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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신발장 앞에서 걸려버렸다. 성규의 저녁을 해주기 위해 장을 보고 집으로 들어오던 우현과 맞닥뜨렸다. 성규가 급하게 신발을 신고 문을 열려고 했을때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났었다. 문을 열었을때 바로 앞에 보이는 성규를 슥 훑은 우현이 현관 문을 닫았다. 당연히 제 뺨을 때리거나 배를 찰것이라 생각한 성규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음에 감았던 눈을 떴다. 우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마트에서 사온것들을 냉장고에 정리할 뿐이였다. 성규는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제가 조금만 빨랐거나, 아님 우현이 조금 늦었다면 저는 이 집에서 도망칠 수 있었을까.

 

 

 

난 형 믿고 풀어뒀었는데.

 

 목소리가 축 늘어졌다. 꼭 상처라도 받은것처럼. 성규의 발목으로 다시 족쇄가 채워졌다. 긴 쇠사슬이 성규가 앉아있는 침대부터 부엌까지 이어져있었다. 화장실을 갈때 빼곤 안방부터 거실까지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 우현이 족쇄 근처의 하얀살을 매만졌다. 저를 이렇게 가둬놓고서 다정한척 하는 손길이 무섭고 역겨웠다. 성규가 우현의 손에서 발을 빼냈다. 우현의 시선이 닿아왔지만 성규는 그것을 무시하고 이불안으로 들어갔다. 분명히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을것이였다. 성규에겐 한없이 무섭고 두려운 사람이였지만 아직 남아있는 소년의 얼굴은 저를 약하게 만들었다. 침대가 조금 출렁거렸다.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난 모양이였다. 그럼 쉬어요. 우현의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방안에서 울렸다. 슬리퍼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나고 방문이 닫겼다. 성규가 다시 빈틈이 생겨버린 마음을 추스렸다. 우현의 얼굴은 자신을 너무나도 약하게 만든다.

 


나 혼자 씻을래.

안돼요. 불안해.

 

 니가 불안해하는거 안할거야. 그러니까 혼자할래,응? 성규가 제 밑에 쭈그려앉아 족쇄를 푸는 우현에게 말했다. 짙은갈색의 머리통은 제 말에 대답이 없다. 족쇄를 풀고 가려져있던 살이 보이자 우현이 그곳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꼭 많이 불편했죠? 하고 말하는것 같다. 성규가 또 이상해지는 기분에 저도 우현의 앞에 쪼그려앉았다. 제 발목을 만지는 우현의 손을 쳐내자 우현이 고갤 들어 저를 쳐다봤다. 또 강아지같은 착한 얼굴이 저를 쳐다보는게 기분이 이상했다. 절대로 착하지 않으면서, 다정하지 않으면서 저에겐 꼭 다정한것처럼 행동했다. 마치 자신이 제 애인이라도 된것처럼. 혼자 씻을래. 성규의 말에 우현이 세수랑 양치는 혼자하게 해줬잖아요. 하고 말했다. 성규는 포기했다. 우현은 고집이 세서 제 말을 절대 안들어줄것이란건 알고 있었다. 이제 들어가서 씻어요, 형. 성규가 먼저 욕실로 들어가는 우현을 잠깐 쳐다보다가 옷을 벗었다. 집요하게 따라붙는 시선이 신경쓰였지만 티내지않았다.

 

오늘은 거품목욕해요. 어제 마트에서 사왔어요.

내가 무슨 애도아니고….

 

 성규가 궁시렁거리자 우현이 낮게 웃었다. 우현이 동그란 입욕제를 따뜻한 물로 채워진 욕조에 넣었다. 입욕제가 떨어진곳부터 빠르게 거품이 생긴다. 거품이 욕조안을 가득 채웠다. 우와아. 성규가 처음보는 광경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신기했다. 몽실몽실한 거품이 만지면 기분이 좋아질것같았다. 성규가 가만히 욕조안을 쳐다보다 우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 들어가? 성규의 말에 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규가 넓은 욕조에 들어갔다. 따뜻한게 기분이 좋았다. 성규가 거품으로 손장난을 치다 거품을 우현에게 튀겼다. 몸을 뒤로 뺀 우현이 조금 웃었다.

 

온도 괜찮아요?

응.

 

 소매를 걷은 우현이 욕조에 손을 넣어 물을 저었다. 온도를 확인하는 모양이였다. 귀엽고 어린 얼굴과는 다르게 선이 굵은 손이 성규의 몸을 쓰다듬었다. 제 팔을 쓰다듬는 손에 몸에 힘이 풀렸다. 커다랗고 조금 거칠다싶은 손이 제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때면 기분이 차분해졌다. 어울리지않게 다정하기도 했고, 워낙 테크닉이 좋기도 했다. 그래서 성규는 우현이 제 예민한곳을 만질때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우현의 손이 성규의 가슴으로 옮겨졌다. 이제 종종 거품목욕해요. 성규가 우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샴푸와 린스를 가져오는것 같았다. 성규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우현의 바지앞섶이 부풀어 있었다. 제 몸을 우현에게 맡긴적은 많았지만 저는 우현이 욕구를 푸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성규는 제 몸을 씻겨주고 머리를 감겨주는 손길에 그냥 눈을 감았다. 아무런 생각이 안났다. 저는 우현의 집에 감금돼 있었고, 우현은 제게 한없이 다정했다. 그리고 성규는 이미 우현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잠에서 깨 쇠사슬을 질질 끌며 집안을 돌아다니다 티비를 보고 있었을때, 성규는 집 안에 자신밖에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이 집안에 남우현이 없다. 저를 감금시킨 사람이 없었다. 심장이 터질것처럼 쿵쿵 뛰었다. 몸이 덜덜 떨린다. 잘하면 이 집에서 탈출할 수 있다. 이 지긋지긋한 남우현의 집에서. 성규가 발목에 걸린 족쇄를 풀 방법을 생각했다. 미친듯이 부엌으로 뛰어가 칼을 찾았다. 제가 쉽게 찾지못하게 깊숙히 숨겨놓은것을 알고있었다. 성규가 싱크대 밑의 서랍을 열었다. 안쪽 깊숙한곳에 신문지로 쌓여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꽁꽁 쌓인 신문지를 사정없이 찢었다. 예상대로 칼이였다. 성규가 덜덜떨리는 두손으로 칼을 높게 들고 쇠사슬을 세게 내리쳤다. 몇번을 내리쳤지만 끊어질 기미가 안보였다. 몸에 힘이 빠졌다. 성규는 제 손에 들린 칼을 쳐다봤다. 죽을까. 차라리 죽는게 더 나을수도 있었다. 우현이 아무리 저에게 다정하게 대한다고 해도 이것은 감금이였다. 인간다운 삶이 아니였다. 성규는 손에 힘을 줘 칼을 다시 들었다. 그냥 죽는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성규가 덜덜 떨리는 손을 내려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곳이였다. 갑자기 머리를 때리는 생각에 성규가 칼을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덜거리며 떨리는 다리를 움직여 우현의 방으로 뛰어갔다. 우현의 책상 밑에 커다란 상자가 있었다. 저기에 열쇠가 있을것이다. 이 족쇄를 풀 수 있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을때 저에대한것으로 꽉 차있는 상자안을 본 성규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제대로 미친놈이였다. 납치되기 전의 제 모습들이 사진에 담겨져 있었다. 지금처럼 어둡지 않았다. 어떻게서든 이곳을 벗어나 예전으로 돌아가야한다. 지금의 자신은 과거의 자신과 너무 달랐다. 성규는 예전의 제 모습을 찾고싶었다. 성규가 미친사람처럼 상자안을 뒤졌다. 상자 깊숙한곳으로 손을 넣었을때 딱딱한 무언가가 손가락에 닿았다. 더 깊숙하게 손을 넣었다. 열쇠였다. 손에 닿는 느낌은 분명이 쇠였다. 성규가 그것을 손에 쥐고 상자에서 팔을 뺐다. 족쇄를 푸는 열쇠가 맞다. 입술이 달달 떨린다. 족쇄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쑤셔넣었다. 구멍이 맞았다. 달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족쇄가 풀렸다. 성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을 입을 정신도, 신발을 신을 정신도 없었다. 우현의 외출 후 옷을 봤을때 지금이 겨울이라는것은 예상했지만 조금만 더 늦으면 그때처럼 우현에게 잡힐 것 같았다. 성규는 현관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다. 우현도 없다. 이 집을 나갈 수 있다.

 

 

 우현의 집 건물에서 나왔을때 성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히 지리를 아는곳이였다. 가끔 우현몰래 잠깐 창문으로 밖을 봤을때 다음에 탈출하면 어느쪽으로 가야겠구나, 하고 자주 생각했었다. 이상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어딜 보든 낯설었다. 성규가 일단 우현의 집에서 멀어져야겠단 생각을 하고 닥치는대로 걸었다. 사람들이 낯설었다. 겨울에 겉옷도 없이 나온 성규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봤다. 성규가 고개를 숙였다. 무서웠다. 이상했다. 미친 것 같았다. 사람들이 미친 것 같았다. 정상이 아니였다. 성규는 제가 미친건지 사람들이 미친건지 구분하지 못했다. 성규는 제 앞으로 보이는 경찰서에 달달 떨리는 걸음을 멈췄다. 이곳이 경찰서라는것은 알았다. 우현의 집에서 나오면 제일 먼저 경찰서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성규가 저에게로 다가오는 젊은 경찰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길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학생,어디 아파요?

 

 형,어디 아파요? 우현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성규가 머리를 세게 저었다. 고갤 들었을때 젊은 경찰의 얼굴에 우현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성규가 경찰이 가까이 다가옴에 뒤돌아 뛰었다. 무서웠다. 다시 납치당해 감금될 것 같았다. 사람들이 무서웠다. 성규가 앞도 보지않고 뛰었다. 차에 부딪힐뻔도 했고, 넘어질뻔도 했다. 골목으로 들어와 성규가 뛰던것을 멈추고 학학거리며 숨을 뱉었다. 힘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성규는 울고싶었다. 제가 바라던게 아니였다. 제가 바라던 기분이 아니였고 제가 바라던 바깥이 아니였다. 고갤 들었다. 우현의 집 건물이였다. 다시 돌아와버렸다. 성규가 제 앞의 건물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눈을 길게 감았다 떴다.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우현의 집 현관 앞에 섰을때 성규는 떨리던 몸이 진정되는것을 느꼈다. 이제서야 편해졌다. 너무 늦었다. 이제 벗어나기엔 늦었다. 성규는 이미 우현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해져있었다. 성규가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을 누른 손이 힘없이 떨어졌고 천천히 문이 열렸다. 이제 성규는 모든게 괜찮았다.

 

 

*

 

몰라 그냥 존나 다정하고 또라이 우횬 쓸라했는데 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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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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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빨리잘되게해주세요 작가님사랑한다고이ㅁ\거뭐임 완젼 내취향저격';;;땀땀;;;;;;;;;;;;;;;;;;진짜 와금손아 쥭을것같다 현기증이나니 번외를주십사하빈다진짜로 사슬이라니 또라인데다정한우횬이라니진짜주긍ㄹ것같ㄷ음숨이막ㅍㅊ힗ㄴㅇ핧닝ㄷㄱ리먿ㅈ림ㄹ다ㅓㅁㄷㄻ덜믿럼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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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듁디마영 •▼• 번외 써줄게 기다령 ^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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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대박이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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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대박... 사랑해요 엄마야 우와 헐...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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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 대박..헐...ㄴㅁ;...;;;; 시부랄 어휴 어떡해 욕해서 죄송해여;; 결국엔 둘다 비정상이네여.. 그래 남우현이 좀 조련질이 쩌렁;; 이이ㅣ.... 다정한 남쟈 가트니라궁.. 발린다.. 성규가 다시 우현이 집으로 돌아가는거에서 호름돋음...근데 님 이거 진짜 번외 나와여? 레얼? 저 잠깐 울어도 될까여ㅠㅠㅠㅠ 잘봤어여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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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사실 제가써논 설정에서도. 우횬ㅇㅣ 발리긴 하져 근데ㄱㅋㅋㅋㅣ짜로 번외가 망이에여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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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어... 저 좀 뒷북인거죠? 죄송한데 이거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번외 진짜 없어요? 제발이요ㅠㅠㅠㅠ아 제발여ㅠㅠㅠㅠㅠ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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