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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뷔] 김태형 표류기 02 

 

Written by_라킬 

 

 

태형은 예부터 점심시간이란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정말로 싫어했다. 급식실에 들어서면 순식간에 저에게 꽂히는 수백개의 눈동자들이 무서웠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제 몸을 더럽히고 물을 것 같았다. 감히 네 까짓게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와? 마치 그 눈동자들이 그렇게 제게 말하는 것 같아서, 태형은 항상 급식을 먹을때면 진탕 체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태형은 점심을 먹지 않게 되었고, 굶는게 일상이 되었다. 그럴때면 오히려 속이 더 편해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은 저에게 가시방석이나 다름 없었다. 저가 급식실에 들어서자마자 꽂히는 수백개의 눈알들에 태형이 숨을 들이마셨다. 저기 정국아 나 아무래도 교실로……. 태형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정국이 태형의 손에 깍지를 꼈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정국이 표정없는 얼굴로 덤덤히 말했다. 위험했다. 너는 나와 엮여서는 안 될 존재이며, 또 저로 인해 정국이 화를 입게 될 지도 몰랐다. 벌써 정국이 제게 깍지를 끼는 것을 흥미로이 보는 눈동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정국, 넌 이러면 안 돼. 넌 가진게 많잖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잖아. 그에 비해 난 더이상 잃을게 없어. 내게 잘해주지마, 제발 내 손을 놔. 제발……. 차마 속 마음을 내뱉지 못한 태형이 가슴이 답답한지 억세게 제 가슴을 퍽퍽하고 쳐댔다.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정국아 나 속이 안 좋아서 오늘은 밥 못 먹을 것 같아…… 어…… 그러니까, 그게, 미안한데 있잖아……." 

 

"넌 뭐가 그렇게 항상 미안한데?" 

 

"……어?" 

 

"너, 학교에서 밥 먹은 적 없잖아. 단, 한번도." 

 

온 몸의 사고회로가 끊어진 기분이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당장 묻고만 싶었다. 너, 나 알고 있었어? 태형의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다. 정국이 저를 알고 있다면 저에 대한 소문도 다 알고 있을텐데 왜 도대체 저에게 다가온 것인지 태형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름 김태형, 나이는 열여덟. 취미는 음악 감상. 그 중에서도 팝송을 즐겨들어. 성적은 상위권에다가 말수는 적어. 그리고 넌," 

 

나를 좋아하고 있지. 

 

깍지 낀 손 그대로 정국이 태형을 급식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거, 놔! 중간 중간 들려오는 태형의 거부의사는 안중에도 없는지 손을 놔주지 않는 정국에 태형은 덜컥 겁이나기 시작했다. 설마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제 마음을 알고 그것으로 협박해 괴롭기라도 하려 했던 것 일까. 어디까지 갈 생각인지 멈출 생각을 안하는 정국에 태형이 도리질 치며 자리에서 멈춰섰다. 

 

"이거 놓으라고 했잖아!" 

 

태형이 눈물이 맺힌 눈으로 정국의 손을 뿌리쳐냈다. 

 

"넌, 다 알고 있었어. 왜, 협박할 건덕지라도 만들어서 괴롭히려고 일부러 잘 해줬어? 그런거야?" 

 

툭, 하고 제 볼로 떨어진 눈물 방울에 태형이 거칠게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 정말이었다. 눈 앞의 사과에 혹한 제가 바보였다. 저는 어리석었으며, 정국은 지나치게 영리했다. 이젠 셀 수 없이 떨어지는 눈물들에 태형이 닦아내는 것을 멈추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제 마지막 버팀목마저 사라져가는 것이 눈에 보여서, 태형은 더욱 서럽게 울었다. 아무말도 없는 정국에 태형은 자신을 보고 있는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등을 돌렸다. 이젠 사랑마저 사라지는구나. 고개를 숙이며 끅끅대던 태형이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앞으론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을 것 이다. 이젠, 더이상……, 

 

"이름은 전정국." 

 

태형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나이는 열 여덟이고 취미는 노래 부르기야." 

 

어딘가 애달픈 정국의 목소리에 태형이 귀를 막았다. 아냐, 듣고 싶지 않아. 그만해. 

 

"일년전에 이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다른 반에 있는 친구를 보러가려다가 우연히 그 반에서 혼자 자리에 앉아있는 한 남자아이를 봤어. 분명 난 그때 그 아이를 처음 봤는데도 눈을 뗄 수 없었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매일 친구 반에 찾아가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곤 했지. 그런데 왠걸, 그 아이도 나를 보고 있었어. 티 없는 눈망울로 말야. 그때 알았어.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그리고 그 아이도 나와 같은 마음이구나 하고." 

 

그런 말을 왜 나한테 하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알아서 나가 떨어지라고? 태형이 괴로운 듯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만해. 마음 속 상처에 피가 나고 있잖아. 이러다 죽을 것만 같아. 제발 그만해. 

 

"그리고 그 아이는 여전히 나를 경계해. 항상 위축되어 있었고 위태로워 보였어. 나는 저만치서 그 아이를 바라보면서 다짐했어. 그 작고 여린 소년을 지켜주기로. 그 아이의 이름은 김태형이야. 지금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태형의 눈이 번쩍 뜨였다. 뭐라고? 잘못들은 것이 분명했다. 이젠 하다하다 제가 미쳐버려 환청을 듣는 것 같았다. 뒤에서 정국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적인 그 소리에 맞춰 태형의 심장도 맞춰 뛰었다. 두근. 두근. 두근.  

 

사랑해, 나의 여린 소년아. 나의 연인이 되어줄래? 

 

채 떨어지지 못한 눈물이 태형의 미소와 함께 뜨거운 여름의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집으로 와, 지금 당장.」 

 

문자가 온 휴대전화 액정을 확인한 태형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답장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던 중 금방 답장이 오지 않자 그새를 못 참고 웅웅 울려대는 자신의 전화기에, 눈치를 주기 시작하는 주위 사람들에 태형이 조용히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성적은 좋았지만 결석률이 높아 학점이 위태위태했다. 한번만 더 결석한다면 F 였다. 재수강 할 등록금도 없는데 휴학이라도 해야하나, 하고 진지하게 고민한 태형이 이내 다시 울리는 전화벨에 발걸음을 바삐 놀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제일 잘 알텐데." 

 

익숙한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에 들어 섰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눈 앞에 바로 보이는 정국의 표정이 싸늘했다. 전화를 받지 않아서 그런 것 일까. 몸 둘 바를 모르고 우물쭈물대던 태형은 불에 데인 강아지마냥 끙끙거렸다. 정국이가 화났다. 어쩌지. 화난 정국이는 정말로 무서운데. 정국이 초조해하며 손톱을 물어 뜯는 태형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됐으니까 빨리 밥이나 차려. 아, 그리고," 

 

침대 시트도. 끈적거린다. 

 

태형의 이가 악물리는 동시에 정국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엔 누구야. 낮게 깔린 태형의 목소리가 우습다는 듯 냉소를 지은 정국이 태형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밀어냈다. 야. 정국의 목소리가 살벌했다. 요새 좀 봐줬더니 자꾸 기어오르다 못해 아주 올라서려 하네, 우리 태형이. 정국이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내가 뭘 하던 신경쓰지 말랬지. 정국은 이미 핀트가 나간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맞을 수 있을까. 반항따윈 생각할수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정국은 저에게 불가항력과도 같았다. 정국의 손과 태형의 뺨이 맞닿아 이질적인 소리를 내려던 찰나, 안방 깊숙이서 여자의 간드러진 소리가 들려왔다. 

 

"정국씨?" 

 

운 좋은 줄 알아, 너. 낮게 으르렁 거린 정국이 안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태형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자리에 주저 앉았다. 태형이 멀어져가는 정국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넌 나를 사랑하긴 해? 차마 허공에 흩뿌려지지 못한 말이 애처로웠다.  

 

그대로 정국의 오피스텔을 빠져 나온 태형이 앞만 보고 걸었다. 눈 앞에 대형 마트가 보이자 그제서야 생각났다. 아, 정국이 밥. 깜빡하고 밥을 차려달라는 정국의 말을 잊고 말았다. 제 지갑을 열어 잔액을 확인한 태형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정국이 굶는 것 보단 저가 굶는 것이 훨씬 나았다. 미워도 제 연인이었다. 아니, 사실은 전혀 밉지 않았다. 지금은 잠시 정국이 방황하는 것 뿐이라고, 곧 제게 돌아올 정국이라 태형은 굳게 믿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마트로 들어간 태형의 뒷모습이 저가 차린 밥을 맛있게 먹을 정국을 생각하는 것인지 행복에 차 보였다. 

 

지출이 꽤 컸다. 당분간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할 태형이었지만 정국만을 생각하는 태형에겐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메뉴는 정국이 좋아하는 불고기로 결정했다. 지금 쯤이면 그 여자도 제 갈 곳으로 돌아 갔겠지. 정국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정국의 집 문 앞에 도달했다. 띡띡띡. 비밀번호가 입력되는 소리가 규칙적이었다. 마지막 버튼을 누르고 들어선 집 안에 태형은 가장 먼저 정국을 찾았다. 정국아, 나 왔어.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는 정국에 태형이 의문을 품으며 부엌 안으로 들어섰다. 어? 식탁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정국이 차렸을까. 그건 아닌 듯 싶었다. 정국은 요리를 할 줄 몰랐다. 그럼 대체 누가? 태형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식탁 가운데에는 정국이 가장 좋아하는 만든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불고기가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었다. 태형이 부엌을 빠져나와 정국을 찾았다. 안방에도 갔고 거실에도 갔고 서재에도 가봤다.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는 정국에 태형이 유일하게 닫혀있는 정국의 방 문 앞에 섰다. 문을 열어도 될까. 잠시 고민한 태형이 이내 방 안만 살필 요량으로 문을 살짝만 열었다. 자신의 방에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정국에 대한 태형의 최소한의 배려였다. 눈을 바짝 문에 붙여 방 안을 살펴보는 태형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정국이 여자의 큰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하아. 뜨거운 한숨을 내뱉은 정국이 조금 열린 문 틈을 바라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왔었나. 여자에게 양해를 구한 정국이 열린 문틈을 활짝 열었다. 아무도 없이 휑한 바깥에 문을 열고 들어왔었나보다 하고 생각한 정국이 발걸음을 한발짝 내딛었다. 문득 발에 채이는 무언가에 아래를 내려다 본 정국이 그것을 들어 올렸다. 왜 이게 여기있지. 정국에 손에는 식료품이 가득 담긴 주인 없는 비닐 봉투만이 들려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집에 돌아 왔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혼미했다. 꿈인지 생시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여자의 젖가슴을 주물거리며 뜨거운 숨을 내뱉던 정국의 모습이 눈에 또렷했다. 그럼 그 밥상도 그 여자가 차려 준 것 이었나. 허탈한 웃음을 지은 태형이 거칠게 얼굴을 쓸었다. 넌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나와 헤어지고 싶었던 것 이었을까. 벌써 5년이었다. 너와 내가 이 질긴 연애를 시작한지가. 바람을 피려면 넌 내게 그 사실을 감추기라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넌 그런 나를 비웃듯, 내가 다 알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인생이 점차 너로 인해 철저히 망가지고 부숴진 걸 모조리 알면서도! 단 한번도 내게 한 행위들을 죄책감에 미안해 하거나 수시로 곁에 두는 사람들을 갈아치우는 것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에게 과연 나는 무슨 존재였을까. 그저 밥 차려주고 청소나 해주는 가정부? 그것도 아니면 가끔 꼴릴때 대주는 걸레? 결국 끝없는 서러움에 북받쳐 오른 태형이 서럽게도 울기 시작했다. 바보같다. 달래주는 이 하나 없이 냉기만이 도는 집에서 청승맞게 혼자 울고 있는 자신이 무척이나 바보 같았다. 옛날의 넌 내가 울고 있을때 어떻게 대처했을까. 너무 오래 운 탓인지 이젠 눈물 조차 나오지 않았다. 지쳐 쓰러진 태형이 방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오늘 꿈엔 과거의 다정했던 네가 나오기를 기도하며. 

 

상처받은 태형과 방황하는 정국! 과연 이 둘의 위태로운 연애는 어떻게 될지?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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