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카디] 주군의 태양에 카디를 끼얹었다 (부제:나의태양 上)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b/6/db69b35b2fd399fc01322e625a4c7fdd.png)
BGM : In memories
경수가 길거리를 나아간다. 축 쳐진 어깨에 창백한 낯빛. 둥그런 머리는 고개를 숙인 채 들어올릴 줄 몰랐다.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바쁘게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엉켜있는 경수의 뒷모습은 너무 버거워 보여 뒤에 있는 종인을 안타깝고 초조하게 만들었다. 한참을 말없이 뒤따라 걸었을까, 타박,타박. 온전치 못한 걸음을 내딛던 경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섰다. 그 뒷모습을 좇던 종인도 조심스레 발걸음을 멈췄다.
"......"
형, 왜 그래? 응..? 경수가 한참을 움직이질 않자 안절부절하던 종인이 결국 고집스레 유지하던 경수와 저의 거리를 좁혀 경수에게로 다가갔다. 한걸음, 한걸음 좁혀지던 거리는 두 걸음이면 닿을 거리에서 멈춰졌다. 형? .. 가까이 다가서서도 푹 숙인 고개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자 주저하던 종인이 무릎을 굽혀 조심스럽게 경수의 얼굴을 확인했다. 느리게 깜박이는 눈, 꾹 다물어진 입술. 초점없이 멍하게 풀린 눈동자는 바닥에 깔린 의미없는 보도블럭들을 대충 헤아릴 뿐 경수에게 정확한 사실들을 전달하지 못했다.
"형... 힘들어? "
목구멍이 꽉 막힌 듯 나오지 않던 목소리를 쥐어짠 종인이 조심스레 경수에게 물었다. 제 눈앞에 보이는 형은 너무나도 힘들어보였다. 당장이라도 다가가 그 힘없는 어깨를 감싸주고 싶은데, 그 쳐진 발걸음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형에게 등을 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처지가 종인의 마음을 아프게 파고 들었다.
"미안해"
힘들어하는 형을 눈앞에 두고도 해줄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미안해 형.."
종인은 이미 죽은 사람이였으니까 말이다.
![[EXO/카디] 주군의 태양에 카디를 끼얹었다 (부제:나의태양 上)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a/f/fafd772241e6a97076c21735e916f89f.jpg)
" 저기, 내가 이런다고 될까요?"
여자가 종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계절이 바뀌었는데도 끝이 늘어난 짙은회색에 폴라티를 고집해 입은 여자가 연갈색 머리를 아무렇게나 헝클어 늘어뜨리며 울상을 지었다. 날 미친사람 취급할 거예요 아마. 누가 내 말을 믿겠어요? 내 얼굴에 물을 끼얹으면 어떡해요? 정말 종인씨가 책임질 수 있어요??
"믿을거예요."
여자의 말에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종인이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아는데요?? 부루퉁한 여자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던 얼굴에 작은 웃음이 베여들었다. 형은,
" 내 말은 대부분 다 믿으니까요. "
그러니까, 내가 책임질게요. 형에게 가주세요. 그리고 말해주세요 내 마음을..
오똑한 콧날, 짙은 눈썹 밑으로 자리잡은 진한 쌍커풀이 진 눈. 종인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곧았다.
"여기예요..?"
하얀 담벼락에 칠이 벗겨진 대문을 슬쩍 손으로 가리킨 공실이 물었다. 그에 조심스레 기다란 손가락으로 담벼락을 어루만진 종인이 경수가 있을 방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종인씨랑 경수씨 집인거죠...."
종인에게 하는 말인지, 저 혼자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 공실이 입술을 감쳐물었다.
-탕탕탕
" 계세요? "
대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린 공실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안에서 소리가 날까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인기척이 나지 않자 고개를 갸웃한 공실이 몸을 돌려 굳은 표정으로 대문을 바라보고 있는 종인에게 말했다. 아무소리도 안들리는데요 종인씨? 잠시 어디 나간거 아닐까요?
" 아니에요. 형은 그 일이 있은 후로 밖에 잘 나가지 않아요. 내가 밖으로 나가는 걸 본게 벌써 2주 전인데.."
"아무도 없는것 같은데.. 계세요? 이봐요!! 안에 사람있어요?!"
다시 한번 초인중을 누른 공실이 목소리를 좀더 키우며 주먹쥔 손으로 대문을 두드렸다. 옆에서 그 행동을 바라보고 있던 종인은 괜스레 드는 긴장감에 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집안에서도 들릴게 확실할 소음에도 불구하고 집은 조용했다. 형이 어디 갈리는 없는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 혼자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종인이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려던 순간, 굳게 잠겨있던 대문이 녹슨 쇳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뒤로 예전에는 단정했을게 분명한, 그러나 지금은 멋대로 자라 아무렇게나 넘겨진 머리를 한 경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형, 추운데... 아직은 날이 풀리지 않아 추울 텐데도 얇은 티 한장만 입은 경수를 본 종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추위를 잘타는 경수는 날씨가 조금이라도 쌀쌀해지면 긴팔에 가디건까지 몇장을 걸쳐 꽁꽁 자신을 싸메고 다녔었다. 그런 형이 저렇게 얇은 티 한장만 걸치고 있다니. 주먹진 손 틈 사이로 단단한 손톱이 종인의 손바닥을 파고 들었다.
" 누구...세요?"
바다에 잠긴듯 어두운 눈동자로 천천히 바닥부터 훑어올리던 경수가 이내 눈 앞에 보이는 공실에 의아한 듯 물었다. 오랫동안 내지 않았던 목소리는 발음이 엉망진창인데다
그 소리가 탁했다. 내 목소리가 이랬던가.. 까끌까끌한 목구멍을 느끼며 느릿하게 침을 삼킨 경수가 다시 공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저는...그러니까...음...태공실이라고 하는데요, 그게....제가..음, 귀신을 볼 수 있거든요.....그런데.."
귀신? 순간 제 귀에 들린 어줍잖은 단어에 경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귀신이라니, 무슨.. 그러나 그도 잠시 공실의 다음 말을 들은 경수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음..종인씨가.. 저를 찾아왔는데..경수씨한테 하실 말이 있다고 하셔서요.
"....가세요"
네? 경수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한 공실이 되물었다. 못알아들으셨어요? 가시라구요! 방금전까지만 해도 힘없이 문가에 몸을 기대고 저가 누군지 묻던 경수가 무섭게 눈매를 굳히며 소리치자 당황한 공실이 한발작 뒤로 물러섰다. 아니..저...
"장난치실거면 다른데 가서 장난치세요! 종인이 저한테 그렇게 가벼운 사람 아니예요! "
"자..잠시만요!!"
순식간에 대문 멀찍이 공실을 밀어낸 경수가 매섭게 대문을 닫았다. 아까보다 더 요란한 소리를 낸 대문이 철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단단하게 닫혔다. 몇걸음 뒤로 물러서있던 공실이 재빠르게 다가와 문을 두드렸다. 장난아니에요 경수씨!! 잠시만 내 말좀 들어줘요!!!
"경수씨!! 경수씨!! 잠깐만요!!"
"가시라구요!!"
재차 대문을 두드리던 공실이 울먹이는 듯한 경수의 목소리에 손을 멈추었다. 어떡하죠? 공실이 안타깝게 저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는 종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어떡하죠 종인씨? 경수씨 아무래도 안믿는것 같은데..... 아무말 없던 종인이 쓰게 웃었다.
"아까 내가 했던 말 있잖아요. 그대로 해주세요. 형에게."
"그게 통할까요..?"
걱정스레 물은 공실이 이내 종인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보곤 다시 몸을 돌렸다. 손끝에 닿는 대문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까끌까끌했다. 그리고 그 틈사이로 거친 숨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 울음소리, 너가 내는 거니 아니면... 경수씨가 내는 거니.. 조용히 그 울음소리를 듣던 공실이 급했던 아까와는 다르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경수형"
"......."
"경수야.."
"........"
"...도경수"
"..............."
목이 메인 공실이 고개를 숙였다. 그저 하라는 대로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왜 저까지도 울음이 나오는지 몰랐다. 후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크게 숨을 들이신 공실이 뒤에서 저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종인을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하는 말은 다 믿어줄 거라며!"
"..........."
"도경수! 경수야! 경수형...!"
-끼이익
갑작스레 다시 열린 대문에 놀란 공실이 말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아....
"그 말, 누가 알려줬어요?"
"......."
이번엔 경수가 묻는 말에 공실이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공실의 눈에 다시 모습을 보인 경수는 정말 위태위태했다. 경수의 큰 눈 가득 담긴 눈물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듯
아슬아슬하게 눈가에 매달렸다. 날카롭게 올라갔던 눈매가 쳐지고 큰 소리로 내치던 입술은 날카로운 제 이에 짓눌려 금방이라도 빨간 피를 내뱉을것 같았다.
내가 묻잖아요, 제발... 탁 막힌 목소리가 애절하게 공실의 팔을 옭아매었다.
"말해줘요... 그 말 누가 알려준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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