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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글은 작년 이맘 때 쯤 올렸던 두편의 글을 합친 글이고, 문장이나 대사를 약간 다듬은 수준으로 수정하여 달라진 부분은 거의 없어요.
연재하는 글이 아니라 이 한편+작년 크리스마스 쯤에 올렸던 글이 끝입니다. 구독료도 없으니 이미 본 적 있던 분들도 편하게 보시면 됩니다!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 인스티즈
김남준 : 예지력 있는 남자애

W. 레시티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가니 몇몇의 시선이 모였다가 곧 흩어진다. 장내는 새학기 첫 날 부터 여러 중학교에서 모였을 아이들의 치열한 눈치게임이 한창.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뭐 그런 게임. 나는 꽤 넓은 교실을 두어번 둘러보다가 제일 가까이 있는 빈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옆자리엔 책을 읽고 있는, 결 좋은 머리칼이 차분히 정돈된 남자애. 느긋하게 가방을 벗어내리며 좀 더 자세히 보니 온통 일본어로 이루어진 소설책. 공부 좀 하는 애구나. 벗은 가방을 책상위에 올려두고 의자를 빼 앉으려는데,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 인스티즈
"손 조심."


의자 등받이를 잡자마자 따끔하게 찔리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거칠어진 나무결에 찔렸다보다. 확인 해 보니 살갗이 조금 긁혔을 뿐이다. 욱신한 손가락을 꼭 쥐고 커다래진 눈으로 남자애를 내려다보니 이 쪽은 눈길도 주지 않은채로 말한다.


"어깨 조심"
"...아...!"


뒤에서 몸장난을 치던 남자애 두명이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어안이 벙벙해져 한동안 멍하니 서서 옆자리의 남자애를 내려다 보는데, 쥐고있던 책의 한 페이지를 천천히 넘긴 후 또 한마디 한다.


"머리 조심"


이번엔 말이 끝나자 마자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 인스티즈
"이번건 장난."


'말을 해 줘도 피하질 못하네.' 저 혼자 낮게 웃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입을 다무는 모습에 입을 벌리고 한참이나 내려다 보다가 뒤에서 툭툭, 어깨를 두드려 오는 손길에 슬쩍 뒤돌아보니 벌써부터 화장이 진한 여자애가 내게 싱긋 웃어보인다.


"이 자리 안앉을거면, 내가 앉아도 돼?"

"아...응."


올려뒀던 가방을 다시금 품에 안고 몸을 틀어 살짝 비켜주자 입꼬리를 올리곤 의자를 끌어당기던 여자애가 짧은 비명과 함께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 방금의 나와 똑같은 상황. 내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그 남자애 에게로 옮겨갔고, 그는 딱히 동요하지 않으며 읽고있던 책의 한 페이지를 또 넘길 뿐이다.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 인스티즈

쟨 분명히 알고있었어. 왜 아까처럼 말 해주지 않았지?


문득 소름이 돋은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남자애의 뒷자리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리는 방송은 모든 선생님들이 회의중이니 신입생 및 재학생들은 자율학습을 하라 알리고 있었다.  배부받았던 교과서를 챙겨오긴 했지만 어차피 봐도 모를텐데. 남는 시간동안 무얼 해야할까. 


습관처럼 주위를 두리번 대던 내 눈이 앞자리의 남자애에게서 멈췄다. 까무잡잡한 목덜미가 살짝 숙여져서는 왼쪽으로 움직였다가,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다시 왼쪽으로 움직이길 반복한다. 말 걸어볼까? 뭐라고 말하지? 무시하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하는 동안 내 시선은 어느새 책상으로 꺼져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봐."


예상치 못한 전개에 고개를 확 들자 어느 한 페이지의 귀퉁이를 살짝 접은 책을 서랍 안으로 넣은 후 뒤 돌아 내가 앉은 자리의 책상 위에 팔꿈치를 걸친다. 넌 2분쯤 뒤에 그렇게 물었을테니까. 손바닥을 펴 제 턱을 괸 채로 묘하게 웃어보이는 얼굴. 내가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가만히 눈을 맞추고 있는데, 피하지 않고 내 시선을 받아내던 남자애는 별안간 '아' 하는 얼굴로 다시금 말을 이었다.


"질문이 바뀌었네. 왜 저애한테는 알려주지 않았냐고?"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그러게. 어떻게 알았지"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 인스티즈

"근데 그건 안가르쳐줄거야"


왜? 거의 반사적인 물음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왜냐고 묻는 내가 웃긴건지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매단 남자애는 부끄럽잖아. 하는 별 시덥잖은 답을 내놓는다.


혹시 좀 모자란건가. 원래 바보들이 너무 똑똑해서 미친거라던데.  눈썹을 구기고는 이제 됐다는 듯 끈질기게 맞추고 있던 시선을 돌려버리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남자애는 그대로 내 책상위에 엎드려버렸다. 숱 많은 머리칼이 내 책상위로 흐트러진다. 니 자리에 엎드려. 퉁명스러운 말이 튀어나온다. 제 팔뚝에 이마를 대고 있던 남자애는 아직 할말이 남은건지 그자세 그대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내가 제일 처음 본 미래야."

"혹시 너 잠 덜깼니?"

"벌써부터 막 좋고 그런데 어떡하지? 넌 날 오늘 처음봤는데."

"병원을 가"

"넌 상상도 못해."

"뭘?"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 인스티즈

"우리가 무슨 사이가 될지."











김남준 : 예지력 있는 남자애 











나는 말이야,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미래가 보였어. 바로 몇초 뒤에 일어날 가까운 미래부터, 몇년, 몇십년 후의 먼 미래까지. 내가 보고싶다고 볼 수 있는 게, 보기 싫다고 보지 않을 수 있는게 아니야. 보이면 봐야하고, 보이지 않으면 그 뿐인거지. 내가 딱히 운명을 바꾸려 들지 않으면 미래는 내가 본 대로 흘러가. 그런데 아직은 한번도 그래 본 적이 없어. 바꾸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한번 시작하면 끝도 없을테니까.


아주 옛날에는...그러니까, 일곱살인가 여덟살 쯤에.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장을 봐오셔서는 주방으로 들어가시면서 '오늘 저녁은 된장찌개야' 하셨어. 그래서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책을 읽는데 분명히 내가 방금 전에 읽고있던 페이지 인거야. 이상하다- 하면서 다시 페이지를 넘겼는데, 현관 문이 열리더니 어머니가 들어오시면서 뭐라고 하셨는 줄 알아?


'오늘 저녁은 된장찌개야'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 인스티즈
"...안 믿기지? 안믿어도 돼."


그런데 믿게 될거야. 말을 마친 후 내 눈치를 살피는 기색에 나는 딱히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슬쩍 내려다 본 남자애의 교복 조끼에 새겨진 '김남준'.


"오후에 비 오겠다"


느릿하게 다시 등을 돌리며 속삭이듯 한 말. 하늘은 맑았고, 오후에는 정말 비가 내렸다.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 인스티즈
"야, 김...남준. 남준아. 일어나. 야, 죽었니? 어?"


어깨를 잡아 흔들며 참을성 있게 깨웠더니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 김남준이 아직 잠기운을 다 떨치지 못한 채로 제 옆에 선 나를 한번, 텅 빈 교실을 한번 보더니 장난스레 웃는다.


"와, 안버리고 갔네."
"비만 안왔어도 안깨웠을 거야. 엄청 많이 내린다니까 얼른 챙겨서 집에 가."
"어, 기다려, 같이가-"


외모와 다르게 능글능글한 성격이 꽤나 반전이다. 무시하고 먼저 복도를 걸었더니 제 가방을 품에 안고서 졸래졸래 따라온다.


"너네집 A아파트지?"
"그건 또 어떻게 알았...아니다."
"오늘 옆집에서 뭐 먹을거 주면 받지마. 받아도 먹지 마. "
"왜?"
"유통기한 지난거거든. 버리긴 아까워서 주는거니까"


예지력이라니. 드라마나 영화도 아니고. 아, 왜 자꾸 신경쓰이지. 설마 믿는건 아니지?















학교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토해내듯 쏟아지는 비에 멈칫거리자 들고있던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더니 히죽 웃어보이는 김남준.


"비 오는건 알고 있었는데, 너랑 같이 갈 줄은 몰랐네. 기분 진짜 좋은데?"


...같은 소리를 하며 팡- 하고 편 우산밑으로 내 몸을 바짝 끌어안고 바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는 바람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꼼짝없이 함께 걷게 됐다.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짧게 보였든 길게 보였던지 간에 뭔가 보고 나면 엄청 피곤해"
"안 궁금하거든? 그리고 데려다 줄 필요 없어"
"괜찮아. 같은 방향이니까."
"남북통일이나 대선 결과 이런 건 못 보냐?"
"아쉽게도"
"내가 너라면 로또 번호 보려고 별 짓을 다 할텐데."
"그건 가끔 보일 때도 있어."
"...농담이지?"
"말 했잖아. 난 운명을 바꾸려고 한 적이 없다고"


보고도 다른 사람이 당첨되게 놔뒀다는건가?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올려보니 여태 앞만 보고 잘 걷던 김남준도 씩 웃으며 날 내려다 봤다. 그리고 내게로 얼굴을 내리길래 나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더니 이마를 맞대고 두어번 비비적대고는 떨어져 나간다.


...이건, 무슨 여자친구 대하듯이...


"야, 너 지금 뭐하는"
"...맞다, 우리 아직 아니지 참."


또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 김남준이 어느새 도착한 아파트 건물 앞에 섰다. 그런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내 모습을 멀찍이서 쳐다보기만 하고 서있다.


"같은방향 이라며?"
"데려다 주고 싶었으니까"



[방탄소년단/김남준] 예지력 있는 남자애 | 인스티즈
"그럼 내일 봐"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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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글 잘 읽고 가요! 다음편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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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 쓰차기간이라 읽기만 하고 댓글을 못남겨서 다시 찾아왔답니다ㅠㅇㅠ
저번에 올라왔었을 때 읽었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던 글이라 신알신 울렸을 때 너무 기뻐서 다읽고도 여러번 더 곱씹어가며 읽었어요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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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작가님 이 새벽에 갑자기 이 글 생각나서 찾아왔는데 마침 일주일 전에 재업로드 해 주셨네요!!! (흥분) 저 이 글 진짜 좋아해요 남준이 글 중에 제일 좋아합니다 진짜로... 남준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 말 한마디도 대놓고 노린 말투도 아닌데 너무 설레고 딱 남준이스러워서 최고예요 진짜 8ㅅ8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반가운 마음에 말이 너무 많아진 것 같지만 그만큼 제가 이 글 너무 너무 좋아해요 다음 편도 꼭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사랑해요 작가님❤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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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4.111
아 제목보고 설마했어요 아 진짜 이 글 너무 사랑스러워요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진짜 너무 설레구....너무 좋다 정말...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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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남준이 행동이랑 말투가 너무 발려요ㅠㅠㅠㅠ진짜 발린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이ㅠㅠㅠㅠㅠ하는 짓 하나하나 설레고 갑니다 소재 너무 마음에 들어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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