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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권순영] 참 좋은 시절 00 | 인스티즈


[세븐틴/권순영] 참 좋은 시절 00








'누나, 이건 뭐야?'


'누나, 이거는?!! 이거는!!'


'이거 봐라! 이거 내가 잡았지롱!'






오랜만에 좋은 꿈을 꿨다. 



어린 동생이 나와 나를 조르며 푸른 논을 달려가는 모습.

내가 싫어하는 메뚜기를 들고 칭찬해 달라는 듯이 힘껏 달려오는 동생을 향해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싶은 걸 겨우 참고 미소를 지어줬다.




그래. 순영이가 그랬네. 잘했어.




간신히 지어낸 미소는 금방이라도 입꼬리에서 떨어질 듯 위태로웠지만 맑게 웃는 그 아이는 그런 건 상관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순간 손에 들려있던 그 메뚜기가 내 얼굴로 힘차게 발악이라도 하듯 튀어 올랐다.




'으...으아아앙!!!'



어린 동생 앞에서 누나 행세라도 하고 싶어서 의젓한 척하던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원피스를 입고 있든 말든 그런 것은 상관도 하지 않은 채 나는 힘차게 흙바닥을 굴렀다. 당황한 듯한 순영이의 목소리가 누나! 누나! 하고 부르짖는 게 더 크게 느껴졌다.





'가만히 있어 봐.... 내가 떼줄게. 응? 누나 울지 마.'


'으허헝. 어엉. 그러게. 내가... 내가 싫다고 했잖아! 벌레!'


'...... 아까 달려올 때는 아무 말도 안 했으면서.'




이윽고 녀석이 뾰로통하게 입을 내민 채 주저앉아있는 나와 시선을 맞추고 내 얼굴을 조심스레 손으로 감쌌다. 가만히 있어. 안 그러면 이거 또 움직여. 눈을 감고 있는 내 눈꺼풀 위로 조심스레 메뚜기를 떼는 순영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너무 꽉 감아 파르르 떨리는 내 눈꺼풀 사이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벌레는 너무 싫어. 토해내듯이 내뱉은 내 울먹임에 순영이는 그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내 얼굴을 쓸어주었다. 쉬이, 괜찮아. 누나. 괜찮으니까 이제 울지 말자. 응? 순영이가 잘못했어. 용기 내서 실눈을 뜨자 나를 바라보며 얼굴을 쓰다듬어 주던 순영이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눈 뜨네.





"...... 아."




그러네. 이제 눈 떴네. 정신을 차려 몸을 일으키니 작은 내 자취방 원룸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어지러운 집안 꼴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 며칠간 집안일을 아예 안 하긴 했지... 머리를 쓸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데 부재중 전화가 6통 찍혀있었다. 확인하니 전부 '남자친구'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선명하게 찍힌 그 흔적들을 보다가 오늘이 며칠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이 꼭 남자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그 날인 것 같았다. 맞다... 오늘이 영화 보러 가기로 했던 그 날인가.




"이럴 때가 아니잖아...!"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벌떡 일어났다. 늦으면 지랄할 게 분명한데. 오늘도 청소는 물 건너갔네. 아무렇게나 바닥에 늘어진 물건들을 발로 뻥뻥 차며 통로를 확보한 나는 옷을 벗어젖혔다. 일단 씻자.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간 난 문을 닫았다.




*





머리 위에서 따뜻한 물이 흘러나왔다. 어느 정도 머리가 적셔지자 나는 우선 샴푸를 머리에 칠했다. 약속 시간은 이미 지났고. 그래도 지금 씻고 나가서 바로 옷만 입고 나가면 지각 30분을 넘기진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나마 영화관이 집이랑 가까운 거리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열정적으로 샴푸 칠을 하고서 물을 다시 트니 머리가 개운하게 씻겨 내려갔다. 문득 하수구로 내려가는 거품 섞인 물들을 바라보자니 아까 꿈의 일이 떠올랐다.



'누나아.'




늘 나를 부르며 잘도 졸졸 쫓아다녔지. 푸른 여름 날, 늘 나와 함께 뛰어다니던 소년은 생각 외로 내게 크게 자리 잡은 추억이었다. 시골에 있을 땐 항상 느긋하게 그 아이와 붙어 다녔었지. 시골에서 다시 도시로 올라갈 때 그렇게나 나랑 같이 가고 싶어 했는데. 나랑 떨어지는 걸 엄청 싫어했었지.





' 누나. 어디 가? 수녕이 두고... 흑... 가는 거야?'


'가지 마아. 가지 말라고.'


'누나. 나중에. 나중에 나랑 만나면 결혼하자...결혼.'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그 애의 얼굴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꽤 봐주기 힘든 꼴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때 내 모습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내가 도시로 돌아가던 그날 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 논길 끝에서 그 애는 내가 트럭을 타고 떠나는 걸 끝까지 지켜보았다. 어쩌면 그날 알았을지도 모른다. 이럴 줄. 이렇게 계속 기억하게 될 줄. 나 또한 트럭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점점 어둠에 삼켜지는 그 작은 아이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으니까.




".. 지금 생각하니까 좀 웃기네. 어린 게 뭘 안다고 결혼이야. 결혼은."




제대로 뜻이나 알고 한 걸까. 키득키득 웃던 나는 샤워기를 껐다. 어느새 발밑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깨끗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샤워 타월을 들어서 빠르게 비누를 칠했다.




"흐어.. 진짜 빨리 가야겠다. 살해당할지도.."




남자친구라는 게 살벌하긴 더럽게 살벌하지. 전속력으로 샤워를 끝마친 나는 밖으로 나가 옷을 입었다. 급하게 현관 앞에 서서 나가기 전 립스틱을 꼼꼼히 발랐다. 음, 완벽해. 이제 남은 일은 전속력으로 뛰는 건가. 일어나자마자 오늘 일진 참 더럽게도 됐다 싶으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들떴다. 어쩌면 어릴 때 꿈 때문일지도.



쉽게 꾸지 않는 어린 때의 즐거운 꿈이 다시 떠올랐으니 어쩌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안녕하세요..글잡은 처음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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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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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홀...해피엔딩이기를빌며.. 님지친구있어서부럽다얘...난없는대..그러니가순영이워더ㅡ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오오 분위기좋네욯ㅎㅎㅎ처음글잡으신분이라니 기대가됩니다!!앞으로 많이뵈요! 다음편에는 어떤내용이나올까궁금하네요!!짐작을할수없는글이랄꺄ㅠㅠㅠㅠㅜ암튼 분명 좋은 글이나올꺼같아요!!!신알신 하고 가고요 받으실진모르겠지만..[ 천상소 ] 로 암ㅁ호닉신청합니다! 분명 좋은글 쓰실수있을꺼에요^ ^ 글열심히쓰시고 수고하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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