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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전체글ll조회 2119

 

 

 

 

 

 

 

 

 

 그렇게 한바탕,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한창 자라날 때인 아이들과 달리 찬열은 몸이 어른이라 그런지 밥을 먹고 다른 아이들이 나른하게 잠든 이 시간,
혼자서 눈이 말똥말똥하다. 그래서 더욱, 민석에겐 이 시간이 고역이었다. 원체 잠이 없는 민석이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아이들을 재우고나면
흔치 않은 고요함에 저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기를 몇 년, 이제는 익숙해진 패턴 덕에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몰려오는 잠기운을 떨쳐내던 요 일주일.
그 동안은 혹여나 찬열이 무슨 문제라도 일으킬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 이제는 겨우 일주일이나마 익숙해진 찬열에 대한 믿음 덕인지
수마를 이기지 못하고 눈이 감긴다.

"선생님. 잠와요? "

 그런 민석을 눈치챈 건지 찬열이 민석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물었다. 찬열이 제 코앞까지 다가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설잠에 빠진 민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웅얼이듯 응... 하자 찬열이 베시시 웃는다.

"그러면은, 같이 자요. "

 찬열의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꾸벅꾸벅 인사하던 민석을 보던 찬열이 구석에 놓인 이불 몇 개를 가져와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는 민석을 슬며시 안아드는데
그것조차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는 아예 눈을 감아버린 민석이다. 조심스레 민석을 눕힌 찬열이 뭔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다시 민석을 바라보았다.
음... 짧게 고민하는 듯 하던 찬열이 자리를 잡고 누워 제 팔 위에 민석의 고개를 뉘였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듯 바보같은 웃음을 짓더니 저도 그 옆에서
민석을 안고 고개를 뉘이고 나른한 낮잠을 취했다.

 

 

 

 

 

 

 

 나른한 햇살에 민석이 눈을 떴다. 멍한 눈길로 찬찬히 상황을 인식하다 문득 제 시선을 가린 찬열의 얼굴에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킨다. 그런 민석을 보고
푸스스 웃음을 내뱉은 찬열이 얼굴을 멀리하며 민석에게 물었다.

"선생님 일어났어요? 내가 지켰어. 잘 잤어요? "

 지켜? 뭘? 의아함도 잠시, 찬열의 말에 대충 얼버무리며 긍정을 표한 민석이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벌써 4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오전반 아이들은 벌써 집으로
향했을 시간. 아이들을 배웅해야 할 저가 여태 잠들어있었다는 걸 깨달은 민석의 당황을 알아챈 찬열이 해맑게 말했다.

"친구들이랑, 빠이빠이. 내가 했어. 원장선생님이랑 같이. "
"선생님 깨우지 그랬어.. "

 민석의 말에 찬열의 눈꼬리가 눈에 띄게 처진다. 선생님 자는데 친구들이 깨울라고. 근데 내가 선생님 지켰어. 안 돼? 나 잘못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낮은
목소리가 더욱 낮게 가라앉았다. 민석이 그런 찬열을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고마워 찬열아. 선생님 진짜 푹 잤어.
 싱긋, 웃음을 내보이는 민석에 찬열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는 곧 무언가 생각난 듯 일어설 생각도 채 하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 제 가방을
가져왔다.

"이거. "

 찬열이 가방을 뒤적여 꺼낸 것은 평소 찬열이 그림을 그리던 스케치북이었다. 능숙한 손길로 스케치북을 넘긴 찬열이 민석의 앞에 그것을 펼쳐보인다.

"선생님 잘 때 그렸어요. "
"아... "

 민석의 입에서 조그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찬열이 뿌듯한 얼굴로 펼쳐든 스케치북 속에는 곤히 잠든 저가 있었다. 놀란 눈을 한 민석이 스케치북과 찬열을
번갈아 보더니 떨떠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니가 그렸어? 정말? "
"응! 내가 그렸어. 이거는 백현이 크레파스, 종대 색연필, 경수 연필. 빌렸어. 내가 그렸어. "

 찬열이 하나하나 짚어가며 제 그림의 재료를 읊었다. 그리고는 아무말 없이 그림을 바라보는 민석을 바라보며 슬쩍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불안한 듯
민석에게 묻는다.

"안 닮았어요? 진짜 선생님인데... "

 또 다시 울상을 지으려는 찬열을 본 민석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아니.. 진짜.. 잘 그렸어. 너무 잘 그려서... 그래서 그랬어.  민석이 찬열과 눈을
맞추며 씨익 웃었다. 찬열이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드는 민석에 신이 난 찬열이 제 손의 스케치북을 덮으며 민석에게 내밀었다. 이거, 선물.
제 앞으로 내밀어진 스케치북을 멍하니 바라보던 민석이 스케치북을 받아들자 찬열이 또 강아지마냥 제 머리를 들이민다.

"그거 해줘. 잘했어~ "
"잘했어~ 찬열아, 진짜 잘했어. 고마워~ "

 민석이 슥슥, 찬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으며 말하자 기분 좋은 듯 베시시 웃던 찬열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앞에 더 있어. 많이, 많이 있어. 그리고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가만히 민석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는 찬열을 본 민석이 앞에? 하며 스케치북을 뒤집어 앞장을 펼쳤다.

"아.. "

 펼쳐든 스케치북 안은 온통 민석이었다. 우는 종대를 안아든 민석, 아이들과 노래하는 민석. 심지어는 언제 그린건지 조금 전 찬열을 달래던 민석까지도.
민석이 찬찬히 그림을 바라보다 그림 밑에 쓰여진 삐뚤빼뚤한 글씨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늘 종대가 울었다. 민석이 선생님이 달래주었다. 그래서 종대가 안울었다. 종대도 선생님이 좋은가? 찬열이는 선생님이 좋다 '
'선생님 노래 잘 불러. 오늘 동물노래 불렀다. 오리는 꽥꽥, 염소는 매'
'선생님 홀쭉이. 찬열이가 고기 줬는데 고기 다시 줬다. 기분 나빴는데 선생님 입술 아야해서 그만 했다. 선생님 봐서 입술 아야 하지 말라고 했는데 밥 먹으면 해서
밥 먹었다. 선생님 뚱뚱이 되도 찬열이는 좋다'

 일기마냥 그림 밑에 쓰여진 글들을 하나하나 읽은 민석이 찬열과 눈을 마주했다. 잔뜩 기대를 품은 눈을 알아챈 민석이 슬쩍 몸을 일으켜 또 한 번 찬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찬열아. 민석의 말에 찬열이 기분 좋은 듯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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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 댓글들 고마워요! 짧아서 미안해요:[

 

 

 

암호닉:] 장마철 우산 님! 첫 암호닉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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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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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황금손... 헐... 신알신하고가요 진짜 제취향저격 저 죽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짱짱걸이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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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황금손이라뇨ㅠㅜㅠ과찬해주시면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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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ㅎ렇ㄹ허ㅠㅠㅠㅠㅠ저 장마예요ㅠㅠㅠㅠㅠㅠㄴ아럼ㄴ규ㅠㅠㅠ 너무순수돋는거아녜요??ㅠㅠㅠㅠ허류ㅠㅠㅠ진짜짱짱좋아요ㅠㅠㅠㅠㅠ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순수해서 정화되는느낌ㅠㅠㅠㅠ다음편 써주셔서 감사해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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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정화되다닠ㅋㅋㅋㅋ좋아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장마님 생각나서 썼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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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허류ㅠㅠ어ㅏ얼밀ㅇㄴㄹ미다뮤ㅠㅠㅠㅠㅠㅠ허류ㅠㅠㅠ보배로워요ㅠ이럴수가ㅠㅠㅠㅠㅠ제생각을 해주시다니ㅠㅠㅠㅠ더할나위 없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핡핡ㅠㅠㅠ찬민정말 케미도그렇고 키차이도 그렇고 발리는데ㅠㅠㅠㅠ제가 똥손이라 잘쓸줄을 몰라서요ㅠㅠㅠㅠ써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핡핡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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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아니예욬ㅋㅋㅋㅋㅋ 저도 제친구한테 쪼여서 장난으로 쓴 글을 좋아해주시니 감사해욬ㅋㅋㅋㅋㅋ(하트)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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