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오리 새끼가 처음 본 생명체를 엄마라고 인식하듯이, 경수 뒤만을 졸졸 따라다니는 종인을 보며 부대에 있는 사람들은 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종인이는 성숙해 보여도 애긴 애구나. 종인은 기분이 나쁜지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고, 경수는 그런 종인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고는 종인의 어깨를 잡아 따라와. 하고는 종인을 불렀다.
천막을 나와 경수를 따라가던 종인은 경수의 뒤통수를 내려다 보기 시작하였다. 민석의 키도 이만 했었는데, 아니, 이 사람이 더 작은 걸까? 종인은 경수의 키와 민석의 키를 비교하면서 슬며시 웃기 시작하였다. 경수는 슬쩍 눈을 돌려 종인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확인하였고, 옅은 미소를 지은 체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종인을 본 경수는 자신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겨울이라는 걸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새하얀 눈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저절로 나오는 입김에 종인은 자신이 전쟁터에 있다는 것을 망각한 체 그저 아이처럼 웃어버렸다.
"다 왔다. 이제 여기서 훈련할거야"
"...훈련?"
"그래, 훈련. 너도 네가 살길을 터득해야 될거 아냐"
종인은 경수가 건네는 총을 받아 들고는 어찌해야 될지 몰라 그저 멍하게 서서 총을 들었다 내렸다하며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다. 경수는 그런 종인이 답답한지 종인의 손을 잡으며 총을 과녁을 향해 고정시켜 주었다. 종인은 침을 꿀꺽 삼킨 체 눈을 꼭 감고는 한발을 발사시켰다. 타앙- 귀가 울려오는 총소리에 귀를 만지작 거리며 경수를 쳐다본 종인은 경수가 그저 아무말도 없이 과녁을 쳐다보자 자신도 경수를 따라 과녁에 시선을 두었고, 과녁에 자신의 총알이 박혀있는 것을 본 종인은 얼굴이 힘껏 밝아지며 다시 아이처럼 웃기시작하였다.
"처음 치고는 잘했네"
"나 가능성 있는 거죠?"
"그래도 실전에서 쓰기엔 터무니없는 실력이다. 나 하는 거나 봐"
경수는 종인을 옆으로 밀고는 종인의 손에 들린 총을 뺏어 과녁을 향해 총을 들기 시작했다. 종인은 문득 그런 경수가 낯설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저에게 웃으며 말을 건네던 경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종인은 그런 경수를 보며 저가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건지를 알 수 있었다.
만약, 전쟁이 안 일어났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었을까요?
작고 아담한 경수의 몸집을 내려본 종인은 무의식적으로 경수의 머리에 손을 얹었고, 경수는 그런 종인의 손길에 총을 내리고는 인상을 찡그리며 종인의 손을 뿌리쳤다. 뭐 하는 짓이야. 경수의 신경질적인 말투에 민망한듯 자신의 손을 거둔 종인은 경수의 눈을 내려다 보며 민망한 것을 잊으려는 듯, 살며시 웃기 시작했다. 경수는 그런 종인을 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람은 말이야, 강해"
"...."
경수는 말을 잇지 않은 체 그저 다시 총을 올리고는 과녁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종인은 경수가 발사한 총탄들이 정확히 과녁 중앙에 모여있는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뜨며 경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수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총을 내리고는 과녁을 등지며 종인에게 총을 건네기 시작했다.
"근데 강한건 잘 부러지기 쉬워"
"..."
[...가...해]
경수는 고개를 들어 종인의 눈을 마주하며 종인에게 묻기 시작했다. 우리는 과녁이 아닌, 사람을 쏴야 해. 너는 그럴 수 있어? 종인은 경수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 한 체로 그저 경수의 눈을 마주하며 총을 매만지작 거렸다.
"내가 살아야 한다면 못 할게 있겠어?"
종인은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경수에게 총을 내밀었다. 경수는 그런 종인을 보고는 넌 정말 편하게 산다. 라며 타박을 주기 시작하였고, 종인은 그저 웃으며 경수의 어깨에 팔을 두르기 시작하였다.
"우리 안 친하거든? 그리고 왜 반말질? 이건 또 뭐야"
"뭐 어때, 나보다 키도 작은데 뭘"
경수의 안면이 점점 구겨지며 이를 으득 갈고는 자신에 어깨에 걸려있는 종인의 팔을 깨물기 시작하였다. 종인은 갑작스러운 경수의 행동에 깜짝놀라며 자신의 팔을 잡고는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종인의 팔에는 경수의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있었고, 종인은 울상을 지으며 경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경수는 종인을 보며 작게 웃기 시작하더니 이내 작은 웃음은 작은 파동이 큰 파동이 되는 것처럼 경수의 웃음 또한 크게 번지기 시작하였다. 경수는 종인의 얼굴을 보며 즐겁다는 듯 웃기 시작하였고, 종인은 그런 경수의 얼굴을 보며 뺨을 긁기 시작하였다.
[잘가, 꼭 살아야 해]
*
벌떡-
숨을 몰아쉬며 일어난 민석은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종대는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민석을 확인하고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체 민석에게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어디아파? 왜그래?"
"...나 몇 시간이나 잤어?"
민석의 질문에 종대는 얼굴을 갸우뚱거리며 민석의 이마에 자신의 손을 얹었고, 민석이 별 탈없다는 것을 확인한 종대는 자상한 말투로 민석을 달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악몽이라도 꿨어? 민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곧 울듯한 얼굴을 하고는 종대를 바라보았다.
"아주 긴 시간 잠을 잔 것만 같아"
"민석아..."
"계속, 계속 잠만 잤어. 깨지도 못하고.. 계속 계속..."
곧이어 민석은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종대는 그런 민석을 보고는 안쓰러웠는지 민석의 눈을 감기고는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민석에게 둘러주기 시작하였다.
더 자. 종대는 민석을 눕혀주며 잘자라는 인삿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민석은 종대의 발걸음 소리가 멎자마자 감았던 눈을 뜨고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꿈에서 민석은 새하얗게 쌓인 눈밭위에 홀로 서 있었다. 주변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새하얀 눈들만 수북하게 쌓여 민석의 시야를 방해하였고, 민석은 자신이 화이트아웃에 갇힌 줄만 알고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다. 큰소리로, 더 큰소리로 아무도 없냐고 외치던 민석은 문득 아래를 내려다 보았고, 새하얗게만 쌓여있을 줄만 알았던 바닥은 빨갛게 물들여진 동백꽃들이 새하얀 도화지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
민석이 치를 떨며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면 나가는 곳이 보이지도 모르는 체로 그저 미친듯이 달려갈 뿐이였다. 민석은 문득 볼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도 없는 이 곳에 오직 홀로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워서, 그래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어느 누구라도 좋았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나에게 손을 뻗어줘. 제발, 제발.
민석은 한참을 뛰다가 발이 엉켜 넘어졌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한 체 그저 몽롱해져 가는 의식으로 부모님을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은데..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
그때였다.
누군가 민석을 일으키며 민석의 머리에 쌓인 눈을 건성스럽게 치우기 시작하였고, 나즈막히 들려오는 욕짓거리에 민석은 눈을 슬며시 뜨며 자신을 일으킨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눈을 가려준 큰 손 때문에 민석은 큰 손의 주인공이 누군지 확인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기억할 수 있다는게 있다면, 큰 손은 너무나도 따뜻했다는 점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석은 모포를 두르고는 천막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한다. 새하얀 눈과는 대조되게 컴컴한 밤하늘은 상현달과 몇몇개밖에 보이지 않는 별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민석은 그런 하늘을 올려다보며 평화롭다고 생각하였다. 몇년 전만 해도 망원경을 들이밀며 별을 관찰하겠다고 홀로 뒷산에 갔다가 부모님께 흠씬 맞았던 적이 있었는데. 민석은 옛생각에 풉하고 웃으며 시린손을 매만지작 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그게 추억이라는걸 왜 몰랐을까. 민석은 코끝이 찡해오는 것을 느꼈고,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천막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길려고 하였다.
"...."
"...."
자신을 쳐다보는 루한의 모습을 보고는 발걸음이 멈춘 민석은 긴장하며 제자리에 서있기만 하였다. 어쩌지, 밤에 나와있다고 탈영한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아냐, 이 사람은 위험해. 나를 죽일 수도 있어. 민석의 머리속에는 경고울림소리가 퍼지기 시작했고, 루한은 민석에게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더니 모피를 칭칭감은체 떠는 민석의 눈을 보자 루한은 손을 들어 민석의 얼굴을 향해 갖다대기 시작하였다. 민석은 루한이 때리는 줄만 알고는 눈을 세게 감고는 이를 꽉 깨물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민석에게 다가온 루한의 손은 민석의 이마를 향해 닿았고, 루한은 잠시 민석의 이마에 손을 올려놓고는 입을 서서히 열기 시작했다.
"열 안나는데, 아프면 저 쪽으로 가"
"...네?"
"아파서 나온거 아닌가?"
"...아"
민석은 얼굴이 후끈 달아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이건 실례야... 민석은 쥐구멍이 있다면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였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기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를 미워하는 줄만 알았는데, 자신이 아픈줄만 알고 열을 재주다니. 민석은 눈을 살짝 위로 올려 루한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루한의 얼굴은 민석이 살던 도시와는 정 반대방향인 도시에서나 볼 수 있던 얼굴이였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인지, 민석은 루한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가 없었다. 루한은 그런 민석을 눈치채고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나, 잘생겼나?"
"...네..네?"
"이정도면, 잘생긴거라고 생각하는데"
민석은 당황하여 어버버거리기 시작했고, 루한은 그런 민석의 반응이 재밌다는듯 더욱 더 놀리기 시작하였다. 잘생겨서 본거 아니였나? 루한의 질문에 민석은 그저 버벅거리며 루한의 질문을 피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루한이 웃으며 민석의 머리에 자신의 손을 얹기 시작하였다. 세찬 바람이 루한이 막고있는 민석의 머리카락을 제외한 곳을 쓸어넘기고는 가버리기 시작했다. 민석은 두 눈을 크게 뜬체 루한의 입에 걸려 있는 미소를 보기시작한다.
웃을 줄 알았구나.
사람이 웃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루한이 웃으니 다른 사람의 웃음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머리통에 얹어져 있는 루한의 손은 루한의 온기가 그대로 옮겨지는 것만 같아서, 민석은 그손의 온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나를 미워하는 줄만 알았는데.
"...날 싫어하는 거 아니였어요?"
"....응"
민석의 말에 루한은 웃는 얼굴을 감춘 체 민석의 머리에 얹어져 있던 자신의 손을 내리고는 멋쩍은듯 고개를 돌려 민석의 눈을 피하기 시작했다. 민석은 그런 루한의 모습을 보고는 그제서야 세찬 바람이 자신의 머리카락만이 아닌, 온몸을 싸돌고 있다는걸 느꼈다. 민석은 루한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루한을 등진 체 천막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거의 한달이 다되서 돌아왔네요. 솔직히 제가 돌아올 권리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죄송하다는 말 밖에 없는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시는 분들껜 정말 입이 두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 제가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염치없지만 그냥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면 끝이 나지 않을까. 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왜 제가 이 팬픽을 애정을 갖고 시작한 것이라는걸 잊었을까요. 질타와 비난을 받아도 연재작은 완결을 내야한다라는 기본중의 기본을 왜 저는 까먹어버린 걸까요. 아무리 익명상이여도 이건 독자님들과 제가 한 일종의 약속인데, 저는 그것을 저버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비난을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독자님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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