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p de Foudre
09
(부제: 남자가 사랑할 때)
전원우와의 사이는.... 이제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나아지는 중이다.
여전히 직원들은 우리 둘을 붙여 놓지 못해 안달이고, 나는 끝없이 어색하다.
지금도 굉장히 어색하지만, 나는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중이고....
물론 다 티가 날 게 분명했다. 전원우는 눈치 백단이고, 나는 정말 거짓말 못 하는 성격이니까.
"요즘 좀 잘 되는 중?"
"전 그런 거 광고하고 다니는 성격 아닌데요.... 그리고 전 아는 바 없습니다만...."
"세봉 씨 요즘 완전 유명인사던데. 공공의 적이지."
"......왜요. 팀장이 인기 많아서?"
전원우가 n극이면 여자들은 s극인게 틀림 없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전원우 주변을 맴도는 여자애들이 없으면 섭섭할 정도긴 했지....
고등학교 때 간혹가다 전원우가 잠이라도 자고 있으면 그 때를 틈타서 여자애들이 빵과 우유 공세를 펼치기도 했고,
무슨 빼빼로데이같은 날에는 전원우 사물함이 터질 정도였다. 대놓고 고백하는 애들도 있었고(물론 뻥 차였다).
여기서도 달라진 건 딱히 없는 듯 했다. 말 안 해도 커피 타다 주고, 허드렛일을 나서서 해 준다.
저 놈이 뭐가 그렇게 예쁘다고 그런데....
"그렇죠. 근데, 세봉 씨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완전 신경 쓰이게 말씀하셔놓고 뭘...."
"그냥, 그런 거 다 열등감이잖아요."
"뭘 열등감.... 제가 뭐 잘난 구석이 있다고."
맞다. 나는 그냥 지극히 평범하게 생기고 평범하고 평범하며 그냥 한 마디로 별 볼일이 없는 여자다.
그러니까 남자한테 놀아나고 그러지.... 열등감이라 하면 엄청 예쁜 여자 보면서 느끼는 거 아닌가?
이석민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다시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책상 위에 못 보던 게 놓여 있었다.
"이거 선배가 준 거에요?"
"내가 왜 세봉 씨한테 허구한 날에 먹을 걸 줘요?"
"죄송해요. 제가 좀 도끼병이 있어서."
나 오늘 아침 안 먹고 왔는데.... 머리 감느라 늦어서. 누가 책상 위에다가 팥빵을 놓고 갔다.
빵을 좋아하지 않는데, 단팥빵은 좋아하는 나다. 나는 그냥 팥이 좋아. 맛있잖아. 눈물을 머금고 단팥빵을 손에 쥐었다.
이석민 말 한 번 더럽게 재수없게 하네. 눈을 흘기고는 포장을 뜯었다. 아, 눈물 난다. 얼마 만의 단팥빵인가.
"와, 세봉 씨가 진짜 눈치가 없기는 없네요."
"......저 눈치 엄청 빠른데요."
"그걸 누가 줬겠냐고, 바보야. 진짜 바보네. 완전 바보."
"......."
"팀장님이 왜 몇 년 동안 좋아했는지 알겠다."
"......왜요."
"몰라주니까 답답해서 더 그랬겠죠, 뭐."
*
전원우는 늘 출근을 일찍 한다. 그래서 간당간당하게 출근하는 나와는 마주칠 일이 없다.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학교 다닐 때부터 일찍일찍 다녔으니 습관이 됐을 거라는 게 내 추측이었다.
오늘 역시 여유롭게 출근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딱 5분 남았다. 얼마나 좋아! 난 이런 간당간당함이 좋다고....
그래도 전원우를 비롯한 상사들에게 찍히면 좋을 것이 없으므로 빨리 내려오지만은 않는 엘리베이터에 불안함을 느끼며 핸드폰을 연신 매만졌다.
엘리베이터가 딱 1층에 멈췄을 때, 뒤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게 느껴지길래 고개를 돌렸더니, 전원우였다.
"......안녕하세요."
"......아씨."
처음 보는 전원우의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넥타이는 못 맨 건지 매다 만 건지 대충 걸쳐져 있었고,
셔츠 깃도 막 올라가 있었고 앞머리도 흐트러져 있었다. 살짝 부은 얼굴이 늦잠 잔 사람이라는 걸 여과없이 보여줬다.
인사를 하자, 전원우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아씨,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모습을 보여서 부끄러운 건가. 아무튼 전원우의 얼굴은 상당히 상기 돼 있었다.
"넥타이...비뚤어졌는데."
"......."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전원우는 계속 넥타이를 매만졌다.
평소에는 잘만 매고 다니던 사람이 오늘따라 움직임이 더디다. 눈꺼풀도 무거워 보인다.
어제 뭘 하다 잤길래 저래.... 보다 못해서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말하자 전원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렸을 때 아빠 넥타이 매줬던 기억을 되살려 전원우의 넥타이를 매 주었다.
그리고 이왕 매 주는 김에 셔츠 깃 올라간 것도 거슬려서 내려 줬다.
씻은 지 별로 안 됐는지, 샴푸 향이 강하게 났다. 스킨 냄새랑.
급하게 나오는 데 향수 뿌릴 시간은 있었는지 향수 냄새도 미미하게 났다.
"됐다."
"......고마워요."
막상 다 매고 나니 전원우와 굉장히 가까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전원우와 눈이 마주치자, 전원우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다. 아니....
어, 좀.... 그렇다. 왠지 모를 민망함에 뒤로 한 발짝 물러서자 전원우도 멋쩍은지 시선을 거울로 돌렸다.
전원우의 얼굴을 지금 보니 잘 익은 사과 같았다.
"보니까 늦잠 잔 것 같은데 일찍 일찍 자요."
"......세봉 씨나 일찍 자요."
"......."
"오밤중에 상태 메시지 같은 거, 바꾸지 말고...."
내 상태 메시지가 뭐였더라, 생각하던 참에 전원우가 한 술 더 떴다.
"......살 뺄 데가 어디 있다고 살을 뺀대."
"......."
"일이나 해요, 그럴 시간에. 필요 없는 일 괜히 해서 힘 빼지 말고."
전원우는 여전히 퉁명스럽다. 그렇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름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
휴일엔 혼자 영화 보는 거지.... 그렇지. 그게 답이지.
친구한테 영화 보자고 했지만 자긴 남자친구랑 봐야 한다고 거절 당했다.
그나마 회사에서 나와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이석민한테도 물어봤지만 전원우랑 보라고 퇴짜를 맞았다.
그렇지만 나한테는 그럴 용기라던가, 깡이라던가, 그런 게 없었다. 전원우를 따로 만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나 같은 새가슴한테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영화관에 혼자 갔다.
"자기야, 뭐 볼래?"
"자기 보고 싶은 거!"
저 바퀴벌레들.... 나도 저랬던 시절이 있었지.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다 짚신마냥 짝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 명확히 혼자다. 솟구치는 외로움에 눈물이 흐를 것 같았지만 그들을 흘겨봄으로써 나의 체면을 지켰다.
무슨 자기 타령이야. 여기가 무슨 도예공방인 줄 알아? 혀를 끌끌 차며 내 순서를 기다렸다.
볼 영화도 멜로 영화 뿐이다. 나의 외로움을 심화시키라는 신의 계시인가?
그냥 누구라도 붙잡고 올 걸 그랬어. 눈물을 머금고 요즘 인기 많다는 영화를 골랐다.
자리 선택을 하라길래 스크린을 보며 고민을 하고 있다가.
"혼자 볼 거야?"
니가 무슨 귀신이야? 불쑥불쑥 나타나지 말란 말이야....
너는 또 왜 여기 있는데! 회사를 제외한 곳에선 전원우를 마주친 게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사복 차림의 전원우는 새삼 낯설었다. 너무 놀라서, 그냥 줄에서 탈선해 사람들이 많이 없는 뒷쪽으로 향했다.
전원우는 대형견처럼 말 없이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너 왜 여기...있냐?"
"영화 보려고 왔지. 근데 그냥 익숙한 뒷태가 있길래."
"......어후. 깜짝이야.... 난 무슨 헛것 보이는 줄 알았어."
의미 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나서 줄이라도 다시 서야겠다 싶어,
전원우에게서 멀어져서 다시 줄에 끼었다. 벙 찐 얼굴로 나를 보던 전원우가 다시 되물었다.
혼자 볼거야? 팔짱까지 끼고 나를 내려다보는 전원우의 표정은 흡사...대답 잘 해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설마 혼자 본다고 대답하지는 않겠지."
"...가, 같이 봐!"
"응."
같이 봐! 얼떨결에 대답하자 그제서야 전원우가 애같이 웃었다.
난 전원우가 저렇게 해맑게, 아이같이 웃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최근 들어서야 알았다.
전원우는 생각보다 허술한 사람이다.
영화가.... 무슨 저렇게 쪽쪽거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담....
친구랑 봤다면 서로 꺅꺅거리면서 때렸을 텐데, 전원우랑 보니까 무슨 반응을 보여야 적합한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멋쩍은 표정으로 팝콘만 미친듯이 입에 쑤셔 넣었다. 옆을 슬쩍 돌아보니 전원우도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너도 민망하지? 왜 이런 걸 보자고 그랬을까.
차라리 그냥 스타 워즈 같은 걸 볼 걸.... 나의 치명적 실수다.
그렇게 팝콘에 계속 손을 가져가다가 따뜻한 감촉이 느껴지길래 보니까 전원우랑 손이 스쳤다.
별 일도 아닌...아닌데, 그냥 반사적으로 둘 다 손을 빼 버렸다. 그리고 전원우랑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 시선을 돌려야 하는 지도 몰랐다. 그렇게 잠시간을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저런 거 좋아해?"
"시, 싫은 건 아니지...."
전원우의 얼굴이 다가왔을 때는 그냥 얼굴이 터지는 줄 알았다.
절대 무언가를 바라거나, 예상하거나, 그래서 그런 건 아니야! 눈을 질끈 감을 뻔 했지만 안 감길 잘 했다.
그냥 귓속말 하는 거였으니까. 전원우가 저런 거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별다른 답변을 할 수 없는 내가 하찮았다.
별로...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 입은 제 멋대로 싫은 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 사실 음란한 사람이라...저런 거 좋아하거든....
"저런 거...좋아한다고 그래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
"너 나 막 변, 태라던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난 변태도 괜찮은데."
*
19금 딱지를 절묘하게 받지 못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밖에 나오니 겨울이라서 그런지 해가 일찍부터 져 있었다.
팝콘을 너무 쑤셔 넣어서 그런지 허기지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고 배고파서 죽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전원우랑 나란히 걷고 있었다. 대화가 딱히 오가지는 않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가 둘 사이에 감도는 것 같았다.
"......혹시 배고파?"
"어."
"너가 아까전에 영화 샀잖아. 그, 그러니까. 내가 사, 살게!"
"......."
"부담스러워 할 필요 없어! 나 그래도 돈 버는 여자야!"
그냥 질렀다. 내가 밥도 안 사는 건 뭔가 빌붙는 것 같잖아....
배고프냐는 말에 순식간에 대답하는 전원우에게 밥을 사준다고 말했다.
어째 내가 말을 내뱉을 수록 전원우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
왜 웃어, 왜. 내가 하찮아서 그래?! 나 나름 경제적으로 독립한 사람이라고!
"......옛날엔 내가 밥 먹자고 그러면 싫다고 오만상 다 찌푸리면서, 어?"
"......그, 그거는. 너와의 그런. 명확한! 사과라던가, 해명이라던가.... 그런 게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나 진짜 그동안 죽는 줄 알았어."
"......."
"진짜 너무너무 좋은데, 좋다고 말하려고 하면 입이 안 떨어졌었는데,"
"......."
"너 자꾸 그러면 나 진짜 잠 못 잔다."
얘가 지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껍질이 벗겨졌던 내 얼굴이 다시 빨간 사과가 돼 버렸다.
전원우는 진짜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지금 기분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이런 말 잘 안 쓰는데, 진짜 심쿵! 이라는 말은 지금 쓰는 건가?
괜히 몸이 베베 꼬인다든가.... 막 주저 앉을 것 같다든가....
제발 전원우는 입을 닫아 주라. 나 흘러 내릴 거 같아.
"......빠, 빨리 먹고 싶은 거나 말해!"
"......."
"그, 리고. 앞으로 밥 맨날 먹어."
"......어?"
"섭섭해하지 말고! 내일도 먹고, 모레도 먹고, 그냥 계속 먹어...."
나도 내가 뭐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럽지만....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지만 그냥 질러.... 인생이 그런 거지 뭐!
인생 한 방이라는 말이 괜히 있나요? 어? 처음엔 크게 말했다가 갈수록 목소리가 벌벌 떨려 작아졌다.
그걸 또 듣겠다고 몸을 숙이는 전원우가 너무 가까워서 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아, 오지 마!
"......나 이제 너 그렇게 생각 안 한다구."
"......."
"내가 너가 그렇게 싫어하는 최승철씨 이후로 누구를 만난 적이 없어서 너 막 피해 다니고, 어...."
"......."
"......그러니까. 내 말은...."
"......."
"나도 너랑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전원우가 웃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전원우가 내 볼을 꼬집었다.
아, 아파!
"만나자."
"......."
"그냥 계속 만나. 내일도 만나고, 모레도 만나고, 1년 지나도 만나."
"......."
"와 줄 거지?"
"......."
"나한테?"
숙맥인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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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가 너무 늦었죠ㅠㅠ...
그냥 갑자기 콘서트 끝나고 몰아치는 과제들을 해치우다 보니 오늘이 됐네요ㅠㅠ
그렇습니다.... 이제 쿱데포드레.. 막장인데요..?^^... 그냥 저는 키보드를 제 의지대로 두드렸을 뿐이고....
결론은 사 ☆ 귄 ☆ 다!!!!!!!!!!!!!!!!!!!!!!
배경도 핑크핑크한 걸로 해 봤어요...... 무슨 이런 급전개가 다 있담.... 저도 제가 싫네요..^^
야!!!!!!!!!!!!! ㅜㅍㅇ풍악을 울려라~~~~~~~~~ 급전개~~~~~~~~~~~ 작가를 때려라~~~~~~~~~~~~~~
제가 뭐 이렇습니다....... 절 욕하지 말아 주세요...... 전 빨리 깨 볶는 게 쓰고 싶었을 뿌니에여...엉엉..
2주 안에 쿱데포드레 깔쌈하게 끝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만....... 다음은 누구일까요?
맞추시는 분께 원우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7초 소유권을 드립니다. 하하.
늘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드리고 암호닉은 늘 받습니다!!
소중한 댓글에 저도 코멘트 달아드리고 싶은데 제가 사정상 자주 못 들어옵니다ㅠㅠ양해해주세요!
사랑해요~그리고 힙콘 갔었는데 버노니.... 솔까 버노니같이 잘생긴 애 한번도 못 봤지!
버노니 워더해 갑니다~~~~~~~ 그럼 여러분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