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주 생각보다 성격더러워, 싸가지도 없고"
"아는데?"
"어?"
"그것도 나름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
"미친새끼..."
정서적으로 많이 외롭냐는 구준회의 말에 그냥 말없이 웃어보이자 미친새끼가 단단히 미쳤다며 진절머리를 내는 구준회다. 덕분에 소란스러웠던 우리둘은 수업을 하러 들어온 담당 선생님께 주의를 받고 조용해졌다. 의미 모를 구준회의 한마디에 내 머릿속은 더 곤란해졌다. 툭 던진 한마디를 내가 크게 받아들인건가 싶기도했다. 내가 김여주한테 관심을 보이자 선을 그어버리는 구준회의 행동은 구준회가 김여주에게 어떠한 관심이 있다는 것 일수도 있지만, 내가 봐온 구준회는 절대 그럴수없었다. 늘 김여주를 '친구'라고 생각한다는게 뼈속부터 느껴졌고, 구준회에게서 김여주와의 사이는 남자여자가 아니라 남자남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방적인 사랑을 하는 한쪽만 힘들고 고될뿐이였고. 그래, 그냥 구준회 입장에서 생각하자. 혹시모를 경우의수만 열어둔채. 아 정말 머리가 터질거같다. 이새끼를 어떻게해야 잘 굴리고 굴려먹었다고 소문이날까? 요리생각하고 저리생각해도 도통 내 머리로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책상에 머리를 박고 구준회를 쳐다보자 이새끼는 수업시작할때부터 죽어라 핸드폰만 만지작 만지작 누구랑 연락을 하길래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구준회한테,
"야 아까부터 계속 뭐하냐?"
물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꽤나 싱거웠다.
"문자"
"누구랑?"
"김**"
하지만 다시 돌아온 대답은 꽤나 흥미로웠다. 구준회 입에서 들려오는 여자애이름에
"왜?"
"계속 연락이 와"
"씹어"
"안돼"
"왜?"
계속 연락이 온다며 어쩔수없이 그여자와의 연락을 이어간다는 구준회의 말에 나는 간단하게 여자애 연락을 씹으라고 말했지만 안된다고 단호하게 받아치는 구준회다.
"되게 재미있는 애야"
"괜찮은거같아."
*
"구준회!"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명량하게 구준회를 찾는 목소리야 딱 봐도 김여주겠구나 싶다. 아 지긋지긋한 목소리.
"화장실갔을걸"
"야 어째됐어?"
상황이 어떻게 됐냐는 너의 말에 뭐라고 딱 정의하기에 아직 너무나도 애매한 이 상황을 너에게 전해주기 곤란해 계속 뭐냐고 되묻자 너는 나에게 제대로된 질문을 했다.
"아니 구준회가 어떤 마음인지 알아야..!"
"둘이 뭐하냐?"
이걸 나이스타이밍이라고할까 개똥타이밍이라고할까 나와 너는 동시에 당황을 해버렸고, 구준회는 꽤나 궁금해보이는 눈치였다.
"하.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허허커허허하핳카카카카 아...김여주.. 하하.. 미친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
너와 나는 어색했고 당황했다. 미친듯이 웃어재끼는 내가 더 당황스러운지 너와 구준회는 나를 쳐다보기시작했고 나는 너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지.
"너...또라이냐...?"
"또라이는 너아님?"
"아 뭐가!"
"야 지금 한시간지났어 한시간 얘가 왜이렇게 성격이급해?"
"그러는 너는 그걸 한시간안에 못 끝내냐?"
"그걸 말이라고! 그리고 구준회 있는 우리반까지와서 그걸 묻는건 또 뭐야"
"궁금한걸 어떡해!!"
"아오 좀 기다리라고!!"
답답한 김여주야 조금만 기다리라고 이런데 재주는 없어도 타고난 재능은 있다지?
*
(김여주)
"수능이 한달밖에 안 남은거 알지? 제발 정신들 좀 차려라."
"아...."
"오늘부터 다시 야자신청 받는다. 나 대학가고싶어요. 하는 사람들은 조용히~ 야자신청하는게 좋을거야"
"....으"
"자 오늘 야자하는 사람들은 남고! 반장 종례하자"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담임선생님의 주옥같은 종례에 현타를 맞아버렸다. 그래 내가 미쳤지 지금까지 뭘 한거야, 정신차려보니 수능이 한달 밖에 안 남았다. 수시도 말아먹고 정시로 대학가야하는 이 비참한 상황에 실기준비만 주구장창하다보니 공부를 손 놓고 있었다니. 정작 눈 앞에 놓인건 실기일보다 수능날인데 정말 미친거야 미쳤어..
"야 안 가냐?"
절망에 빠져 그 자리에 서서 멍때리고 있는 나를 친구가 흔들자 정신이 돌아왔다. 친구는 집에 갈 준비를 다 끝낸 모양인지, 자기 가방까지 매고서 내 가방을 싸주고있다.
"야자할래?"
"갑자기 뭔 야자?"
"대학가야지! 야자하자!"
"아까부터 뭔개소리야 나 수시합격했잖아"
아맞다 세상에서 제일 재수없는 년. 좋겠다 이년아. 친구가 싸준 가방을 들고 일어나 혼잣말로 내뱉었다.
"재수없어"
"아 맞다 너 정시지? 근데 어차피 예체능은 상관없지않아?"
"예체능이 더한다! 이년아!"
버럭버럭 소리지르는 내가 웃긴 모양인지 미안하다며 잘가라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더욱 열불난다.
쟤는 진짜 재수없네... 나는.... 나도 재수없고싶다...
"뭐하냐? 안 가?"
고개를 숙이고서 친구가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고있는데 윗쪽에서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빨리가자며 재촉하는 구준회의 모습에 나는 옆으로 바짝붙었다.
"야 구준회"
"왜"
"야자할래?"
"야자?"
"어! 야자!"
"왠일이야 니가 야자를 다 한다고하고"
"그야 대학가야지!"
"아~ 대학"
대학가자며 너옆에 붙어 계속해서 야자하자고 졸랐다. 왠지 너는 야자할거같기도해. 나와 같은 상황이여라.
"근데 나 합격했는데"
여기있네 또있네 재수없는 놈하나.
믿었던 구준회까지 떠났다. 하.. 다들 재수없구나. 하긴 구준회는 정말 재수없게도 공부는 곧잘했다. 자기 성적관리도 꾸준히했었고 시험기간또한 엄청나게 열심히했으니, 어찌보면 구준회의 수시합격은 정말 될 일이였다.
"씨바... 뭔 주의에 다 합격이야..."
"그러니까 공부도 좀 하시지 그랬어요."
"야 누가 보면 내가 공부1도 안할줄알겠다? 그림을 열심히 그리다보니까 그런거아냐 이새끼야"
그러시냐며 이제부터라도 열심히해야겠다며 약올리는 구준회한테 진심으로 죽빵한데 치고싶었다. 내가 너 좋아한다고해서 어떠한 핸디캡도없다 이새끼야. 너는 진짜 열받게하는걸 죄로 측정한다면 무기징역감이야.
"아.. 진짜 안돼겠다 일단 학원을 좀 쉬고 공부부터해야지"
"그럼 내일 야자신청서 내면 바로하는거야?"
"그럴껄? 하지말라고해도 할거야."
"얼씨구"
지금 내 의지는 최고조로 활활 타오르고있다. 정말 콧바람 입바람 그 어떤 바람으로도 끌수없을 만큼 정말 대학은가고싶단말이야.. 재수는 없어요..
"야자 **이도 하던데"
"그년은 왜?"
"그년?"
**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되게 날카롭게 만든다. 날카로운 단어가 나오자 다시 되묻는 너에게 아니라며 일러두자
"너 말 좀 예쁘게해"
이라며 훈계아닌 훈계를 했고,
"아 하여튼 걘 왜"
"친하게 좀 지내라고"
친하게 좀 지내라는 너의 말에 어떤한 의미가 담겨있을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니가 자신의 친구를 나한테 친하게 지내라고 한 적도 몇번 없는데다, 소개받은 여자애를 친하게 지내보라며 일러둔건 또 처음이였기때문에다. 뭔가 알수없지만 느껴지는 너와 그 여자아이의 가까워지는 거림감들이 또 다시 한번 나를 알수없는 기분으로 보내보렸다.
"착하고 괜찮은애야"
착하긴 지랄 착해서 그때 내 키저격했데?
"또 걔한테 공격적으로 나가지말고"
더럽게 날 잘알아.
"나한테 잘지내라고 말하는 이유가 뭔데"
"이유? 뭔 이유"
"이유가 있을거아냐 이러는이유가"
"그야 당연히"
"친구잖아"
*
"야자하게?"
"네!!! 합니다!!! 저 해요!!"
"여주가 실기준비하다보니 정신 좀 차렸나~"
"당연하죠 쌤 저 졸라 좋은곳으로 갈거에요!"
내가 정말 그년보단 좋은곳간다. 씨바 진짜 억울해서
어제 집에들어와서 또 침대에 누워 청승맞게 운거같다. 너와나의 친구사이에 조금이라도 틈을 만들어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너는 그 내 노력을 늘 '친구'라는 한마디로 다시 꽉꽉 채어넣었지. 잊으려 노력할수록 니가 치고들어오는 바람에 나늘 늘 제자리였다. 늘 같은 자리만 서성이는 내가 한심도 한데 앞으로 보란듯이 나아가는 그 년이 너무나도 얄미웠다. 그래, 이렇게 울고있으면 뭐해 구준회가 알아줘 누가알아줘 나중에 다 그년만 웃는거야.
재수없게
"알았다. 그러면.. 오늘은..."
"오늘부터 할거에요!"
내 큰 목청에 선생님또한 놀란건지 살짝 당황스러워 하다가도 이내 웃어보이더라
"목청도 좋네 제에발 그 바람이 수능날 까지만 갔으면 좋겠다!"
"아 당연하죠!"
"그래서 쟤때문에 야자를 하는거라고?"
"야 야자는 원래하려고했어"
"그거나 그거나"
"뭐..어쨌든 저년때문에 졸라 열심히 할 이유가 생겼지"
"약간 너 악바리기질있는거같은데"
야자를 혼자해야된다는 슬픔을 안은채 열람실에 들어서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알고보니 김지원도 정시준비 덕분에 수능날까지 야자를해야했고, 김지원은 야자를 시작한지 조금오래 됐더라지. 그렇게 우리는 야자쉬는시간에 잠깐 열람실을 나와 내상황을 김지원한테 설명해줬고 김지원은 악바리라며 나를 놀려대기시작했다. 그래 놀려라 나는 좋은 대학갈거니까! 최소한 저년 보단! 그렇게 한참 이런얘기를 주고받다보니 정신차린 김지원은 아 미쳤다. 너랑있으면 이래서 공부가안돼 방해하지마 라며 열람실에 휙하고 들어가버렸다.
지랄 너나 나 공부하는거 건들지마라
김지원 뒷모습을 따깝게 째려봐주고 나도 열람실에 들어가자 그때 핸드폰이 살짝 빛났고 나는 감독쌤몰래 핸드폰을 확인했다.
[오늘 몇시에 끝나냐]
라는 구준회의 문자였고 혹시나 나 데리러 오나싶은 기대에
[10시30분 왜?]
라고 빨리 답장했다. 자리에 앉자
"재수없어.."
맞은편에는 그 여자애가 있었고 꽤나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나도 또다시 불타올라 책에 고개를 박았다.
진짜 대학잘갈거야.
*
아 10시 이제 슬슬 집중력도 흐려지기시작한다. 끝나기 30분이 고비라고 언제나 마무리가 잘 안돼는 나는 30분이 아까워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볼일이나 보고올까했다. 화장실에 들어와 변기에앉아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아니 이새끼는 왜 답장이없어
지가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답장없는 구준회이름을 마구 눌러보지만 역시 답장은 오지 않는다. 아. 또 괜한 설레발인가.
그때,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사람은 2명정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이제 나가서 세수하고 다시 열람실에 갈까싶어 변기에서 일어나는데
"어디가?"
"응 누구만날거같아서"
조금 들어본 목소리에 행동이 멈췄다.
"아~ 그때 소개받은? 걔 이름이.. 구...아 뭐더라.."
"구준회"
그리고 구준회 이름이 들리자 나는 다시 숨죽인채 문만바라보았고 여자아이 두명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걔가 보제?"
"보자는건 아닌데 볼거같아"
"뭐 맨날 학교에서 보면서 또 뭘봐"
"걔가 또 학교에 온다네?"
아, 이제야 이해가됐다. 답장없던 구준회가 내가 아니라 쟤보러온다는거였네.
"너도 참 애쓴다 애써"
"뭐가?"
"어떻게 그 많고 많은 남자들을 다 신경쓰냐?"
저건 또 뭔 개소리야
"안 귀찮아?"
"귀찮긴한데"
"그런데?"
"구준회? 걔는 잘생겼어"
"하긴"
"그리고 걔 집도 잘살아서 뜯어먹을것도 있을거같고 얘가 또 얼마나 병신같은 줄 아냐? 이거하자~ 하면 이거하고 저거하자~ 하면 저거 하자더라 되게 웃기지, 진짜 딱 놀려먹기 좋은얘들 아니냐? 진짜 등신같은 애들있잖아 등신같은애들. 걔가 딱그래, 그리고 요즘 남자친구가 지혼자 삐져서 시간을 갖자고그러던데 그때 딱 데리고다니면 될거같아 ㅋㅋㅋㅋㅋㅋ 아 역시 이런애들은 생기기만 잘생겨서 그냥 데리고다니는 애들 딱 그정도 수준인거같음"
두 여자아이의 웃음 소리에 정신이 멍해진다. 이거지금 내가 뭘 들은건가 싶다. 여자들만 아는 여우 그런 분류인줄 알았지만 남자친구까지 있는 년이 지금 뭐하자는거야. 손까지 부들부들 떨려오고 지금 당장 나가서 따져야할것만 같은데,
"그리고 걔 소개시켜준얘가 그러던데 구준회가 걔가 그렇게.."
"야"
결국 나와버렸다. 정말 참을수가없어서.
"뭐야?"
날보고 꽤나 놀란모양인지 여자애는 뒤로 물러났고 나는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미쳤냐 너"
"아~ 구준회 친구?"
이제야 내가 떠오른 모양인지 자세를 고쳐잡더니 팔짱을 끼고 나를 위에서 밑으로 보고있다.
"야 너 개념 똑바로 잡ㅇ.."
"그 개념이 니가 잡아야될거같은데"
"뭐?"
"지금 어따대고 남 얘기하는걸 쥐새끼마냥 뒤에서 몰래들어 듣기를"
"...허"
"가서 말해"
"뭐?"
"구준회한테가서 말해보라고"
"..."
"그냥 미친년으로 볼걸?"'
"...야"
"아아 오래알고 지넨 미친년으로 보겠네"
말을끝으로 밖으로 나가는 여자애 뒷모습을 그저 바라만봤다. 내가 뭘 해야될지 몰라서, 사실 맞았다. 구준회는 저여자애를 많이 신뢰하고있었고 저여자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구준회한테 내가 이 이야기를해봤자 구준회는 늘 그랬듯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수도있다. 아니, 그냥 이유도없이 남을 깍아내리는 몰상식한 애로 볼지도 모르지,
종이 울리고 그제서야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야 똥쌌냐 뭐가 이렇게 오래걸려"
내가방까지 다 싸온 김지원이 화장실앞에서 나를 기다렸고 나는 가방을 받아들고서 아무말없이 교문으로 향했다.
"야! 김여주! 아 얘가 왜이래"
김지원이 옆에서 알짱되도 나는 신경쓸겨를이 없었다. 어쩌지 어떡하지 어떻게 구준회한테 알려주지. 구준회가 믿긴할까.. 내 말을 이 이야기를 구준회게 믿겠냐고..
"하..."
"야 너 진짜 미쳤냐? 왜 이래?"
"야..김지원..."
"어? 구준회다"
김지원입에서 나온 구준회의 이름에 앞을 바라보자 또다시 어김없이 보이는건.
여자애와 걸어가고있는구준회였다.
지원아, 어쩌면 좋아..
꽃에물을주네 / 쥬녜 / 기묭 / 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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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찾아왔네요! 사실 오늘 다쓰고 혹시라도 신알신 못 누르신 분들이 놓칠까봐 내일 접속자수가 많은 저녁시간에 찾아올려고했어요! 빨리 보여주고싶기도하고 하하.. 분량은 늘린다고 열심히 적는데 적고나면 늘 부족한거같기도하더라고요. 제가 늘 노력해야겠어요! 암호닉은 늘 소중하게 받습니다! 제소중한 암호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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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