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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예쁜나무 전체글ll조회 1072

 


그 애의 마른 몸은 늘 상처 투성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 애는 제일 먼저 재떨이부터 비워 내야 했다. 방안 가득 찬 연기에 콜록대면서, 때로는 깨진

소주병 파편을 밟기도 했다. 그 어리던 소년은 구구단보다는 집안일을, 축구보다는 콩나물 국 끓이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 애..루한은 소심하고 숫기 없던 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exo/루민/단편] 그냥..아무 것도 아냐..이렇게 돼서 미안..(그.아.이) 

by 제일 예쁜 나무

 

 

 


루한 노올자!


어렸을 적 나는 포동포동한 볼살만큼이나 여유롭고 그저 철없는 꼬마였다. 어느 날 나는 루한의 집을 찾아갔다.

그 애의 집은 대문도 없는 낡은 판잣집이었다. 나는 그것이 퍽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정사각형의 네모난 외관과,

물을 퍼는 바가지처럼 새파란 슬레이트 지붕은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집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길가에 서서 루한을 불렀냈다.

 

루한의 아버지는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그 애의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그러나 1년 전 어느 공사현장에서 손

가락 3개를 잃은 후로는, 밖에 나가는 날보다 누워 있는 날이 더 많다고 했다. 루한과 하나도 닮지 않은 투박한

얼굴. 내 두 눈이 그의 볼품 없는 얼굴을 지나 개수가 조금 부족한 손가락에 이르렀을 때,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아 버렸다.

 

루한은 내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희 아빠 되게 무섭다아. 아냐, 지금 좀 기분이 안 좋으셔서 그래. 괜찮아. 루

한은 날 안심시키려는 듯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먼저 가있어 민석아. 곧 따라갈게.

 

그러나 그 날, 아무리 기다려도 루한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 루한은 내게, 미안. 그럴 사정이 좀 있었어. 용

서해 줄거지? 라며 웃어보였다. 나는 빙긋 웃는 그 애의 입가에 난 상처가 어쩐지 낯설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애는 늘 상처를 달고 살았으므로, 그런 건 아무래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루한의 집에 갈 수가 없었으므로 나는 반대로 루한을 초대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가 친구를 데려온다고

하자 무척이나 기뻐하셨다. 맛있는 음식도 이것 저것 만들어 두셨다. 안녕하세요. 민석이 친구 루한입니다. 루한

은 내가 제 집에서 추태를 보인 거와는 달리 완벽한 첫인사를 해냈다. 나는 그런 루한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응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아마도 루한의 어른스러움에 부모님이 당황한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루한이 돌아가고 난 뒤 부모님은 내게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부어 댔다. 친구란 게 쟤였니? 많이 친해?

나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만들어 둔 음식은 냉장고 속에 그대로 보관된 채였다.

 

그 날 밤 나는 오줌이 마려워 오밤중에 일어났다. 나는 부모님이 아직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그들의 목소리가 두런두런 흘러 나왔다. 나는 저도 모르게 문가에 기대 앉아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 도망친 제 중국인 어미를 쏙 빼다 박았다지? 웬걸 완전 판박이라던데? 문이 닫혀 있었기에 소리는 정확하게 들

리지 않았고 목소리의 크기에 따라 들렸다 끊겼다를 반복했다.

 

그저 반반한 얼굴 하나만 보고 술집여자를 들여 앉혀 놓은 걸. 그러니 당연히 도망가지....그 애도 참 사는 게 고

달플 거야. 차라리 못생겨도 지 애비를 닮았다면 미움이나 받지 않았을 것을....누구 얘기지? 나는 자식이 엄마를

닮은게 왜 미움받아야 할 일인지 알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쩐지 서글퍼진 나는, 누군지 모를 그 아이가

행복하기를 밤을 새워 기도했다. 

 


루한은 그 뒤로 한 번도 우리집을 찾지 않았다. 나는 투정을 부렸지만 루한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냥...아무것

도 아냐...이렇게 돼서 미안.... 이것이 그 애의 말버릇이었다. 

 

 

 


우리는 중학생이 되었다. 루한은 키가 껑충 자랐다. 나는 루한이 나만큼만 통통했다면 거의 2m에 육박할 수 있었

을 거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키는 컸지만 루한은 여전히 왜소했다. 나는 가끔 그 애의 바스라질 것 같은 몸을 힘

껏 끌어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평소보다 늦은 귀가시간에 우리는 큰길이 아닌 후미진 골목 사이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운이 없게도 영

화에서나 보던 불량배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말았다. 질이 나쁘기로 유명한 근처 공고의 교복이었다. 맨 앞줄

의 대장처럼 보이는 형이 내게 손짓을 햇을 때 루한이 내 앞을 막아섰다. 우리끼린 안 돼. 얼른 가서 선생님 불러

와. 그래야 너도 살고 나도 살아! 달리기는 네가 더 빠르지?

 

루한은 단호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나는 루한의 박력에 밀려 엉겹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뛰어!

그 소리에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 처럼 정신없이 내달렸다. 마지막으로 돌아봤을 때 루한은 그 한줌도 안되

는 손목으로 날아오는 각목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나는 숨이 턱까지 닿을 때까지 힘껏 달렸다. 하지만 10분 거리인 학교까지 가 선생님을 불러왔을 땐 이미 루한은

흠신 두들겨 맞은 후였다. 많이 아파? 어떡해. 피나잖아..괜찮아 민석아. 어두우니까 네 얼굴은 못봤을 거야. 걱

정 하지마. 서로 핀트가 조금 어긋난 대화였다. 나는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루한은 평소처럼 웃었다. 왜 울어.

울지마...그냥..이 정돈 아무것도 아냐....이렇게 돼서 미안해...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아니,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루한은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아는 아저씨 밑

에서 기술을 배운다고 했다. 우린 여전히 친했지만 못 보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던 날, 나는 루한을 찾아갔다. 나는 그 애의 아버지를 무서워 했으므로 집으론 가지 못하고

루한의 작업장을 찾았다. 루한의 작업장은 자동차 정비소였다. 루한은 기름떼가 잔뜩 묻은 얼굴로 나를 반갑게 맞

아주었다. 웬 일이야 갑자기? 나 서울가. 대학 합격했어. 그 말에 루한은 축하한다며 마치 제 일처럼 기뻐해 주었

다.

 

사실 말야.... 나도 서울가. 나란히 앉아 캔커피를 홀짝이며 루한이 말을 꺼냈다. 사장님이 더 큰 정비소를 소개

해 주셨거든. 월급도 더 많이 주고 일도 더 배울 수 있대. 아버지만 설득하면 돼. 루한은 수줍게 웃었다. 월세방

이나마 얻게 되면 그때 정식으로 너를 초대할게. 

 


일정 상 루한이 먼저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예정된 날, 나는 기차역까지 배웅하려 했지만 루한이 나타나지 않

았다. 결국 나는 루한의 집을 찾았다. 오랫만에 가본 그 곳은 더 낡아지고, 잡초가 좀 더 길게 자란 것 외엔 변한

게 없었다. 그런데 집이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그래 너도 결국 이 애비를 버릴 셈이냐! 서울이라고? 흥!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는 화냥년의 자식을 키워줬더니 그

은혜도 모르고! 이제 다 컸으니 진짜 애비라도 찾아 갈 참이야? 시끄럽게 호통치는 소리, 물건 깨지는 소리, 무언

가가 넘어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나는 이 잔인한 소리들을 듣고 싶지 않아서 귀를 틀어막았다.

 

그때 반쯤 열린 창틈 사이로 루한과 눈이 마주쳤다. 루한은 나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루한의 아버

지도 나를 발견했다. 오호라. 쟤야? 서울가자고 바람 넣은 게? 그래 너 잘 걸렸다. 너랑 이 새끼 둘 다, 오늘 어

디 내 손에 한 번 죽어 봐!

 

남자는 금방이라도 뛰쳐 나오려 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곧 루한에 의해 제지되고 말았다. 루한은 남자의 허리께

를 부둥켜 안고 내게 외쳤다. 민석아 가! 얼른!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루한이 걱정됐다. 그러자 그 애는

별안간 웃어보였다. 괜찮아. 민석아. 잠시 술기운에 흥분하신 것 뿐이야. 그러니 괜찮아. 그냥....미안. 아무것도

아냐. 나중에 보자...!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정신없이 뛰었던 것 같다. 루한의 그 억지 웃음

이 보고 싶지 않았다. 성할 날이 없던 그 애의 얼굴, 그동안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그 애의 불행에 정면으로 맞

설 용기가 없었다.  


 

그 날 그렇게 루한을 내버려둔 채 뛰쳐나온 나는, 차마 그 집을 다시 찾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 루한의 소식

을 알기 위해 매일 작업장을 찾았다. 루한은 서울로 갔을까? 그렇지 않다면 필경 이 곳으로 돌아올 것이었다. 그게 아니

더라도 연락 정도 닿겠지...결국 나는 그곳에서 루한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루한은 끝내 그 날도, 그 다음 다

음 날도 서울로 가지 못했다. 그 애는 맞아죽었다고 했다.
.
.
.
.
.
.

 

마땅한 친척이 없었기에 루한의 장례는 우리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 치뤄졌다. 분향소가 교사 한 구석에 설치되었

다. 영정 속 그 아이는 여전히 밝게 웃고 있엇다. 내게, 도망가! 그냥...아무것도 아냐. 미안해......라고 말 할

때의 그 얼굴이었다. 나는 그제야 부끄러움과 회한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느끼고 목놓아 울었다. 어째서 난

늘 도망치기만 했을까? 그 애의 작은 어깨 뒤에 숨어서 눈물을 훔치기나 했지.

 

루한은 결코 내게 자신의 불행을 나눠 지울 생각이 없었다. 그 애는 늘 웃었다. 그러면 나는 그 헌신적인 애정에

기대어 비겁하게 도망치기를 반복했다. 그 애를 외면하고 나 자신을 기만했다....겁쟁이.... 나는 지독한 겁쟁이

었다. 나는 루한의 불행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그 애는 없다. 나는 한 번쯤은 용기를 내 루한을 안아줄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그 애는 적어도 외

롭진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그 애는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는 대신 솔직하게 소리쳐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 애의 비쩍 마른 몸을 보면 난 늘 그 애를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애는 소심하고 숫기 없던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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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클타 3화를 기다리신 분이 있으셨다면 죄송해요. 제가 삘을 받아야 술술 쓰는 타입인데
삘도 없이 의무감에 썼더니 제가 읽어도 진짜 재미가 없어서 써놓고도 못 올리겠네요ㅠ
나중에 삘받으면 수정해서 올릴게요 ㅠ 영 삘이 안 오면 걍 올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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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루ㅜㅜㅜㅜㅜㅜ민석아ㅜㅜㅜㅜㅜㅡ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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