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카디찬백] 작업의 정석 ep.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e/d/0edf7f1311aea35b09e4d1990cd37600.gif)
[카디]작업의 정석 feat.찬백
Thanks To
제 첫 레어닉 텐더님♡ 그리고 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04
당기기는 죽어도 못 할 것처럼 굴던 경수가 돌변한 그 날 이후로, 굳이 백현이 자극해주지 않아도 경수는 곧잘 종인을 당겼다.
어딜 같이 가자고 조른다던가, 아니면 굳이 옆자리에 앉아 말을 건다던가.
경수를 지극히 어려워하던 종인이 드디어 경수와 가까워 지려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일단 가까워 지기만 해, 그럼 이 형님께서 작전을 다 짜주겠다 이 말씀이야.
백현에게 데여 놓고도 어쩔 수 없이 다시 백현을 찾아간 경수는 그날 백현에게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어떻게 더 가까워지라고!
경수의 마음은 타들어가는데, 귀여운것에 환장하는 종인이 이미 경수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백현은 그저 답답할 따름.
머리를 쥐어 뜯으며 드디어 멘붕상태에 이른 경수를 보며 백현은 옆에 앉은 찬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어이구, 도경수 난리났다 증말."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말해주지,"
"내가 왜? 쟤 저러는거 보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
순간 백현의 얼굴에 스쳐간 표정을 본 찬열의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백현아 넌 참, 다 예쁜데 이럴 때 보면 ...악마같아. 새끼악마.
백현의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말하는 찬열의 어깨에 기대 머리를 부비던 백현이 악마라는 말에 눈을 홱, 치켜떴다.
"뭐? 새끼악마?"
"...귀엽다고 너."
방금 지었던 표정이 악마같아. 라는 말을 가까스로 삼킨 찬열이 다시 제 어깨에 기댄 새끼악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이렇게 예쁜 얼굴로 악마 같은 짓은 참 잘도 해.
찬열은 마음 속에서 나오지 못한 말들을 백현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대신했다.
쪽, 아 예쁘다 변백현.
"나 귀여운거 나도 알거든?"
"그래, 귀여워 죽겠다 진짜."
어깨에 기댔던 머리를 떼고 제쪽으로 고개를 홱 돌린 백현을 보며, 찬열은 괜히 입술을 축였다.
오물조물 말하는 변백현 입술이 너무 귀엽고, 빨갛고 ...섹시하다.
고민 할 것도 없이 입을 맞추는 찬열, 그리고 그의 목에 팔을 두르는 백현.
머리를 쥐어뜯으며 멘탈붕괴를 겪고 있던 경수 앞에서 뜬금없이 이루어진 찬백 키스는, 경수를 더욱 커다란 멘붕에 빠트렸더란다.
05
음악방송 전, 급하게 잡힌 팬싸인회 스케줄 때문에 몇시간째 고속도로에 묶여 있는 엑소들은 배고픔과 지루함에 허덕이고 있었다.
배고파요, 휴게소는 얼마나 더 가야돼요?
초딩들처럼 소리쳐대는 비글들사이에서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경수와 종인은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끼고 노래를 듣고 있었다.
어제 백현과 함께 미리 이 상황을 계획해 둔 경수는 종인을 위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었고, 그 노력이 빛을 발한건지 음악을 듣는 종인의 고개가 끄덕끄덕 리듬을 탄다.
와, 역시 춤 잘추는 종인이는 이런데서도 리듬을 타는구나. 멋져!
사소한 종인의 몸짓에 다시 한 번 반한 경수가 차마 종인을 바라보지는 못하고 제 발 끝을 쳐다보며 종인에게 물었다.
"노래... 좋아?"
"응, 노래 좋네요. 형도 이런 장르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응?"
"형 R&B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댄스팝도 많이 듣네요?"
너랑 들을 플레이 리스트니까 당연하지.
하지만 지난밤의 제 수고를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아서 경수는 그냥 응, 댄스팝도 좋더라고. 라며 얼버무렸다.
그렇게 또 정적, 종인은 음악에 집중하고 경수는 종인에게 집중한 채 엑소를 태운 차는 어느새 팬싸인회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했다.
"we are one! 안녕하세요, 엑소입니다!"
기다린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경수의 왼쪽 옆자리가 레이, 그 옆은 루한, 또 그 옆이 종인. 그러니까 경수 옆옆옆자리가 종인이었다.
여기서도 옆에 앉고 싶었는데,
투덜거리던 경수를 바라보던 찬열이 우연히 옆에 놓여있던 포스트잇에 메모를 적어 경수쪽으로 밀었다.
좀만 참아, 이따 차에가면 또 붙어있을거면서.
아아,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경수가 생글생글 웃으며 어느 때보다 더 밝은 웃음으로 팬들을 향해 웃어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찬열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옆옆옆자리에 앉아있는 종인을 힐끗거리며 떨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른 경수가 팬 싸인회가 끝나자마자 종인을 불렀다.
종인아 가자!
저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던 종인이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경수에게 팔을 뻗었다.
이리 와요, 인사하고 가야지.
얼른 종인에게 달려가는 경수의 모습에 팬들이 카디터졌다며 소근거리는것도 모르고 종인은 경수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종인이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한다는 팔걸치기, 경수가 아 우리 드디어 좀 친해졌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을 지켜보고있던 백현은 찬열의 말처럼 새끼 악마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06
경수의 당기기 효과로 숙소에서 방의 분위기가 한결 편해진 것 같다고, 경수와 종인의 룸메이트인 세훈과 수호는 생각했다.
실제로 그리 친해보이지 않던 둘은 함께 게임을 하고 만화책을 보는것으로 우리 둘이 굉장히 친해요, 하는 분위기를 팍팍 풍겼다.
물론 경수의 마음은 그것 뿐이 아니었지만.
사실 경수는 종인과 점점 친해질수록 걱정이 앞서 백현에게 또 쪼르르 달려갔었다.
이러다가 종인이가 날 정말 편한 형으로만 생각하면 어쩌지?
그에 백현은 뭘 어째, 다음 작전을 써야지.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직 그 작전은 비밀이라며 경수를 방 밖으로 내쫓은 백현이 찬열아아, 하며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고 하는 찬열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가 방문 밖까지 들렸다.
나 심심해애, 놀아줘 웅?
한껏 애교를 피워대는 백현의 목소리에 우웩, 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경수는 다시 제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엎드려 사진이나 봐야겠다, 하고 핸드폰 앨범을 열자마자 다른 폴더들보다 더 먼저 눈에 띄는 '종인이' 폴더를 열었다.
"우와, 사진 되게많다. 언제 이렇게 많이 찍었지?"
종인이랑 얼굴 맞대고 찍었던 셀카, 그리고 브이하고있는 종인이 사진, 웃는 사진까지. 종인이 폴더는 곧 넘쳐 흐를것처럼 사진이 꽉꽉 차있었다.
그것도 완전 베스트컷들로.
경수가 혼자 흐뭇하게 웃으며 사진을 넘겨보는데 누군가 침대에 걸터앉는 인기척에 옆을 돌아보니 방금 씻었는지 머리의 물기를 털고있는 종인이다.
"사진 보고 있었어요? 뭘 그렇게 열심히 보나 했네,"
"으응... 멤버들 찍어놓은거 오랫만에 보고싶어서."
"와, 그럼 같이 봐도돼요? 내사진 보고싶은데 내꺼도 있죠?"
경수는 미리 다른멤버들의 개인 폴더를 만들어놓은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종인이 폴더만 있었으면 들켰을 뻔 했다, 좋아하는거.
다시 '종인이' 폴더를 열어 종인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자 여기.
휴대폰을 받아들더니 제 옆에 나란히 엎드려 눕는 종인을 의식한 경수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사진을 넘겨보다가 갑자기 멈춘 종인에 경수가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니 경수와 종인이 얼굴을 맞대고 찍은 셀카.
왜 여기서 멈춘거지?
의문을 가진 경수가 아직도 사진을 보고 있는 종인의 옆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가, 갑작스레 제게 시선을 돌린 종인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왜, 왜 그렇게 봐?"
"형 살빠졌어요?"
"응?"
"이때는 약간 동글동글한 느낌인데 지금은 좀, 갸름해졌네요."
갸름해졌다니, 그게 좋은 말인가? 아닌가?
종인과 눈이 마주쳤을때부터 백지가 되어버린 경수의 머릿속은 종인의 말 한 마디에 폭풍우가 일 만큼 혼란스러워졌다.
그냥 얘랑 같이 있는거 자체가 멘붕이야.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경수는 휴대폰 액정에만 시선을 고정시킨채로 종인에게 대답했다.
"춤 연습 많이 했잖아, 안빠지면 이상한거지."
"아 그런가, 하긴 우리 춤이 좀 힘들어야지. 안그래요?"
"넌 하나도 안 어렵게 추잖아, 그것도 완전 멋있게!"
"멋있는건 아닌데. 그리고 춤을 안어렵게 추는 사람이 어딨어요? 다 어렵고 그렇지."
자신을 위로해주려 해 주는 빈말이란걸 알면서도 경수는 속으로 혼자서 그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 종인이도 춤 출때 쉽게추는 게 아니었구나, 라고.
제 전용 폴더에 있는 사진을 끝까지 다 넘겨본 종인이 휴대폰을 다시 경수에게 건네고 몸을 뒤집어 똑바로 누워 저를 바라보는 경수를 향해 물었다. 형 안자요? 시간 늦었는데.
"네가 왜 여기서 자? 세훈이는?"
"오늘만 바꿔달라던데, 준면이형이랑 상담한다고."
"아... 그랬어? 응, 불 끌게."
경수가 떨리는 마음으로 불을 끄고 종인의 옆에 누웠다.
넓은 2인용 침대라 둘이 누워도 공간이 한참이나 남는 침대에서 오늘만큼은 세훈이 아닌 종인의 향기가 났다.
같은 샴푸를 써도 저와 종인에게서 나는 향은 다른데, 이 방은 온통 종인의 향기만으로 가득하다고. 경수는 생각했다.
방금 씻고 나온 종인에게서 나는 향이 유난히 진해서 경수의 눈은 감길 줄을 몰랐다.
그렇게 멀뚱멀뚱 눈을 깜빡이는데, 옆에서 들리는 종인의 목소리는 경수의 마음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형 자요?"
"아니,"
"왜 안자요 내일 아침부터 또 연습가려면 힘들텐데."
"그러는 너는 왜 아직도 안자, 잠 안와?"
"음... 네 조금?"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그건 아니고 형한테 할 말이 있긴한데 너무 오그라들어서, 이걸 할까 말까 계속 고민 하느라."
오그라드는, 나한테 하고싶었던 말?
경수의 입이 찢어질듯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마 제 얼굴이 터질 것 처럼 빨개졌을거라고 경수는 생각했다.
무슨 말이든 제게 해주는 말이라면 다 좋을 것 같았다.
오그라들면 어때, 김종인이 하는 말인데.
"말 해봐 궁금하다."
"고맙다구요."
"뭐가?"
"내가 형이랑은 좀 어색했던거, 사실이잖아요."
"응 그랬지."
"성격상 내가 남한테 잘 다가서는 성격이 아닌지라 같은 팀인데 이렇게 어색해도 되나, 좀 걱정했는데. 요새는 형이 다가와서 말도 걸어주고 그러면서 좀 편해졌달까?"
"아..."
"요즘 들어 형이랑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서 좋아요."
종인의 마지막 말에 경수의 큰 눈이 더 크게 벌어졌다.
좋...좋다고?
분명 경수가 바라는 그런 의미의 좋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저 저와 친해져서 좋다는 것 만으로도 경수는 충분히 기뻤다.
좋대, 종인이가 나랑 친해져서 좋대.
"그러니까 고마워요 형, 잘 자요."
"응, 나도 고마워. 나랑 친하게 지내줘서."
뭐야, 따라하지 마요.하고 살풋 웃는 종인의 웃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럼 얼른 자요, 나도 잘게. 하는 종인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경수는 여전히 눈을 멀뚱히 뜬 채 이불을 눈 밑까지 끌어올렸다.
오늘 잠은 다 잤다. 나 어떡해, 김종인 너무 좋아 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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