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보여줄게 집착이 어떤 건지
바닥에 널브러진 그를 혼자서 침대 위에 눕히느라 꾀나 애를 먹었다. 곤히 잠든 그의 옆에 나도 모로 누웠다. 소파에 누울까 하다 그냥 그의 옆에 누워버렸다. 괜스레 기분이 이상했다 그와 이렇게 나란히 누운 게 처음은 아니지만 꾀나 오랜만이었다. 나는 연신 까칠해진 그의 볼을 매만졌다. 나도 나지만 그도 많이 피곤해 보였다. 밤새 그의 옆을 지킬 참이었다. 혹시나 또다시 그가 악몽을 꿀까 봐 다행히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나도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눈을 떴을 땐 암막 커튼이 닫힌 비좁은 사이로 빛 한줄기가 들어왔다. 그보다 내가 먼저 일어난 건 처음이었다.
"아침 식사 올려보내 주세요... 아 그리고 따뜻한 꿀물도 한잔 부탁드려요..."
처음으로 인터폰을 써 봤다. 대부분은 그가 다 알아서 챙겨줬기에 딱히 쓸 일도 없었다. 메이드에게 아침식사를 부탁하고 돌아섰을 땐 잠에서 깬 그가 찡그린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깼어요?"
"아.. 윽... 머리야..."
"술을 그렇게 마셨으니 안 아프고 배겨요?"
"어떻게 된 거지?"
"글쎄요... 묻지 마요 그리고 웬만하면 기억하지도 말고"
"무슨?"
"당신이 그랬잖아요- 어제일 잊어버리라고...."
"............"
"그러니까 당신도 잊어버려요 그냥-"
내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가 머리가 아픈지 연신 관자놀이를 눌러댔다. 나는 그런 그의 손을 끌어다 손바닥의 어느 한 부분을 지긋이 누르며 마사지를 했다. 당황한 듯 그가 손을 빼려고 해서 더 세게 꾹 눌러버렸다. 그가 아픈지 입에서 살짝 신음을 내뱉었다.
"머리 아플 때 머리를 자극하면 더 안 좋아요 차라리 이렇게 손바닥에 혈 자리를 눌러주는 게 더 효과 좋으니까 가만히 있어요"
".........."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괜히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기분이라 고개를 숙여버렸다. 아마 귀까지 빨개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 그의 손을 조물거리고 있던 찰나 메이드가 식사를 챙겨서 올라왔다. 어떻게 타이밍을 끊어야 할지 몰랐는데 다행히 화재를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뭐 해요? 와서 밥 먹어요"
"아.. 응..."
"빈 속에 음식물부터 들어가면 속 배리니까 꿀물 먼저 마셔요"
"아... 그럴게..."
나도 솔직히 내가 왜 그에게 갑작스럽게 호의적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하기로 했다. 그에게 무턱대고 날을 세우는 것도 이제 조금 지치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지는 시간들 더 견디기 힘들었다.
"당신 요즘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요?"
".........."
"잘 때 보니까 얼굴이 반쪽이더라"
"........."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순영 씨 몸이나 좀 챙겨요-"
(탁-)
"아아 알았어요 얼른 밥이나 먹어요 무슨 말을 못하겠어"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사이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내가 굳이 그를 자극하지 않는 이상 그는 나에게 딱히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내가 어디 도망가지 않고 잘 있나 확인만 할 뿐... 그와 마주 보고 식사를 하고 있으니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나 혼자 신나게 떠들었다. 그에게 반찬들을 밀어주며 몸 좀 챙기라고 한소리 했더니 내 말을 곡해들은 그가 테이블 위로 들고 있던 젓가락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하여간 불같은 성미 내 말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그가 무서운 눈빛으로 입을 달싹거리려던 걸 제지하고 그의 입에 반찬 하나를 밀어 넣었다. 그는 집착만 하지 않으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소화도 채 시키기 전에 양복을 입은 사내 몇몇이 그를 찾아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서류들을 그에게 내밀고 내가 알아듣지 못할 얘기들을 하면서 보고를 하고 나가길 몇십 분째 반복하였다. 내가 생각하던 마피아 보스는 쾌쾌한 먼지가 온 사방으로 흩날리는 폐공장이나 공사장에서 주먹다짐이나 하는 깡패쯤으로 생각했는데 그는 항상 수많은 서류들과 씨름을 했다. 이러고 있으니 그냥 평범한 회사원 같았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져 늘 망부석처럼 앉아있던 침대에서 내려와 아예 그의 맞은편에 앉아 턱을 궤고 그를 관찰했다. 나는 딱히 할게 없기에 무료한 시간들을 때우는 데는 이만한 게 없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그냥요"
"........."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곧 죽는다던데..."
"........."
"나 곧 죽으려나 봐요"
"내가 말하지 않았나? 네가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다 내 권한이라고"
"예- 예- 어련하시겠어요"
그는 습관처럼 내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내가 코앞에 있으니 그가 살짝 놀란 눈치였다. 물론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래 보였다. 내가 그를 빤히 바라보니 그가 꾀나 신경이 쓰였는지 눈은 서류에 고정돼있으면서 왜 그렇게 보냐고 물어왔다. 그냥 이거 말고는 할게 없어서 그냥이라 대답했다. 그의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괜히 심술이나 서 그를 자극했다. 역시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못된 말만 골라서 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가 무섭지 않다.
그냥 마음이 편해지니 몸도 편해지는가 보다. 자꾸 졸음이 몰려와 눈을 느리게 꾸벅꾸벅 거리며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집 중고 있으면 미간을 찌푸린다. 인상 좀 그만 썼으면 좋겠는데... 뭐라고 한소리 할까 했다가 그냥 일하는데 방해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지켜만 봤다. 그리고 어느샌가 암전 깜박 잠이 들었다. 그리고 몸이 붕 공중 위로 뜨는 느낌에 잠에 취해 눈을 뜨니 그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졸리면 침대에서 자 그렇게 불편하게 있지 말고"
"으음..."
"........."
"순영 씨... 당신도 피곤해 보여..."
"........."
"그냥... 오늘은 다 내려놓고... 나랑 같이 자요...."
"........."
"난 당신이... 이제 그만 그 악몽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
"하아... 너만 있으면 돼 너만 이렇게 내 눈앞에 있으면 된다고..."
나를 침대에 눕히고 돌아서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여전히 나를 갈구했다. 나만 있으면 된다고... 눈앞에 내가 이렇게 있는데도 그는 항상 불안해 보인다. 내가 마음의 문을 열면 모든 게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어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내가 먼저 손을 잡으려 내밀었지만 오히려 망설이는 쪽은 그였다. 그는 또다시 상처받는 게 두려운 것일까? 그는 아직도 악몽 속에 갇혀있는 듯 헤 보인다. 어떡하면 그를 악몽 속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우린 아직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무슨 꿈 인지 물어봐도 돼요?'
"아니"
"뭐 말해줄 거라고 기대도 안 했어요"
"자자며 왜 안자 "
"난 잠 다 깼는데..."
나의 성화에 순순히 내 옆에 그가 누워있었다. 정자세로 가만히 누워있는 그는 혹시라도 나에게 빈틈을 보일까 편하게 눕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그는 바로 옆에 누운 내가 신경 쓰여서일까?
"..........."
"자요?"
"어"
"에이 자면서 대답도 해요?"
"........."
"당신은 참 못됐어- 당신이 하고 싶은 말할 땐 그렇게 사람 가슴에 비수를 꽂아대면서 내가 말할 땐 왜 대답 안 해줘요?"
"........."
"벽에 대고 얘기하는 거 같아"
"그냥...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웅얼거리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들렸다. 처음으로 그가 맨정신에 속 마음을 내 비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한 문장 속에서 그가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을지 느껴졌다고 하면 그가 나를 믿어줄까?
"당신은 그냥 나 보면 넌 내 거야 아무 데도 못가 이런 말밖에 할 줄 모르죠?"
"..........."
"감정에 조금 솔직해져 봐요- 이제 나도 조금은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 말 뜻은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겠다는 건가?"
"음... 그건 당신이 하는 거 봐서?"
"그 말을 무슨 의미지? 어차피 난 애초에 놔줄 생각도 없었어-"
"거봐 또 이런다 그래서 내가 도망친 거예요 알아요?"
"순순히 도망가게 내가 둘 거 같아?!!"
"하아... 제발 순영 씨- 이제 나 도망 안 걸 거예요 부딪혀 보기로 했으니까... 화내지 마요..."
"거짓말!! 이런 식으로 안심시켜놓고 도망치려는 거라면 죽여서라도 곁에 두고 말 거야 너-"
"지금 많이 혼란스럽단 거 알아요... 이럴 땐 그냥 좀 믿어봐요 제발... 나 이제 당신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 내 눈 봐봐요 내가 지금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여요?"
또다시 분노로 일렁이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에게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달됐으면 좋겠는데... 결국 그가 먼저 내 눈을 피해버린다 그런 그의 품에 안기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여전히 날 의심하는 눈빛이었지만 품에 안긴 나를 밀어내진 않았다. 이렇게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 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잘못 맞물린 단추라면 다시 풀어서 잠그면 그만이다.
봐주세용~ |
벌써 9편이네요 우와~ 10편이 고지에여ㅎㅎㅎ 이렇게 까지 길어질줄은 몰랐는뎅ㅎㅎ 이제 좀 어둑어둑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나름 노력한 편이네요 여주는 이제 확실히 마음을 연것 같은데 어째 순영이가 더 뜨뜨미지근하게 굴졍?ㅎ 상처때문에 진짜 마음은 닫아버리고 그냥 자신이 배운 대로만 행동했는데 의외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해서 망설이는 순영이를 표현하고 싶었어여 (뭐래?ㅋ) 아 뭐라고 설명해야되노ㅋㅋㅋ 암튼 그래여ㅋㅋㅋ 이제 조금씩 두 사람이 마음을 열고 달다구리해지겠져?? 그래서 오늘은 배경도 어두운 검은색이 아니라 밝은 흰색으로ㅋㅋㅋ 진짜 이거 쓴다고 반나절이나 머리 쥐어 짯어요ㅠㅠ 이제 더이상 영감이 떠오르지않아ㅠㅠㅠ 얼른 마무리를 지어야 할텐데...
지금 독자님들은 다들 가요대제전을 보고 있겠져? 저두 한쪽에 틀어놓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영ㅎㅎ 12시 땡 하고 해 지나면 가져올까 했는데 혹시나 기다리시는분들이 계실까봐ㅎㅎ 얼른 가져왔어요ㅎㅎ
올해도 진짜 몇시간 안남았네요ㅠㅠㅠㅠ 또 나이가 먹다니... 하아... 영원히 슴살일것 같던 수녕이가 이제 슴한살이라니!! 이제 세븐틴에 미자가 세명뿐이라니!!!! 현실도피ㅋ 암튼 여러분~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새해 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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