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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맹이만한 남우현이 야밤에 불러냈다.

내일은 사귀는지 3000일 되는 날이라서 우현이한테 줄 선물 다 준비해놓고 잠 자려고 하는데 이 놈한테 문자가 왔다.

[ 12시까지 코엑스 메가박스 3관 ]

정말 띡 이렇게 왔다. 애정도 사랑도 없는 남우현...뭐 이모티콘이라도 붙여주던가...

어찌되었던 오라는데 뭐 어쩌겠어. 뭔가 남우현한테 붙잡혀 사는 느낌이 나지만 전혀 아니다.

티셔츠에 롱 가디건 한장만 걸쳤더니, 봄이지만 밤이라서 조금은 추웠다.

팔짱을 끼고 덜덜 떨면서 코엑스로 향했다.

사실 약간의 길치인 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영화관까지 도착했다.

이 시간에 영화를 본 적이 없어 여기저기 둘러보며 3관 바깥에서 기다렸다.

보통 심야영화 본다며 놀러나가는 성열을 떠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알바생 외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한 알바생이 다가왔다.

"저, 혹시 김성규씨 맞으세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우현씨가 특별히 저한테 부탁하셨어요. 저 따라 오시면 되요!"

뭔가 이상했다. 나한테는 그냥 3관으로 오라고 이야기만 해놓고 이 사람한테는 구구절절 다 얘기했다는 거잖아!

약간, 아주 약간의 질투심이 났지만, 군말없이 그 사람을 따라갔다. 그 사람은 3관 안 쪽으로 날 안내했다.

3관의 K열 10번자리. 작은 상영관이라 10번은 거의 가운데 좌석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남우현 욕을 하면서 남우현이 오기를 기다렸다.

핸드폰 홀드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마침 딱 핸드폰의 시계가 12시를 알렸다.

그러자 상영관 안, 켜져있었던 모든 조명들이 순간 꺼지며 영화가 한 편 나오기 시작했다.

남우현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홀로 앉아 그 영화를 감상했다.

사실 무슨 영화인지 알지도 못해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공짜로 보는 영화다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다.

첫 화면에 나온 남자 주인공은. 놀랍게도 나였다.

나와 우현이가 그동안 찍었던 영상들 그리고 사진들을 편집해 우현이가 만들어둔 것이었다.

나와 우현이는 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서 만났기 때문에 우현이가 만든 영상은 꽤 퀄리티가 높고 멋진 영상이었다.

처음으로 사귀기 시작한 날 갔던 소풍날 비가 엄청 와 비를 쫄딱 맞아 떨고 있는 우리의 모습.

우현이가 첫 일자리를 얻고 받은 월급으로 간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던 우리의 모습.

함께 전주로 여행을 가 맛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던 우리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첫키스를 하던 모습까지.

우리의 추억이 담긴 영상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새 내 옆에는 우현이가 와있었다. 솔직히 욕을 하고 싶었다. 이 시간에 불러낸 우현이한테.

도저히 욕이 나오지가 않았다. 이런 우현이가 너무 좋고 사랑스러워서.

"우리, 3000일 축하해."

우현이 특유의 약간 낮은 목소리로 날 껴안으며 이야기하자 울음은 더더욱 터져 나왔다.

"흐..이 나쁜 남우현아.."

울음을 참고 꺼낸 첫 마디는 우현이에게 미안하게도 욕이었다.

우현이는 껴안고 있던 나를 떼어내고는 바닥에 무릎꿇고 앉았다.

"나랑...결혼해줄래?"

여러번 생각하고 있었던 문제였지만, 주변의 시선들과 여러가지 일들로 미루고 미뤄왔던 이야기였다.

일부러 3000일을 맞춰 이런 일을 준비한 우현이가 너무 기특했다.

"이런 이벤트, 많이 흔하고, 너한테 아무것도 아닌 거라는 거 알아. 그래도, 그래도 나 3000일동안 너만 바라보면서 살았어.

너랑 함께한 그 3000일이라는 시간이 나한테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고, 그동안의 아픔을 치유받는 느낌이었어.

3000일동안 나랑 함께해줘서 너무 고맙고. 김성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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