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03389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노나메 전체글ll조회 972


보도뛴다 = 몸판다

 

 

 

 

 

 

 

 

 

 

 

 

 

보도뛰는 놈

 

 

 

 

 

 

 


 찬열의 뒤에 앉는 백현은 하루도 졸지 않는 날이 없었다. 여기저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밤마다 '보도' 를 뛴다고 했다. 그러니까 몸을 판다고. 남자새끼가 무슨 몸을 파냐며 비아냥 대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백현은 흔들리지 않고 잠만잤다. 가끔 찬열이 뒤돌아 볼때에도 찬열의 눈엔 백현의 정수리만 보였다.
 점심시간이면 백현의 몇 안되는 친구들이 찾아왔다.

 

 

"이새끼 또자."
"그만 쳐 자, 새끼야."

 

 

 백현의 친구들이 백현의 머리통을 툭툭 건들면 그제서야 부스스한 머리를 쓸며 고개를 든다. 눈은 항상 감은채로.

 

 

"뭐야."
"좆나 늦게 일어나네. 어제 몇탕 뛰었어?"
"하나..."
"하나? 누구랑? 얼마 벌었는데?"

 

 

 친구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백현이 귀찮다는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곤 잘 말아놓은 패딩위에 얼굴을 묻었다. 가라는 의미였다. 다시 잠에 든 백현을 몇번 흔들던 백현의 친구들은 투덜거리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찬열은 뒤돌아보고 싶은것을 꾹 참았다.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을 물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원이 끝난뒤 집으로 걸어가던 찬열이 동네 어귀에 위치한 모텔을 지나던 차였다. 냄새나는 은행나무아래에 누군가 기대어 앉아있었다. 찬열은 신경쓰지 않고 지나려 했지만 그 누군가는 찬열을  불렀다.

 

 

"야! 박찬열."

 

 

 찬열이 힐끔 옆을 돌아보자 백현이 베시시 웃었다.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고개만 돌리는데 백현의 입이 또 벌어졌다.

 

 

"아아. 서봐."

 

 

 앙탈을 부리듯 어깨를 흔드는 모습은 귀여웠다. 꼭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다 잠이 들었을 동생같았다. 발걸음을 멈추자 이젠 손까지 흔든다.

 

 

"내 앞자리 앉는 거 맞지?"

 

 

 가까이 다가가자 술냄새가 폴폴 풍겼다. 미간이 절로 찡그려졌다. 자세히 보니 얼굴도 붉었다. 여기서 무얼하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찬열이 아무말 없자 백현은 찬열의 오른손을 움켜잡았다. 흠칫 놀라는것을 들켜 백현이 꺄르르 웃었다.

 

 

"손... 따뜻하네."

 

 

 자꾸만 주물러서 손을 빼려고 하자 되려 세게 잡는다. 찬열은 여자 손같은 얇은 손가락을 빤히 보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버렸다. 황급히 손을 빼 주머니에 넣었다. 백현의 표정이 구겨졌다. 뭔가를 말하려 입술이 달싹거리는것 같았지만 열리진 않았다. 여기서 뭐하는거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뒤에서 거친 아저씨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이- 백현이."

 

 

 뒤를 돌아보자 대머리의 배불뚝이 아저씨가 백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모텔 간판에 비춰진 아저씨의 얼굴은 한눈에 봐도 술이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찬열이 아저씨를 오랫동안 쳐다보자 백현이 찬열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몸이 휘청거릴뻔 했다.

 

 

"제 친구에요."
"...안녕하세요."
"어어. 오늘 같이 할 친구냐?"

 

 

 뭘 같이 한다는것인지 몰라 백현을 쳐다보자 백현은 얼굴을 이상하게 찡그리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그런애."
"흠. 난또."

 

 

 아저씨는 찬열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백현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 찬열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눈알만 이리저리 굴렸다. 백현은 입모양으로 '잘 가.' 라고 말하고 아저씨와 모텔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저씨의 커다란 덩치에 가려져 백현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초록색 패딩자락이 부풀어 있는것만 보였다. 찬열은 한참동안 그 앞에 서있다 집에서 오는 전화벨에 다시 발길을 돌렸다.

 어제의 일을 생각하던 찬열은 샤프로 책위를 콕콕 찔렀다. 규칙적인 소리가 나며 종이에 점들이 무수히 많아졌다. 속으로는 은근히 이 소리에 백현이 깨기를 바랐다. 그리고 스스로 아는척을 해줬으면 했다. '어제 잘 갔어?' 라고 말하며. 그러나 백현은 그 후로 한교시가 지났음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찬열은 보충을 안하는 백현이 그냥 가버릴까봐 마냥 불안했다. 청소시간이 되자 찬열은 책상을 미는척 백현의 등을 문질렀다.

 

 

"일어나."
"뭔데."
"청소해야지."

 

 

 느릿하게 일어나는 백현을 보며 찬열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서 자신을 알아봐주길.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백현이 변명을 해주길 바랬다. 그 아저씨랑은 아무 관계가 아니라고. 그냥 삼촌이라고.
 
 그러나 백현은 고개도 들지않고 사물함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았다. 찬열은 빗자루를 들고 괜히 이리갔다 저리갔다했다. 귀찮아서라도 봐주겠지. 그러나 백현은 끝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이만하면 봐줄만한데 고개도 들지 않는 백현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결국 찬열은 청소를 마치고 제자리에 앉았다. 7교시가 끝나면 백현은 가겠지. 앞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들을 향해 가면서도 고개는 저절로 뒤를 향했다. 백현은 자리에 앉아 또 잠을 잤다. 찬열은 결국 체념을 선택할수 밖에 없었다.

 12시가 넘어 늦은 시각이었다. 형성평가를 망친대가로 나머지공부를 하게된 찬열이 성급하게 길을 걸었다. 어제 걸어갔던 모텔앞을 또 걷자니 백현이 떠오르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 었다. 무심코 돌아본 은행나무 밑엔 아무도 없었다. 왠지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어 찬열은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집에 다다르자 마음이 이상했다. 분명 백현에게 관심을 갖게된것도 어제고 말해본것도 어젠데 왜 오래본 사람같을까? 왜 항상 있던 사람같았을까?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자 훈훈한 공기가 볼에 닿았다. 씻고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찬열은 그렇게 백현을 잊었다.

 다음날 백현은 학교에 아예 오질 않았다. 사실 자주 있는 일이라 선생님들도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시지 않았다. 백현이 보도를 뛴다는 것은 학교내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교감선생님과 3학년 누나의 부정처럼. 찬열은 허전한 뒷자리를 돌아보았다. 낙서하나 없는 백현의 책상이 새것처럼 반짝였다. 찬열은 돌렸던 몸을 제자리로 세웠다.

 

 

"박찬열."

 

 

 오늘은 혼자 자습을 하려 독서실에 갔었다. 1시즈음에 나온것 같은데 백현은 이 새벽에도 밤길에 홀로 있었다. 이번엔 은행나무 밑이 아니라 아예 모텔 현관에 걸터 앉아있었다. 찬열을 부르는 입에선 하얀 입김도 세어나왔다. 백현의 부름이 찬열이 우뚝 멈춰섰다. 쉬지않고 돌아가는 모텔간판의 네온사인 덕에 백현의 얼굴이 형형색색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표정은 또렷이 보였다.

 

 

"왜 이렇게 늦게와."
"그러는 너는?"
"나? 나야뭐..."

 

 

 그러면서 슬리퍼 끝으로 보도블럭위의 은행잎을 으깼다. 찬열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백현이 고개를 번득든다. 할말이 있는 눈치였다. 안그래도 쳐진 눈매가 더 쳐져있었다.

 

 

"있잖아 그저께 말이야."
"응."
"그게 있지."

 

 

 백현은 답지않게 말을 질질 끌었다. 찬열은 끝없이 이어지는 군말을 참을성 있게 대답해 주었다.

 

 

"그 아저씨랑 나말이야."
"응 왜?"
"아니, 그게."
"..."
"우리 아무 사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면 될것을. 찬열은 짜증이 솟구치면서도 한편으론 기분이 좋았다. 백현이 변명을 한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괜한 심술에,

 

 

"그럼 어제 학교에서 말하지 그랬어."
"아니 내가 말걸면 니가 창피할까봐."
"뭐?"

 

 

 백현이 새로운 은행잎을 발로 으깼다. 쑥스러워하는 소녀 같았다.

 

 

"내가 말 걸면 창피하지 않아? 너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겼고..."

 

 

 말끝을 흐리는 백현의 고개가 점점 수그러 들었다. 찬열은 기가차 웃음만 나왔다. 그것 때문에 말을 못했다고? 자꾸만 터지는 웃음때문에 찬열은 입꼬리를 올렸다. 실실쪼개는 찬열이 이상해보였는지 백현이 고개를 들었다.

 

 

"안 창피해. 뭐가 창피하냐."

 

 

 들었던 고개를 다시 수그리는 백현의 발이 거칠어졌다. 벌떡 일어나는 백현은 '그럼 나 갈게!' 라고 말하고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다. 백현이 달려간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찬열은 집을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날도 백현은 또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찬열은 1교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오질 않는 백현때문에 불안했다. 다리를 덜덜 떨기도 했다. 어제 가다가 무슨일이 있던건지, 아님 또 그 아저씨를 만났다거나... 하여튼 찬열은 오늘도 그 모텔 앞에 백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학원이 끝나고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찬열은 집이 아닌 모텔을 향해 뛰어갔다. 항상 백현을 12시 이후에 만났기 때문에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을 안고 달려갔지만 백현은 어제처럼 모텔앞 계단에 앉아있었다. 초록색 패딩에 얇은 츄리닝을 입은 백현은 어딘지 위태로워보였다. 찬열이 숨을 고르고 백현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백현은 그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뭐해."
"아! 깜짝이야."

 

 

 놀래키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백현은 괴한이라도 만난듯 깜짝 놀라했다. 찬열은 그런 백현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백현은 투덜거렸다.

 

 

"넌 왜 맨날 웃냐."
"웃기니까."
"뭐가 웃긴데?"
"몰라. 그냥 웃긴데?"

 

 

 백현의 얼굴이 홍당무 처럼 발그레 했다. 아마 추워서 일거다. 아무말 없이 앉아서 은행잎을 세던 찬열이 조용히 물었다.

 

 

"오늘 학교 왜 안나왔어?"
"...그냥."
"너 이제 몇일만 안나오면 유급이래. 알고 있어?"
"아니. 그럼 1년 더 다니지 뭐."

 

 

 백현이 허공을 쳐다보며 말했다. 찬열은 백현의 입에서 나오는 입김만 지켜봤다. 서로 같은곳을 바라보는것 같았다.

 

 

"그러지 말고 학교 잘 나와."
"그래."

 

 

 백현의 단답에 찬열은 할 말이 없어졌다. 조용한 모텔 앞은 지나가는 차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가끔 모텔에서 나오는 손님들로 시끄럽기도 했다. 문득 찬열의 머리에 궁금증이 스쳤다.

 

 

"그런데 너 맨날 누구 기다려?"
"응."
"누구?"
"너."
"나?"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백현이 고개를 숙였다. 찬열이 왜? 라고 묻자

 


"그냥."

 


 이라고 대답한다. 찬열은 머리를 긁적였다.

 

 

"집엔 언제 가는데?"
"너 갈때."

 

 

 찬열은 진심으로 백현의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었다. 물어보는 족족 한치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백현은 8살난 동생보다 더 어려보였다. 찬열이 정말 걱정스러움에 물었다.

 

 

"엄마가 걱정 안하셔?"
"엄마 없는데."
"하여튼 가족이."
"가족 없다니까."

 

 

 찬열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더이상 물어보면 민폐인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에서 엉덩이를 떼기가 무섭게 백현이 찬열의 바지를 잡아당겼다.

 

 

"벌써가? 더 있다가."

 

 

 해살하게 웃는 백현의 얼굴은 어느새 보랏빛이었다. 그러다 빨간색으로 변하고, 파란색으로...

 

 

"더 물어볼거 없어?"
"응? 응."
"왜, 더 물어보지. 니가 나한테 관심가져주는것 같잖아."

 

 

 꼼지락 거리는 백현의 손가락을 보며 참 가늘다고 생각했다. 피아노를 전공하신 엄마의 손가락만큼 얇았다. 찬열의 시선을 느낀 백현이 하얀 손을 얼른 주머니속으로 집어넣었다. 백현의 다리가 달달떨렸다. 그러고 보니 맨발이었다.

 

 

"너 맨발인데 안추워?"
"별로."
"그러다 감기걸려."
"괜찮아 괜찮아."

 

 

 찬열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집이었다. 전화를 받자 왜 안오느냐는 엄마의 걱정이 한가득 묻어나왔다. 곧 가겠다는 대답을 하고 일어서려는데 백현이 눈에 밟혔다. 추위에 붉어진 발가락들이 자꾸만 거슬렸다. 강아지 같은 눈매를 보자 가족이 아무도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집 갈래?"

 

 

 아까와는 달리 쭈뼛거리며 찬열의 집 현관을 넘은 백현이 찬열의 어머니를 보자 허리를 푹 숙였다. 안녕하세요오. 찬열의 어머니는 찬열을 향해 눈짓을 보냈지만 찬열은 못본척 백현을 방으로 들여보냈다. 신기한듯 이리저리 둘러보던 백현이 찬열의 어릴적 사진을 집어들었다. 찬열과 사진을 번갈아보더니 다시 내려놓는다. 조금 더웠는지 패딩을 벗어놓은 백현이 침대 밑에 앉았다.

 

 

"자고가."
"그래도 돼?"
"응."
"니네 엄마가 싫어하실텐데."
"내가 잘 말해 놓을게."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바닥에 이불을 깔아주려다 왠지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었다. 어렸을적 친구들과 했던 놀이도 백현과 같이 하고 싶었다. 찬열은 옷장의 맨 밑바닥에서 부루마블을 꺼냈다. 안한지 오래되어 먼지가 소복히 쌓여있었다. 백현도 눈을 빛내며 열심히 주사위를 던졌다. 게임을 마치고 정리를 다 했을때의 시간은 3시가 조금 안됐을 무렵이었다.

 

 

"여기서 자."
"..."

 

 

 백현이 묘한 표정으로 찬열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삐딱하게 꺾어 비스듬하게 쳐다보는 모습은 사춘기 때의 중학생 같았다. 찬열은 먼저 침대 안으로 들어가며 불좀 꺼달라고 말했다. 한참을 뚱하게 서있던 백현이 찬열의 말대로 불을 끄고 침대맡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뭐해. 자자니까."
"..."
"안자?"
"자."

 

 

 핸드폰으로 알람을 맞춰놓은 찬열은 한층 가까이서 맡아지는 백현의 냄새를 들이마쉬었다. 바깥공기의 냄새가 났다. 그러다 스르르 눈을 감았다. 백현도 찬열을 따라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 찬열은 평소보다 더 개운하게 잔 기분에 눈을 떴다. 눈을뜨자마자 백현의 얼굴이 보여 깜짝 놀랐다. 그러다가 어제의 일을 생각해 내곤 기분 좋게 웃었다. 잘때 옷입는걸 싫어 하는지 침대 밑에 백현이 입고 있던 티가 떨어져 있었다. 마침 울린 알람소리에 백현이 몸을 뒤척였다. 그러다 찬열은 백현의 몸에서 붉은 자국을 보았다. 목과 등 여기저기에 있는 붉은 자국은 찬열에게 낯선것이었다.

 백현과 함께 등교를 하며 찬열은 하고 싶은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니 몸의 그 자국들은 무엇이며 왜 그랬는지, 입이 자꾸만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백현도 뭔가를 느꼈는지 조용히 걷기만 했다. 학교를 올라가는 길에서 찬열은 친구들을 만났다. 그런데 친구들은 하나같이 찬열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럴수록 백현은 뒤로 쳐졌다.

 

 

"야 빨리 걸어. 갑자기 왜이래?"
"..."

 

 

 찬열이 백현의 어깨에 손을 짚자 백현이 손을 뿌리쳤다. 오늘 아침까지 잘만 왔으면서 백현이 왜이러는지 찬열은 영문을 몰랐다. 결국 백현이 저 멀리까지 뒤쳐지자 옆에있던 친구들이 찬열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야 너 변백현이랑 어떻게 알아?"
"그냥. 오다가다 알았지."
"그럼 너 쟤랑 잤냐?"
"뭐?"

 

 

 찬열이 소리지르자 옆에 있던 친구가 귀를 틀어막고 짜증을 냈다.

 

 

"그럼 뭐했는데 쟤랑 같이 와."
"어제 쟤 우리집에서 자고 갔는데?"
"헐. 집에서 잤어?"
"어."
"아니, 내말은. 쟤랑 섹스했냐고."

 

 

 귓가로 조용히 속삭이는 친구의 뒷통수를 때렸다. 헛소리 좀 하지 말라고. 그러자 친구가 머리를 잡고 짜증이난 목소리로 말했다.

 

 

"쟤 걸레잖아. 그것도 씹걸레."
"뭔 걸레야. 쟤 엄청 착해."
"미친. 지나가는 애들한테 물어봐. 변백현 아냐고. 백이면 백 걸레라고하지. 쟤 모텔에서 아저씨들이랑 나오는거 봤다는 애들 한둘 아니야."

 

 

 그 말을 듣자 찬열의 머릿속에도 대머리 아저씨와 모텔안으로 들어가던 백현이 스쳐지나갔다. 찬열이 뒤를 돌아봤다. 백현은 없었다. 먼저 교실에 도착한 찬열은 백현에게 몸의 자국들을 물어보려 결심했다. 그런데 백현은 10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조회시간인데도 백현은 오지 않았다. 그날도 백현은 결석을 했다.
 
 학원까지 빼먹은 찬열은 항상 백현과 만나던 모텔 앞에서 백현을 기다렸다. 8시인데도 살을 애는 추위가 찬열을 감쌌다. 이가 오들오들 떨렸다. 손을 주머니에 넣고 기다리는데 모텔문을 연 여자가 찬열을 보고 깜짝 놀라했다.

 

 

"어머. 오늘은 그 학생 아니네?"
"네?"
"아니. 요즘 맨날 이시간부터 여기 앉아있던 학생 있었거든."

 

 

 찬열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것처럼 어안이 벙벙했다. 이시간부터라면 찬열이 오는 11시경까지 주욱 기다렸다는 것이다. 그 맨발로. 찬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오늘은 왜 안오는걸까. 장장 3시간을 기다렸다. 오늘은 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찬열은 서운한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제도 재밌게 놀았는데. 집에가서 엄마에게 야단을 맞으면서도 찬열의 머릿속엔 백현의 생각뿐이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찬열은 모텔앞에서 백현을 기다렸다.

 백현이 찬열앞에 나타난것은 약 2주 뒤였다.

 1주뒤부터는 찬열도 백현을 기다리지 않았다. 선생님께 말씀도 드려봤지만 선생님은 '넌 그냥 공부나 해라.' 라는 말밖에 안해주셨다. 그리고 1주뒤, 찬열이 독서실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은행나무 밑에 익숙한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물론 백현이었다. 찬열은 반갑기도 하고 울컥하는 마음에 백현의 앞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어디있었어."
"..."
"학교도 안나오고."

 

 

 백현의 근처에서는 또 술냄새가 났다. 찬열이 말할때마다 피식피식 웃는 백현은 어딘가 나사가 풀린 모양새였다. 백현을 툭툭 건드려보자 고장난 로보트 처럼 더 크게 웃는다. 한참을 웃더니 갑자기 웃음을 뚝 끊고는 찬열에게 말했다.

 

 

"찬열아."
"..."
"너도 나랑 잘래?"
"..."
"응? 너도 자랑 잘래?"

 

 

 처음엔 차분하게 묻던 백현의 어조가 점점 격양되어갔다. 눈엔 금방이라도 떨어질것처럼 눈물이 고였다. 찬열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너도 똑같잖아. 아니, 똑같았는데 조금 달랐지. 그냥 내가 좋아했어. 응? 그랬는데, 결국 똑같더라."

 

 

 말간 볼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찬열이 눈물을 닦아주려 허리를 숙였다. 손을 내밀자 손을 탁 소리가 나게 쳤다.

 

 

"나는 니가 물어봐 주길 바랬어. 다 물어보고 위로해주길 바랬는데."

 

 

 백현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엉덩이에서 은행잎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구린내도 조금 났다. 부축해주려는 찬열의 손을 뿌리친 백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항상 가던 길로 향했다.

 

 

"어디가는데."
"집."
"니네집 그쪽 아닌거 알아."
"..."

 

 

 백현이 손을 얼굴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곤 손등을 바지에 대충 문지른후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들어갔다. 찬열은 그때 묻고싶은게 있으면 다 물어보라던 백현의 말을 떠올렸다. 머리가 아파왔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ㅠㅠㅠ백현아ㅠㅠ어떡해ㅠ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아아...그게 그런 말이었군요...찬열이도 나름 생각해서 안 물어봤을텐데ㅠㅠ에긍..잘보구가요!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헉 너무 재밌어요 ㅠㅠ... 잘 읽고가요 ㅠ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어본게 아니라 백현이를 믿었기에 묻지않았던건 아닐까요.. 이미 돌이킬수 없겠죠..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백현아..ㅠ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