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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차차 전체글ll조회 735


 크리스가 보낸 편지를 받았을 때 나는 그저 '만난다'라는 근본적인 사실에만 주목했지 그 외의 집, 돈, 직업 등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건 정말 당연한 거고 내가 준비했었던 과정이니 크리스도 물론 그랬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종종 나를 대신해 시간표를 짜주던 꼼꼼한 그를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는 집에 오자마자 잠깐 둘러보는가 싶더니 태연하게 짐을 풀어 아끼던 인형부터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뭐하십니까."

"짐 정리. 아직은 내 수입이 없으니까 돈은 좀 미뤄도 되지? 이씽찬스."

"뭐? 누구 맘대로."

 복슬복슬한 양 모양의 인형을 바닥으로 던져버리자 그는 얄밉게 표정을 구기더니 인형을 주우러 일어났다. 집 주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을 땐 타 원룸보단 천장이 높고 깔끔하다는 설명을 들었었는데 그의 머리는 아슬아슬하게 천장과 대치했다. 차마 집이 작다는 그의 말에 부정할 수 없어 콧방귀를 흥 뀌었다.

 "빨리 나가요. 집 있을 거 아냐."

 "여기 있잖아. 네 집이 내 집. 우리집."

 "설마 집을 못구했다 이런 말은 아니죠?"

 "그럼. 집을 못 구하진 않았지. 안 구한 거지."

 그러더니 훌쩍 양말을 벗고는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웠다. 조그만 싱글 침대가 크게 들썩였다. 한낮의 해가 그의 주위로 피어나는 먼지를 드러냈다.

 "…뭐 하자는 건데. 장난해?"

 "… …왜. 넌 아니야?"

 질문도 꽤나 기습적이었지만 나는 우선 그의 한국어 실력이 놀라워 당황했다. 대답을 뭐라고 하기가 곤란해 급히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긴…아닌 게 뭔데. 뭉친 털같은 그의 양말을 곱게 펴 빨래통에 던지자 그는 무료하단 듯이 고개를 돌린다. 시간은 네시 반을 조금 넘고 있었다. 루한 잘하고 있겠지. 그 단어 시험 볼 때 영민이가 자주 컨닝한다고 말해줬어야 하는데. 어느샌가 눈을 감고 있는 그를 뒤로 하고 나는 애써 생각을 돌리며 그의 흔적을 치워나갔다. 그가 들고 온 짐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넣으며 아주 잠시간 눈 앞이 하얘질 정도의 현기증이 일었다. 어딘가 막막한 것인데 그 씨앗이 나에게 있는지 그에게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잠깐 눈을 붙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일어나 내 책상에 앉아 한쪽 다리를 꼬고 있는 그를 보자 나는 이제야 조금 현실감이 드는 듯 했다.

 

 

 

*

 차라리 아주 점수가 낮으면 좋을텐데. 항상 시험 점수는 적당하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칼을 들고 기름 속으로 그녀의 인생을 빠트렸었다. 만두 속으로 들어가는 익지 않은 속재료를 덥썩 입에 넣는 엄마가 싫어 몰래 속재료를 한움큼 주워다 버린 적도 있었는데 그녀는 항상 그 맛을 보고는 적당하다 말했다. 나는 너무 속상했고 적당하게 간이 밴 만두를 억지로 먹어야만 했다. 적당한 만두를 먹어온 탓에 언제나 적당한 선의 삶을 즐겨왔고 죽을 듯이 덤벼 봐도 모두 나를 적당한 정도로만 판단했다. 그러나 나에게 유일한 적당하지 않음을 유지하던 그는 알고 있었다. 나는 평가받는 적당한 선에 이르기 위해 더 피를 쏟아왔고 그 결과가 적당한 것 뿐이라는 걸. 난 그게 부끄러웠다. 적당한 것이.

 학교에 있을 땐 항상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실상 까놓고 보면 정말 별것이 없는데 나는 왜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려 했었는지 알 수 없다. 단지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 고민에 빠지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어려운 시험에 매달렸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하는 진학까지 나는 충분히 내가 교사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곧 엄마는 가게를 그만두고 나는 내가 졸업했던 학교의 강단에 선다는 환상 아닌 환상에 빠졌다. 그러다 크리스를 만났고 나는 그와 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었다. 그러나 그에겐 다가올 현실이며 나에겐 멀어질 환상임을 깨달은 건 한국행을 결정한지 6 개월도 전의 이야기였다. 우선 나는 공부를 할 근성이 부족했다. 벌써 지칠대로 지친 걸 아무런 동기 없이 되돌릴 순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무조건적인 뒷바라지를 하기엔 엄마가 너무 늙어버렸다.

더이상 하늘을 보며 걸어갈 용기가 없다. 나는 그 당시 듣던 한국어 수업을 듣다가 문득 떠나보기로 맘을 정했다. '김선생님, 날씨가 좋습니다.' 마침 날씨도 맑은 날이었다.

 

 

 

 [쌤 엄마가 밥 먹으라고 돈 줬는데 혼자 먹기 싫어요ㅠㅠ같이 먹어 주면 안되나ㅠㅠ내가 살게
   -과외 김종대]

 ….

 [알았어]

 [아싸 두시에 만나요 땡큐]

 "크리스, 나 오늘은 일찍 나가봐야 겠다. 밥은 밥통 안에 있고 반찬은…김. 싫으면 시켜 먹어. 전화번호 냉장고에 다 붙어 있어."

 "어딜 가게. 너 과외는 네시잖아."

 "두시에 만나기로 했어."

 "웃기네."

 "웃기긴."

 그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왔다더니만 실은 서울 소재의 유명한 외고의 원어민 교사로 채용 돼 왔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그가 부럽지도 밉지도 않았다. 오히려 미움을 받아야 할 쪽은 나였다.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으며 한쪽으론 몽글몽글 다른 생각이 나오느라 잠시 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할 정도로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정작 그래야 할 나 대신 쩔쩔 매는 쪽은 크리스였다. 나는 네가 원하던 학교 선생님이 되었는데 괜찮아? 그의 눈썹부터 살짝 경직된 입꼬리 까지 그렇게 물었다.
 '아주 좋아. 이젠 별로 이루고 싶진 않았는데 꼭 내가 된 것 같네. 아, 교사는 아니어도 선생님은 맞아 나. …그래서 집은?'
 '여기….'
 그가 나에게 여전히 좋은 사람이듯이 나도 그에게 그런 존재로 있고 싶은 맘에 나는 우리 집에서 사는 것을 허락했었다. 이건 그냥 친한 친구와 함께 사는 것과 비슷하고 앞으로 하숙비를 반으로 나눌 수도 있으니 잘하면 괜찮은 사람쯤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가 우리집에 묵기로 한 순간부터 나는 어린 욕심쟁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종대의 집까지는 얼추 이십분 정도 걸어야 해서 평소보다 바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닥 크지도 않은 집인데 웬 거대한 덩치 하나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입구 옆 구석에 박혀 있었다. 화장실에서 막 머리를 감고 나오던 나는 당연히 아무도 없을 것 같던 구석을 보고 움찔하고 말았다.

 "아, 깜짝이야 뭔가 했네.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요."

 "너 나 두고 밥 먹으러 가지? 나는 맨밥에 김이나 먹이고. 나름 한국에서의 첫 끼인데."

 그러면서 크리스는 불쑥 일어섰다. 쭈욱 올라가는 시선을 따르다 금새 고개를 돌려버렸다. 누가 여기 살랬나. 얄밉게 그를 쏘아붙인 후 나는 대충 옷 몇 벌을 꺼내 이것저것 맞추어 보았다.

 "야 뭘 그렇게 골라."

 "남이사."

 작은 서랍을 뒤적이다 입고 있던 티 위에 후드만 덧대입었다. 생각없이 그를 힐긋 쳐다보는데 오묘한 얼굴로 눈썹을 들었다 내린다. 위층 서랍을 닫고 막 바지를 넣어 둔 칸으로 손을 대는데 툭툭 종아리를 쳐왔다.

 "뭐."

 "설마 반바지 입을 건 아니지?"

 

 

 

 잠시 속도를 멈추는가 싶더니 그대로 골목길을 쌩하니 달리는 차를 보며 한쪽 이어폰을 잡아 끌었다. 하마터면 부딪힐 뻔 했다. 놀란 마음도 잠시 이어폰으로 커다랗게 흘러 나오는 벨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응, 왜."

 -어디예요

 "거의 다 왔어. 나 방금 큰일날 뻔 했다."

 -왜? 내가 전화 해서? 다쳤어?

 "…반말 깐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요? 초딩? 요즘 애들이 진짜 무섭다니까 다친 거 아니죠?

 "응. 갈게."

 전화를 끊으며 듣던 노래도 멈추고 모두 가방에 쑤셔 넣었다. 중간이 꼬인 이어폰 덕에 가방이 어지럽게 보였다. 짙은 청바지에 뭍은 작은 먼지를 탁탁 터는데 생각보다 크게 박은 듯이 무릎이 욱신거렸다. 아까 뒤에서 달려오는 차에 놀라 쿵하고 주차 된 차량에 무릎을 박았다. 아프다고 생각할 만큼 여유가 없어서 다친 곳은 없다고 말했지만 걸을 때마다 거슬렸다. 멍들었나만 봐야지.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빌라 앞에 도착했을 때 종대는 건물 바깥 계단에 앉아있었다. 하얀 대리석과 마른 몸이 어울려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 했다. 종대가 발목을 턱 잡았을 때야 아까처럼 으악하고 놀라 걸음을 멈췄다.

 "뭐야 다칠 뻔 했다더니 눈이예요? 왜 그냥 지나가!"

 "못 봤어."

 종대가 슥 일어나더니 대뜸 우리 햄버거 먹자하곤 손을 덥썩 잡아 끌었다.

 "가서 먹게?"

 "엉."

 "싫어 나 아까 무릎 부딪혀서 아파."

 "그럼 말을 하지 시켜먹자."

 "…또 반말."

 종대가 능청스레 웃으며 등을 두드리는게 영 밉진 않아서 대충 눈감아 주기로 했다. 부모님이 안계시는 틈을 타 슬쩍 말을 놓는게 한두번이 아니라 하나하나 지적하다 보면 분위기도 이상해질까 봐 였다. 얜 좀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상대에게 무방비한 면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저 비밀번호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나는 일개 과외 선생인데 저렇게 대놓고 번호를 눌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비밀번호는 본인 생일. 종대가 문을 여는 걸 우연찮게 본 날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내색한 적은 없었다. 집으로 들어서며 나는 냄새는 빵 냄새가 연하게 배어 있었다. 좋은 냄새.

 "쌤 뭐 먹을래요? 아, 아침은 먹었지?"

 날이 새기 거의 직전까지 얘기를 나누다 쓰러지듯 든 잠이라 아침은 고사하고 과외가 없었으면 하루종일 잤을 하루를 머릿속으로 빠르게 재생시켰다. 눈 밑으로 급히 진 검은 살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아니."

 "집에 밥 없는데 어쩌지?"

 백날 들여다 봤자 없는 밥인데 계속해서 부엌쪽을 들락날락 거리는 종대가 부산스러워서 나는 직접 휴대폰을 들었다

.

 "됐어, 밥 안 먹어도 안 죽거든."

 

 결국 애초에 먹기로 했던 햄버거는 무르고 라지 사이즈의 피자 한 판을 시킨 후에야 종대는 포기한 듯 거실 탁자 앞에 주저 앉았다.

 "그래도 밥을 먹어야지."

 "난 중국인이라 밥심 필요 없어."

 연신 아닌데를 중얼거리는 종대는 놔두고 가방을 열어 수업할 것들을 보려는데 어디선가 아주 작게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아까 끄지 못한 음악 어플임을 알아챈 건 종대가 먼저였다.

 "어디서 노래 들리는데. 뭐지 내껀가?"

 일어나려는 종대를 손짓으로 앉히곤 홀드 버튼을 누르니까 문자가 세 통이나 도착해있었다. 한 통은 오면서 종대에게 받은 연락이었고 나머지 두 통은….

[나 돈 없다고 밥 달라고]

[배고프다 나 죽으면 이 건물 옥상에 뿌려]

 "누구. 쌤이 연락할 사람이 있다니."

 이씨, 때리는 시늉을 하며 닿지도 않을 거리에서 손을 드니 종대가 움찔하며 민망한 듯 자리를 떴다. 조용히 빈 거실을 보다가 손으로 천천히 답장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돌아오는 종대의 기척에 놀라 재빨리 홈 버튼을 꾹꾹 눌러 꺼버렸다.

 "근데 아까부터 느꼈는데 오늘따라 눈 밑이 좀 까매요."

 나는 피곤한 눈가를 가리려 꾹꾹 누르며 태연하게 말했다.

 "태닝한거야 태닝."

빰빰

음 일단 제가 글에 있어서 기복이 심한 편인데요..엄..잘 나올 땐 포풍 같지만 지금은 아니람다..아마 이 글 마치고 나면 ㅍㅍ을 그만 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ㅛㅇ..ㅠ물론 여기서 끝내겠다는 건 아니구요 지금 쓰는 건 끝을 봐야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긓그긓긓그..

그리고 내년부터 바빠질 예정이라..헿ㅎ헤헹헹ㅎㅇ사실 11월부터 바빠지지욘..수능은 아니에요(소근소근)

어쨌든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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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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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사랑해여...클레라니... 암호닉 받으시면 저도 신청해도 될까요? 가능하다면 연두로 신청할게요ㅠㅠㅠ클레는 옳습니다. 사랑이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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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초로기에여! 와.. 진짜 차차님글은 항상 제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시네여 ㅜㅜ 분위기 짱짱! 신알신울리자마자 왔는데 읽는 속도가 느려서 이제 다읽었네여 ㅎㅎ 다음편 기대할게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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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청가앙아아앙아아앙 자기야아앙아아앙 보고싶었어어어어어어 나 집가는길이드아아아앙아 클레짱 자기만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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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클레ㅜㅜㅜㅜ완전좋아요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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