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그녀는 예뻤다
(본 소설은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서야 돌아온 두 사람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는 내 옆에 당연스럽게 식판을 내려놓았다. 지금 기분으로는 그들과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요즘 말로 한다면 정말 1도 없다. 따지고보면 두 사람이 꼭 사사건건 내게 보고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이 모르는 사이라고 내게 말한적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내가 화낼 이유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두 사람이 모르는 사이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아는 사이라고도 또한 일련의 언급조차 한 적이 없었던 것에 대해, 그 여자가 낯설지 않다는 듯 내 이름을 읊조린 것에 대해 섭섭함을 감출 수 없었을 뿐이다. 특히 민윤기 쪽에게 더.
"오늘 엄마 보러 갈거지?"
이모 앞에서는 다 무너졌다. 어제 담담하게 이모 얘기를 건네던 윤기의 얼굴이 순간 겹치면서 더 이상 그를 무시하기란 힘들었다. 이모에 대한 걱정으로 이미 힘들 윤기에게 내 철없는 투정을 내세워 짐을 더 얹어줘서는 안되었다. 괜히 윤기를 신경쓰이게 했나 싶은 마음에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와 함께 두어번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식판을 들고 일어섰다. 저와 별로 같이 있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조용히 나를 내버려둘 나를 너무 잘아는 윤기는 흑, 저가 잘못한 것은 없음에도 미안한 마음에 내게 쩔쩔매며 밥도 못먹고 나를 따라 일어설 태형은 백과 같았다. 그리고 그 사이 회색빛의 나는 까매지지도 하얘지지도 못한 채였다.
"야, 유은아."
"왜."
"같이 가."
"싫어."
"나 아픈 것 같아."
"어쩌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길은 이미 뒤를 돌아 태형을 쏘아보고 있었다.사람이 아프다는데 화났다는 감정을 먼저 앞세워 버리고 갈 모진 성격은 못되는 탓이었다. 그저 나를 뒤돌아보게 하기 위한 빈 말은 아니었는지 발갛게 상기된 볼이 그의 몸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태형은 최근에 눈이 나빠진건지 버릇처럼 눈을 살짝 찡그리고는 어리광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짜증스럽게 그의 팔을 잡아당겨 보건실로 끌었다. 보건 선생님이 갈 때 마다 보건실에 없을거면 보건실은 도대체 왜 만든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침대에 누워있어. 보건 쌤 찾아올게."
"싫어, 불러오지마. 여기 앉아있어."
"내가 왜."
"네가 보건 쌤 부르러 간 사이에 내가 아파서 죽으면 어떡해?"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먹히지도 않을 고집을 부리는 태형 덕에 옆의 침대에 엉덩이를 붙혔다. 잠도 많은 녀석이니 곧 잠들 때 까지만 기다려줄 심산이었다. 가만히 누워 나를 올려다보던 태형이 씨익 예쁜 웃음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잠 잘 때를 제외하고는 입을 닫아두는 꼴을 못보는 사람인가 싶었다.
"김유은아."
"뭐 왜, 안 자냐."
"네가 너무 빛나서 내 눈이 멀어가는 것 같아."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마."
"근데 진짜 눈이 멀어버려서 너를 못보면 어떡하지."
"그럴 일 없으니까 잠이나 자라."
"안되겠다. 사진이라도 찍어놓고 자주자주 봐야될 것 같아."
그러더니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들고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내게 사진을 보여주는 태형의 모습에 삐죽 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아무리 돌발 행동을 잘 하는 놈이라지만 뜬금없이 사진을 찍는 덕에 태형의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린 모습이 그대로 찍혀나왔다. 지우란다고 지울 김태형이라면 지우라고 난리를 쳤을테지만 절대 그럴 녀석이 아니었기에 한숨을 푹 쉬고는 한참을 사진을 보던 태형이 폰을 손에 꼭 쥐고 잠들 때 까지 기다리다가 보건실 문을 열고 나온 것이 전부였다.
-
야간 자율 학습 시간임을 알리는 종이 울림과 동시에 윤기와 함께 교문을 빠져나갔다. 원래 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에 남아있을 시간에 하는 하교는 괜히 불량한 기분이 들었다. 함께 병원으로 가는 동안에 윤기는 단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일종의 룰이라도 있는 것 처럼 이모를 만나러 가기 전에는 항상 이랬다. 그것이 이모가 시한부를 선고받은 다음 날이라면 더더욱 그래야겠지.
"울지말고."
"응."
그게 병실 문을 열기 직전 우리가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반갑게 웃으며 나를 껴안는 이모는 생각외로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사람 같았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던 이모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시무룩한 것도 이상했지만, 얼굴은 전보다 훨씬 수척해진 상태로 행동은 변함없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들지는 못했다. 이모는 말 수가 적은 윤기와는 달리 수다스러운 편이었다. 그래서 항상 내가 올때면 딸이라도 하나 놓을 걸 그랬다며 무뚝뚝한 아들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곤 했다. 그럴 때면 일부러 눈길을 피하며 보호자용 침대에 털썩 앉는 윤기도 한결같았다.
"이모, 잘 지냈어?"
"잘 지내긴, 병원도 답답해죽겠는데 너 안오는 바람에 같이 떠들 사람도 없어서 더 답답했지."
"치, 맨날 아들이 와서 떠들어주는거 다 아네요. 이모가 말은 그렇게 해도 막상 윤기랑 둘이 있으면 혼자 조잘대는건 민윤기면서."
"얘는, 딸이랑 아들이랑 같니. 윤기야 엄마 커피 한 잔만 뽑아와줘."
"커피 안된댔어."
"엄마 오랜만에 유은이랑 얘기 좀 하게 자리 좀 피해달란 말이지. 산책이라도 한 바퀴 돌고 오든가."
장난기 가득한 이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윤기보다는 태형의 엄마라고 해도 믿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난기 만큼은 두 사람 다 어디 내놔도 지지않을 판이었다. 이모의 말에 윤기는 나를 한 번 슬쩍 봐주고는 못 이기는 척 병실을 나선다.
***
앗 왜 자꾸 쓰던 중에 글이 올ㄹ라가는 걸까요ㅠ
저의 실수...
자꾸 신알신 뜨게 해서 죄송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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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우 예나 둘이 사진찍은거 에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