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관계의 정의 00 (부제: 관계의 새 확립)
우린 모두 자그마치 5년 이상을 함께했다. 서로 만난 시기는 달라도, 우리는 다 같은 친구였고. 함께 있었던 그 시간 동안 울고 웃으며, 우리의 유년 시절을 거쳐, 학창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긴 세월 동안 우리의 역사를 세웠고 관계를 설립해왔던 거다. 나는 그 긴 세월 동안 세워진 우리의 관계를 믿어 의심치 않아왔으며, 너희 또한 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바보같이, 혼자만의 착각인 줄도 모르고.
"..... 기다리지 마. 기다려도 안 와."
"......... 괜찮아, 어차피 익숙하니까 뭐. 몇 년 더 기다려도 괜찮아."
"야, 나 머리 괜찮냐? 정리 좀 해줘."
"앞에서 계속 기다렸는데, 안 오더라. 너. 그래도 계속 기다렸는데... 어. 안 오더라."
"너도 인생 진-짜 불쌍하게 산다, 존나 답답하게."
"넌 우리 어떻게 생각하는데."
"단 한 명도 남자로 생각해 본 적 없어? 진지하게."
"아 물론, 우린 있어. 지금 너랑 같이 다니는 새끼들 다 너한테 관심 있는 새끼들이야."
"그냥 간단하게 게임이라고 생각해,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이. 한 명만, 딱 한 명만 선택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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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 사이에서 모두의 생각이 같지 않다면, 누구 하나가 한 명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면 여성과 남자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게다가 만약 그 관계가, 다들 오랜 친구에다가 두 세명 이상이라면? 만약 당신에게 그런 상황이 온다면 묻고 싶은 게 많아지겠죠. 당신은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들을 제외한 오직 당신만이.
'서로가 그동안 친구로 지냈던 건, 친구로 대해왔던 건 전부 거짓말이 되는 거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우리가 쌓아온 것들이 깨지면 어쩌지?'
그러나 당신은 그 질문에 대해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너무 지쳤고, 당신을 위해 인내해왔거든요. 그리고 그런 걸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랍니다. 당신 스스로가 생각해봐야죠. 그동안의 일들과, 앞으로 이어질 일들을.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는 자신밖에 정할 수 없습니다. 물어본다고 해서 돌아오는 대답은 당신의 진짜 마음이 아닐 거예요.
선택권은 당신에게 주어져 있어요.
친구들이 오랫동안 당신 옆에서 아무 질문도 말도 하지 못하고 참아왔던 것처럼, 당신도 이제 숨죽이며 서로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봐야 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을 죽이며, 표정을 죽이며, 감정도 죽이면서까지요.
이 오랜 관계를 깨지 않길 원하는 당신 때문에 그들은 참 오래도 참아왔어요. 당신은 친구의 관계에서 안식과 평화를 얻길 원했고, 그들은 혹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당신이 서로의 관계가 흐트러질 것을 염려하며 그들에게서 물러날까 봐 숨겨왔죠.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을 숨긴 채, 감정을 숨긴 채, 당신을 안고 싶은 것을 오래 참아왔어요. 당신이 은근슬쩍 티 냈기 때문에 아닌가요. 나는 너희의 감정이 불편해. 그러니까 더 이상 다가오지 말아줘.
은연중의 그들의 감정을 무시하고, 모른 체하고. 마치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하지만 당신, 이제는 알고 있죠?
그들은 할만큼 했고 더 이상은 멈춰있길 원하는 당신을 기다릴 수 없어요. 이제 더 이상 참아주지 않아요. 시간은 흐르고 함께 했던 소년들은 어른이 되길 원하고 있거든요. 계속 멈춰있다면 당신의 시간 속 그들은 그저 당신을 지나쳐 갈 수 밖에 없겠죠. 그러니 그냥 이젠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으세요. 어차피 친구들 중 누군가는 이제 당신의 그 관계에서 여전히 친구가 되고, 좀 더 각별한 사이가 되며, 남이 될 테니까요.
애초에 처음 좋아하게 된 건 당신이 아니잖아요.
그들이 원하는 변화니, 적응하고 이겨내 가는 것은 자기 몫이겠죠.
그게 소년들에겐 시련과 실연을 안겨주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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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과연 당신이 새로 정의하고 싶은 그 각별한 누군가는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