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 또 너네랑 다른 반이잖아.”
반 배정표를 확인하러 친구들과 함께 학교로 왔다. 토토중. 이름도 귀여운 학교에 말이다. 이번에는 한명이라도 같은 반이 되기를 바랬던 나를 비웃듯이 나만 빼고 다들 4층이다. 홀로 5층에 떨어지게 된다는 생각에 울상이 되자 친구들은 웃으면서 놀린다. 다들 짝이 있는데, 나만 없는 그런 느낌에 멍하니 반 배정표를 바라보는데 내 옆에 처음보는 애가 서있다. 전학온게 아니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다는 생각에 가만히 그 남자애를 바라보는데 그 애는 내 시선을 신경쓰지도 않는 듯 했다.
“정여주!! 우리 먼저 간다!!”
“앞에 요떡!! 늦게오면 너가 돈내는 거다!!”
친구들의 부름에 그 애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커다란 배정표 '3학년 7반'에 시선을 고정한 남자애를 뒤로 두고 친구들을 향해 뛰어갔다.
***
중3은 중3인가보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고등학교를 잘가야 너네에게 좋은 것이라며 빨리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아직은 친구들과 함께 수다떠는게 좋은 나이 아닌가. 반 배정표를 확인하고 시무룩해진 나를 보고 애들이 오늘은 언니들이 쏜다! 며 떡볶이집으로 들어갔다.
“이모, 오늘 막내가 기분 안좋아서 그런데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주세요!”
김예림이 눈웃음을 보이며 아주머니께 말했다. 하여간 내가 생일이 늦은 죄지. 친구들은 다들 생일이 7월 이전인데 나 홀로 8월이다보니 다들 나를 막내라 부른다. 나 막내 아닌데.
“아 근데 아까 걔 아는 애야?”
강슬기가 서비스로 나온 김말이를 우물거리며 물었다.
“아니? 왜?”
“아 난 너가 막 쳐다보길래 너가 아는 앤줄.”
글쎄, 아는 애는 아니지만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나보다. 친구들 말을 빌리자면 그 애는 씹덕상이란다. 눈은 동그란데 볼이 모찌모찌 할거 같다나 뭐라나. 처음 본거면서 벌서부터 그 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신기했다. 나는 옆모습밖에 못봤는데.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믿으면 내가 바보다! 그래 내가 바보다.
EP 01: 익숙함과 낯섬, 그 중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한살 더 먹어 중3이 되었다는 사실에는 다들 크게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다들 4층으로 가고 나 홀로 5층으로 올라오는데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 사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 손승완이 보였다. 워낙 조용하고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같은 이미지에 친구들도 다가가기 어려워했던 애였다. 내 옆에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에 계단을 빨리 올라가 손승완의 가방을 검지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어?”
“안녕?”
멋쩍은 웃음에 손승완은 당황한 듯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냥 인사만 하던 애가 먼저 말을 걸 줄 누가 알았겠냐고.
“승완아 너 7반이야?”
“응. 여주 너도?”
“응! 와 나 진짜 아는 애들 하나도 없을 줄 알고 걱정했는데, 너 만나서 다행이다.”
웃으면서 말하자 승완이도 웃었다. 그래, 올해는 손승완과 함께 지내야겠다. 5층에는 7반부터 10반까지 있다고 했다. 우리학교 건물은 작은거 같은데 사람은 많다. 아니 한 반에 20명씩만 받는다는 이상한 학교규칙이 있어서인가. 딱히 북적인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손승완과 방학동안 뭐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10반, 9반 그리고 8반을 지나쳐 7반으로 왔다. 뒷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지런히 놓인 책상들이 있었다.
“어 하이”
“어? 너 여기반이야? 몰랐어!”
다들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왜 나는 여기서 소외된거 같은지. 손승완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두리번거렸다. 이상했다. 내 눈에 그 애가 보였다. 반 배정표를 볼 때 처음 본 애. 그 애가 눈에 들어오자 주변 애들이 이야기를 나누는게 들리지 않았다. 그 애는 역시나 이 학교에 처음이라 그런지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가만히 그 애를 바라보던 나를 깨운 건 손승완이었다.
“저기 두 자리 있다. 같이 앉을래?”
손승완은 그 애의 뒷자리를 가리켰다. 손승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손승완이 웃었다. 나 사실 손승완 웃는거 처음봐.
***
“반갑다. 1년동안 담임을 맡을 민윤기다. 너네 국어는 내가 가르칠거고.”
정말 졸려보이는 듯한 윤기쌤이 들어오자 여자애들이 난리가 났다. 잘생겼다나 뭐라나. 손승완은 생각보다 괜찮은 애였다. 말도 잘 통하고 은근히 웃기기도 하고. 같이 점심먹자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윤기쌤이 말했다.
“앉은 순서대로 자기 소개 간단히 해보자. 싫냐. 싫으면 그냥 이름만 말해. 자 시작해라.”
교탁 앞에 서서는 우리를 빤히 바라보던 윤기쌤이었다. 애들도 딱히 싫지는 않았는지 각자 자기 이름만 간단히 말하고 있었고, 곧 순서는 바로 내 앞, 그 남자애의 순서였다.
“박지민....이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그런지 모두의 시선이 그 애, 박지민에게 쏠린듯 했다.
“누나 고등학교랑 아버지 회사 때문에 갑자기 전학오게 되었어. 나 이 학교 처음이라, 어 전학왔으니 당연히 처음이겠지만, 여기 잘 모르거든. 그러니까 잘 부탁해.”
쑥쓰러운 듯이 웃으면서 말하는데 웃는게 되게 뭐랄까. 예뻤다. 그냥 나도 웃게 되는 그런 웃음이었다. 박지민이 자리에 앉자 윤기쌤은 나를 바라보았고 나도 자리에 서서 내 이름을 말했다.
“정여주. 1년동안 잘 부탁해.”
자리에 앉는데 눈이 마주쳤다. 박지민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박지민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멍하니 내가 바라보자 박지민이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등을 돌렸다. 뭘까.
***
“막냉~ 우리 왔다!!!!”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배주현이 나와 손승완이 앉은 자리로 다가와서는 헤실거렸다. 그 뒤를 이어서 김예림과 강슬기, 정수정이 들어왔서는 손승완과 인사를 했다. 박지민은 짝과 친해졋는지 - 아, 박지민은 김태형과 짝이었다 - 같이 나갔고, 내 앞 두자리가 빈 것을 확인한 배주현이 박지민 자리에 앉아서는 내 손을 잡고 헤실거렸다.
“얘 왜 헤실거리냐…”
“나 완전 내 이상형인 쌤 봤다!!!!”
“누군데”
“너네 담임!!! 윤기쌤!!! 완전 짱이야!!!”
배주현의 이야기는 영양가가 없을 거다, 하고 예상했던 내가 맞았다. 아니 그래, 배주현은 뭐 우리랑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대구로 가서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왔으니, 윤기쌤을 처음 보는 거겠지. 아니 무슨 선생님을 보고 이상형이라고 하는 그런 애가 어디있냐, 하고 핀잔을 주고 있는데,
“…거기 내자린데”
박지민이 김태형과 돌아왔다. 박지민의 목소리에 배주현은 토끼눈을 하고는 후다닥 일어났다. 멍하니 박지민을 보는 나를 알아챘는지 김태형은 내 머리를 톡톡 건들였다.
“정여주, 같은 반이네.”
“…그러게”
“너 나랑 같은 반이면 평생 같이 공부한다고 그러지 않았냐?”
피식거리며 말하는 김태형의 말에 김예림이 크게 웃었다. 공부를 드럽게 안하던 김태형에게 작년 담임쌤이 내렸던 처방은 나와 함께 공부하는 것이었고, 돌대가리도 이런 돌대가리가 없을 것이라는 내 말에 김태형은 씩씩거리며 나에게 말했었다. 내년에 같은 반 되지나 말자고. 그 말에 아무 생각도 없이 내년에 같은 반 되면 내가 너랑 평생 함께 공부한다던 내 말은 이제 실행이 되어야 할 차례였다. 이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어째서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인지. 부들부들 거리는 나를 보고는 김태형이 돌대가리와 평생 함께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며 박수를 치다 옆에 있던 강슬기에게 한대 맞았다. 그런 모습에 손승완과 내 친구들은 다들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 공부 잘하나보다.”
김태형을 향했던 시선을 옮겨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뒤를 돌아 앉아 나를 바라보는 박지민이 보였다. 박지민이 짓는 눈웃음에 살짝, 아주 살짝 정신이 아찔해졌다.
“정여주 공부 잘하지.”
내 어깨를 감싸며 김태형이 - 언제 내 뒤로 왔는지 모르겠다만 - 박지민에게 말했다. 김태형의 말을 들은 박지민은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나도 잘 부탁해, 정여주.”
***
개학이라면 원래 점심시간 전까지만 학교에 있는거 아니었나 싶었는데, 우리학교는 모두 6교시까지 남으랬다. 이게 말이 되냐고. 점심도 제공해준다면서 웃는 교장선생님께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옆에서 한숨을 쉬는 손승완의 모습에 꾹 참았다. 점심은 3학년이 다른 학년들 보다 먼저라는 소식에 - 1학년과 몇몇 2학년 반들은 반에서 급식을 먹었다 - 모두들 들떠있었고, 나는 손승완에게 같이 가자는 뜻으로 팔짱을 꼈다.
“정여주, 손승완. 둘이 친해졌냐.”
걸어가는데 윤기쌤이 먼저 말을 걸었다. 다른 애들은 다들 점심먹으러 빨리 뛰어갔나보다, 복도에 나와 손승완 그리고 윤기쌤만 있었으니. 손승완이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손승완은 거의 혼자 다녔으니.
“작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오늘부터 짱친으로 다닐려구요!”
내 말에 윤기쌤이 소리없는 웃음으로 답했다. 그치 승완아? 내 물음에 손승완도 웃으면서 고개를 다시 끄덕였고 윤기쌤은 왼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네 여주, 선생님의 말에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방학은 어떻게 보냈는지 - 나와 손승완은 작년에도 윤기쌤이 국어담당이었으니까 -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급식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박지민이 보였다. 박지민의 목소리에 윤기쌤은 응 왜, 라며 발걸음을 멈췄고, 나 또한 멈춰서서 박지민을 바라봤다. 물론 손승완도 가만히 서 있었고.
“…저 화장실 다녀왔는데 다들 사라져가지구요. 급식 어디서 먹어요?”
아 맞아 박지민 전학생이랬지. 윤기쌤은 지금 급식먹으러 가니까 너도 같이 가자며 박지민은 제 옆에 세웠다. 박지민을 바라보던 시선을 앞으로 하고 천천히 앞으로 걷자 손승완도 나와 발걸음을 맞췄다. 급식실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손승완은 그런 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다며 말을 걸었다. 그런 손승완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지만, 내 귀는 윤기쌤과 박지민에게 향해 있었다.
***
“와니~ 씅씅와니~ 여기야 여기!”
자리를 잡아놓은 것인지 손을 흔들며 손승완을 먼저 찾는 모습에 솔직히 웃음이 나왔다. 초딩때부터 친구였던 나보다 새로 친구가 된 손승완이 먼저인건지, 배주현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 앞에 앉았다. 강슬기, 김예림 그리고 정수정은 밥을 거의 다 먹어가고 있었는데, 나와 손승완에게 왜이리 늦게왔냐며 혼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너네는 여섯명이서 같은 반으로 딱 붙었냐. 안그러냐 2반아.”
내 말에 다들 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우리 여주 오빠 없어서 심심했쪄여? 내 대각선에 앉은 정호석이 웃자 김남준도 따라 웃는다. 망할 놈들.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져온 인연이라 그런지 정말 끈질기다는 생각을 했다. 배주현 옆에 앉은 정호석은 자기 옆의 김남준과 열심히 수다를 떨며 급식을 먹었고, 내 옆은 두 자리가 비어있었다. 누구 앉을 사람 있어서 비워둔거야, 물었지만 아무도 답을 안했고 그에 머쓱해진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 여기 앉는다.”
내 옆에 누군가 식판을 내려놓았다. 김태형이다. 김태형 옆에 있던 박지민이 웃으면서 인사했다. 전학생이야? 하고 묻기 시작한 정호석은 아예 박지민에 대해서 모든 정보를 캐낼 것만 같았다. 옆에서는 정수정과 강슬기가 빨리 밥 다 먹고 산책가자고, 2학년 남자애들이 축구하고 있다며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박지민을 보자 젓가락질이 느려진 나를 보고 배주현이 가시나, 먹기 싫으면 가자 라며 내 식판을 들고 나갔다.
“정여주 강탈당했네.”
소시지를 쩝쩝거리며 말하는 김태형을 한 대 때리고서는 손승완과 다른 아이들을 따라나섰다. 나를 향한 박지민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작가사담##
여러분.... 태형이 썰로 안와서.... 당ㅇ....당황하셨죠.....?
박지민 생각이 나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중3때 생각이 나서ㅠㅠㅠㅠㅠㅠㅠㅠ
누군가의 실화에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소설이에요!!!! 으야유유유유ㅠㅠ
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갑자기 이건 써야해!!!!!! 이래가지구ㅠㅠㅠㅠㅠㅠㅠㅠ
태형이 썰이랑 분간지어야 겠죠....?ㅠㅠㅠㅠㅠ
아 맞아요.... 이거 학교....학교물ㄹ........ 애들 다 나와요!!!
태형이 썰이랑 애들은 다 동일하게 이름은 나옵디다.
단지 애들 역할이라 해야하나 그런게 달라지는거죠..... (오열)
죄송해요ㅠㅠㅠㅠㅠ 김태형도 빨리 데려올께요ㅠㅠㅠㅠ
생각해놓은게 있는데 빨리 안써진네ㅠㅠㅠㅠ
으앙 ㅠㅠㅠㅠ 미아내여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맞아 이거 중3때 이야기가 아마 반이고 성인되어서가 반ㅇ.... ㅇ..스포인가....
여러분... 미앙..... 금방올께여...아 맞아 그리구 암호닉분들 여기 그대로 써요...? ㅠㅠㅠㅠㅠ
태형이 이야기랑 지민이 이야기 둘다 번갈아가면서 올거 같아요ㅠㅠㅠ
그러니.....ㅁ....미안....신알신ㄴ울리면 미안ㄴ.......ㅠㅠㅠㅠㅠ
아 맞아 스치면인연스며들면사랑 이거는 그냥 제목이구여!!!!!!!
원래 제목은 중간에 나와있는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믿으면 내가 바보다! 그래 내가 바보다.
이러에요ㅠㅠㅠㅠㅠ으아류ㅠ류ㅠㅠㅠ미아내여ㅠㅠㅠㅠ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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