶어 이불을 뺏어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 빨리 일어나야 더 놀 수 있어. 일어나 쑨! "
쑨양은 그런 내 손목을 잡아 당겼다. 침대로 엎어진 나를 꼭 끌어안으면서 쑨양은
" 조금만 더... 조금만.. " 라고 말하며 나를 꼭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쑨양의 숨결이 계속 머리칼에 닿았고 마치 곰인형한테 안긴 기분이였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더니
침대엔 나혼자 뿐이였다. 어떻게 된건가 싶어 방을 나갔더니 쑨양이 tv를 보고 있었다.
" 쑨..! 왜 안깨운거야? "
그런 나를 보면서 그는 또 어린애처럼 웃어줬다.
" my park,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지 못했어. "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 볼이 살짝 달아올랐다.
" 그래도 깨우지... " 라고 조용히 말했더니 쑨양은 울 것 같은 표정 짓지말라며 오히려 나를 달래줬다.
그렇게 7일동안 경복궁, 아쿠아리움, 박물관 등을 함께 다녔다.
그 때마다 쑨양 자신도 지쳤을 텐데 항상 나를 먼저 집에 데려다주었다. 자상한쑨양*^^* !!
그 날도 쑨양은 우리 집앞에서 나에게 " 내일 봐,태환 " 이라고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그런 쑨양에게 인사해주며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가보니 어디서 이렇게나 많이 사왔는지 복숭아가 두박스나 있었다.
엄마는 썩기전에 다 먹어야하니까 쑨양도 몇개 갖다 달라 말했다.
나는 얼른 복숭아 몇개를 봉지에 담아 쑨양의 집으로 달려갔다.
열쇠로 문을 열고 쑨양의 집을 들어 갔을 땐, 온통 어두웠다.
집에 안가고 다른 델 갔나 싶었다. 그래도 복숭아는 줘야하니 식탁에 올려놓고 가려던 차였다.
방안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지 제대로 들리지 않아 방쪽으로 가까이 가서 소리의 정체를 알았을 땐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 하..으.. "
쑨양의 신음소리였다. 열린 문틈사이로 나도 모르게 방안을 봐버렸다..
커다랗게, 꼿꼿하게 서있는 그의 것이 보였고 그의 손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보였다. 그는 자위중이였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쑨양도 남자니까.. 라는 생각에 자리를 피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가려던 순간 이였다.
" 하아..하..my park.. "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가 나에게 쓰는 애칭.. my park..
순간적으로 온갖 생각이 맴돌았다. 왜 자위중인데 내 이름이 나오지? 그런 이름을 가진 여자가 있을지도 몰라, 아니면 내가 잘못 들었거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 나는 의도치않게 그의 사정하는 모습까지 봐버렸다.
머리가 복잡했다.. 설마 그가 나를 생각하며 자위 한것이라면..
난 어떻게 해야하지?
일단 이 집을 나가야겠다 싶어 얼른 현관문쪽으로 발을 옮겼지만
나는 몇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내 손목을 붙잡아 나를 멈춰 세웠다.
" ..아.. "
뒤돌아 그를 보았을 땐, 그의 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마구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어디가.. "
그
그 일이 지옥같은 일주일의 시작이였다..
***
야한부분이 없어 불마크는 달지 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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