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러!"
나도 너 싫거든? 찬열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꾹꾹 눌렀다.
고2, 한창 파릇파릇한 나이인 지금 자신은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애를 돌봐야 하는 입장이었다.
백현은 두 팔을 엑스자로 교차시켜 제 몸을 감싸고는 형아랑은 절대로 안 씻을 거라며 찡찡거리고 있었다.
9살짜리가 뭐 볼게 있다고, 어찌나 고집이 센 지.
백현은 찬열의 엄친아였다. 말 그대로 엄마의 친구 아들.
그런데 왜 백현과 찬열이 같이 있냐 하면은, 우선 둘이 함께 있는 곳은 찬열의 집이고 백현은 앞으로 6일간 더 찬열과 지내야 했다.
백현의 부모님과 찬열의 부모님이 일주일간 부부 동반 여행을 떠나신 것이다.
원래는 백현이 어리기 때문에 그 여행에 함께 할 예정이었으나 찬열의 어머니께서 자신의 아들에게 맡기는 건 어떠냐며 제안을 하셨더랜다.
그리하여 초딩 백현은 무서운 형아 찬열에게 떠넘겨지게 된 것이다.
백현은 찬열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현이 온 게 짜증난다고 표정에 여실히 드러내면서, 마치 대인배인냥 행동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닌데. 흥.
백현은 마음속으로 찬열을 마구 욕했다.
사실 백현은 9살 먹도록 혼자 샤워도 못해 엄마가 씻겨주었다. 하지만 찬열과는 싫었다.
저를 골칫덩이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애도 알아본다. 그래서 씻자고 했을 때 온몸으로 거부했다.
백현이 혼자 씻지 못한다는 얘기를 이미 백현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던터라 백현을 빨리 목욕시켜 재우고 게임이나 하려던 찬열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백현이 짜증날 뿐이었다.
누가 같이 씻자고 했어? 너가 혼자 못하니까 내가 도와주겠다는 거 아니야. 너 왜 그러냐, 진짜.
"시러! 형아 미워서 실탄말이야."
"그래, 알겠어. 다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이제 말 좀 들어."
찬열의 말투는 어느새 애원조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찬열은 이제 쉬고 싶었다.
새삼 전 세계 어머니들에게 존경을 표하게 되는 찬열이다.
그 때, 혼자 할 수 있는 거라곤 양치하기 밖에 없는 초딩 주제에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는 백현의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백현은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재빨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백현의 표정이 울멍울멍하게 변해갔다.
"엄마아.."
엄마의 전화였나보다. 찬열은 역시 애는 애구나, 하고 느낀다.
유치원생 딱지를 뗀 지 2년밖에 안되서인지 여전히 유치원생같은 면모가 보이는 백현이다.
물론 찬열도 중딩에서 고딩으로 업그레이드 된 지 2년밖에 안되긴 했지만.
"알아써요.. 형아 말 잘 들으께요."
전화가 끊어진 휴대폰을 입을 오리처럼 내민 채 힘 없이 바라보는 꼴이 탐탁지않아 찬열은 애써 분위기를 풀어보려 노력했다.
백현이 처음 집에 왔을 때는 정말 짜증 뿐이었는데 몇 시간 같이 있었다고 또 금새 정이 든 것 같았다.
백현아, 엄마가 형 말 잘 들으라고 하셨으니까 이제 씻는거다?
"몰라. 힝."
찬열은 깊게 잠든 백현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흘러내린 머리를 넘겨주었다. 자는 모습을 보니 또 천상 애기였다. 찬열은 백현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추욱 쳐진 눈매와 동글동글한 코, 귀여운 입술.
아무리 봐도 분내나게 생긴 얼굴이다.
이곳은 찬열의 방. 9살 먹도록 혼자 잠도 못 드는 백현 때문에 찬열의 왼손은 그 야무진 조그만 손에 잡혀있는 상태였다.
혼자 두고 나가면 엄마한테 일러버릴거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는, 오전 내내 찬열에게 형아 미워를 연발했으면서 이렇게 자면서도 손을 꽉 잡고 있는 것이다.
그 손을 살살 풀어낸 찬열은 저도 침대에 숨 죽이며 누웠다. 찬열은 왠지 모르게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쓰였다.
어느새 백현은 찬열이 누워있는 쪽으로 몸을 돌려 자고 있었다.
찬열은 백현의 말랑말랑한 볼을 살짝 눌러보았다.
"나도 애 키우고 싶다."
아들바보의 낌새가 보이는 찬열이다.
| 글쓰니 |
고딩찬열이랑 초딩백현이가 얼른 자라서 행쇼했음좋겠어요 생각하고있는 나이는 19살이랑 28살 재미없는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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