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 예지력 있는 남자애
W. 레시티
조금 늦은 X-mas gift
새학기가 시작된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고,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꿈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제 진로를 찾아 점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겉으로 크게 티가나진 않을지언정 조금은 성숙해진 것도 같았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탓에 친구 사귀기에 애를먹던 나도 마음이 맞는 몇몇의 친구들이 생겼다. 그 몇몇의 친구들 중에는, 물론 김남준이.
1. 우리 만날까
첫 날 나를 집에 바래다 준 이후로 김남준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과 후 집 앞까지 함께 걸었다. 그게 당연한듯이. 처음 며칠은 물론 좀 부담스러웠다. 아는 것 이라곤 이름밖에 없는 남자애와 몇마디 되지도 않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걷는 10분이라는 시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었으니. 그나마 시험 기간엔 시험 범위라던지 모르는 문제 등 얘깃거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 실제로 김남준은 성적이 좋았다. 사실 그냥 좋은게 아니라 1등. 그것도 전교에서. 한번은 시험 문제도 미리 예지력으로 보는거 아니냐고 물었다가 꿀밤을 한대 맞았다. 물론 살살이지만. 어찌됐든 1학기 기말고사를 응시하고 시간이 더 지나 여름방학이 머지않았을 때, 여느날과 다름없이 방과 후 날 데려다 주던 김남준이 우뚝 멈춰서더니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부르기에 앞서 걷던 내가 휴대폰을 만지다 말고 뒤돌아보자, 한다는 말이 '곧 있으면 방학이네'
"어...그렇지. 한 1주일 남았나?"
"방학이 좋아?"
"당연하지. 보충학습 때문에 정말 학교에 안나오는 날은 몇일 안되지만."
"난 싫은데"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에 그냥 그대로 물끄러미 보고만 있자 고개를 약간 숙여 제 발치 어딘가를 보며 덤덤히 말을 잇는다.
"난 네 남자친구도, 친한친구도 아니라서 학교에 안나오는 날엔 널 부를수도 없어"
"....."
"안그래도 주말이면 보고싶어 미칠 것 같은데"
"야..."
"방학은 또 어떻게 버티냐"
그리고 그는 그대로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나는 쥐고있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그의 사색에 동조했다. 다행히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고, 몇걸음 걸어오더니 내 어깰 잡고 마저 걷기 시작했다. 비가오던 그 날 처럼.
"김남준"
"응?"
"주말에 전화, 문자하나 못하면서"
"....."
"매일 집에 데려다주고, 어깨동무하고, 같이 밥 먹고, 얘기하고 웃고 떠들고"
'그거 다 남자친구가 하는 일들이야' 내 입에서 남자친구라는 말이 나올 쯤엔 가슴 언저리가 간질간질했다.
"그리고 나는 용감한 남자친구가 좋아"
김남준은 똑똑했다. 그게 공부든 뭐든. 그래서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보조개가 예쁘게 패이도록 옷으며 내 두 볼을 잡고 맞춰오는 입술은, 그 무엇보다 확실하고 분명한 고백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고백을 거절할 수 없었다.
2. 남자사람친구들
앞서 언급했던 '몇몇의 친구들' 은, 엄밀히 말하자면 김남준의 친구들이었다. 서로 굉장히 친했는데,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알고 지낸 친구도 있고 최근에서야 친해진 친구도 있다고 했다.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알고지낸 친구인 박지민과 정호석은 둘 다 무용을 했는데 케이스가 아주 달랐다. 박지민은 무용을 잘했고, 또 하길 원했지만 교육자인 집안에서 반대를 했고, 정호석은 재능이 있을 뿐더러 예술가 집안이었기에 그에 따른 엄청난 뒷받침이 가능했지만 본인이 무용을 희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둘 다 무용의 길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모님과의 갈등이 절정에 다다랐을 무렵의 박지민은 단식투쟁에 나섰고, 악바리같은 그의 성격을 증명하듯 4일간 물한모금 마시지 않으며 투쟁을 벌이다 쓰러져 학교에 구급차가 찾아오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박지민은 허락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정호석. 무당이 무당팔자 피할 수 없듯 그는 그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시간이 좀 지나서 이유를 물었더니 웃으며 대답하길 '노래를 들으면 몸부터 움직이더라고. 머릿속으론 이미 안무가 그려지더라'. 나는 그의 등을 쓸어주는 것 으로 위로 겸 축하를 대신했다.
다음은 전정국. 음악과 운동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다 결국 이도 저도 선택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중인 김남준의 중학교 친구다. 사실 정확히 따지면 한 해 늦게 태어나 동생이지만 같은 해에 입학했으니 그냥 친구로 지내고 있단다. 공부 빼고는 다 잘하는 것 같았다. 공부도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그리고 김태형. 얜....
학기초에 김남준과 친해진 친군데, 남의 외모를 잘 보지 않는 내가 한번 돌아봤을 정도로 굉장히 잘생긴 친구다. 게다가 중학교 때 부터 그런 이유로 꽤 유명했는지 반에 찾아와서 선물을 주거나 말을 거는 여학생, 선배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고백도 하루걸러 한번은 받는 편 인데다 여린 면이 있어서 거절하지 못하고 사귀긴 하는데, 최장기간이, 2주였나... 본인이 상처받지는 않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고백을 받은애한테 몇일만에 차일수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친구다.
민윤기와 김석진은 우리보다 1살이 많았지만 같은 학년이었다.
김태형과 마찬가지로 새학기에 만난 친구인 김석진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경영수업을 위해 호주에서 1년간의 유학을 마친 후 한국에 돌아와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전정국과 함께 김남준의 중학교 선후배인 민윤기는 작년에 자퇴를 한 뒤 다시 검정고시를 통해 입학했다고 한다. 아마 민윤기의 진로인 음악쪽의 문제인 것 같은데, 워낙 말이없고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친구라 파악하기 어려웠다.
모두 각양각색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어도 김남준의 친구들이었기에, 그를 믿고 마음을 연 이들이 내 남사사람친구들이다.
3. 예지의 대가
시험을 앞둔 중요한 기간이었다. 진도를 모두 뺀 뒤 각자 자습에 몰두할 즈음이었는데 김남준이 말 없이 결석을 했고, 그게 내게는 꽤 충격이었다. 그가 그동안 학교생활을 착실하게 한 탓도 있지만, 내게 연락조차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 싶어 서운했기 때문이었을지도.
우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정호석을 찾아간 것. 그의 오랜 친구 중 한명이니까. 김남준이 연락도 없이 결석했다는 말에 처음엔 조금 놀란 기색을 보이던 정호석 이었지만 곧 아아, 하며 '남준이 집 주소 알아?' 하고 물어왔다.
주소? 그야 당연히...
"...몰라"
"문자로 보내줄게. 수업 끝나고 찾아가봐, 급하면 조퇴하고"
'가면서 해열제랑 죽 같은 것 좀 사다 주는게 좋을거야' 그 말은 김남준이 아프다는 말 보다 더 확실하게 와닿았다. 당연하게도, 나는 몸이 아프단 핑계로 생에 처음 조퇴를 했고 정호석의 당부대로 해열제와 죽을 사들고 문자로 받은 주소지로 찾아갔다. 김남준의 집과 점점 가까워 질수록, 나는 정말 그에 대해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음을 절실히 체감했다. 예지력 덕분이라해도 그는 나에 대해 거의 모르는 것이 없었는데도.
김남준의 집은 평범한 아파트였다. 외동이라 해도 가족이 살기엔 조금 좁은 감이 있는. 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고 초인종을 누르자 맑은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꽤 시간이 지나도 기척이 없기에 다시 누르려던 찰나 덜컥 열린 문 사이로 불쑥 튀어나온 얼굴에 깜짝놀라 들고있던 짐을 쏟을 뻔 했다.
"늦었네"
"...올 줄 알고 있었구나"
'들어와' 내 손에 들려있던 짐을 빼앗아 들고 이끌려 들어간 집 안은 가구가 몇 없어서 인지는 몰라도 깔끔했다.
"호석이가 말해줬어?"
"어?"
집 안을 둘러보던걸 멈추고 뒤돌아보자 내가 사온 해열제를 꺼내 흔든다.
"응. 근데 그것보다..아픈 줄 알고 걱정 돼서 왔더니 멀쩡하네 너"
"아니, 나 아팠어 정말로-"
"그럼 왜 연락도 안하고,"
막 화를 내려던 찰나 언제나처럼 빙글빙글 웃던 김남준의 안색이 확 굳어지더니 손바닥으로 급히 제 입을 막는다. 덕분에 약과 죽이 우르르 바닥으로 쏟아졌고, 김남준은 욕실로 달려가 변기에 머리를 박고 헛 구역질을 해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자리에 못 박힌듯 서 있던 내가 뒤늦게 다가가자 손을 휘휘 저으며 간신히 말하는 '오지마, 거기 있어'
"너, 너...왜 그래,"
"오지 말고, 거기 가만히,"
쾅, 하고 닫히는 문. 어찌할 줄 모르고 서 있던 나는 우선 어질러진 바닥을 치웠다. 죽은 다 엎질러졌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김남준은 먹을 수 없었을 것 같다.
"다 나은 줄 알았어"
열 네다섯 살 때 까지는 한달에 한번씩 고열과 구토에 시달렸다고 했다. 미래를 보는 어린 아들의 능력이 부모에게는 큰 공포였던건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쯤 부터는 여기서 혼자 살기 시작했고, 생활비는 부모에게서 한달에 한번 받는단다. 끼니 같은건 혼자 해결해야 했는데 그 때마다 도와준건 정호석과 박지민. 정호석은 제 부모에게 혼나가면서도 꿋꿋이 반찬거리들을 가져다 줬고, 나중에는 이 사실을 알게 된 박지민의 부모가 아예 김남준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서 박지민 손에 들려 보내줬다고.
한달에 한번. 많으면 세번, 견디기 힘든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공포는 어린 김남준이 홀로 받아들이기에 힘들었을 텐데도 그는 덤덤히 받아들였다. 그건 또래보다 조금 더 일찍 세상을 보았기 때문일까. 중학교를 졸업한 뒤로 부터는 고통이 찾아오는 주기가 점점 넓어지더니 이번엔 반년만이라고 했다.
소파에 파묻히듯 누워 제 이야기를 하는 김남준을 가만히 보려니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냥 고개를 돌렸다.
"왜 울어. 나 불쌍해?"
"농담이 나오냐 너는"
"어젯 밤부터 시달리다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이렇게 소파에 앉아있는 네가 보이더라고. 울고있는"
정호석도 박지민도 아니고 네가 있어준다는게 어찌나 좋던지. 그 징글징글한 자식들. 그렇게 말하는 김남준은 정말 기분이 좋은지 베시시 웃었다.
"속도 없다 너는"
"늘 말하지만...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
"중학교 입학하기도 전에, 고등학교 입학식을 기대했어. 내 옆자리에 앉는 널 빨리 보고싶어서"
"고마워. 옆에 있어줘서"
모두들 한해 잘 마무리 하셨으면 좋겠어요.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26/18/088cff2785e3ea64145d41cf229593b0.png)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311/77d4de9e3de4d406b1bf2e1fa3f26c42.gif)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0/02/19/26c66f0d775c6e1405a4a483d5be6637.gif)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08/1/e47301dc23186cf5c6ccf60daa9c4b0a.gif)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7126/2ef86020f25cdd4fd0910851277dd834.gif)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81323/d5b01015b7faa7865bafcf78ff74a923.gif)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26/20/bf77a83fd3d9e382822f35da4741491e.gif)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11/0/c7706794f639fe7fc7b1638801b5196b.gif)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04/23/b3a81076888d464e9b93b46c392baef9.jpg)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26/22/94bd50e18ce83ae91f08d16b44393ab6.gif)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조금 늦은 X-mas gif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1515/be1b07e12733fb7a05127fcf9a080358.gif)
현재 난리 난 AAA시상식 이이경 수상소감..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