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백현이 개 마냥 혀를 내밀어 헉헉대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민석은 동조하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찬열은 그런 백현의 뒤통수를 꾹 눌렀다. 아침인데도 너무 덥다, 민석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찬열은 자신의 뒤통수로 날라오는 백현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아, 근데 너네 그거 들었냐?
“우리 전학생 온다더라.”
민석은 몰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지만 백현은 이미 지나간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시큰둥한 민석과 백현의 반응에 찬열은 생각보다 평범한 일이 아니라며 민석과 백현의 얼굴을 한 쪽으로 모으고선 속삭이듯 말했다. 근데, 그 새끼가 중국이랑 한국 혼혈이래. 게다가.. 백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목을 짓누르고 있는 찬열의 손을 탁 소리가 나게 내쳤다. 그 새끼가 혼혈인게 뭐! 백현이 짜증난단 표정을 하고선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던지 찬열이 벌떡 일어나며 신경질을 냈다. 아 근데 그 새끼가!
“SP래.”
불쑥 종인이 끼어들었다. 아 시발, 김종인! 내가 말할려고 했는데! 병신, 그렇게 뜸 들이면서 애길 하니까 애들이 니 얘길 안 들을려고 하는거야. 뭐 이 시발? 찬열은 평소처럼 굵은 목소리로 크게 떠들어댔고 백현은 그 옆에서 깐족댔으며 종인은 시큰둥하게 그런 둘을 바라봤다. 민석은 세 명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SP..?
Surplus Person. 아, 탄식이 민석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고 민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TV나 잡지에서나 듣고 보던 것이었다. 아니, 사람인가? 물건으로 취급해야할지 사람으로 취급해야할지 조차 애매한 것이었다. 그런 것 이었다, SP는.
종이 울리고 담임이 들어왔다. 그 옆엔 고개를 푹 숙인 밝은 색의 머리를 한 소년이 단정한 교복 차림을 하고 서있었다. 아직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담임은 교탁을 출석부로 내려쳤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안정되자 담임은 새로운 친구가 전학 왔다며 옆에 서 있는 마른 소년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담임의 두드림에도 소년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교복 끝을 매만질 뿐 이었다. 야, 저 새끼 좀 이상한데. 짝꿍인 찬열이 민석에게 소곤거렸다. 민석은 그저 아랫입술을 깨물 뿐, 별 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좀 멀리서 전학 온 친구야,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을테니 잘 챙겨줘. 이름은 루한이야. 특이한 이름에 반 분위기가 다시 어수선해졌다. 그리고 루한이는,
SP야.
마지막 말에 찬물이 쏟아진 듯 조용해졌다. 담임이 루한에게 자리를 알려주곤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며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자 서서히 소년의 고개가 올라갔고 얼굴이 드러났다.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에 비해 표정은 잔뜩 굳어있고 입술은 바르르 떨고 있었다. 창백해 보이는 낯빛이 안쓰러웠다. 시이발, 요즘은 SP도 외모지상주의냐? 찬열이 민석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민석은 어쩐지 루한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루한이 민석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마치 바람이 지나간 듯 서늘한 기운이 민석의 팔꿈치를 살짝 스쳤다. 바람 냄새가 난다, 민석이 생각했다. 루한은 민석의 바로 뒷자리였다.
소문은 빨랐다. 민석의 반에 SP가 전학을 왔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일부러 루한의 얼굴을 보려 층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아이도 있었다. 이런 반응이 루한은 익숙한 듯 보였다. 그런 아이들의 시선과 말이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 지 루한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엎드려 잠을 잤다. 도리어 민석이 화가 날 지경이었다. 노골적인 말들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본인에게 하는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가 솟구쳤다. 괜히 뒷자리가 신경이 쓰였다. 저 새끼가 SP야? 생각보다 비리비리하네, 재랑 친해져야 좋은 거 아닌가? 혹시 모르잖아, 나 다치면 쟤가 지꺼 장기 때줄지, 그 말에 루한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지만 다 듣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야! 민석이 벌떡 일어나며 루한의 책상 주변에서 떠들고 있는 아이들에게 소리 쳤다.
“가라, 존나 시끄럽게 굴지 말고.”
처음 보는 민석의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런 민석의 모습에 옆에 앉아서 게임 얘기를 하고 있던 찬열과 백현이 당황한 듯 민석을 올려다보았다. 종인도 겉으론 내색 않지만 마찬가진 듯 얼 빠진 표정으로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한 손으로 빼고 있었다. 민석은 씩씩 대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당황스럽긴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왜 자신이 흥분해 소리 질렀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민석이 얼굴을 붉히며 귀를 막았다. 자신 때문에 흐르는 정적이 민망한 탓이었다. 아, 왜 그랬지. 뒤를 흘끗 보자 루한이 어느새 고개를 들곤 멍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쟤도 어이가 없겠지, 처음 보는 애가 자기 편이나 들고. 으으, 민망해. 민석은 책상 위로 엎드렸다. 아이들이 다 갈 때까지 일어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쩐지 민석은 루한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수업을 듣다가도, 아이들과 떠들다가도, 문제집을 풀다가도 민석은 꼭 한번 씩은 뒤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자신의 곁을 스쳤던 차가운 온도와 냄새가 잊혀지지 않는 탓이었다. 루한은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잠을 자고, 노래를 듣고, 화장실에 가고. 조금 마르고 예쁜 생김새를 한 것 외엔 별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민석은 그 순간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SP라는 건 우리의 생각 보다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인간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남들이 들으면 웃을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여전히 덥고, 습하고 졸린 그저 그런 5교시였던 것이었다. 반 아이들 거의 모두가 고3답지 않게 졸고 있는 와중에 민석은 졸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졸립긴 한데 뒤가 계속 신경 쓰이는 탓이었다. 루한에겐 짝이 없었다. 루한의 자리는 창가 쪽 맨 뒷자리였다. 자리를 바꿔달라고 해볼까, 민석이 그런 생각을 하며 무심코 뒤를 봤을 때 눈에 보인 것은 드르륵 소리를 내며 칼집에서 빠져나오는 칼날이 햇빛에 무심하게 반짝이며 희고 얇은 손목 쪽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불과 몇 초의 일이었다. 민석의 입에서 작게 신음이 터지고 눈이 크게 뜨여진 불과 아주 찰나의 몇 초. 흰 손목에 핏방울이 맺히더니 울컥, 피가 쏟아져 나왔다.
“선생님!”
민석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그 소리에 졸고 있던 아이들은 물론이고 칠판에 무언가를 적고 있던 선생님마저 깜짝 놀라며 민석을 돌아봤다. 왜 그러니, 민석아?
“루,루한이가 아픈 것 같아서요. 보건실에 데려다줘도 될까요?”
떨리는 목소리였다. 울음기가 배여있는 것 같기도 했다. 잔뜩 울상을 지은 민석의 표정에 선생은 잠시 당황하더니 민석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녀오렴.
손목을 가려야했다. 수업 중에 손목을 그었다는 것이 소문이 퍼지면 이건 학교 안에서만의 일이 아닐 것이었다. 민석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자살시도를 한 SP의 신문기사가 스쳐지나갔다. 루한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떨고 있었다. 그런 루한의 어깨를 잡고 일으키며 민석이 속삭였다. 손목 내 허리에 감아, 보이면 안되니까.
민석의 말의 루한은 순순히 피가 흐르고 있는 손목을 민석의 허리에 감았다. 민석은 그 손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아픈지 움찔하는 루한의 귀에 다시 한번 속삭였다. 아파도 조금만 참아, 일단은 보이면 안되니까.
다행일지도 모르겠지만 보건실엔 아무도 없었다. 민석은 침대 주변에 처져있는 커튼을 제치곤 루한을 침대 위에 앉혔다.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루한은 여전히 떨고있는 채였다. 저기.. 있잖아.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루한이 허옇게 뜬 얼굴을 하고선 민석을 올려다보았다. 눈가가 잔뜩 젖어있었다. 긴 속눈썹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처연해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에 민석이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입술을 잘근 씹은 민석이 루한의 손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목 좀 보여줄래?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듯 싶었다. 아직도 조금씩 새어나오는 피에 루한의 팔과 민석의 손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일단은 지혈을 해야 될 것 같았다. 민석은 보건실 한 쪽에 위치한 싱크대 윗 쪽에 달린 수납장을 열어 수건을 꺼냈다. 쓰고 나서 버려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민석은 그 수건을 루한에게 건넸다. 루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수건을 바라보자 민석은 루한의 손목을 들어 꾹 눌러주었다. 지혈하라고. 민석의 말에 루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민석의 손에서 수건을 건네받아 상처 위에 얹고는 아프지 않게 눌렀다. 루한이 그렇게 자신의 상처를 누르고 있는 동안 민석은 보건 선생의 책상을 뒤져 연고와 거즈, 붕대 그리고 붕대를 고정해주는 테이프까지 찾아선 침대 위에 앉아있는 루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민석이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루한의 손을 끌어와 수건을 살짝 들추자 피는 멈췄지만 너덜너덜해진 손목이 그대로 보여졌다. 아무래도 상처 주변을 물들이고 있는 피도 좀 닦고 소독도 해야될 것 같았다. 잠깐 기다려, 민석이 루한에게 말하곤 새로운 수건을 꺼내 물에 적시고 보건 선생의 책상을 다시 뒤져서 소독약까지 꺼내왔다. 다시 루한의 앞에 무릎 꿇은 민석이 루한의 상처 주변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피를 닦아내자 살이 벌어진 상처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으, 아팠겠다. 인상을 찌푸린 민석이 소독약을 꺼내 상처 위에 들이부었다. 아픈지 루한의 손이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루한의 얼굴을 살짝 살피자 젖어있던 눈가는 조금 발갛게 부어오른 것 빼고는 어느새 멀쩡해져 있었다.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고 이를 꽉 깨문 것 빼곤 나쁘지 않은 인상이었다. 조금 안심이 된 민석이 루한의 상처에 연고를 발랐다. 연고로 해결 될 상처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밖에 안돼. 덤덤하게 말한 민석이 연고를 바른 상처 위를 거즈를 대곤 그 위에 붕대를 둘러주었다. 두 번 정도 감은 붕대를 잘라내곤 테이프로 고정까지 시켜주었다. 됬다, 가볍게 말한 민석이 루한의 손을 몇 번 흔들곤 빙긋 웃으며 일어났다. 혹시 모르니까 꼭 병원 가, 알았지? 민석의 말에 루한이 고개를 들어 민석과 눈을 맞췄다. 초점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루한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곤 민석의 웃는 얼굴이 그대로 비춰졌다.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민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민망함에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다 보니 피가 묻어있는 자신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루한을 치료하느라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손을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싱크대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루한의 목소리가 민석의 발을 잡았다. 안, 궁금하냐.
“뭐?”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궁금하느냐고? 무엇이? 민석이 되묻자 루한은 자신의 손목을 내려보며 말했다. 이거, 안 궁금해? 한참을 붕대가 감겨있는 루한의 손목을 들여다보고서야 질문을 이해했다. 아, 왜 그었는지 안 궁금하냐고. 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궁금해. 근데.
“말하기 싫은 것 같아서.”
말하기 싫은 사람한테 물어보는 건 실례니까, 그렇게 말한 민석은 다시 발을 옮겨 싱크대에서 손을 씻었다. 민석의 손에서 새빨간 물이 뚝뚝 흘렀다. 싱크대 한 편에 위치한 비누를 들고 손에 빡빡 문질렀다. 왜인지 물이 잘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 후로 무언가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조용한 루한이 의아해 살짝 눈치를 본 민석은 당황했다. 루한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탓이었다. ㅇ..왜? 더듬대며 말하자 루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
그냥?
“사람대접은 오랜만이라서.”
민석의 손에 있던 비누가 바닥에 떨어져 잔뜩, 으깨졌다.
**
민석은 그 날 이후 자리를 바꿨다. 루한의 옆자리였다. 왜 바꾸었냐고 이유를 물으면 대답하지 못했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자신의 짐을 챙기던 민석이 루한의 옆에 앉자 찬열과 백현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너 미쳤어? 종인은 말없이 인상을 찌푸렸다. 야, 김민석. 니 자리 거기 아니잖아. 찬열이 드물게 목소리를 낮추며 민석에게 말했지만 민석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보다 못한 백현이 민석의 어깨를 붙잡았고 민석의 몸을 억지로 돌려세우곤 민석과 눈을 맞췄다. 김민석, 정신차려. 백현의 말에 민석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꽉 다문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백현과 찬열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시도 때도 없이 루한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루한의 상처를 치료해준 그 날 밤, 잠을 자려고 눕자 루한의 공허한 목소리가 누군가가 옆에서 속삭이듯 선명하게 들려왔고 민석은 화들짝 놀라 눕혔던 몸을 황급히 일으켜 세워 주위를 돌아봤다. 이 일을 몇 번이나 반복한 후에야 민석은 잠에 들 수 있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루한의 목소리가 머리에서 윙윙 울리듯이 들려왔다. 사람대접은 오랜만이라서, 덤덤하게 말한 목소리 뒤에 횅 하니 비어있는 루한의 내면이 그대로 내보여졌다. 듣는 사람에게 추위를 가져다 줄 만큼 텅 비어있는 목소리라 민석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더랬다.
민석이 자리를 옮긴 것이 무색하게 루한은 그 날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 날 뿐이 아니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루한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어디 아픈가, 민석은 그저 짐작을 해볼 뿐이었다. 루한이 학교에 오지 않은 3일 째, 학교에서 소문이 돌았다. 1학년 여자애의 아버지가 신장 이식을 받았는데 그 신장이 루한의 것이었다는 소문이었다. 3학년 층의 화장실이 고장이 난 탓에 바로 밑 층인 1학년의 화장실을 쓰러 내려가는 길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건. 신 침이 목 위로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아침에 먹은 빵이 올라올 것 같았다. 입에 머금고 있던 위액이 섞인 침을 꿀꺽 삼켰다. 발을 돌려 1학년 층에 위치한 교무실로 뛰 듯이 걸어갔다. 종아리가 당기듯이 아팠지만 걸음이 늦춰지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교무실 문을 열고 끄트머리 쪽에 위치한 담임의 책상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고 반가운 듯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담임의 인사를 무시한 채 물었다. 루한, 집이 어디에요?
포스트잇을 든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바스락, 포스트잇이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아,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구겨진 포스트잇을 다시 펴 꽉꽉 눌렀다. 반듯한 글씨로 적혀있었다. 해진병원 연구소 3동. 민석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이었다. 곤란해 하던 담임이 누가 볼 새라 눈치를 보며 황급히 적어 쥐어준 쪽지를 교실에서 확인하던 순간, 민석은 정신이 멍해져 수업은커녕 밥조차도 정상적으로 먹을 수 없었다. 평범한 아파트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병원이라니, 그것도 연구소. 민석은 깨달았다. 루한은 민석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등본 대신 sp등록서류가 존재했고 따뜻한 집이 아닌 딱딱한 병실에서 자랐다. 사전에 의하면 루한은 사람이 아니었다. 의학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결국 민석은 발걸음을 돌렸다. 루한의 얼굴을 아니, 사실을 제대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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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잔 뭔가 단어하나에 너무 집착하는경향 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