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너울입니다. 제가 난생 처음으로 전쟁물이라는 걸 써보네요. 미숙하고 모자른 글이나, 독자님들이 편한마음으로 보시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모두 짐을 품에 안고는 건물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디든지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제국군의 습격을 받은지 어언 1년째, 길거리에는 얼어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굶주린 배를 붙잡고는 눈이 오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민석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창문으로 보이는 세상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마치 전쟁따위는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창문에 가까이 간 민석은 모포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는 창문에 손가락을 데고는 작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은 원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작아지는 원을 본 민석은 원이 완전히 사라질때 까지 창문앞에서 계속 작은 원을 바라보았다.
이 곳에는 무슨일이 일어나던 이상하지 않았다. 아무리 건물 안이여도 추위를 이기지 못한 사람은 죽어갔고, 사람들 역시 한 두번이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저 애처로운 눈으로 죽은 사람을 쳐다볼 뿐, 아무도 소리를 지르거나 건물을 나가지 않았다.
"민석이 형, 위험해요 이리로 와요"
저를 부르는 소리에 민석은 뒤돌아 보며 저를 부르는 소리의 주인공을 쳐다 보았다. 구릿빛 피부, 짙은 쌍커풀을 가진 소년은 자신에게 손짓하며 일로 와요, 라고 말하였다. 민석은 가만히 소년을 올려다 보고는 이내 웃으며 응, 종인아. 라고 말하였다. 민석이 살던 도시에 처음으로 눈이 내리던 날, 민석은 가족을 잃고 도시를 방황하였다. 도시의 인구의 삼분의 일이 죽어 있는 거리를 하염없이 걷다가, 저와 같은 눈을 하고서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는 소년을 보았다. 민석은 무언가에 이끌리는 듯 소년에게 다가갔고, 소년의 손을 잡는 순간, 소년은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마치 민석의 눈물까지 흘려주는 것만 같이, 소년은 슬피울었다. 그 후로 종인과 민석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눈이 오지 않는 곳으로 피하고 있었고, 민석과 종인은 종인이 19살이 되는 해에 인민군을 지원하자고 약속을 하였다.
이제 두달만 지나면, 종인의 19번째 생일이 돌아온다.
"형, 이제 앞으로 두달만 있으면 저도 인민군에 지원할 수 있어요"
"응, 잘됐다"
"우리 꼭 같이 살아남아요"
"응"
민석은 소년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자장가로 삼으며, 잠을 청했다. 종인은 눈을 감은 민석을 보고는 자신의 모포를 민석에게 둘러주며 잘자요. 라고 말하고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절망적이거나, 몹시 불안에 떨고 있거나, 손을 모은체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종인은 창문밖으로 여전히 내리고 있는 눈을 한번 쳐다 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에 있는 반지를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는 민석의 곁으로 가 자신도 잠을 청했다.
새벽의 도시는 너무나도 고요했다. 마치 아무일도 없을 것만 같이 조용하던 도시는 낯선이들의 방문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벌컥-
"모두, 대피하세요!!!!제국군이 가까워지고 있어요!!!"
"....!"
한순간의 일이였다. 제국군이 가까워진다는 그 한마디에 사람들은 미친듯이 문을 향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민석은 소란속에서 없어진 종인을 찾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밀려 밖으로 나갈때 까지 종인을 찾지 못하였다. 어디...어디에 있는거야. 한시가 급한 상황이였다. 어쩌면 인민군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제국군의 포로가 되버릴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였다. 민석은 저를 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피하고는 종인을 찾기 시작했다. 종인아, 어디있어. 종인아.... 그때, 머리위에서 무언가가 날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건... 민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는, 제국군의 전투비행기가,
"아...."
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피해!!!!"
민석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저를 향해 다가오는 제국군의 비행기와, 사람들을 향해 뛰기 시작하는 군인들. 그리고 미친듯이 뛰던... 민간인들이였다.
정신이 차린 민석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벽에 기대고 있는 청년과 울며 기도하는 여인, 그리고 죽은지 미동이 없는 노인이였다. 민석은 고개를 들어 저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고 이내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쇠창살을 보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종인이는 무사한걸까? 그래, 제국군의 눈을 피해 빠져나갔을 거야. 그럼됐어... 민석은 애써 웃으며 머리를 벽에 기댔다.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대로 죽는 건가?
"24번방, 남자 2명과 여자 한명. 그리고 노인이 있습니다"
"쓸만한건 남자 2명인가.... 옮기고 처리해라. 알겠나?"
"충성!알겠습니다!"
갑작스레 열리는 철문에, 민석은 깜짝놀래 감옥으로 들어오는 군인들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군인두명은 민석의 팔과, 남자의 팔을 잡고는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고, 나머지 군인은 총을 정착하고는 남은 사람들을 향해 조준하기 시작했다. 민석은 그런 군인들을 보며 발버둥을 쳤으나, 이내 자신의 팔을 잡아오는 강력한 압력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안돼, 안돼...
"...제발...살려주세요...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제발요.."
"..."
탕-
한번, 두번 연발아 들려오는 총 소리에 민석은 자신의 부모가 죽었던 날을 회상했다.
그날은, 민석이 살고 있던 도시에 첫눈이 내리는 날이였다.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그해의 첫눈을 반기며 광장 중심의 나무에게 소원을 빌고 있었고, 민석의 부모님도 소원을 빈다며 두 분 다 미소를 짓으며 집을 나섰다. 그게 민석이 본 부모님의 마지막 얼굴이었다. 집에서 책을 읽고 있던 민석은 밖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에 주변에 있던 코트를 걸치고는 거리로 뛰어 나왔고,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소리를 지르며 비켜달라는 사람들, 울며 자신의 가족을 찾고 있는 사람, 그리고 광장 중앙에 있어야 할 나무는 그 흔적만이 남아있었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피를 흘린체 죽어있거나, 부상당해있었다. 민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광장을 쳐다보았고, 주변사람들을 둘러본 후에 광장으로 다가가 자신의 부모님을 찾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어디 계세요!! 목청이 터져라 불러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민석은 애가탔다.
살아있는 거죠? 다치지않은건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살아있기만 해줘요. 제발...제발... 그때였다. 뭔가 날라오는 소리와 함께 아까 들었던 폭발음이 나기 시작했다. 민석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회색의 전투 비행기들이, 자신의 도시로 다가오고 있었다. 민석은 소리가 났던 곳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소리가 난 곳은, 자신의 집 근처였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이내 민석은 엉망진창이 되버린 도시의 거리에 주저앉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꿈인가. 꿈이겠지. 눈을 뜨면 부모님은 집에 돌아와서 우리는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거야. 그러니까, 눈을 뜨자. 눈을 감고 떠봐도 자신이 있는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어디론가 뛰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주저앉아 있는 민석은 의중에도 없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자신들이 가는 곳을 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민석은 깨달았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하고 말이다. 민석은 다리에 겨우 힘을 줘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발을 움직여 사람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부모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광장에 남아있던 피들과, 시체들은 계속 민석의 머리속에 자리잡으며 민석을 괴롭혔다. 오늘처럼 피를 보는 날에는 1년전의 사건이 떠 오르곤 했다. 민석은 군인에게 잡힌 체로 멍한 눈을 하고는 끌려가기 시작했다.
"뭔가?"
"성인 남자2명입니다"
"...아무런 정보도 모르는 것 같군. 공군쪽에 병력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그쪽에 넣으면 되겠군"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충성!"
"충성"
군인들은 잠시 멈추었다가 이내 다시 민석과 남자를 끌고 어디론가 향햐기 시작했다. 밖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었지만 군인들은 날씨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포로들을 이끈 체 목적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계속, 계속 걸어갔다. 멀리서 보는 그들의 모습은 전쟁동화에서만 나올것 같은 풍경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것은 동화따위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 멈추지 않을 것만 같던 군인의 발이 멈추고, 군인들은 포로들을 힐끔 보더니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너희는 포로다. 반란군들을 진압할 때 까지 너희들은 자랑스러운 제국군의 병력이 될 것이다. 영광스럽게 생각하도록"
"...."
반란군? 민석이 알기에 반란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국군에게 대응하는 것은 인민군뿐. 민석은 입술을 깨물고는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저들이 말한 반란군은 인민군을 말하는 것이며, 우리는 제국군의 병력이 되어 제국군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말이였다. 헛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데. 내 평화로운 삶을 깬 건 인민군이 아닌 너희들이야. 근데 내가 너희의 병력이 되라고?
"부대를 배정받으면, 그 부대에 가서 제국군의 승리를 위한 의식을 하고는,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이제 부터 너희는, 자랑스러운 제국군이니"
종인아, 잘 도망갔지? 여기에 네가 없는 걸 보니, 너는 제국군의 눈을 피해 도망쳤나 보구나. 이제 좀 있으면 너의 생일이 다가와. 그러면 너는 인민군에 지원할 수 있어. 인민군에 들어가서 제국군 부대에 쳐들어오게 된다면, 저 나불대는 주둥이를 찢어줄래? 그리고 제국군의 마크를 달고 있는 나를, 네 손으로 죽여줘. 나는 내가 제국군의 병력이 되어 사람들을 다치게하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어.
"134번, 135번은 제 2중대로 들어간다"
민석은 자신의 가슴팍을 보았다. 134번. 자신의 번호였다. 민석은 그저 웃었다. 이제는 이름도 아니고 포로도 아닌 번호로 부르는 구나. 민석은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를 보고는 저 남자가 135번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까 감옥에도 함께 있었던 남자였다. 남자는 여전히 아무 말 없는 체로, 그저 땅을 주시하고 있었다. 무표정이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 자신처럼 해진 옷을 입고 있는 남자는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고는 민석을 쳐다보았다. 종인처럼은 아니지만, 예쁜 쌍커풀을 가지고 있어 예쁜 눈이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김종대"
"...예?"
"김종대예요. 제 이름. 135번이 아니라, 김종대요. 그쪽은요? 그쪽도 이름이 134번이 아니잖아요"
"저는...김민석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라고 말하며 손을 건네는 종대를 본 민석은 어쩌면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까처럼 강압적이게는 아니지만, 군인의 이끌림에 의해 민석과 종대가 도착한 곳은 아까 배정받았던 제2중대였다. 민석과 종대가 들어오자 부대안의 사람들은 민석과 종대를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흘깃흘깃 쳐다보기 시작했고, 민석과 종대를 끌고온 군인은 어떤 남자에게 뭐라 설명하는 것이 보였다. 군인과 말을 끝낸 남자는 민석과 종대를 쓱 한번 쳐다보고는 쓸만하겠군. 수고했네. 그만가봐도 좋아. 라며 저를 끌고온 군인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군인은 충성을 외치고는 내부를 빠져나갔고, 민석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여 그저 부대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구경하였다. 남자는 모자를 고쳐쓰고는 민석과 종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어서 오시게나. 여기가 제2중대라네. 나는 중대장이지. 잘부탁하네"
"...."
"일단 좀 씻고 옷 좀 갈아입게. 음...옳지, 저기!저기 저 소년이 보이는가? 저 소년을 따라가면 알아서 해줄 테이니, 걱정말게나"
자신을 부대장이라고 소개한 중년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데 힘을 쓴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따스하고, 다정했다. 부대장이 가리킨 곳에는 금색 머리를 가진 소년이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발을 올려놓고는 팔짱을 끼며 저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뭐지. 민석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종대는 먼저 발을 움직이며 소년의 근처로 가기 시작했다. 먼저 움직이는 종대를 보던 민석은 아차 하며, 같이가!하고는 종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134번,135번? 난 제 2중대 중위 루한이라고 한다"
"135번이 아닙니다"
"뭐?"
"저희는, 134번이나 135번이 아닌 김민석, 김종대입니다"
"참나, 반란군 주제에. 너희를 거두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라고"
소년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런 얼굴에서 나온다고는 전혀 상상도 못할 말이였다. 민석은 주먹을 꽉 지으며 루한을 노려다 보았다. 재수없는 놈. 아무리 우리가 포로로 끌려왔다 해도 처음부터 반말하는 꼴과 저와 종대를 비꼬는 말투라니... 민석은 인상을 찡그리며 저 녀석은 마음에 안드는 녀석이라고 낙인을 찍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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