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카디] 주군의 태양에 카디를 끼얹었다. (부제:나의태양下)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b/6/db69b35b2fd399fc01322e625a4c7fdd.png)
"당신의 눈에는 종인이가 보인다구요?"
"네 경수씨. 그러니까...음.. 지금 옆에 있어요."
손가락으로 허공을 더듬으며 말하는 공실에 경수가 큰 눈으로 공실의 손가락을 따라 카페 안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벽에 걸린 꾀꼬리 시계, 나무로 된 의자, 햇살이 내리쬐는 탁자 위까지.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경수의 눈엔 공실과 저, 딱 두 사람 뿐이다. 경수의 눈에 종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왜... 내 눈엔 안보인데요..?"
"네?"
"왜 내 눈엔 안보이냐구요. 나도, 나도 종인이 보고 싶은데.. "
경수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 처음 경수는 공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공실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오는 순간, 경수는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경수형, 경수야, 도경수.
제 이름을 불러주는 종인의 목소리가 좋아 부르는 소리에도 답하지 않고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듣고 있자면 종인은 처음에는 저를 형이라 불렀다가 두번째는 친구처럼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까지 붙여 온전히 제 이름을 부를 때는 어느새 경수의 뒤로 다가와 너른 품속에 경수를 가뒀다. 목덜미에 닿는 따뜻한 숨과 어깨를 감싸는 단단한 팔에 나른해진 경수가 몰래 슬쩍 웃으며 응.. 하고 대답하면 종인은 대답 안하지. 하고 부루퉁한 목소리로 경수를 살짝 꾸짖고는 경수의 머리위에 턱을 대었다. 무거워 종인아.. 벌이야. 내가 불렀는데도 대답안한 벌. 그게 뭐야아.. 앞으로 내가 형 부르면 세번 안에 대답해야돼. 알았지? 싫은데에.. 뭐? 싫다고?? 씨, 맛좀 봐라! 어..어!! 종인아 잠깐만..! 형 간지러워! 으하...으하하!! 잠시만!!!
종인과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경수의 눈빛이 멍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종인이 공실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잠시만요..응? 후...알았어요 종인씨. 머리를 한번 더 헝클어뜨린 공실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종인이 고맙다는 듯 한번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공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할 수 있죠? 그 손을 바로잡지 않은 공실이 안타까운 눈으로 종인을 바라보았다. 네. 고개를 끄덕여 보인 종인에 그제서야 공실이 그래요. 하고 안심한 듯 웃어보이며 손을 뻗어 내밀어진 손을 맞잡았다.
"경수형"
"......."
"경수야"
"........"
저를 부르는 공실의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참고 있던 경수가 고개를 들었다. 한참을 제 생각에 빠져있던 터라 앞에 있던 공실을 신경쓰지 못하던 경수는 공실과 두 눈을 마주친 순간,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길게 헝클어진 연갈색 머리와 회색 폴라티를 입은 여자는 공실이 맞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축쳐저있던 눈꼬리는 다시 올라가 단단한 눈매를 만들어냈다. 그 안에 담긴 눈동자 또한 차분하게 가라앉아 경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안타까운 마음에 제차 짓눌리던 작은 입술은 느슨하게 풀려있었으며 그 끝은 살짝 올라가 작은 미소를 만들었다. 낯익은 표정, 낯익은 웃음. 경수는 저것이 누구의 웃음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린 순간, 경수는 뿌옇게 흐려지는 눈 앞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도경수."
종인이 다시 한번 세번째로 경수를 불렀다. 경수는 믿을 수 없었다. 제 앞에, 죽은 제 연인이, 김종인이 있었다.
".....응,종인아 "
콱 막히는 목울대를 부여잡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대답한 경수가 고개를 들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공실이였지만 경수는 그 안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종인을 볼 수 있었다. 너...너.. 말을 잇지 못한 경수가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들기를 반복했다. 흐려지는 눈앞에 종인이 번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울고 싶지 않은데, 너를 내 두눈에 담기에도 아까운 시간인데... 경수가 이를 악물었다. 입술을 깨물은 경수가 옷소매를 끌어당겨 벅벅- 두 눈을 문지르곤 종인과 눈을 맞췄다. 뿌옇던 눈앞이 눈물을 닦아내자 선명하게 종인을 비춰냈다. 따뜻한 눈빛, 따뜻한 웃음으로 우는 경수를 다 안다는 듯이 기다려주는 사람. 너구나.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해 형? 형이 공원에서 혼자 울고 있었잖아."
경수가 진정될때까지 말없이 기다려주던 종인이 옷소매를 추스리곤 물기어린 손을 만지작 거리는 경수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응, 기억해 종인아. 그때 너가 아이스크림 먹을거냐고 물었잖아. 한겨울에. 경수의 입가에도 살짝 웃음이 지어졌다. 물기어린 말간 눈으로 더듬더듬 대답하는 경수를 본 종인이 피식 웃어보였다.
맞다. 그때....
그 날은 추운 겨울이었다. 밤 늦게 배가 고파진 종인은 무릎이 늘어진 추리닝에 야구모자를 대충 쓰고 직-직- 슬리퍼를 신고서 슈퍼를 갔다오는 길이였다. 거의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늦은 시간이라 집 앞이 아닌 꽤 먼거리에 있는 슈퍼를 간 종인은 안을 한번 휙 둘러보곤 이 시간에 이렇게 저를 밖으로 나오게 한 원인인 아이스크림과 다른 주전부리들을 대충 끌어안아 계산하곤 다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발끝부터 올라오는 차디찬 겨울바람의 시려움은 발을 따끔따끔하게 해 종인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아씨, 그냥 운동화 신고 올걸. 귀찮음에 대충 신고 온 슬리퍼를 보며 제 생각없는 머리를 탓한 종인이 걸음을 재촉했다.
"......."
공원을 가로질러 제 집으로 향하던 종인은 어디선가 느껴지는 인기척에 발걸음을 멈췄다. 뭐지..? 귀신인가...? 순간 움찔하던 종인은 이내 호기심에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저쪽인가? 벤치를 지나 낮게 구부러진 나무가 있는, 다른 곳보다 어두컴컴한 곳으로 다가간 종인이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였다. 제 시야를 가리는 나뭇가지를 슬쩍 팔로 걷어낸 종인의 눈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흐으...."
작게 웅크린 몸은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얇은 티셔츠 한장 밖에 입지 않았다. 숙여진 동그란 머리에 작아보이는 어깨가 흐느끼는 울음소리에 맞춰 작게 들썩였다. 한겨울 찬 바닥에 웅크려 앉은 경수는 제 검지손가락 마디를 손으로 깨물면서까지 울음소리를 참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슬픈건지 숨소리도 죽이고 우는 경수에 시선을 빼앗긴 종인이 멍하니 경수를 바라보았다. 늦은 시각 다른 날이였다면 조용했을게 분명한 공원에 작게 흐느끼는 경수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던 종인이 다물었던 입을 열어 조심스럽게 경수에게 물었다.
"왜 울어요?"
잠겨있던 목에서 나간 목소리는 텁텁했다. 저도 모르게 깔깔한 목구멍에 마른침을 한번 삼킨 종인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종인이 그러한 표정을 짓는걸 못본 경수는 그제서야 종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울던 것을 멈췄다. 잠시 머뭇거리던 몸은 이내 조심스럽게 그 고개를 들어올렸다.
"......"
".......아..."
경수와 두 눈이 마주친 순간 종인은 알 수 없는 탄성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큰눈 가득 고여있던 눈물이 복숭아 같이 연한 분홍빛 눈꼬리를 타고 툭. 밑으로 떨어졌다. 아직 울음이 그치지 않아 진정되지 않는 몸은 색색 조금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옅게 떨리고 있었다. 종인은 심장이 멈춘 기분이었다.
"아무도..."
"........"
"날 사랑해 주지 않아요..."
말을 끝낸 경수가 다시 눈틈새를 비집고 나온 눈물을 그렁거렸다. 찬 바람에 꽁꽁 언 뺨이 재차 눈물을 받아내었다. 아무도..아무도 나를..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서러워 보였는지. 아니라고, 분명 어딘가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다. 추운 이 겨울날 얇게 입은 당신이 감기걸릴까 걱정하고, 두 눈이 짓무르도록 우는 당신의 내일 아침을 염려해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정작 한참을 생각하던 종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게 아니였다.
"저기...."
"......."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그 누군가가 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숨소리도 죽이고 우는 형이 너무 신기해서, 그래서 내가 먼저 왜 울어요? 하고 물어봤는데 형이 그랬잖아"
".........."
"아무도 날 사랑해주지 않아요. 라고. 근데 그거 알아 형?"
잠시 말을 멈춘 종인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올려 조심스럽게 경수에 얼굴에 뻗었다. 계속 우네. 그러다 정말 몸 상하는데. 닦아주고 싶지만 닿지 못한다. 보듬어주고 싶지만 보듬어주지 못한다. 그 사실을 아는 종인이 손을 그대로 멈춰 경수의 얼굴 주변을 더듬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눈물에 짓무른 뺨가를 어루만져주고 싶은 듯 한참을 허공을 부유하는 그 여린 손에 경수는 차마 계속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에 쓰게 웃은 종인이 다시 손을 내렸다. 툭 떨어진 손이 너무 아팠다. 형, 나는...
"나는, 처음 형을 본 그 순간부터 형을 사랑했어."
"....."
"형의 그 큰 눈이, 그 코가, 그 입이, 너무 사랑스러웠어. "
"........"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
내가 형을 사랑했으니까. 종인의 말을 들은 경수가 끝내 멈추었던 울음을 다시 터뜨렸다. 흐앙, 흐으... 전까지와는 다르게 아기처럼 엉엉 소리를 내며 우는 경수에 종인은 저마저도 눈물이 날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해주려던 말이 아니었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형이 받아드릴 수 있을 때 말해주려던 참이였다. 경수는 종인과 지내온 시간동안 종인의 모든 말을 믿었다.. 하지만 딱 한가지, 믿지 않는 말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형의 이름을 부르고, 형의 허리를 끌어안고 항상 아침과 밤, 시간을 마치고 시작할때마다 종인은 경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였다. 사랑해, 형. 하루 중 가장 정성을 들여, 제 온마음을 진심으로 내비춰주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경수는 어깨를 딱딱하게 굳히고 이리저리 눈치를 살펴볼 뿐, 응, 나도. 하고 대답해주지 않았다. 종인의 말을 믿지 않는 거였다. 제가 옆에 있어도, 제 마음을 믿지 못하는 형이, 종인은 못내 안타까웠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자만했을까 형.'
그러나 그럴때 마다 종인은 더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까. 그 시간동안 계속해서 속삭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루 한달, 일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그쯤 되면 형도 저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언젠가는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종인의 자만이였다. 종인의 시간은 여유를 부릴 만큼 남아있지 않았었다. 딱딱하게 굳어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경수의 뒷모습에도 종인은 괜찮다, 괜찮다 하고 자신을 다독이며 쓰린가슴을 참아내었다. 시간이 있으니까. 형에겐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평생을 받쳐 기다릴 것이라는 마음은 4년 만에 죽음에 무릎을 꿇었다. 종인에겐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까 형,"
".........."
그리고 이제서야, 정말로 해주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형의 그 말은 틀렸던 거야. 형이 목숨을 끊으려 했던 그 이유는 이제.... 없어..... "
눈물에 젖어버린 경수의 팔, 옷자락. 그 끝틈 사이로 보이는 발갛게 부푸어오른 상처를 보며 종인이 울먹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틀렸어 형. 애써 침착하려 노력하던 목소리가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 그 말이 해주고 싶었다. 세상에 형을 사랑해주는 사람, 존재해. 나 있잖아. 여기 있잖아, 형. 여기 이렇게 당신 앞에 서있잖아. 외치고 싶었다. 항상 그 힘없는 어깨를 끌어안고. 자기가 있으니 괜찮다고. 이제 그만하라고 속삭여주고 싶었는데.. 결국 저도 형에게 상쳐주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끝내 형에 상처를 보듬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망가뜨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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