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고딩 권순영 X 초짜 과외선생님 김너봉
w.내가호시♥
지금 내 기분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내 키보다 두 배는 넘어 보이는 높은 담벼락 아래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거리기만 10분째 숨을 크게 한번 들이켜 내쉰 후 대문 앞에 가 섯다. 어떤 식으로 설명을 드려야 할까... 크로스로 백 안으로 손을 넣어 만져지는 봉투를 손에 쥐었다. 정중히 이것만 돌려드리고 나오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덥석 문 내 잘못이지
"저기... 혹시 지금 집에 어머님 안 계신가요?"
"네 사모님 외출하셨습니다."
"아... 네..."
"도련님 지금 2층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올라가 보시면 됩니다."
"네??"
어제 장작 3시간 동안 기다리는 게 얼마나 지치고 지루한 일인지 제대로 알려준 장본인이 지금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등 떠밀리듯 2층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 녀석의 방 문이 보인다. 이 문을 열면 과연 어떤 일들이 내게 펼쳐질까? 감이 문들 열 엄두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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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대략 일주일 전쯤으로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간다. 그 자리는 종강파티였다. 술자리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교수님들과 졸업을 앞둔 4학년 선배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라 어떻게 뺄 수도 없었다. 다들 부어라 마셔라 정신없는 와중에 술이 약한 나는 술고래들 틈바구니에서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 박혀 죄 없는 안주만 젓가락으로 쑤시고 있던 중이었다.
"어이~ 귀여운 후배 표정이 별로 안 좋네 무슨 일 있나?"
"아뇨 뭐... 딱히?"
"에이~ 표정을 보니 완전 근심이 가득한데?"
딱히 친하게 지내던 선배는 아니었다. 평소 행실이 바르지 않은 선배니까 여자나 후리려고 대학교 온 것도 아니고... 껄끄러워 대놓고 싫은 티를 내도 술이 좀 취했는지 약간 풀린 눈을 하고선 구석에 짱박혀 있는 내 옆자리로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와 내 어깨에 팔을 올리는 그 선배가 내 빈 잔에 술을 채우며 친한 척을 해 왔다.
"그럼 방학 동안 뭐 하려고?"
"뭐... 아르바이트 라도 하려고요..."
"오호~ 그래? 무슨 아르바이트?"
"그건 아직 안 정했어요.. 뭐 자리만 있으면 아무거나 해 봐야죠..."
"내가 좋은 자리 아는데 함 소개해줘?"
직속 선배가 따라주는 술이니 거절하기 뭐 해서 받아 마신 게 화근이었다. 점점 취기가 오르니 친하지도 않는 선배에게 내 이야기가 줄줄 나왔다. 해가 바뀌면 4학년이니 임용고시도 대비해야 할 것 같고 해서 계절학기를 들으려 했지만 지난 학기 때 장학금 신청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학자금 대출받은 게 나름 출혈이 컸다. 촌에서 힘들게 농사지으시는 부모님한테 매달 생활비 받아쓰는 것도 너무나 죄송스러운데... 그렇다고 안 도와주실 분들이 아니지만... 그냥 이건 내 자존심의 문제였다.
그리고 선배의 제안은 꾀나 솔깃하였다. 과외 아르바이트라... 어차피 교사를 꿈꾸는지라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난 이미 그 선배에게 내 번호까지 내어준 상태였다. 공부 쪽이라면 어디 가서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었을 뿐 더러 고등학생 때 동네 공부방에서 중학생 애들의 공부를 도와줬던 경험도 있었기에 자신감은 이미 충만했다.
그냥 내 코가 석자인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 싶어 선배의 연락을 거절하지 않고 받았다. 그리고 며칠 뒤 떨리는 마음으로 내가 가르칠 학생이 살고 있다는 집으로 향했다. 주소가 성북동이란 것만 봐도 평범한 집안은 아닐 거라 예상했지만 마치 요새 같은 높은 담벼락을 바라보며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그때부터 느낌이 쌔 했다. 하지만 칼자루를 뽑아 들었으니 무라도 썰어야지 않겠나 용기 있게 그 집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엄청난 갑질을 예상했지만 너무나도 교양 넘치시고 고상하신 어머님께서 나를 반기셨다. 내 손을 꼭 붙들고 한사코 거절하는데도 선불로 돈봉투까지 쥐어주시며 우리애가 잘 되면 이것보다 몇 배는 더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청난 부담감이 엄습해왔지만 어디 가서 몇 날 며칠을 뼈빠져라 일해도 받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래 솔직히 돈에 눈 돌아간 게 맞다. 이 정도쯤이야 이 집에서는 껌 값이겠지만 나한테는 한 학기 등록금을 내고도 남는 돈이었기에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뭐 큰일이야 있겠어...라고 생각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첫 만남부터 삐거덕 거렸다. 과외를 시작하기로 한 시간은 오후 다섯시 족히 세 식구가 산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그 너른 방 책상에 앉아 이름밖에 모르는 그 아이를 기다린지 세 시간째... 이제 한 시간 뒤면 원래 과외를 하기로 했던 시간이 끝나는데 가만히 앉아만 있으려니 지루해 스르륵 감기려는 눈을 부릅뜨고 계속 핸드폰 화면만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흘러만 가는 시간을 보고 있었다.
그때 방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온 남자애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사납게 위로 올라간 그 눈빛이 나를 위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눈에 띈 건 금발로 물든 머리색... 분명 이제 고3으로 올라가는 18살이라 들었는데 머리가 딱 봐도 나 좀 문제아에요 하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플러스로 어디서 쌈박질을 하고 온 건지 얼굴 군데군데 달고 있는 상처들까지 아주 그냥 금상첨화 로구나
"하하.... 아.... 안녕? 네가 수.. 순영이구나.."
".........아...........씨발........"
바보같이 말을 더듬 거리며 건낸 나의 인사에 그 녀석의 첫 마디는 욕이었다.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린 고딩한테 듣는 욕이라 그렇게 유쾌하진 못 했다. 예의상 내민 내 손을 삐딱한 자세로 쳐다보면서 내뱉은 말이 씨발이라니 나를 스캔이라도 하듯 아래위로 훑어보는 그 눈빛이 기분이 나빴다. 나는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한다. 그래서 퍽 기분이 나빠진 표정으로 그 녀석을 노려보듯 올려다보니 마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쪽 입꼬리가 씩 올라가더라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도망쳐야겠단 생각 뿐이었다. 아직 과외 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난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가방을 챙겨 나와버렸다.
일단 그 선배에게 먼저 따져 물었다. 왜 그런 자리를 나에게 선뜻 소개해준 건지 선배는 겉 보기엔 그래 보여도 잘만 가르치면 될 거라는 말만 했다. 어디 가서 그런 돈 받을 수는 있겠냐며 나 같아도 하겠다나 뭐라나 아니 그러면 자기가 할 것이지 왜 나한테 소개를 시켜 준대? 성질이 나서 선배의 번호를 차단해버리고 친한 동기 몇몇에게 연락해 하소연을 하니 얼마나 유명한 녀석이길래 그 녀석에 대한 정보가 줄줄 쏟아져 나왔다.
'야 너 몰랐어? 왜 저번에 고등학생한테 두들겨 맞아서 두 달 동안 병원 신세 졌던 그 김선배 이야기 못 들었구나... 그렇게 만든 얘가 그 권순영이잖아 걔 엄청 유명한데....'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판국에 남일에 딱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 알 턱이 있나...동기의 말은 그랬다. 그 동네에서 알아주는 문제아라고... 부잣집 막내아들이라 곱게 자란 덕에 안하무인 제멋대로 란다. 뒤늦게 공부 좀 시켜보겠다고 부모님이 애써 돈 들여 붙어준 과외 선생도 일주일을 채 못가 그만두는 판국이라며... 그리고 그 맞았다는 선배는 나름 열심히 잘 해보려고 훈계 좀 몇 번 했더니 지 수 틀린다고 같이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 불러서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단다. 처음 순영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생각했던 순박한 고등학생의 이미지는 이미 와장창 깨진지 오래였다. 이름만 순박했다.. 이름만... 이상하게 꼬일 것만 같은 께름칙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내가호시♥
홍일점 썰로 와야 하는데... 또 다시 신작이라니... 봉리둥절 하시져ㅠㅠ 죄송해요ㅠㅠ
원대한 포부는 어디간건지... 일주일전 저를 말리고싶네요...
제 싱크빅이 딸리는걸 처절하게 느끼며 살포시 쓰던걸 내려놓았습니다...(우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또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신작을 들고 왔습니다.
이 글은 제 폴더 깊숙한 곳에 박혀있던 글입니다......
한때 잠시 밀었던 타그룹의 그취로 썻던 글을ㅋㅋ 리네이밍한ㅋㅋㅋ
그래도 다행인건 이거 한 5편분량까지 써 놨네요ㅋㅋㅋ
차근차근 정리하고 다듬어서 지난번 순영이 집착글처럼 빠른연재 해 보겠습니다!!
이번에도 남주는 순영이에요ㅎㅅㅎ
글을 다듬으려 읽고 있다 보니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순영이인거 같아서ㅎㅎ
그리고 글잡에서 은근 흥하는게 양아치미 돋는 순영이더군요
그럼 죄인은 이만 물러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