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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화이트아웃

 

 

 

 


  김종인과 나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물론 그게 전부 다 순전히 김종인 혼자만의 착각이겠지만. 요새 들어서 부쩍 내게 말 거는 일도 많아졌고 하는 행동도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듯 변해 있었다. 세심함. 세심함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가끔 백현이가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장난으로 넘기곤 했다. 그 점에서는 백현이도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많이 섭섭한 눈치였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김종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무어라고 궁시렁 거리는 찬열이와 백현이의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도 잠시 곧 잠잠해졌다. 내가 한 결정에 대해서는 언제나 그만큼의 책임을 진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오래 투덜거릴거라는 생각도 않았지만, 김종인은 나와 둘이 있을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털어놓곤 했다. 마치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나는 간간히 김종인의 말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일 뿐 그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김종인은 참 고마운 모양이었다. 이따금씩 종인은 이야기를 하다말고 고맙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게 김종인에게는 큰 위로가 되는 행동인 모양이었다. 사실 이런 행동도 내게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는 행동들이지만 김종인은 그 사실까지는 모르는것 같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 김종인의 집은 우리의 집과 정 반대방향이었는데 해외에서 공부를 했다는게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집이 유난히도 좋아보였다. 그냥 가정 아파트에 사는 우리와 달리 김종인의 집 앞에는 마당과 울타리가 있었고, 개도 있었다. 작게 탄성을 내지르는 나를 멋쩍게 쳐다본 종인이 집 안으로 몸을 옮겼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거실에서 서성이는 소리에 거실로 시선을 옮겼다. 유난히도 하얗게 질린 얼굴에 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또래의 남자아이가 퀭한 눈빛으로 종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을 알자마자 가방을 벗어던진 종인이 남자아이에게 성큼성큼 다가섰다.

 

 

 

" 세훈아, 누워있으랬잖아. "


" 누구야? "

 

 


  시선은 연신 내게로 고정된 채 입술만 움직여 이야기 하는데, 표정이 없다. 기뻐보이지도 슬퍼보이지도 않는 표정인데 속에서 올라오는 두려움에 몸을 움칫 떨었다. 내 눈치를 슥 보던 종인이 세훈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방 안으로 세훈을 들였고 그 자리에 멍청히 서 있다 종인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종인이 방 안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는게 문제인지 유난히 휑해보이는 방. 어쩐지 스산한게 몸이 떨려왔다. 보통 남자아이가 가지는 활기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이. 방 안에 놓인 가구들이 형식적으로 느껴졌다. 침대 위로 가방을 둔 종인이 멋쩍게 웃어보이며 내 가방을 들었다. 내가 건넨 것도 아니고, 순전히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 호의가 더 불편하긴 했지만.

 


  보통 남자아이들이라면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거나 컴퓨터를 두고 컴퓨터를 하곤 할 텐데. 조용하기만 하고 어색하기만 한 이 상황을 쳐다본 박찬열이라면 '세상에, 놀 줄 모르는 머저리새끼들.' 하며 통탄해 할 것이 틀림 없었다. 세상을 다 말아먹은 친일파새끼들을 보는 것처럼. 정말 눈치없고 정작 필요할데 없는 놈이긴 했지만, 지금 이 어색한 상황에선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 누구보다 더. 차라리 내게 신경 안 쓰는게 훨씬 더 나았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

 

 


  뜬금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김종인 쪽으로 휙 돌렸다. 김종인의 입가에 미소가 자리잡고있었다.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그렇게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아, 뭐. 작게 고개를 끄덕인 내게 김종인이 커다란 비밀을 알려주듯 목소리를 낮췄다. 사실, 그거 세훈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침대를 만지던 손을 멈췄다. 세훈이. 아까 본 그 남자애가 틀림 없었다. 그리고, 내 직감이 틀리지 않다면 세훈이라는 아이와 종인이는 형제가 틀림 없었다. 인생에서 쇼크는 한 번 올 때 계속 겹치기 마련이지. 박찬열의 쓸데없는 목소리가 윙윙 떠다녔다. 그러니까, 김종인은 자신이 게이라고 고백한 것도 모자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 상대가 제 형제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별 미동 없는 내가 이상했는지 김종인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화들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서자 김종인이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듯.

 

 


" 많이 이상하지? "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도, 저을 수도 없었다. 김종인의 씁쓸한 표정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고개를 젓기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는것이 양심에 너무 많이 찔렸다. 김종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 신경쓰지 않는 눈치라기 보다는 자신의 해석을 너무 믿는 모양이었다. 60퍼센트 정도는 맞는 해석이겠지만. 순식간에 다시 덮친 어색한 기류에 김종인은 먼저 씻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씻겠다는걸 굳이 말릴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책장만 들여다 보는데, 김종인이 방문을 닫고 바깥으로 나섰다. 한참의 정적이 뜬금없이 너무 지루해서 방 밖으로 나서는데 옆 방 열린 문 틈 사이로 낯설지 않은 사진이 보였다. 분명히 김종인의 방은 이 곳이니까 그 옆 방은 세훈이란 아이의 방이 틀림 없는데, 책상에 놓여있는 액자 속 사진이 낯설지 않았다.

 

 


  순간 숨이 거칠게 내쉬어졌다. 어디서 봤더라..? 하는 의구심 보다도 깊이 잠식되어 있는 무언가가 먼저 저것을 알아보고 쿵쾅쿵쾅 뛰는 기분이었다. 알아내면 무언가가 바뀔듯한 기분.

 

 

 

" 누구예요? "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로 휙 돌았다. 순간 발이 헛디뎌 몸이 바닥으로 추락한 느낌과 동시에 엉덩이 쪽으로 싸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아직도 감정없는 눈동자 속으로 느껴지는 깊은 어두움에 어쩔줄 몰라 하는데,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해외에 있을때도, 한 번도 친구라면서 집에 친구 데려 온 적 없었는데. "

 

" 형, 그거예요? "

 

" 김종인 애인. "

 

 


  숨이 헉 들이쉬어졌다. 이 남자아이도 알고 있었다. 종인이가 게이라는 것을. 아무런 대답 없는 내 옆으로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는듯 바람만 남기며 걸어간 세훈의 모습에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김종인과 비슷한 위화감이 남자아이에게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 말 할 수 없는 까닭은, 책장에 놓여진 사진이 마음에 걸렸다. 그거였다.

 

 


" 여기서 뭐 해? "

 

 


  내가 다섯 살 때, 그 아이와 나, 백현이가 찍었던 그 사진. 한 장 밖에 없는 거라서 나와 백현이가 애지중지하며 가지고 있던.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내가 영 이상한 모양인지 머리를 탈탈 털며 김종인이 다가왔다. 똑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김종인은 그것이 눌려있었고, 세훈은 그것이 심각하게 방출되어 있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려고 애를 쓰며 김종인에게 물었다.

 

 


" 이름이 뭐야? "

 

 

 

  뜬금없는 내 물음에 김종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질문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힘주어 물었다. 저 애, 이름이 뭐야? 내 물음을 듣는 순간 김종인의 표정이 굳었다. 그 순간 확신으로 변했다. 이름을 묻는 것으로도 표정이 확 변하는 것으로 보아 둘에겐 무언가가 있다고. 이미 종인과 세훈은 둘 사이에 존재하는 무엇이 있었다. 마치 백현이와 나처럼. 김종인이 입술을 열려는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 곳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무어라고 소리지르는 김종인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그 곳을 뛰쳐나왔다. 세훈의 얼굴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틀린게 아니라면, 퀭해 보이는 그 아이는 어렸을 때의 그 아이가 맞았다. 놀랍게도, 김종인과 형제인채로 나와 그 아이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13년이라는 세월동안 아이는 많이 변해있었다. 어렸을 때의 그 모습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동글동글했던 얼굴과 달리 턱선도 많이 날렵해지고. 집 문을 쿵쾅쿵쾅 두드리자 안에서 부스스한 모습의 찬열이 문을 열었다. 너 김종인 집에서 잔다며? 나는 대답도 않은 체 성큼성큼 집 안으로 발을 옮겼다. 심각한 표정의 내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는지 부시시한 모습의 찬열이 쇼파위로 몸을 얹혔다. 나는 와이셔츠를 벗어낸 채 책장으로 다급히 달려가 앨범을 찾았다. 이제는 낡아서 만지기도 힘들 정도인 그 사진을 찾기 위해. 앨범들 사이에 조심스레 끼워져 있는 사진을 보기 위해 거실 불을 켰다.

 


  틀림이 없었다. 13년전 찍었던 그 사진이 맞았다. 찬열이 다가올새라 나는 넋을 잃고 앨범을 떨어뜨렸다. 손아귀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왜 그래? 찬열의 물음에 나는 대답 없이 방으로 몸을 옮겼다. 힘이 없었다. 13년전 우리 곁을 떠났던 그 아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김종인의 짝사랑 상대이자, 형제로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박찬열이 한참동안 방 문을 두드리자 그 소리에 시끄러워 깼는지 한참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한 백현이 방문을 두드렸다. 나는 대답 없이 생각에 잠겼다. 종인세훈경수백현찬열 그리고 그 주축의 나. 이런 싸구려 아침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사절이었다. 그것도 호모드라마. 나는 조용히 사는 것이 적성에 맞았다. 쪼그려 앉아 무릎을 안았다.

 

 

 

  점점, 사는게 귀찮아지고 있었다.

 

 

 

 

 

 

 

 

 


  세상살이는 전부 유희같은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여러 일을 즐겨보려고 하곤 하지. 마치 내가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고아원에서 유난히 나를 괴롭히던 아이가 키들거리며 하는 말이었다. 나보다는 나이가 많았는데, 초등학교 사학년 무렵에 그 아이는 중학생정도 되었을까. 꽤 말썽을 피워 선생님들도 그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 아이가 하는 일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 덕분에 고아원 내 최대 피해자는 나였다. 당시 우리는 작고 나이도 적었기 때문에 그 아이가 시키는대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하면 하는 거였고, 하지 않으면 감사한 거였다. 그 아이는 유난히 나를 괴롭혀댔다. 건방지게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마 그 아이는 고아원 내 왕이 자신이라도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 말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고아원 내 강자는 그 아이였고, 약자는 나였으니까. 주위의 다른 아이들도 말릴 생각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죽어야 한다고. 저 아이는 죽어버려야한다고.

 

 

  이런 생각을 가지는 건 괴롭힘 당한 나 뿐만이 아닐테니까, 나 하나쯤 이런 생각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괴롭힘 점도가 점점 강해져 절정을 찍는다고 생각 한 어느 날, 그 아이가 다가와 다정하게 이야기했다. 이거 줄 테니까 먹고, 저녁에 부르면 나와. 알았지? 그 아이가 내미는 케이크 조각에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절대 이런걸 줄 애가 아니었고 하물며 이렇게 부드럽게 웃어 줄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케이크를 받아 든 순간 짙게 웃어보이는 얼굴에서 무언가가 있음을 짐작한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럽게 웃으며 나간 남자아이 뒤로 나는 상상했다. 칼에 갈갈이 찢어 발겨지는 아이의 모습을.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상상만으로도 좋았다. 날 괴롭히는 원천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정말 짜릿한 것이었으니까. 그것이 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아이가 날 괴롭힐 무렵부터 아주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이었으므로. 그 아이가 나를 괴롭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 아이를 상상속에서 찢어발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것 뿐이었다. 옆에서 백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나는 한 번 웃고 말았다. 어차피 저렇게 걱정하는 백현이도 약자였다. 나를 근본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걱정은 필요 없었다.

 


  케이크는 먹지 않고 상자 안에 그대로 보관해 둔 채로, 저녁에 나오라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험한 꼴을 당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 없는 한적한 곳으로 접어들 무렵, 그 남자아이가 장난스럽게 라이터를 껐다켰다를 반복하며 건물 위쪽에서 내게 손짓했다. 오늘 아침의 다정함은 온데간데 없고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한 얼굴 표정으로. 나는 조용히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도중에도 계속 떠오르는 생각은 그 아이를 향한 저주. 난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제발 죽어버려, 내 눈앞에 띄지 않게. 옥상에 다 도착해 문을 열었을 때, 난간에 꺼떡거리는 남자애가 보였다.

 

 


" 가까이 와. "

 

 


  날 봤는지 미소지으며 가까이 오길 종용하는 남자아이에게 다가서자 난간에 앉아있던 남자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뛰어내렸다.

 

 


"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왜 그렇게 오만하고 거만한 표정이야? "

 

 

 

  순수한 궁금으로 얼룩진 얼굴. 그 가면 뒤에 숨겨져 있을 더러움을 모르는게 아니었다. 오만한 표정이고 싶어서 오만한 표정인게 아니었고, 거만한 표정이고 싶어서 거만한 표정이 아니었다. 단지 돌아가고 있는 세상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오만하고 거만한 표정은, 나보다 남자아이가 짓고 있는게 맞았다. 내가 짓는 표정을 오만하고 거만한 표정이라고 느낀것은, 오히려 그 남자아이였다. 나는 대답없이 남자아이를 쳐다봤다.

 

 


" 내가 쳐다보면 너 항상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는 거 알아? 세상에 재미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표정없는 얼굴로. "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남자아이의 손이 내 목을 졸랐다. 순간 느낀 감정은 두려움, 그 이상의 공포였고 살기위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 그 남자아이와 나의 공방이 몇 번 오갔다고 생각 했을 때, 다행히 남자아이의 손이 내 목에서 떨어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목만 잡고 연신 켁켁 거리는데 얼굴을 들어올리자마자 보이는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난간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남자아이를 쳐다봤다. 난간에 기대어 선 채 역시 만면에 미소를 띄운 오만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남자아이. 증오와 혐오가 한계치에 달했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이성으로 생각 할 새도 없이 뛰어들어 남자아이를 난간에서 밀쳤다. 뜻밖의 일이었는지 내게 무방비로 밀쳐진 남자아이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괴상한 신음을 뱉으며 비틀거렸다. 발을 헛디뎠다고 생각했을 무렵, 쇠와 살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겁에 질린 목소리로 연신 비명지르는 남자아이. 나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 살려줘…! "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남자아이가 중얼거리는 순간 그 모습 위로 예전의 나와 남자아이가 겹쳐졌다. 제발 살려달라고 소리지르는 나와, 그 모습을 웃으며 연신 나를 짓밟는 남자아이. 지금은 그 상황이 반대였다. 그 아이를 짓밟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나와, 이제는 그러한 권리가 사라진 남자아이.

 

 


' 살려줘. '

 

" 살려줘 제발…. "

 

' 이제 그만해. '

 

" 정말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장난 그만해! "

 

 

 

  난간에 매달려 있는 남자아이를 보면서 든 생각은, 연민이나 살려줘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 죽어버려. "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입가에 지어진 미소를 보았는지 살려달라고 애처롭게 빌던 남자아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굳었다.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입을 차고 터져나왔다. 입을 타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순간 깨달았다. 남을 짓밟으면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아마, 이 남자아이도 나를 짓밟으며 이렇게 큰 즐거움을 얻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거의 힘이 빠져 덜렁거리는 남자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고개를 치든 남자아이의 얼굴에서 희망이 엿보이는 순간, 그 손을 발로 짓밟았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남자아이의 눈에서 놀라움과 자포자기가 느껴졌다. 언제든지 나를 괴롭힌 사람들은 죽여버려야돼.

 


  바닥과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나는 자리에서 돌아섰다. 아무도 보지 못했을 이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서. 돌아 나서는 그 순간까지도 입에서 터져나오는 미소에 어쩔 줄 몰랐다. 바깥으로 나온 순간 여기저기 튄 핏자국들을 쳐다봤다. 죽었음이 틀림 없었다. 나는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제일 중요한 점은 사람을 죽였음에도 오는 스릴감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는 것. 그것이었다.

 

 


  놀라웠다. 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아무일 없었다는듯 태연한 표정으로 그 현장을 벗어났다.

 

 

 

  오늘 난, 이 자리에 없었다.

 

 

제가 쓰는 팬픽 내용이 많이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드시죠 ㅠㅠ? 이해하셨다면 다행이지만 허허..

그래서 대충 이야기를 드리자면 이 내용이 뭐라고 해야되지 청소년기의 복합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청소년들이 느끼는 심정이나 사춘기에 느끼는 것들.

그것들을 도경수라는 캐릭터 안에 극대화 시켜서 담은 거예요.

보통 자살하고싶다라는 생각이나, 자신을 미워하는 누군가를 죽여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해 보는 청소년들이 사춘기라서 생각해 보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거기에다가 또래 아이들에 부모님일까지 맞물리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다면 어떻게 될까. 싶어서 대한민국 체계때문에 미쳐가는 청소년들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도경수라는 인물을 가지고 이런 난해한 캐릭터를 그린 거구요.

 

 

주위 환경들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멀쩡 해 보이는 척 생활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던 거죠!

여튼 더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시면 댓글로 물어봐주세요!

댓글 남겨주신 여섯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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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김미자예요ㅠㅠㅠ아...진짜 너무너무넘ㅜ너무 좋아요..이런 사춘기 얘기 다루는 거..전 그남자애가 조인일줄 알앗는데 세훈이엇네요 하 세훈이 캐릭터도 아직 조금밖에 못봣지만 너무 맘에 들규ㅠㅠㅠ담편도 기대할게요 자까님 스릉스릉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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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 ㅜㅜ 진짜 영화 한편 보는기분이네요 ㅜㅜ 경수가 난간밑으로 던진 아이가 세훈인건가요????? ㅜㅜ 신알신 신청하구 갈께요 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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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Y2
아뇨아뇨아니에요! 큰일날 소리를..! 세훈이가 아니라 고아원에 있을 때부터 경수를 쭉 괴롭혀왔던 아이예요! 신알신 감사합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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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오 !!!! 제가 잘못이해를 했구만유 ㅜㅜ 감사해요 ^^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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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소피아예요! 경수의 캐릭터를 아니까 뭔가 태엽이 돌아가듯 이해하기 쉬웠던것같아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너무재밌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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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안녕하세요~이번화 보고나서 너무 끌려서 첫화부터 잘보고왔습니다ㅠ.ㅠ경수의 성격..뭔가 이해안되는듯 하면서 이해가 쫌 되네요.정말 작가님 짱짱!!
암호명 "왕들의 귀한"으로 하겠슴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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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링세입니다!!!ㅠㅠㅠㅠㅠ아이궁 저는 다 이해가 가요 흐뷰ㅠㅠㅠㅠㅠ느므 좋은데요...아...다음편기다릴게요 작가님 사랑합니다 하트!!!!!!!!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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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언니나호모당언니글잘씀ㅎ앞으로하루에한번씩써주셈사랑해요언니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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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왁....독자1이에요...대박...묘한감정선 사이에서 아이들의 행동이 아주 잘보여요...오늘도 재밌게 읽고가요 하트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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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ㅠㅠㅠ 여신님 하트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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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이것은작품이군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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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코코눈이예요........... 작가님 의도를 보니 이글이 얼마나 대단한것인지 감히 짐작하게되었습니다 읽는데 많은 도움 된거같네요 감사합니다 담편도 기대할게요~^_^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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