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랄친구가 최승철일 때 생기는 일 pro
1. 첫 만남
최승철을 내가 처음 본 곳은 집 앞 놀이터였다. 때는 바야흐로 내가 7살 때.
동생과 싸우고 나서 엄마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자, 나는 끓어오르는 반항심에 잠깐 가출했다.
가출하고 나서 땡전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나는 그냥 집 앞 놀이터에서 미친듯이 방황했다.
신나게 놀았다. 그러면 언젠가는 엄마가 날 찾으러 올 줄 알았다. 그렇지만 엄마는 나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내가 집 주변 일대를 벗어날 만큼의 강심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이윽고 해가 졌다. 나는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지만 엄마에 대한 반항심이 극에 달했기에 집에 들어가는
가오 죽는 행동은 하지 않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나 혼자 있기에는 놀이터는 너무 외롭고도 무서운 곳이었다.
저 건너 정자에서는 무서운 오빠들이 구름 과자를 태우고 있기도 했고.... 슬슬 쫄려할 쯤에, 어떤 남자애가 울면서 내 옆 그네에 왔다.
"흑흑, 흐어."
"......."
목소리 아니었으면 여자로 알 뻔했다. 너무 예쁘게 생겨서....
구슬픈 눈물을 흘리는 그 남자애를 그냥 멍하게 바라봤다. 무슨 남자애가 저렇게 예쁘냐....
내가 7살때 든 생각은 쟤보다 못생긴 내가 과연 여자인가, 였다. 나름 동네 골목대장인 나에게 그 아이가 뉴 페이스였다는 점에서도 신선했다.
그래서 나는 패기 있게 말을 걸기로 했다.
"야. 왜 울고 그러니?"
"형아가.... 나보고 집에 오지 말라고 해써...."
"......너도 형제자매와 싸웠니?"
그 남자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썰을 풀기 시작했다.
우리 형이 만든 레고를 내가 부쉈는데 형이 집을 나가라고 했다,
나는 우리 형아를 무척이나 무서워하기 때문에 집을 나왔다. 근데 너무 배고프고 무섭다.
엄마 아빠가 아직 집에 안 들어 왔는데 그 전까지는 집에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다.
근데 우리 엄마 아빠는 맨날 형 편만 들어준다. 하며 꺼이꺼이 우는 그 남자애였다.
"나도 동생이랑 싸웠는데...."
"......그러쿠나."
"우리 엄마는 내 편을 안 들어줘...."
하면서 나도 눈물을 질질 짰다. 그리고 우리는 마음을 나눈 진실한 친구가 돼 주기로 약속했다.
나는 그게 미자 딱지 뗄 때까지 지속될 줄은 몰랐다.
2. 최승철의 사춘기
중학교 때 최승철은 심하게 삐딱선을 탔다. 약 2달 간 비행 청소년이 된 최승철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싸이월드에 허구한 날에 인생은...무상한 것이다...이런 글을 남겨놓질 않나, 나에게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빨리 나오고 싶다....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병신새끼, 라는 말로 일관했다.
최승철과 잠깐 우애를 나누던 친구들은 정말 무서운 애들이었다.
네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조폭이라고 답할 것 같이 생긴 애들이었다. 물론 애들을 괴롭힌 건 아니었지만,
지들끼리 노는 게 너무 스케일이 커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요실금에 걸리게 했다. 지나가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쉬 쌀 것 같은 기분?
그 무리에 잠시 속해 있던 최승철과 친했던 덕에 나는 애들에게 쟤는 건드리면 안 된다, 해서 쟤건안이라는 별명도 생겼었다.
쟤건안이 뭐야....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야. 최승철."
"뭐, 임마."
"너네 엄마가 오늘은 학교 끝나고 반드시 너 끌고 오라심."
"......엄마가? 왜?"
"네가 그렇게 개 망나니 같이 사는데 어머니가 걱정이 되실까, 안 되실까나?"
"......난 망나니가 아니야. 사회의 억압에...."
"병신새끼...."
저런 병신 새끼는 또 없을 거야. 결국에는 최승철과 하굣길을 같이 하는 수모를 겪었다.
나도 같은 이르진 취급을 받을까봐 심장이 뛰었다. 나는 정말 바른 생활 청소년인데....
그렇기 길을 걷다 보니 최승철의 교복 바지에 핸드폰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두꺼운....
네모난 곽이 있는 게 보였다. 이 자식이.... 설마.
"야."
"왜?"
"너 담배 피냐?"
".....어?"
"초딩 때는 아버님 담배 끊게 해야겠다 뭐다 그랬던 애가.... 세상에나."
"......다, 담배 안 펴!"
"담배 피는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별로...."
"......."
"허세에 찌든 사람도...."
최승철은 그 이후로 담배곽을 안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3. 축구공
중학생 이후로 최승철은 노는 친구들과 깔쌈하게 관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이제 노는 애들이라고는....
잘생긴 애들이랑 노는데, 문제는 걔네 중에 정상인 애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다.
일단 이석민은 전교에서 유명한 또라이었고, 김민규는 별명이 여자에 미친 놈이었다.
물론 그 미쳤다는 게 여자를 밝힌다는 게 아니라...한 여자애 뒷 꽁무니를 몇 달 째 쫓아 다녀서 그런 거고.
아무튼 최승철은 그 무리와 매일 축구를 하며 놀았다. 복도에서 소리지르며 서로 막 때리거나....
최승철을 향한 동경과 애정 어린 시선은 늘 따라 다녔었고.
"너 최승철이랑 친해서 좋겠다."
"......좋겠냐?"
"싫으면 나 줘라...."
"그냥 친해지고 싶다고 해. 쟤가 뭐 대수냐...."
"쟤랑 친한 여자애가 너 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최승철은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잘생겨서? 란다.
나는 최승철이 잘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예쁘단 생각은 많이 해 봤다.
나에게 최승철은 그냥 무언가가 달린 여자애일 뿐이었고 낙타 닮은 애에 불과했는데,
여자애들은 최승철이 그렇게 잘생기고 멋있단다. 난 여자가 아닌 건가?
특히 최승철이 농구나 축구를 할 때면 여자애들이 주변에서 맴맴 돈다.
친구의 말에 그냥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구령대 쪽으로 걸었다. 점심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들어가야 되니까.
여자애들이 왠일로 이 땡볕에 바글바글 모여 있나 했더니, 김민규랑 최승철 등등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김민규는.... 답이 없다. 골 하나 넣더니 지가 좋아하는 여자애 이름을 빽빽 부르면서 자기 골 넣었다고 칭찬해 달라고 별 지랄을 다 한다.
그 모습에 또 그 쪽팔릴 여자애를 부러워 하는 여자애들은 쓰러진다. 너네.... 되게 재밌게 산다.
나는 그냥 지나가겠소...하며 지나가는데.
"야! 조심해!"
"...?"
"......어. 야.... 미안."
내 얼굴에 정통으로 축구공이 맞았다. 이석민이 찬 거다. 겁나 아프다.
일단 아픈 것보다 애들 시선이 여기로 쏠리는 게 제일 쪽팔렸다.
공을 찾으러 온 건지 사과하러 온 건지 모를 이석민이 굉장히 미안하단 표정을 지으며,
공을 가져간 뒤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 근데 너 다리 힘 겁나 좋구나.
메시 하렴.... 무슨 뺨 한대 후려 맞은 것처럼 볼이 후끈후끈했다.
이석민이 나를 잠시간 쳐다보더니 가려는 순간에, 뒤에서 누가 미친듯이 뛰어 오나 했는데....
"야, 이석민. 공을 그렇게 막 차니까 애가 맞잖아."
"......."
"괜찮아? 너 볼 엄청 빨개."
최승철이 우사인 볼트마냥 뛰어와서 이석민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리고는 구령대에 올라오더니 내 얼굴을 살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평소에는 나 때리는 장난 치는거 좋아하는 애가 말이야.... 내 얼굴을 딱 잡는데 순간 주저앉을 뻔했다.
내 얼굴에 손 댄 남자는 아무도 없는데....
"어, 아주 괜찮은데?"
"......뭐가 괜찮아. 여자 얼굴에 흉 지면 안 돼."
"......내가 여자였니?"
그 날에 이석민한테 장문의 사과 문자가 왔다.
[야 내가 일부러 맞추려는 건 절대 아니었음
아미안해ㅠㅠㅠㅠ얼굴아팠을텐넫...
혹시라도코피가나거나...어...멍이들었거나...
그러면 나를죽이러와도괜ㅊ낭ㅎ아...
미안해.....절대 최승철이 문자보내래서보낸거아니야
내마음을담은 사과문이야...최승철이 만약에부었으면
얼음찜질을 하래...그래...응...안녕]
4. 납치범 최승철
최승철과 나는 같은 학원을 다녔다. 수학학원.
나는 수학이 정말 싫다. 그렇지만 최승철은 수학이 재밌다고 한다.
그럴 거면 이과를 가라고....
"오늘 수업은 더 하고 싶지만...."
"선생님. 10시 넘어서까지 학원 하면 원래 신고 당해서 징계 먹어여."
".......12시까지 달리고 싶다만. 여기까지 하겠다."
와, 세상에. 현재 시간은 11시 30분이다. 정말 감사하기 짝이 없네요.
순식간에 가방을 챙겨서 나오니 정말 길거리에 개미 한 마리도 안 보이는 게 좀 무서웠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세븐틴 오빠들의 신곡을 들으며 갈 거라고.... 그러면 무섭지 않을 거야!
"야 너 어디 가?"
"집에 가지 그럼 또 학원 가냐?"
"너 혼자 가? 어머님이 데리러 안 오셔?"
"혼자 감."
혼자 집에 가려고 했더니만 최승철이 어디 가냐며 앙칼지게 물어 왔다.
나 혼자 갈 거야.... 세븐틴 노래 들으면서.... 혼자 아낀다 부르면서 갈 거라구....
"야, 너 요즘 얼마나 무서운 세상에 너가 살고 있는 지 알아?"
"......너가 나보고 얼굴이 무기라며."
"아니, 그건. 그건 맞는데, 그래도 너를 여자라고 착각하고 잡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해."
"그런 사람 최소 고자임. 난 혼자 갈 거야."
"...여자애가 말 하는 꼬라지는. 내가 잡아 갈 거야. 그러니까 같이 가."
5. 보칵생 어빠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정말 파렴치하게 생긴 게 아닌 이상 남자가 꼬인다고 말한 사람 누군지 나와라.
누군지 알면 좀 족치게.... 내 인생에서 남자는 남동생, 아빠, 할아버지, 그리고 남자같지도 않은 최승철 뿐이었다구....
아, 눈물 좀 닦고.... 누가 그랬는데.... 스무살 넘기기 전까지 첫키스 못 하면 마법사라구.... 그건 남자만 해당인가요?
그런데 나에게 잘 찝적거려 주시는 분이 생겼다. 근데 그게 문제가.... 좆나게 마음에 안 든다.
난 복학생 오빠들이 정말 싫다.... 그 특유의 말투라던가, 미소라던가, 하는 짓이라던가.
그 선배한테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까 자기 장래 희망이 내 그림자란다.
그래서 맨날 비오는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 그림자가 안 생길 테니까.
오늘도 학식을 먹으러 가는데 그 선배가 따라 왔다. 아, 제발.... 사라져 줘라 줘....
선배랑 밥 먹기 싫다고 전해라.... 이럴 때만 내 친구들은 어딘가로 사라져 있다.
사실 내 친구들이 나랑 안 놀아 준다. 나랑 놀면 그 복학생 오빠 봐야 된다며, 소름이 끼친다고....
"울 액힝~ 편식하는구나~ㅎ 편식하면 못 써! 다 먹어야 착한 세봉이지~ㅎ 옵하가 먹여 주까?ㅎ"
"......저 엄청 잘 먹는데요."
"울 액힝...도도하구나?"
"아뇨, 저 미미한데요."
진짜 먹던 게 다 역류할 것 같다. 오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설렁탕인데....
주변 동기들이 정말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나쁜 방관자들아.... 누가 와서 좀 뭐라고 해 달란 말이야.
아니면 나하고 합석이라도 좀 해 줘.... 너네 진짜 나빴다. 이제 반 포기한 상태로, 아 네네, 하며 의미없는 대화를 이어갈 뿐이었다.
빨리 남자친구를 만들어야 되나. 그러면 이 사람이 떨어질까?
"앉아도 되지? 선배, 괜찮으시죠?"
"...어? 어...."
아, 최승철이다. 왜 이제 왔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며 내 옆에 딱 식판을 놓는 최승철이
그렇게 믿음직스럽고 멋있고 남자답고 그럴 수가 없었다. 선배는 매우 고깝다는 표정이었지만....
선배가 악령이라면 최승철은 퇴마사라고나 할까. 최승철이 뭐라뭐라 쪼지 않으면 저 선배는 상대 불가능이다.
"승철아."
"네?"
"근데 너 왜 자꾸 우리 세봉이 옆에 붙어 다니냐?"
저 씨발놈이.... 승철이는 갈궈도 제가 갈굽니다. 내 새끼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깃털같이 가벼운 저 놈이 왜 갑자기 분위기를 잡나 싶었는데, 역시나. 최승철이랑 나랑 부랄 친구라고 몇 번을 말해요!
"그럼 선배는 왜 자꾸 애가 싫다는데 그러세요."
"......뭐?"
"세봉이는 저랑 있는 건 안 싫어하던데. 안 싫어하니까 붙어 다니죠."
"......너 말을 그렇게 하냐?"
오.... 분위기 살벌해졌어.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얄밉게 말하는 최승철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고마웠다.
너 덕에 내가 산다, 승철아. 내가 술 사줄게.... 고기도 사줄게. 된장찌개도 사줄게. 나는 그냥 옆에서 묵묵히 설렁탕만 먹을 뿐이다.
이내 수저까지 내려놓고 서로를 째려보기에 돌입한 두 사람이었다. 어.... 좀 무섭네요.
"둘이 무슨 사이냐."
"그거 말하기가 되게 복잡한데."
"......."
"제가 이래 뵈도 유치원 때부터 세봉이 업어 키웠거든요."
"......."
"애 괴롭히는 애 있으면 가서 뭐라 해 주고, 오해 받았을 때는 대신 해명도 해 주고."
"......."
"남다른 깊은 사이에요."
승철아. 내가 지금 감동의 눈물이 나려고 해.... 내가 지금 음식을 입으로 먹는 건지,
코로 먹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물이 흐른다....
"선배는 울 세봉이랑 썸 타는데? 넌 그냥 친구일 뿐이잖아."
저 씨발 놈이? 언제부터 썸이 일방 통행이었습니까? 기가 차단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그 선배의 표정은 정말 올곧았다. 와, 대박. 저렇게 착각 속에 빠져 살기도 힘들텐데. 그렇죠?
"세봉아, 좀 섭섭하다."
"......어?"
"너 나보고 장가 오라고 그랬잖아."
내가 언제! 그건 너가 너무 라면을 잘 끓여서 그런 거고!
"너가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갔을 때, 너가 나보고 장가 오라고 그랬는데."
"......야씨. 조용히 해."
"그거 무르면 안 되지. 나 진짜 너한테 장가 갈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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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똥글 생산이요...... 이ㅓㄴ 그냥 맛보기 글입니다....
최승철 하면 또 설렘의 아이콘 아닙니까 ㅠ 전 남사친 승철이가 그렇게 발ㄹ여요...엉엉..
제 주위에는 그런 사람 없던데.... 저 학원 일화는 제 실화입니다. 하하.... 그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눈물)
그럼 저는 생기부를 쓰러...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