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칵
준회가 들고있던 녹음기를 내려놨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체 J가 무슨 생각으로 어젯밤 일을 모두 녹음하여 자신에게 들려주려 했는지 준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J가 자신을 망가뜨리려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녹음파일이 끝나기 바로 직전 J가 준회에게 남긴 말은 준회의 머릿 속을 헤집어놓았다.
'못하는 척, 모르는 척, 싫은 척. 구준회 너. 너 말하는거야. 내가 다 해준다는데 왜 이렇게 두려워 해?'
준회는 환자들과 친해질 생각도 없었고 자신이 게이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왜? J는 대체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해서 못한다고, 모른다고, 싫어한다고 했을까?
준회가 정신병원에서 일하게 된 이유도 J의 공이 컸다. 준회가 잠시 정신이 없는 사이 J는 지원서를 썼고 면접을 보러 갔으며 첫날 출근마저 J가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약속을 어기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준회는 정신병원을 싫어하면서도 출근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어떤 아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주었다. 준회는 그 상처를 어떻게 치료해주어야할지 막막했다. 일단 자신을 수습하기 위해 준회는 출근 후 최대한 센터 근처로 가지 않으려 했다. 마주친다면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지, 어떤 반응을 보여야하는지 준회는 그저 막막하고 어지러웠다.
동혁은 센터를 다니며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저 병원에서 일하는 아저씨로만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보니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한 사람보다 더 이상한건 동혁 자신이었다. 그 사람이 점점 신경쓰였다. 전화가 오면 전화가 오는대로, 전화가 오지 않으면 전화가 오지 않는대로 그 사람이 생각났다. 준회가 생각날 때마다 동혁은 애써 생각을 지우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준회에 대한 생각이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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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담사 A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볼 낯이 없어요. 사실 제가 지금 자필로 써 놓은 분량은 3장 이상되는데 수정하고 고치면서 다듬다보니까 글을 못 올리겠더라구요. 혹여나 이야기를 기다리실 분들이 있을까봐 죄송스러운 마음에 올립니다. 사실 정신병동 이야기를 처음 쓸 때 플롯없이 그냥 제 마음이 너무 어두워서 쓴 글이었는데 요즘엔 좋은 일만 일어났어서 더 마음이 안 잡힌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써 놓은 글은 빠른 시일내에 올릴게요. 끝까지 정신병동 이야기를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혹시(제 이야기가 너무 부족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야기에 대해서나 아니면 인물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싶으신 분들께서는 댓글에 질문 남겨주세요. 성실히 답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