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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W. 풋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고 그가 말했다. 빨대를 가지고 장난을 하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를 보았다. 머리 속이 그저 멍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할지도 몰라 내 눈은 허공을 배회했다. 나는 그저 너를 멍하니 보다가 이내 응, 하고 대답했다. 네가 이런 말을 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네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그 좋아하는 사람이 곧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곧 그 사랑하는 사람이 너의 결혼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수백번 연습을 했더랬다. 거울 앞에서, 몇 번이고. 그래, 축하해…어떤 여자야? 하고 묻는 것을. 그러나 나는 그저 응, 이라고 대답하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생채기에 피가 날 정도로 연습했던 지난날은, 마치 모두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야, 반응이 뭐 그러냐?"

어? 아니, 뭐 어쩌라고. 나는 괜히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네가, 세훈이 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삐졌어? 하고 볼을 툭툭 친다. 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 너의 웃음이 보기 싫다. 너의 그 웃음은 마치 너의 좋아하는 그 사람이 만든 것처럼 느껴져 싫었다.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싶었다. 아이러니했다. 

"어떤 사람인데."
"…뭐, 그냥…평범해."

그래, 평범하겠지. 나는 고개를 또 끄덕이며 빨대로 커피를 휘저었다. 얼음에 부딪혀 빨대가 무거워졌다. 

"예뻐?"
"새끼, 너도 예쁘냐고 묻네."

너는 안 그럴줄 알았어. 무슨 말이야. 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재차 물었다. 나는 안 그럴줄 알았다니. 나도…남자인데. 남자가 그렇게 묻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 나도 남자인데.

"내가 뭘."
"넌 왠지 그런거 있잖아, 뭐라고 해야하지?"
"뭐,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나는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 이상하게 자꾸 얼굴이 굳는다. 나와는 다르게 올라간 네 입꼬리가 싫었다. 

"너는 왜 그런거 있잖아, 그냥…외모보다 마음을 더 볼 것 같고."
"…마음을 더 보는 사람이야, 나는. 잘 봤네."

나는 괜히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물론 나는 세훈이의 마음에, 매력에 이끌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모를 배제할 수는 없다. 별 수 없다. 남자는 시각적인 동물이니까. 뭐, 결국에는 오세훈이 좋다, 이거지만.

"…웃기시네. 방금 예쁘냐고 물어놓고."
"그래서, 예쁘냐고."
"…예쁘다, 엄청."
"그럼 넌 안되겠다. 너 같은 놈이 엄청 예쁜 여자를 좋아하면 백프로 차이지."

나의 작은 바람이다. 얼른 차였으면 좋겠어, 네가. 그래서 네가 빨리 마음을 접었으면 좋겠어.

"야, 너무 단호하다?"
"당연하지.야, 친구가 객관적으로 말해줘야 얼른 현실을 직시하지."
"…별로 직시하고싶지 않은 현실이다."
"그럼 난 가겠음."
"…헐, 지금 커피만 얻어 처 먹고 가는거?"
"어."
"뭐야, 너 공강이라며?"
"공강 맞아. 가서 공부해야지."
"진짜 가냐?"
"간다, 진짜."

네가 급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려 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네게 가겠다는 말을 하기 전에 가방도, 마음도 반쯤 정리했다. 나는 빠르게 일어서서 코너를 돌아나왔다. 아직도 커피향은 코 끝을 맴돌고 있었다. 네가 따라올까봐, 따라와줄까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뛰었다. 컨버스와 닿는 바닥이 유난히 딱딱해 바로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혀 끝이 썼다. 











머리가 아팠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하는 너의 말이 자꾸 귓가를 맴돌았다. 수업에 집중이 안된다. 자꾸 네 얼굴이, 목소리가 어른거렸다. 고등학교 때부터, 너를 좋아한다고 인정했던 그 순간에도 이렇지는 않았다. 나름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기에, 이런 사소하고 구질 구질한 감정에 매달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의 모습은, 그 한마디에 구질 구질 하게 매달리고 있다. 속이 따가웠다. 네가 좋아한다는 그 사람이,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수업이 마치면 카톡으로 물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카톡을 보내볼까 오만가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배회한다.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듯한 기분이다. 물론 어느 쪽이 천사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었다. 선과 악을 구별하기도 전에 자꾸만 생각들이 치밀었다. 세훈의 얼굴이, 그 여자의 존재가, 세훈의 마음이. 

답답했다. 괜시리 침이 꿀꺽, 하고 넘어갔다. 잠금 버튼을 누르는 손 끝이 떨리는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일까. 나는 재빨리 눈을 감고 탁탁, 액정을 두드렸다. 결국 친 글자는 딱 두 글자. '뭐해'. 이런 내가 싫다, 밉다, 지겹다. 도대체 몇 년째인지. 알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교수가 나를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든 이 답답한 속을 뚫어보려고 노력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밖으로 나왔다.



한산했다. 강의시간이라 그런가. 나는 얼른 사물함에 책을 던져놓고 밖으로 나왔다. 야구점퍼에 손을 집어넣고 힘없이 터덜 터덜 걸었다. 오세훈을 좋아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 녀석이 군대 갔다 오는 것도 기다린 나다. 물론, 오세훈은 내가 그렇게 오매불망 자기만 기다렸다는 사실은 모른다. 열심히 군생활 한걸로만 알지. 우리는 그저, 고등학교 동창에 대학 동기니까. 참 운도 없다. 왜 하필이면 상대가 그런, 오세훈인지. 

"어?"

오세훈이다. 환하게 웃고있다. 누구랑 대화를 하길래 그렇게 싱글벙글인가 해서, 눈을 돌렸더니 왠 여자다. 긴 머리에, 하얀 얼굴. 눈 웃음이 예쁜 사람이다. 우리 과에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었던가, 싶어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같은 과는 아닌 모양이다. 영 처음 보는 얼굴이니. 게다가 저런 여자가 과에 있었다면 과동기들이며, 선후배들이며 난리가 났겠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하하호호 난리도 아니다. 괜히 심통이 나 길 옆에 박아둔 바위를 발로 툭툭 쳤다. 분은 안풀리고 발 끝만 아프다. 이 놈의 캔버스, 버려야지.

"네, 근데 저…"

헉, 오세훈이 돌아본다. 나는 재빨리 걸음을 돌려 뒤로 돌아갔다. 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발을 굴렸다. 탁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쿵쿵, 하고 뛰었다. 괜시리 소름이 돋았다. 저 인간에게 걸릴 생각을 하니 소름이 오소소, 하고 돋는 것이 굉장히 꺼림칙하다. 

그리고 탁, 어깨를 짚는다. 아 이런……. 나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려다가, 다시 얼굴을 원상복귀하고 뒤로 돌았다. 그런데 신발 앞코가 둥글둥글 한 것이 여자 신발이다. 누구지, 하고 고개를 들었더니 학과 동기다.  오재희. 성격이 워낙 시원시원하고 털털해서 인기도 곧잘 많은, 친구. 그리고 유일하게 제 고민을 알고 있는 친구. 그녀의 밝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야, 루한. 얼굴이 왜 그래?"
"뭐, 아니야. 오랜만? 너 학교는 웬일이야.'

재희는 오세훈과도 친해서 오남매니 뭐니, 하는 별명으로도 불렸었더랬다. 그 남매니 동맹이니 하는 것도 세훈이가 군대를 가는 바람에 흐지부지 됐었지만.

"뭐하느라 이렇게 엉덩이를 씰룩이면서 걸어."
"…어?"
"아까보니까 막 뛰던데? 아줌마들 파워워킹하는 것처럼."

그러더니 제가 엉덩이를 씰룩이며 내가 하는양을 흉내낸다. 아, 뭐해.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저었더니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한다. 얘는, 하나도 안 변했네.

"넌 아직도 오세훈 빠돌이고?'

빠돌이가 뭐야, 내가 걔 팬이냐? 라고 했더니 맞잖앙~하며 어깨를 툭툭 친다. 정말 안 변했다. 좀 변하지 그랬니, 너무 초심을 가지고 가네.

"아니야. 뭐…이제 정리할때도 됐고."
"근데 왜 오세훈을 피하는데."
"…뭐야, 봤어?"
"다 봤어, 사실. 니가 바위 발로 까다가 아파서 인상찌푸리는것 까지. 귀여워서 봐준다, 김루한."
"……으이씨."

결국 나는 등을 돌리고 앞서나갔다. 나 놀리기 좋아하는 오재희, 오세훈이라는 것을 잊었다. 내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뚱한 표정으로 앞서나가자 어깨에 손을 두르며 친한척을 한다. 이거 놔, 웬 친한척이야. 

"근데 아까 오세훈 겁나 이쁜 여자랑 가더라?"
"……어."
"그래서 우리 애기루한이는, 이렇게 심통이 나셨고?"

아니거든? 내가 눈을 확 흘기자 또 귀엽다고 볼을 잡아온다. 얘는 뭐 나 못 놀려먹어서 걸신 들렸나.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귀엽다느니, 애기라느니 하는 말인줄 알면서 부러 한다. 물론 그게 애정표현이라고 변명하지만. 게다가 오늘은 자존심 상하게 힐까지 신고와 나보다 키가 크다. 아……무너지는 내 자존심이여.

"오세훈 그 새끼 나한테 카톡왔던데."
"좀, 너는 취직도 했다는 애가 아직도 욕이냐?"
"어, 욕임. 아무튼 걔 카톡왔더라."
"뭐라고?"
"…뭐, 잘 지내냐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요구질이지."
"뭐라고 그랬는데?"
"술 한잔하자고, 할 말 있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목울대로 울컥, 하고 무언가가 넘어오는 기분이었다. 혹시, 재희였나. 머리가 아팠다. 뭐해, 하고 보낸 내 카톡이 가엾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이, 가엾다고 생각했다. 

"너희 무슨 일 있냐? 너 표정도 이렇고, 오세훈도 그렇고…"
"……."
"어어, 야 김루한. 너 왜 그래?"

아니야. 괜히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아 두 손으로 아프게 문질렀다. 재희 앞에서 울고 싶지는 않았다. 쿨한 남자가, 쿨한 짝사랑이 되고 싶다. 그러나 속이 덜컹거린다. 미치겠다.

"왜 그래."
"…아니다. 너 빨리 가봐라."
"……나 안갈거야."
"…뭔 소리야."
"나 너 이 지랄할거 눈치채고 온건데."

또, 욕. 내가 붉어진 눈가를 달래며 말하자 신경쓰지마시고, 갑시다! 하며 나를 이끈다. 재희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질질 짜는, 말 그대로의 찌질이가 되어있었겠지.








"김루하안…이 븅신새끼이…내가 다 답답하드아…"
"내가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러냐? 니가 나였으면, 평생 무덤까지 가지고 갔을거다."
"그래도 새끼야, 나느흔-말이라도 했을거야. "
"거짓말 하지마, 인간아. 넌 너랑 똑같은 여자를, 그것도 친구를 좋아하는데 말했겠냐?"

알딸딸하게 취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아무 말이나 툭툭, 내보냈다. 필터의 스위치는 꺼진지 오래였다. 부어라 마셔라 꿀떡 꿀떡 잘도 마시던 재희는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것 같다. 몸이 으슬 으슬, 추웠다. 취기가 올라오면 더워야하는데 왜 이렇게 추울까. 나는 점퍼를 여미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

포장마차 테이블에 반쯤 드러누워 있던 재희가 눈을 반쯤 뜨며 올려다 본다. 누군가 싶어 뒤로 돌아봤더니 오세훈, 그 자식.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던, 그 자식. 오세훈이다. 볼이 붉어져있다. 술이라도 마셨나, 아니면 추웠나. 추우면 안되는데. 또 괜히 걱정이 된다. 

"뭐하냐, 둘이서."

오세훈이 의자 하나를 끌어다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재희가 오세훈의 어깨를 툭툭 치며, 술 먹었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조금 마셨다, 근데 안 취했어- 하고 대꾸하는 오세훈이다. 

"오재희 너는 나랑은 안 마시겠다더니, 김루한이랑은 마시냐?"
"너보다 김루한이 더 불쌍하니까."
"…뭐가 불쌍하냐. 걱정없이 사는 놈."

……걱정없이, 사는 놈. 속이 쓰렸다. 술의 탓이겠지. 나는 소주병을 아무렇게나 쥐고 들이 부었다. 투명한 액체들이 흘러나와 테이블을 적신다. 

"야야, 자작을 뭐 그렇게 무식하게 하냐?"
"…놔라."

눈을 매섭게 뜨고 손목을 잡아오는 손길을 뿌리쳤다. 오세훈이 멍하니 나를 보는 눈길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너도 날 그렇게 무시했으니까, 너도 내 감정을 그렇게 모른 척 했으니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작 내 감정을 무시한 것은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인정을 못하는데, 상대방이 인정할리가 없지. 그래,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나는 애써 쓴 속을 달래며 소주를 털어넣었다. 

"아-"

여지없이 날아드는 오세훈의 손길에, 내가 고개를 설레 설레저었다. 늘 저 자식은 내가 술 먹을 때마다 옆에 붙어 안주를 손수 떠먹여 주신다. 우동 국물을 떠 입 안에 넣으려는 오세훈의 손길을 거부하자 인상을 확, 구긴다. 뭐,뭐뭐. 나는 술기운을 빌려 심통을 부려본다. 

"쉬이-바알놈드을-존나 군대 가따와서 연르악도 없구…"
"야야, 오재희. 야 괜찮냐?"
"갠찬켓냐? 내가 지금 마신 쐬주만 열병이야! 열병!"

生구라다. 두병째다.

"내가! 내가! 오늘 우리 김루하니…불쌍해가지고 내가…"

하고 고개를 박는다. 갔다. 몽롱한 정신으로 소주를 마시던 나와,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던 오세훈이 동시에 눈을 맞부딪히며 한숨을 내쉰다. 오재희는 늘 이런식이다. 개뻥을 치다 결국 가장 먼저 뻗는 것. 마음은 벌써 저만치나 앞서가는데 몸이 안따라준다고 했나, 뭐랬나. 잘 모르겠다. 나는 익숙하게 일어서 재희를 들쳐 업다시피해 부축했다. 그러자 오세훈이 옆으로 덥썩 붙어 말한다. 

"오재희는 내가 업을게."
"…야, 됐어."
"너 술도 취했잖아. 그러다 얘까지 다쳐, 비켜."

그래, 알았다. 나는 민망하게 뒤로 물렀다. 어이가 없으려니까, 정말. 그래도 괜찮다. 다 괜찮다. 너니까, 이제 정리할 너니까. 

오세훈은 재희를 들쳐 업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 나아-쁜놈. 계산도 내가 하라 이건가. 별 수 없이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 푸른 종이 몇 장을 건냈다.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았네,하고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왔더니 저 혼자 뭐라고 중얼대는 오세훈이 보인다. 뭐야, 왜 저래. 재희를 들쳐업고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옆으로 조용히 움직였더니 또 칼 같이 뒤돌아본다. 귀도 밝네. 나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가자, 하고 당차게 말했다.

"오재희 데려다 줄테니까 넌 먼저 가."
"…왜, 술 좀 깨고 갈려고 하니까."

재희가 그렇게 좋니, 라고 묻고 싶었다.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그 좋아하는 사람이 사실은 재희니-하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늘 그렇듯 겁쟁이이기에, 입을 꾹 다물고 눈만 크게 뜨고 오세훈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왜애, 하고 묻는다. 나는 그저 고개를 내저을뿐이다. 속은 쓰렸고, 머리는 아팠다. 술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할만큼.








결국 나는 집으로 터덜 터덜, 먼저 걸어와버렸다. 물론 재희를 자취방에 뉘여주는 것까지 보고 말이다.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로지 내 발자국 소리다. 슬펐다. 이 발자국 소리가 하나라서, 혼자라서. 그래도 별 수 있나, 이미 다 지나가버린 사람인 것을.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쓸쓸하기 그지없는 원룸의 풍경이 보인다. 그래도 남자치고는 깔끔한 내부가 보인다.

"에휴……"

한숨을 한바가지로 내어쉬며 문을 닫으려 손을 뻗었는데 갑자기 확, 져쳐진다. 너무 놀라 몸까지 떨었더니 푸흐흐, 하고 웃음소리가 흩어진다. 내 웃음 소리는 아니었다. 너무 익숙하게 귀에 들러붙는 이 소리는, 오세훈. 

"눈 동그랗게 뜨고,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건데?"
"…뭐야, 너."
"가란다고 진짜 가냐."
"…그럼 뭐 어쩌라고."

화가났다. 도대체 나더러 어쩌라는 것일까.

"말 잘 들어서 예쁘다고."

사람을 들었다가 놨다가, 아주 난리네. 내 머리를 마구 헝크리며 집 안으로 쏙 들어와버리는 오세훈이 얄미웠다. 그러나 얄밉지 않은, 이상한 감정이 새어들었다. 

"야- 나 좀 재워주라."
"너희 집 뒀다 뭐하게."
"…가기싫다."

……오분거리면서. 혹시라도 세훈이가 가버릴까봐, 나 혼자 웅얼댔다. 우스웠다.

"…야, 내가 니 친구냐 셔틀이냐? 집에 가라."

그래서 괜히 거칠게 말해버린다. 들킬까봐. 늘 나는 이런식이었다.

"싫다니까."
"가라고."

나는 겉옷을 벗고 자그마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오세훈도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가라고. 너 오분거리잖아. 너희 부모님도 걱정하시겠네, 얼른 꺼져라."
"…걱정은 무슨. 아들 자식 뭘 그렇게 걱정하신다고."
"꺼지라고. 맨날 뭐냐? 내가 니 호텔이냐, 모텔이냐. 빨리 꺼지라고."
"……."

뭐야, 왜 말이 없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말을 이어나간다. 사실 좀, 민망했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있는 세훈의 표정이, 이상했다. 게다가 분위기도 좀…이상했고.

"…하…오늘 도대체 너 왜 왔어? 재희랑 나랑, 잘 마시고 있는데 왜 왔느냐고."
"……."
"왜, 재희가 걱정되디? 그럼 연락을 하지 그랬냐. 진작에 자리 비켜줬을텐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고 있자니 정말 빈정 상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재희가…읍-"

이상했다. 이상했는데, 확실히 이상했다. 물컹하고 입에 부딪히는 것이 이상했다. 갑자기 밀고 들어오는 혀에 입술에 멍해졌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로 피하려했으나 오세훈의 팔이 더 빨랐다. 허리를 감고 제 쪽으로 끌어당기는 손이 능숙했다. 많이 해봤구나. 괜히 또 거기에 빈정상하고. 

그러나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입 안으로 파고드는 오세훈의 혀에 정신은 온통 그 쪽으로 팔려 있었다. 혀가 얽혀들고 아랫입술까지 살살 빨아올리다 이내 입을 살짝 뗀다. 나는 여전히 놀란 상태였다. 

"쨍알 쨍알 너무 시끄럽길래."

응? 하는 내 목소리와 동시에 오세훈이 치고 들어왔다. 점점 나는 뒤로 상체가 기울었다. 오세훈의 팔은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오고, 맨살을 살살 쓸기 시작했다. 입술은 이미 침으로 적셔져 밑으로 흐를 지경이었다. 오세훈의 혀는 능숙하게 내 치열을 훑다가, 이내 내 혀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정신은 아득해져만갔다. 

"루한아."

갑자기 입술을 떼고 나를 부르는 세훈이의 목소리에 눈을 똑바로 뜨고 올려다 보았더니, 엷게 웃으며 말한다.

"…미안해."

알 수 없었다. 다시 내 입술에 닿는 오세훈의 입술 말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던 너의 말은 어떻게 된것인지 모르겠다. 입고 있던 청바지를 벗기는 손길에 내가 불안한듯 고개를 내젓자 오세훈이 엷게 웃는다. 

"…싫지."
"……."

싫을리가 없었다. 그렇게도 기다렸던, 간절했던 너였다. 그럼에도 내가 걸리는 것은 너의 감정이었다. 술기운에 저지른 일은 결국에 아무것도 남지 않고 후회만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걸렸다. 

"…진심이야."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그렇게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 그거 진심이야."
"……."

오세훈의 눈이, 그의 표정이, 온 마음을 다해 말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몇 년을 봐왔던 얼굴이다. 그리고 그 주어도, 누구인지…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판단하기도 전에 좋다,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목울대로 넘어오는 이상한 감정을, 울컥함을 애써 삼키고 눈을 피했더니 세훈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며 다시 눈을 마주쳐온다. 

"진심이야."
"……."
"그러니까 피하지마."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오세훈이 입술이 찾아들었다. 나를 달래듯 아랫입술을 물고 빠는데 그 느낌이 너무 행복해서, 좋아서 견딜수가 없었다. 남들이 말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입 안으로 들어오는 오세훈의 혀가 달았다. 그의 손길이 달아서, 견딜수 없었다. 마음이 아플만큼, 달았다. 

"울지마…"

내가, 울었나. 내가 고개를 설레 설레 젓자 오세훈이 아프게 웃었다.

"…넌 왜 이렇게 사람을……."
"……."
"아프게하냐."

오세훈이 이내 나를 품에 끌어안았다. 이내 봇물터지듯 눈물이 흘러나왔다. 흉하게 엉엉, 하는 소리도 냈다. 오세훈이 힘없이 웃으며 내 등을 쓸어주다 아예 안고 일으켰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저, 엉엉 울었다. 서러워서, 기뻐서, 좋아서 울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정체를, 네 감정을 정체를 알게되서 기뻤다. 그동안 소비했던 내 모든 감정들이 결코 소용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기뻤다. 

"우리 루한이…"
"……."
"미안해……."

말꼬리를 늘리는 네 목소리가, 구슬펐다. 나는 오세훈의 허리를 잔뜩 껴안고 고개를 파묻었다. 내딴에는 어리광이었다. 거부할 것 같아 무서웠으나 나를 더 꼭 안아오는 세훈의 손길이 좋아 또 울음을 터트렸다.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아냐."
"……."
"군복을 입어도 저 새끼는, 왜 저렇게 좋지."
"……."
"저 새끼는 뭘 해도 귀엽고, 좋아보이지…"
"……."
"왜 면회는 안오지, 혹시 괴롭히는 선임이라도 있나…복학하고나서 친구는 있나… 아프지는 않나…"
"……."
"김루한, 나 봐."

…왜애. 코가 맹맹했다. 너무 운 탓이다. 내가 코 밑을 만지작 거리며 올려다보자 오세훈이 또 피식, 웃는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걸 겨우 참았다. 

"또 커피만 얻어먹고 그렇게 갈거야?"
"……."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냐, 하고 대꾸하려던걸 겨우 참았다. 

"또, 또 말 끝까지 안들어보고 갈거야?"
"…아니."
"야, 김루한."

또 왜애. 내 이름을 투박하게 부르는 것이 싫어 부러 퉁명하게 대답했더니 이번에는 아주 소리를 내서 웃는다. 뭐가 그렇게 좋니, 너는. 

"너 나 좋아하지?"
"……."
"……말해."

오세훈의 눈이 이상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눈빛인데, 묘하게 불안해보였다. 내 입에서 아니라는 말이 나올까봐인가. 다 알고 있으면서, 내가 우는 모습까지 다 봐놓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푸학, 하고 웃어버렸더니 뭐하는 거냐며 노발대발한다. 

"좋아하지?"
"……어."

좋아하지, 엄청.뒷말은 조용히 씹어삼킨채 나는 여전히 맹맹한 코를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제서야 오세훈의 표정이 밝아진다. 뭔가 우스웠다.

"다행이다."

오세훈이 바보처럼 웃음을 잔뜩 흘린다. 그러더니 내 얼굴을 보고 푸흐흐, 하고 변태같이 웃는다. 뭐야, 왜 웃는데. 오세훈은 또 대답도 없이 웃는다. 그러더니 쪽쪽, 하고 볼에 뭐가 닿는다.

"…뭐야."

내가 정색을 하고 물어도, 여전히 오세훈의 얼굴은 웃음기가 가득하다. 

"…좋아죽겠네."

쪽쪽, 또 볼에 닿는다, 너의 입술이. 나는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입을 앙다물었다. 그러자 또 그 앙다문 입술 위로 쪽쪽, 입술을 부딪힌다. 그래, 나도 좋아죽겠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는 내 말에 재희가 뭐?하고 소리를 빽지르다가, 이내 내가 하는 말에 겨우 수긍을 하고 욕을 퍼부었다. 그럼 누구라고 미리 말을 했어야지 놀랐잖아, 자식아. 하면서. 정겹기 그지없는 재희의 말에 나는 그저 웃음을 토해낸다.

[…그래서.]
"…그냥, 뭐."
[사귄다고?]
"뭐, 그렇지."

괜히 멋쩍어서 뒤늦게 대답했더니 재희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쉰다. 이 새끼들 또 커플 탄생이오, 하며 한탄을 내뱉는데 내가 다 죄송스러워 할 말이 없다. 

[…김루한 인간승리네.]
"……그건 모르지."

나만 인간승리한것인지, 오세훈도 한것인지. 내 말에 재희가 또 한숨을 푹, 내쉰다. 이러다 지구 꺼지겠다.

[그래, 잘 지내라. 나는 또 당분간 일하느라 학교 못간다. 근데 지금 오세훈은 뭐함?]
"커피…주문하는데."
[커피 보다 달달하고 씁!쓸한 연애 열심히 하시구요, 이 게이들아. 그럼 나는 꺼질게.]
"야, 이씨-너 말 진짜!"
[뭐,뭐. 지적 그만하시지, 연'애자'. 아무튼 나 끊는다. 쌍으로 연락하면 죽는다. 진짜 연락 안하면 더더욱 죽는다.]

뭐, 어쩌라고. 그래도 나는 좋아서 허허 웃으며 끊었다. 내 고민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잘 받아줬던 재희이기에 실은 기뻐서 투박하게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웃음기를 여전히 머금은채로 메뉴판을 보고 있는 세훈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턱도 괴었다. 이제서야 제대로 각도가 나온다. 잘생겼네, 오세훈. 

한참 뒷모습을 보고 있었더니 세훈이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나와 눈을 맞추고 웃는다. 내가 손을 흔들어주었더니 저도 좋다고 손을 흔든다. 좋냐고? 좋다.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몇 년을 마음에 품어온 사람이니까. 

'기다려'라고 입모양으로 말하며 다시 주문을 하는 세훈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또 혼자 웃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어서. 





가을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기분 좋은 가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Fin.






---------------------------------------

반응이 괜찮다면 번외도..?ㅎㅎ
생각 중에 있습니다.
제가 세루를 참 좋아해서 세루 단편으로 가끔 찾아뵐것같아요!ㅎㅎ
부족한 실력이라도 응원부탁드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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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ㅜㅜㅜ ㅜ세루ㅜㅜㅜ감사합니다ㅜㅜㅜ이런거너무좋아요ㅜㅜ달달한짝사랑ㅜㅜㅜㅜ키스할때 진짜설렜어요ㅜㅜ엉엉 번외기다릴게요!!!!꼭오세요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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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ㅜㅜ감사합니다! 번외는 조금만 기다려주세용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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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흫 좋다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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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ㅜㅜㅜㅜ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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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흐으으으으으ㅡㅇ엉ㅇㅇ 으엉 으윽 내 심장 으윽 아아 너무 좋아요 야심한밤에 이 무슨 감성어택 ㅜㅜ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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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ㅜㅜ감사합니다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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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번외 써주세요 제발제발 신알신하고가요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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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열심히 써서 돌아올게요 신알신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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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하대박; 세루; 요즘세루글너무많아서짱좋다능ㅠㅠㅠㅠㅠㅠ♥ 자까님 필력쩌시네여; 당황; 쩔어; 짱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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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저도 참 세루 좋다능ㅜㅜㅜ칭찬 감사합니닼ㅋㅋㅋ왜이렇게 웃기죠 ㅋㅋㅋㅋ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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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신알신.....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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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용...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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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으하아으으으으으세루세루ㅠㅠㅠㅠㅠㅠㅠㅠ죽어나간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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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ㅜ아 진짜 감사해용!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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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완전재밋어요ㅜㅜㅡ번외도 와주세요!!!!신알신하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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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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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헐ㅜㅜㅜ완전ㅜㅜㅜ취향저격ㅜㅜㅜ속앓이하다가 고백받고 좋아서 우는 루한이 왜이렇게 귀여워요?ㅜㅜ아 세루ㅜㅜㅜ진짜 작가님 어서 번외를 주세요!이건 마땅히 번외가 있어야해요ㅜㅜ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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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저도 이런거 좋아하는데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니ㅜㅜ기쁩니당ㅜㅜ네 번외 써써 돌아올게용!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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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완전 취향저겨규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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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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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ㅜ세루행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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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행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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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헐 완전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달달하니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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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ㅜㅜㅜㅜ정말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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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에요!!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훈이랑 루한이가 잘되서 정말 다행이네요ㅠㅠㅠㅠ.. 둘이 쭉 행쇼하길!!! ㅎ헿 번외라니...!!!!! 네!! 당연히 원하죠ㅋㅋㅋㅋㅋ 작가님!!! 항상 잘보고 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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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ㅋㅋㅋ아 진짜 매번 너무 감사드려용♥짱 사랑합니다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님!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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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ㅎㅎ저도 짱 사랑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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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저 또한!!! 세루를 무지 좋아하는데요!!!! 하트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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