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 소인이 올리는 말씀을 깊이 헤아리시어 속히..."
"...그대는 말이 많군."
턱을 괴고 가만히 왕좌 아래 낮은쪽을 내려다보던 지호가 흥미 잃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신하의 천박한 입이 멈추자 그가 왕좌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분명 사람의 형체이건만 느껴지는 기운은 호랑이의 그것이었다. 고급스러운 금박이 박힌 핏빛 의복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목 부근과 어깨가 깊게 패인 전통 왕복이 그의 하얀 피부를 여실히 드러냈다.
"...저, 전하..."
"그대가..."
얼굴만큼이나 흰 목덜미, 아름다운 선을 그린 쇄골. 의복에 가려져 보일듯 말듯 얼핏 드러나는 적당히 마른 몸의 형체가 궁 안의 모든 이를 홀릴만큼 성적인 매력을 풍겨내었다. 길게 찢어진 맹수같은 눈이 느긋하게 시선을 굴려 제 앞에 무릎 꿇은 이를 내려다보니, 넓은 궁 안에 차가운 정적과 살기어린 긴장이 감돌았다.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왕의 도톰한 붉은 입술이 열렸다.
"...양국에 다녀오더니, 모든 것이 쉬이 보이는 모양입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그와 지독히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특별히 일부러 무게를 잡으려는 목소리가 아니었음에도 신하는 몸을 벌벌 떨었다. 주, 죽여주시옵소서. 떨리는 목소리와 동시에 지호의 허리춤에 매여있던 장검이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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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의복을 입으시는 이유는 시도때도 없이 살인을 서슴치 않으셔서 핏자국이 남지 않게 하려는 까닭이라더라. 철통수벽에도 용케 침입하는 능력좋은 자객들을 간단하게 처치하실 정도로 검술을 이길 자가 없으시다더라. 이와 같은 소문이 나라에 자자할 정도로 현 왕은 지독한 냉혈한이었다. 그토록 잔인한 성격을 지녔음에도 임금을 지지하는 자가 많은 연유는 그가 차가운 성격만큼 이성에 강해 머리가 뛰어났고, 그 덕에 나라의 통치가 태평성대와 같았으며, 무술, 학문, 예술 등 무엇하나 빠질 것 없이 완벽했기 때문이라. 그를 존경하는 신하들 뿐 아니라 궁안의 모든 궁녀들 또한 명이 떨어졌다 하면 죽어라 따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호의 용모와 그 자태가 나라의 어떤 기녀와 어여쁘다 입에 오르는 창남들 보다도 지독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백옥과 같은 피부에 마른 몸, 흑진주같은 눈동자와 둥글고 오똑 선 콧대. 결정적인 것은 그가 습관처럼 가만 두질 못하는 색기어린 입술. 궁에서 처리해야할 일이 바삐 행해지다가도 지호가 제 입술을 물거나 핥아내리면 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감돌 정도로 그는 매력이 하늘을 찌를듯한 자였다.
"...왜 그리 바라보느냐."
"전하, 이리도 아름다우신 분이 어찌하여 도검을 그리도 냉혈히 다루십니까."
저를 보좌하는 내관의 말에 지호가 대답을 생략한 채로 책자에 시선을 옮겼다. 늙은 내관이 한숨을 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서양의 문물을 수용하자는 의견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너는 그 자의 건방진 말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런 말이 아니옵고, 전하께서 곁에 두셔야할 보좌관 겸 기사가 서양 문물을 잘 알고있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비검' 이 서양 문물에 대해 잘 알고 있더냐? 지호의 질의에 대답을 아낀 내관이 문을 향해 들어오라, 하고 작게 말했다. 지호의 정면에 있는 크고 화려한 문이 열리며 제법 큰 사내가 들어왔다. 본래 저를 지키는 기사였던 '비검' 과 같은 용의복장을 한 남자는 다른 신하들과 달리 지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지호가 그를 경계하듯 싸늘히 노려보자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 그제야 눈을 내리 깔고 고개를 숙이며 낮게 울리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인, 금일부로 전하의 보좌와 옥체의 안전을 맡게된 표 가(家)의 지훈이라 합니다."
똥글 여기까지 잘 보ㅏ주셔서 감사흡느드
조선시대 막 이런 사극이 아니라 황제 나오는 궁이랑 전통 사극이랑 섞인 퓨전이긔여 ㅇ....
그냥 왕인 지호 보고싶었쓰여... ☞☜
어디서 튀나온 망손 자까 냐구여? 짜질게요 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