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05661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취미생활 전체글ll조회 1276 출처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잠자리 탓일까 집안 가득했던 비릿한 냄새가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나는 장난.. 그 장난으로 온 몸에 선홍의 줄을 긋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줄이 내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때수건으로 온 몸을 밀어도 샤워를 수십번이나 해도 그것은 지워지지 않았다. 끔찍하지는 않았다. 장난? 장난이 허용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또 그것은 누가 정한 것 일까?
나는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사실이다. 어린날의 치기로 행했던 강간. 그것이 그녀를 죽음으로 몬 것일까? 아닐수도 있다. 그녀는 원래 자살을 하려했다. 난 그렇게 믿는다.
조그마한 창으로 보이는 하늘이 참으로 파랗다. 물에 빠져 죽은 소녀의 눈동자도 이렇게 차갑게 파랬을까? 그날 밤 그녀가 누웠던 대리석 바닥만큼 차가웠을지도 모른다.

"박찬열 면회 요청. 따라와"

나는 부모가 없다. 따라서 면회를 신청 할 사람은 도경수 그 새끼밖에 없다. 간수를 따라 잿빛으로 물들은 벽을 짚으며 가니 소년원 안과는 다른 밝은
세계가 펼쳐졌다. 회색과 파란색의 부조화 아이러니하게도 조화롭지 못한것이 참으로 어울렸다. 둘은 달랐다. 그러나 어울렸다.
그의 세계와 나의 세계를 막고 있는 건 투명한 창이었다. 창 밖으로 비치는 도경수의 모습은 나와 달랐다. 우중충한 내 모습과는 달리 그 녀석은
항상 빛이났다. 그래서 난 그 아이가 사랑했나보다. 한 날은 내가 물었다. 넌 어떻게 그렇게 빛이나니 그는 싱긋 웃으면서 한 말은 내 심장을 후벼파 깊은 곳에 남았다.
나는 사랑을 해 찬열아. 더이상 경수를 볼 자신이 없었다. 내가 한 잘못을 경수의 탓으로 돌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그런 놈이었다.

" 찬열아.."

쓸모없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했을 때 즈음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여전히 빛을 잃지 않은 채 나를 쳐다봤다. 마치 그 빛을 나누어 주려는 듯 19년동안 그는 변한게 없다.

" 왜 왔어 도경수 "

" 왜 오다니. 괜찮아? 생활은 어때? 아픈데는 없어? "

"...그만해 듣기 싫어. 할머니는 뭐라셔 "

"너 소년원 들어간지 몰라. 내가 거짓말 했어. "

어릴 적 부터 나와 경수를 거두어 주신 할머니가 계신다. 그녀는 우리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할머니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워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정말 묘한 구석이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를 거두어 주는 것을 신의 계시로 여기는 여자였다.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릴적 부터 버림받은 우리를 거두어준
 그녀의 존재만으로 우리들은 위안을 삼고는 했다. 그녀는 우리들의 영웅이자 구세주였다.

"그래 잘했어. 넌 어떻게 지내 "

"나야 .. 시 쓰고 책 읽고 알잖아. 니가 더 내 생활이 어떤지 "

그랬다. 도경수는 여느 남자애들과는 달랐다. 그는 책으로 세상을 배운다고 했다. 그에게는 빛이 났다. 향기가 일었다.
사랑을 한다는 도경수에게 사랑을 뭐냐고 물으니 시라고 답했다. 나는 그 때 한껏 그 녀석을 비웃었다.

'사내새끼가 시나 끄적이기는'

 나의 짓궃은 말에도 그는 살긋 미소를 지으며 찬열아 너도 곧 알게될거야 라고 말을 했다.

"그 소름 돋는 시? "

목구녕으로 내뱉어진 말은 적어도 내 진심이 아니었다. 입을 오므리며 웃는 경수가 말했다.

" 어 그 소름돋는 시 "

' 난 네가 부러워 경수야 '

" 됐다. 그만 가봐라 "

"잠깐만 박찬열 . 이거 "

그는 간수에게 꼬깃꼬깃한 까만 공책 하나를 간수에게 전했다. 공책의 표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거 너 줄게. 싫으면 버려도 돼. "

"저게 뭔데 "

"나 "

공책이 자신이라고 말하는 경수의 얼굴은 당당했다. 나는 이해 할 수 없었다. 내가 앞에 보이는 경수가 공책이라니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 였다.
그렇게 내 생각은 짧았다. 경수는 시 그 자체였다. 아무 대답도 하지않은채 경수의 얼굴과 공책만 번갈아 보니 경수는 얼굴을 붉혔다. 이내 갈게라는 짧막한 말만을 남기고 재빨리 밖으로 뛰어갔다.
간수는 좋은 친구를 뒀다며 내 손에 다 구겨진 공책를 쥐어줬다. 빠른 걸음으로 앞아서 나아가는 간수의 뒤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회색 콘크리트 벽은 스윽 만졌다.
까끌까끌한 느낌이 공책을 쥔 손에서도 느껴졌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몇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누워 나는 공책를 펼쳤다. 노란 재생 종이 위에는 내가 좋아했던 경수의 필체가 잔뜩 묻어 있었다. 지우고 쓰고를 많이 반복했는지 공책은 깨끗하지 않았고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경수는 어렸을 적 부터 줄곧 연필을 사용했다. 볼펜도 샤프도 사용하지 않았다. 연필은 세게 누르면 부러지고, 자꾸만 깎아내야하는게 자신의 심장과
닮아서 좋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다 구겨진 공책의 첫 장을 펴니 경수 냄새가 나는 것 만 같았다.


새들의 소리 무엇을 노래하나


첫 번째 장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짧은 문장은 날 숨막히게 했다. 물 밀듯이 밀려오는 감정에 난 공책을 더 넘기지 못하고 접어버렸다. 나는 약했다.

며칠이 흘렀다. 나는 오랫동안 공책을 열어 볼 수 없었다. 여는 순간 눈물이 쏟아 질 것 만 같았다. 공책에선 경수가 보였다. 내가 보였다. 강한척,
굳센척 가면들로 온 몸을 무장한 내가 한 순간에 들어나 보일 것 만 같았다.

수치심?
감동?

 가슴 속 깊히 묻어만 뒀던 고통을 다시 꺼내 음미해야만 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웠다. 얼마후 또다시 경수가 찾아왔다. 평소보다 조금 더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항상 빵빵하던
그의 볼은 눈에 띄게 홀쭉해졌고 뽀얗던 하얀 살들은 탄련을 잃은것만 같았다. 코끝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은 경수의 어두운 그림자를 대변하는 듯 했다.
경수의 모습에 심장이 쿵 내려앉은듯 했다. 다급하게 경수에게 물었다.

"도경수 너 왜이래. 왜이렇게 말랐어. 무슨일 있어? 어?"

얼이 빠진 듯이 경수는 나를 쳐다보다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 새들의 소리 무엇을 노래하나 "

내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은채 경수는 공책 첫 장의 아무렇지 않게 시를 읊었다. 그는 나를 간파하고 있었다. 내가 그 공책을 버리지 않고 봤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첫 장에서 더이상 뒤로 넘어가지 못했을 것. 그리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시를 읊는 경수의 목소리는 내 귀를, 심장을 마구 후벼 팠다.
그의 통찰에 혹은 나의 고통에 놀란 눈으로 경수를 쳐다보니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씨익 웃는다.

" 새들의 소리 무엇을 노래하나. 무엇을 노래하는 걸까 찬열아 생각 해봤어? 너의 미래? 사랑? 외로움
  나는 외로움일 것 같아 찬열아. "

" 그만해 "

" 외로..."

"그만하라고 씨발년아 "

속에서 울렁이는 느낌에 결국 도경수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간수에게 면회를 그만하겠다고 다그치곤 다시 나만의 세계로 침묵속으로 향하는 문으로 향했다. 철로 만들어진 문은 참으로 무겁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처럼,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 도경수가 소리쳤다.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그럴수 밖에 없었다.

" 찬열아 그건 약한게 아니야 그게 바로 강한거야 "

경수의 말에 내 발걸음은 멈춰버렸다.

"다신 오지마 "

아무렇지 않은 척 가면으로 나를 위장하고 경수에게 차가운 말을 또 내뱉어 버렸다. 항상 나는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경수는 더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들은 경수의 소식은 죽음이었다. 심장병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경수가 말했던 연필의 의미를 이해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경수는 아프다는 걸 끝까지 숨겼다. 우리의 영원한 이별의 순간 까지도,

내가 몰고간 죽음과는 다른 느낌에 살풋 소름이 돋았다. 하나뿐인 가족임을 간수들이 알았는지
나는 경수의 장례를 치를수 있었다. 물론 경수의 장례식장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가지는 우리둘만의 시간이었다.
 아무렇지가 않았다.아니,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죽은후 세상을 떠나지 않고 내 눈물샘을 막고 있는 듯이 눈물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경수는 내 곁을 떠나가지 않았다.

경수의 장례가 끝나고 소년원으로 돌아온 나는 경수의 공책을 펼쳤다. 마취라도 된 듯이 첫 번째장 그 이상을 넘길 수 없던 손이 아무렇지 않게 공책을 넘겼다. 하얬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경수처럼. 정말 경수가 나에게 남긴 것은 두 줄 남짓한 시였을까? 생각을 하며 미친듯이 공책을 넘겨나갔다. 공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까만 글씨에는 경수의 목소리가 남아있었다.
그 글에는 자그마한 손으로 자신의 심장을을 꾹꾹 눌러가며 시를 쓰는 경수가 남아 있었다.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는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로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 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Fin

 

 

 

처음 써보는 거라 ㅋㅋㅋ 내용도 이상하고 어색하네요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시' 시나리오를 보는데 갑자기 느낌 와서 주저리 썼어요 ㅋㅋㅋ

앞으로 많이 올릴게요 가벼운 주제든 무거운 주제든 ㅋㅋㅋ~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어휴ㅠㅠㅠㅠㅠㅠㅠㅠ먹먹해지는 글이네요..연필이 심장같다는 비유가 참 멋져요ㅠㅠ 글 잘 보고 갑니다!
12년 전
대표 사진
취미생활
헐 ㅋㅋㅋㅋㅋㅋㅋㅋ유일한 댓글 감사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5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3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