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과 아이 그 가운데 어중간한 끄트머리에 서 있는 내가 있었다. 나는 언제나 내가 특별하길 원했다. 내가 어디에 있던 다른사람들이 나를 특별하게 생각했으면 했다. 그리고 난 그럴 것이라고 믿고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러지 않았다. 그건 단지 나의 철없는 바람이라고 느꼈다. 내가 특별해지고 싶다면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당연히 그런것 따윈 나에게 있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가끔씩은 나에게 남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해보지만 남들과 다르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는걸 너무 잘 아는 까닭일까. 그냥 웃어 넘긴다.
나는 얼마 안되는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생각했다. 제일 특별한 삶은 가장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고.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별 어려움 없이 청소년기를 보내고 평판이 괜찮은 대학에 들어가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취업하는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해서 그사람을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것.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옜날에는 왜 몰랐을까. 평범한 것이 제일 특별한 것이라는걸.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 밤 늦게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운전면허를 따는것 등등. 하지만 자유가 생긴다는 것은 그에 따른 책임도 지어야 하는 법. 성인이 된 지금보다 어리숙했던 청소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땐 별반 노력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많이 생기고 그저그런 점수를 받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한 학년 위로 올라갈 수가 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그 때 나는 정말 행복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가 없게 되버렸다. 쓸데 없는 감정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 싫은 말을 들으면 흘려듣고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부터 머리 주위로 두꺼운 벽이 하나 생겨버렸다. 그리고 감정이 무뎌졌다. 옜날엔 친구랑 조금만 싸워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고 하루종일 울며 생각했었는데 이젠 전혀 아니다. 진짜 친한 친구가 없으니 싸울 일도 없고 갈등이 생겼다 해도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어짜피 안 볼 사람이니까 라는 생각이 전제가 되서 그렇다.
내가 만든 벽에 내가 갇혀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굳이 그 벽을 깨고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잘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모든 사람들이 어렸을 적 한번은 생각해 봤을 법한 그런 어른-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주위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성인이 된거지 나는 아직도 어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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