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옆 집, 전남자친구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1/4/b14718dc863220ffa400817d324afdd0.gif)
BGM ; LOVE - SAM OCK
우리 집과 학교와의 통학거리는 정말로 멀었다. 기본적으로 기차를 타거나 고속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걱정이 되신 건지 내게 학교 주변에 아파트를 구해주셨다.
엄마와 함께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엄마는 이사 떡이라도 돌리라며 내게 엄청난 양의 떡을 건네셨다.
그리고 나는 윗 집, 아랫 집 등 온 아파트를 돌며 떡을 돌렸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옆 집 초인종을 눌렀다.
옆 집에는 좀 착한 분이 사셨으면 한다. 몇 번을 띵동, 거리자 이내 집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 집에 아무도 없어요!"
황당스러웠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 무슨 남자 목소리가 들려. 귀신이 사는 것도 아니고.
나는 문을 두드렸다. 나도 빨리 끝내고, 침대에 눕고 싶거든? 옆 집에서 왔어요! 제법 크게 이야기하니까 드디어 문이 열렸다.
아까처럼 떡을 건네며, 이사왔는데 잘 부탁드려…라고 말하려고 했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성이름?"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기운에 시선을 위로 돌리니, 말도 안돼. 세상이 이렇게 좁을 리가 없을 텐데…
김태형이였다. 내 전남자친구, 그것도 옆 집 남자가. 김태형은 나를 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김태형은 자다 깬 얼굴이였다. 부시시한 머리에 폐인인 얼굴,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
내가 생각했던 김태형은 항상 말끔하고 깨끗한 남자였는데, 물론 틈이 있긴 했지만.
김태형은 내 손에 들려있던 마지막 떡을 받아들이더니,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잘 먹을게. 근데, 그 대신에…"
김태형은 내게 핸드폰을 들이내밀었다. 오늘 정말 일이 왜 이렇게 꼬이는 걸까.
김태형이 하는 말은 가관이였다. 번호를 달란다. 이게 무슨 작업 걸기인지, 속셈인지 전혀 모르겠다.
"싫어."
단칼에 잘라버린 내 말투가 마음에 안 든 건지, 김태형의 미간은 약 3초 정도 찌푸려져있었다.
아, 잠깐…얘랑 연애할 때 내가 거절할 때면 어떻게 했더라. 잠시 생각이 들지 않았다.
김태형은 내게 점점 다가오더니 내 뒤의 문을 닫아버렸다.
"정말, 안 줄 거야?"
김태형은 특유의 눈웃음으로 내게 가까이오며 물어왔다. 좀 많이 가까이왔다 싶을 때 나는 김태형의 시선을 피했다. …싫어.
얼굴이 달아오는 걸 느꼈다. 내가 연애할 때처럼 곰탱인 줄 아나. 아니, 솔직히 아직 곰탱이가 맞긴 맞았다.
그래서 더 있다간 또 넘어갈 것 같았다. 난 그대로 김태형의 얼굴을 밀어내고 문을 열었다.
그리곤 웃으면서 말했다.
"떡, 맛있게 드세요. 이웃님."
***
태형이와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만났다. 성격이 좋은 김태형은 누구와도 빠르게 친해졌고, 나는 그렇지 못 했다.
적응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아직 친구가 없던 내게 김태형은 아주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샌가 눈을 뜨니 김태형과 나는, 그래. 김태형은 몰라도 나는.
김태형 없이 못 사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 그렇게 우리는 아주 깊이 사귀게 되었었다.
평소와 같이 김태형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준비를 열심히 하고, 학교에 갔을 때였다.
김태형과 나는 비밀 연애 중이였는데, 김태형에게 다가오던 왠 여우같은 여자가 있었다.
그 때 여우라는 단어가 내게 가장 최상급인 단어였으니까, 어쨋거나…그 여우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과 선배들과, 동기들 모두 그 여우에 대해서 언급했고 둘이 사귄다는 기분 나쁜 소문까지도 펼쳐졌다.
그 때까지 태형이를 믿었다. 그럴 애가 아니란 걸 알기에, 나는 김태형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이였던 그 날, 과에서 회식이 있었다.
김태형 옆에 앉으려고 했으나 나는 그 여우의 콧바람에 밀려났었다.
어찌됬건 그냥 그렇겠지, 태형이는 관심 없겠지. 싶어서 지금도 그렇지만 1학년이였던 나는 선배들이 주던 술을 쭉쭉, 들이키고 있었다.
나는 원래 술에 쎈 성격이라 잘 취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주변의 동기들은 모두 하나 둘씩 나가떨어져있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태형이는 괜찮을까,하는 마음에 김태형을 찾아다녔다.
김태형이 보이질 않았다. 그 여우, 정아현도. 둘이 함께 사라져서 술 집 안에서 보이질 않았다.
술에 취한 시체들의 틈에 발을 넣어 둘의 행방을 찾기 위해 잠시 술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 둘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골목에서 둘은 서로를 안으면서 따뜻한 눈길을 주고 받고 있었다.
…크나큰 배신감이 내게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태형아, 좋아해…'
'나도, 나ㄷ…'
김태형은 취기가 올랐던 것인지 여자에게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이렇게 모든게 끝났다. 뭐가? 김태형과 나의 연애가.
***
그렇게 김태형과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었고, 난 절대 김태형과 마주치지 않게 김태형을 피해다녔다.
김태형은 아직도 그 여우와 잘 만나고 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벌써, 헤어진지도 한달이 넘었다.
아예 그냥 연애하는 티를 냈다. 그 둘은 …김태형은 나와 헤어지길 바랬는지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마주치다니,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그래, 헤어짐에 좋음이 어디있겠나 싶었다. 나는 그래도 김태형과 헤어지고 나서 엄청 힘들었었는데…
물론…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고.
***
교양으로 한국사를 수강했다. 어차피 시험도 봐야하니까 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 의자에 핸드백을 두고, 아무도 안 올 것을 알기에 핸드폰을 두드리며 교수님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좀 앉을게요, 그 말에 나는 핸드폰에 시선을 두며 핸드백을 치웠다.
그런데, 옆에서 누군가가 손을 뻗어 핸드폰을 뺏었다. 순간 당황스러워서 옆을 쳐다보니…김태형이였다.
뭐야, 얘가 왜 여기있어. 김태형은 다이얼에 자신의 번호를 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곤 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고 번호를 확인했다. 김태형은 웃었다.
"번호 획득 완료."
김태형은 내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핸드폰을 돌려 받았고 노트를 꺼내 정리하는데 옆에 있던 김태형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너랑 안 어울리는데, 왠 한국사?"
"…그럼 너랑은 어울리냐."
"그건 아니지만…그래서 점심 누구랑 먹어?"
"아싸라서, 혼자 먹을 거니까 좀 꺼져."
"우리 이름이 이제 욕도 써?"
"하, 참. 그럼 너는…!"
"거기 좀 조용히 하지."
언젠가 들어오셨던 교수님이 우리 둘을 바라보며 큼큼, 거리셨다. 나는 김태형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칠판으로 시선을 거뒀다.
진짜 싫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 계속해서 노트와 칠판을 번갈아가면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데 노트 끄트머리에, 김태형이 뭐라고 계속해서 쓰기 시작했다.
- 그래서 점심 누구랑 먹는데.
- 신경 꺼.
- 나랑 먹자, 내가 살게.
- .. 싫다니까?
- 아, 왜. 너 아싸라며.
- 그래서 뭐 어쩌라고.
- 먹자. 내가 니 좋아하는 스파게티 잘하는 집 안다고 8ㅅ8
- 하 너 진짜 답 없는 거 알지.
- 아니까 가자. !-!
- 여친이랑 먹으러 가세요.
- 여친 너?
- 정신 안 차리냐.
- 'ㅅ' 그럼 가는 거다?
- 아 진짜 싫어.
- 난 너 좋은데.
- 니가? 나를? 웃기고 있네.
- 왜, 나 진짜 너 좋아해.
- 웃기지마. 강의나 들
강의나 들어,라고 쓸려고 했다. 그런데 교수님의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지, 라는 멘트가 들려왔다.
헐, 이럴 순 없어.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와서 김태형을 째려보았는데 김태형은 눈웃음을 지으며 예쁘게 웃었다.
그리고, 필기 노트를 내려다봤을 때 한 면이 거의 김태형과의 이야기로 가득차있었다. 하, 몹시 짜증난다.
***
"난 크림파스타, 너는 토마토 스파게티?"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제 더 이상 성낼 힘도 없다.
김태형이 주문을 하러 가고 나는 핸드폰을 보다가 아까 김태형이 적은 말에 대해서 생각이 들었다.
[ 난 너 좋은데? ] 웃기고 있네, 김태형의 기준에선 호감이면 좋은 건가.
김태형이 주문을 하고 왔다. 내게 이야기를 하면서 재잘재잘 거리던 김태형의 전화기가 울렸다.
[정아현] 그 때 걔 이름이 정아현이였는데, 잘 사귀고 있었나보네.
나는 괜히 씁쓸해져서는 눈 앞에 있던 자몽 에이드를 들이켰다.
그러고보니 내가 여기와서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헤어진 남자친구랑 편안하게 식사를?
먹다가 올라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김태형은 울리던 전화기의 이름을 확인하더니 그대로 전화기를 뒤집어버린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뭐하는 짓이지, 여친 전화도 안 받ㄱ…아, 근데 이제 걔 기준에서는 내가 불륜녀구나. 도돌이표 같았다.
반복의 반복.
"그래서 왜 이사온거야?"
"…집이랑 학교랑 너무 멀어서."
"결국엔 이사왔네, 잘 됐다. 항상 혼자 기차타는 거 보고 걱정했었는데."
저렇게 달달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김태형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
뭔 걱정이야, 싶어서 가볍게 무시하니 김태형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오후 수업은 없고?"
"어, 그런 거 같아."
"그럼 나랑 영화 보러 가자."
"…뭐?"
…내가 왜 그래야하는 거지, 그러한 눈빛으로 바라보니 내가 점심 값 냈잖아? 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김태형이였다.
마침 음식이 나왔고, 음식에 손을 대며 김태형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네 여친이랑 보러 가. 왜 자꾸 나를 끌어드려."
"여친 없는데, 무슨 여친이야."
"…정아현."
"걔가 왜 내 여자친군데."
"그럼 뭔데."
"누가 그래, 여친이라고."
"과 선배들부터 동기들까지 모두 그렇게 알고 있던데?"
"정아현이 그래?"
정아현이 소문을 냈었나?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 때 과 선배가 이렇게 말했었다.
'아현이가 그러던데, 김태형이랑 사귄다고.' …그 남자 선배도 입이 꽤나 가벼운 편이였다.
그렇다는 건, 맞구나. 정아현이 소문을 낸 것이. 나는 빠르게 답을 하지 못 했다.
그런 나를 눈치 챈 건지, 아니야. 라고 말하는 김태형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럼, 무슨 사인데."
"아무 사이도 아니야."
마치 여자친구한테 바람 피다 걸린 것을 해명하는 남자친구 같았다.
어느샌가 스파게티를 다 먹었고 그릇이 깔끔하게 비워져있었다. 그럼, 그 때 안으면서 좋아한다고 그랬던 건 뭔데? 라고 묻고 싶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다시 묻어놓고는 영화 보러가자며 신나게 재촉하는 김태형에 알겠다며 얼버무렸다.
***
어쩌다보니, 김태형과 영화도 보고 카페도 다녀왔다. 무슨 데이트 코스도 아니고 이게 뭐야…
한숨이 나왔다. 김태형이 집으로 들어가면서 카톡할게, 라며 방긋 웃었다.
나는 그러던지, 라는 표정을 지으며 비밀번호를 치고 집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뻗었다.
피곤한 하루였다. 정아현이, 그럼 모든 일을 처리했다는 건가?
그렇게 순수하게 웃고 다니는 애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정아현과 김태형이 사귀는 게 아니라고 해도, 둘이 서로를 좋아하긴 하잖아.
수만가지 생각이 머릿 속을 지배했고, 나는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모르겠다. 진짜.
***
그 날 이후로, 김태형과 나는 자주 붙어다녔다. 그리고 과에서는 이런 소문이 돌았다.
…김태형이 정아현을 버리고 나와 사귄다는, 그런 시덥지 않은 소문들.
아현이 너무 불쌍한 거 아니냐며, 한 여자 선배가 말했다. 그리곤 내게 아니지? 라며 확신을 묻는 질문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니에요, 라고 웅얼거리며 답했다.
그리고 과 선배들과 동기들 몇 몇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김태형과 정아현 사이를 회복시켜주자며
아현이가 선배 자신에게 태형이와의 사이가 너무 걱정된다고 그랬다고,
회식 자리에서 둘의 사이를 좋게 풀어주자고 선배들끼리 입을 맞췄다.
짜증났다. 왜 걔가 김태형이랑과의 사이를 걱정하는지, 애인도 아니면서.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
회식 자리에서 김태형과 정아현은 또 함께 앉아있었다. 물론, 나는 그들과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더러운 기분에, 나는 소주 병을 들었다.
많이 썼다. 오늘따라 취기가 빨리 올라오는 느낌이였다. 나 꽤 술에 쎈데, 왜 이러지 …하고 술 병을 바라보니
어느새 나혼자 세 병을 갈아치웠다. 오, 나 진짜 술 쎄구나. 나와 함께 술 내기를 하던 선배는 쓰러진지 오래였고,
여긴 또 다시 시체들의 구역이 되었다. 컵에 술을 따르며 혼자 마셔라, 마셔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만 마셔."
…김태형이였다. 몸이 술 기운에 둘러 싸여서 그렇지 정신은 멀쩡했다.
다른 테이블 소파에 누워서 꼼지락 거리고 있는 정아현을 한 번 바라봤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나 정말 취했구나, 김태형은 내 팔을 들더니, 나오라는 손짓을 하였고 나는 그대로 술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으, 이거 놔. 혼자 걸을 수 있…어."
발음이 자꾸 샜다. 걸음도 마음대로 걸어지지 않았다. 김태형은 주위를 돌아보더니 술 집 바로 옆 골목으로 나를 끌었다.
왜 이래, 오늘. 김태형이 내게 물어왔다. 웃기네, 내가 왜 이런지 다 아는 애가…
"정신차려, 성이름."
"너나, 정신 차으, 려."
"뭐?"
"너, 왜 갑자…기 잘해주, 고 지라알이야."
"좋아하니까."
"참, 잘도 나를…좋아하겠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나 안 좋아하고…정,아현 좋아한…다며…!"
"내가 언제."
"넌 진짜…헤어지자는 말을 해도…묵묵부답…이고."
"…그건 네가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금시초문이였다. 나도 모르는 남자가 나한테 생겼었다고?
"무슨 개소리…야."
"…아니야?"
"나,도 모르는…소리…거든?"
"아…씨발. 정아현."
김태형의 입에서 욕이 나오는 건 정말 처음보는 일이였다. 내 앞에서 한 번도 욕을 내 뱉어본적이 없는 태형인지라, 욕같은 건 모르고 사는 줄 알았는데.
머리를 한 번 쓸던 김태형은 내게 계속해서 물었다.
"넌 나한테 왜 헤어지자고 한 건데."
"네가…그 때 골목에…서 정아현, 정,아현 좋아한다며…!"
거의 악을 쓰는 정도였다. 내가 술버릇이 별로 좋진 않구나.
20년 인생, 드디어 내 술버릇을 알아냈다. 투정.
"내가? 그런 적…"
김태형은 잠시 당황하더니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골목?
설마, 너 헤어지기 전 날 말하는 거야?
"…이제 좀……"
"그 때 내가 너한테 좋아한다고 그랬었잖아. 네가 태형아, 좋아해. 라길래 나도, 라고 대답했었잖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겠다. 그러니까…김태형은 좋아해라고 말한 상대가 나인 줄 알았다고?
그 정도로 김태형이 술을 퍼마셨다는 거야? 뭐야, 그러니까 우리 둘 다 정아현의 늪에 빠져서 헤어진 거라고?
김태형은 우리 둘 다 멍청이네. 그것도 아주 많이. 라며 웃기 시작했다.
"이래서 술을 조심하라더니…성이름."
술이 확 깨려고 했다. 너무 짜증나서, 그럼 내가 고작 그런 일 때문에 오해하고 미워하고 헤어졌다는 거야?
이 때까지 김태형을 카사노바로 생각했었고? 김태형은 영문도 모르고 나랑 헤어지고? 정말 기가 차네.
김태형은 엉망이되어있던 내 머리를 넘겨주더니 은은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난 누가 뭐라하든 너만 좋아해. 그리고. 네 말 안 듣고 멋대로 생각한 거 미안해."
"……나도, 내 멋대로 해석해서…미안해."
"그럼 풀린 거야?"
"…너…그런 애랑 다시는 말도 섞지마."
"걱정마, 이제 성이름이만 보고 성이름이한테만 붙어다닐 거니까."
김태형이 웃었다. 많이 찝찝했다. 내가 그런 이유로, 쉽게 무너지면서 헤어졌었다니…어린 애같아.
김태형은 자신의 품으로 날 끌어당기더니 그대로 나를 안았다.
기분 좋게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그래서…우리 언제부터 다시 연애 시작할까?"
***
김태형은 이제 일어났다고, 같이 가긴 글렀다며 나보고 먼저가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한숨을 쉬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 집의 문이 열리면서 몽롱한 얼굴의 태형이가 나왔다.
자기! 오글거리는 애칭에 나는 몸을 어디로 둬야할지 몰랐다.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하는데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자기, 나 오늘 일어났는데 너무 힘이 없어요…"
김태형 특유의 불쌍해보이는 눈을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자기가… 김태형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뽀뽀해주면 안돼요? 자기는 내 비타민이잖아요! 웃으면서 헤실거렸다. 귀여웠다. 김태형표 애교는 항상 늘.
근데 싫어. 나는 단호하게 김태형을 잘라버렸다.
"음…자기가 안 해주면."
김태형은 문을 좀 더 열어 나를 끌어당겼다. 덕분에 나는 김태형에게 매달린 상태가 되었고, 그 상태에서
내 볼이 김태형의 커다란 두 손에 감싸지더니 쪽, 하는 소리와 함께 김태형의 입술이 빠르게 떨어졌다.
"내가 하면 되죠. 금방 갈게, 다른 남자가 작업 걸어도 튕겨내고. 알겠지?"
김태형은 일을 끝냈다는 것처럼 기쁜 표정으로 문을 탁,하고 닫았다. 당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여튼…김태형 진짜.
***
강의가 시작되기 직전에 김태형이 들어왔다. 그런데, 김태형 주위로 선배들과 동기들이 모여들었다.
태형아, 난 네가 그럴 줄 몰랐다. 실망이다. 니, 온갖 말로 김태형을 당황스럽게 하는 사람들이였다.
무슨 일인데요? 천연덕스럽게 김태형은 내 옆 자리의 의자를 꺼내며 베이글을 입에 물었다.
"너 아현이랑 헤어졌다며."
"제가요? 전 걔랑 사귄 적도 없는데."
"뭐? 무슨 소리야. 그게."
"제가 언제 걔랑 사귄다고 그랬어요?"
"어…어?!"
"거 봐요, 그리고 전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정아현이랑 비교되지도 않게 예쁘고, 착해빠지고, 귀여운 여자 한 명 있는데, 전 그 사람 좋아해요."
"뭐? 대박. 누군데?"
옆에서 듣고 있는 내 볼이 빨개지고 있는 건 알고 있는건지 김태형은 나를 힐끗, 보더니 씨익 웃었다.
있어요, 그런사람. 교수님이 들어오고 대화가 끝났다. 김태형은 웃으면서 내 공책에 글을 썼다.
- 안녕하세요, 김태형이 좋아하는 예쁘고 착하고 귀여운 성이름씨.
- 아, 너 진짜..
- 우리 공개 연애 하면 안돼?
- 갑자기 왠 공개 연애야.
- 너 내꺼라고 소문 내고 다니고 싶어서, 그리고 공개 연애하면 분위기 때문이라도 평생 넌 내꺼잖아?
- 공개 연애 안 하면 평생 연애 안 할 거야?
- 평생 연애? 평생 연애는 당연히 안 하겠지.
- 헐ㅋ
- 헐 그럼 넌 나랑 연애만 하고 결혼은 안 할 거야?
- 너 진짜..
- ^0^?
- 너 답 없는 거 알지.
- 뭐 니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다고 치자.
- 아니 너 진짜.. 아 진짜 싫어.
- 그래. 그것도 그렇다고 하지 뭐.
- ^^;;
- 그래서 우리 오늘 점심은 뭐야?
- 몰라. 알아서 해.
문득 글을 쓰다가 김태형을 바라보았는데, 턱을 괴면서 샤프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김태형이 이렇게 귀여웠었나. 음식 이름을 쓰면서 동그라미, 물음표, 엑스를 하면서 내게 빨리 골라봐.
나는 양식도 괜찮을 것 같아. 내 대답을 요구하는 김태형에 나는 나도, 라며 남몰래 웃으면서 글을 써내려갔다.
바보 김태형이랑 그걸 보면서 또 귀엽다고 생각하는 나는 절대로 다시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아.
* * * * *
과제를 하다가 밤 늦은 시간에 도서관에서 나와 태형이와 함께 집으로 가고 있었다.
집 앞 놀이터에 다다르자, 태형이는 벤치에 잠시 앉자고 내게 말을 했고 나는 알겠다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벤치에 앉았다.
태형이는 내 무릎 위로 머리를 배더니 안 주머니에서 예쁘게 생긴 반지를 꺼내주면서 내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예쁘다.
"마음에 들어?"
"응…엄청."
"다행이다. 너 이제 내꺼라고 광고하고 다녀야돼."
"…뭐래, 고마워. 태형아."
"근데 오늘 진짜 귀엽네, 우리 자기."
"…뭐라는 거야…"
김태형은 푸흣- 하고 웃더니 반지가 끼워져있던 내 손을 만지며 손에 깍지를 꼈다.
그러다가 풀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김태형은 다시 내게 말했다.
"사랑해, 성이름."
"……나도."
"나 오늘 예쁜 짓 했는데 상 안 줄 거야?"
"무슨 상?"
"알잖아."
김태형은 내 볼을 쓰다듬다가 예쁘게 웃으면서 내 입술을 가르켰다. 바보 김태형.
근데 그걸 좋다고 미소 짓는 나나 김태형 너나 똑같아. 둘 다.
---
+사담 ; 와 제가 무슨 짓을 한 거죠. 새벽에 싸지른 글이여서 감성 터지고 달달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 다들 좋은 하루 보내고, 보냈길 바래요 >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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