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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찹쌀떡, 감성 님 애정합니다.

 

 

 

 

 

 


02

 

 


 아침에는 항상 일찍 학교에 오는 편이다. 남우현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였고, 학교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이기 위함이었다. 교실 바깥 쪽에 있는 신발장에 운동화를 반듯하게 넣은 뒤 열려있는 교실 문에 의아해 하며 반에 들어갔다. 이 시간엔 나 혼자 밖에 오지 않을텐데, 학구열이 뛰어난 애가 우리 반에 있었나. 나는 내 자리에 가방을 내려 놓고 교실을 둘러봤다. 힐끔 뒤로 돌아보니 처음보는 말끔한 남자 아이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니 자린 거기 아니야.”

  “여기 맞는데?”

  “어제 자리 바꿨어.”

  “그래? 내 자린 어딘데?”

  “내 옆”


 오목조목한 입술로 내 옆이라며 옆 책상을 두어번 두드리는 남자 아이의 교복 와이셔츠 왼쪽을 보니 '김명수' 라 적힌 명찰이 눈에 띈다. 나는 책상위에 올려 뒀던 가방을 들어 김명수가 말한 내 자리로 옮겼다. 그리고는 가방을 열어 새로 산 필기노트를 과목별로 정리한 뒤, 사물함 문을 열었다. 또 그 냄새다. 혈기왕성한 남고생들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그 냄새. 어제 보다 더 역하게 풍겨오는 냄새에 온 몸이 마비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정액으로 뒤덮힌 필기노트들을 꺼내어 휴지로 닦은 뒤 쓰레기통에 던졌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남우현의 더러운 정액을 받아낸 필기노트들을, 남우현의 흔적이 가득한, 남우현 그 자체로 더럽혀진 필기노트를 더 이상 보고 싶지는 않았다.

 교과서는 차마 버리지 못했다. 아니 안버리는 것이 더 맞는 행동이었다. 남우현의 것으로 잔뜩 더러워진, 필기노트와 같은 꼴이 되어버린 교과서도 보기 싫었지만 어찌하랴. 교과서가 없으면 수업을 못 듣는 것을. 나는 어쩔 수 없이 두루마리 휴지를 뜯어 어제 다 못 닦아낸 정액들을 닦아내었다. 깔끔하게 닦인 정액처럼 남우현도 내 옆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우현이라는 존재가, 너무 무서웠다. 차마 말을 꺼내지도 생각 조차도 못할 정도로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남우현' 이라는 존재를 생각해야했고, 되뇌어야 했고, 곱씹어야 했다. 그것은 우리가 표면적으로 '이웃' 이라는 관계에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주치고 싶지 않아도 꼭 마주치게되는 그런 관계. '이웃관계' 였다.

 벗어나고 싶었다. 내 인생을 반 정도 차지해버린 남우현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나는 남우현의 '그것'을 닦아내고 있던 휴지를 구겨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다시는 그 존재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

 


  “내가 암흑 가득한 세상 속에서 처음 본 건 너야.”

  “…이제 제발 그만 해.”

  “대체 뭐를?”

  “그만 둬.”


 남우현이, 그 거대한 존재가 나를 잡아 먹을 것만 같아 겁이났다. 뒤로 몸을 빼며 아무리 뒤로 뒷걸음질을 쳐도 남우현과 나의 거리는 여전하다. 가장 거부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존재. 혹은 가장 거부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관계. 그것이 딱 우리를 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뒤로 갈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부엌에 자리하고 있는 식탁 모서리에 허리를 박았다. 그리고, 집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학교에서 조퇴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왜 남우현도 나를 따라 조퇴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을까. 뒤늦은 후회가 잔뜩 일었다.

 이젠 더 이상 도망 갈 곳도 없었고 숨을수 있는 상황도 못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 난 것은. 유일하게 떠오른 생각 하나는 김명수였다. '김명수' 라는 존재는 충분히 가능할지도 몰랐다. 아니, 꼭 가능해야만 했다. 지금 상황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남우현과 나의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게 김명수였다.

 하지만 김명수는 나의 생각 속에서 그대로 멈춰버렸다. 생각 속의 김명수가 지금 당장 나를 구원해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믿고 싶지 않은 남우현의 손이 내 머리 위로 닿았으며, 내 어깨위로 닿았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다 잊고 싶었다. 눈 앞의 남우현도 다 환상이었으면 좋겠다. 눈을 다시 떴을때는 이 감촉이 모두 사라지길, 눈 앞의 남우현이 없어지길.


  “눈 떠. 나를 봐.”

  “하지마.”

  “…나를 부정하지 마.”


 남우현의 존재는 아직까지 이 공간에 남아있었다. 아무리 부정해도 남우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깨에 닿은 남우현의 손이 심하게 떨리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흠칫 몸이 떨렸지만 이미 도망갈 곳은 없었다.


  “안돼겠어, 나중에 하려고 해도”

  “…….”

  “네가 너무 예뻐서”


 '네가 너무 예뻐서' 라고 말한 남우현이 해맑게 웃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원하던 사탕을 얻은 것 마냥 해맑은 웃음이었다. 그 웃음이, 이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나도 웃음이 비죽 나왔다. 웃을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남우현의 대답과 그 웃음이 너무나 매치 되지 않아서, 남우현의 집착이 거의 끝을 향해 내달리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언제부터 그런건데?”

  “뭐가?”

  “날 보면 예쁘고,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든게.”

  “널 만나고 얼마 안돼서.”


 미쳤어. 남우현은, 옛날에 봤던 그 순수한 아이가 아니야.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마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네가, 잘못했다고 하면 용서해줄 마음도 있었는데. 정말 그랬는데. 이제는 정말 끝이었다. 더이상 떨어질 곳도 남아있지 않은 밑바닥이었다. 너무 더러워져서, 너무 타락해 버려서 더이상 타락할 곳도 남아있지 않은 남우현.

 남우현의 손이 내 바지를 끌어내리고 다시 브리프 위에 닿았을때, 머릿속은 하염없이 하얗게 되어갔다. 걷잡을 수도 없이 하얗게. 마치 페인트가 바닥을 물들이듯이 그렇게 순식간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다시 한 번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남우현의 목에 손을 감고, 다리를 들어 남우현의 허리에 감았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쾌락이 온 몸을 덮었고 나를 지배했던 공포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위태로웠던 날, 우리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

 

 눈을 뜨고 싶진 않았는데 저절로 떠졌다. 아침 일찍 눈을 뜨는 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나는 손을 뻗어 내 허리위로 올렸다. 허리가 아프다못해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내 옆에 누워 곤히 자는 남우현을 원망하다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 있었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 눈을 감았다.

 내가 생각했던 남우현과 나의 관계는 분명히 좋았다. 서로를 위해 울어주며, 항상 함께하는 그런 관계였는데.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직까지 '남우현' 이란 존재에 미련이 있었다. 떼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 존재였지만 그와 함께 떼고 싶지 않은 존재일지도 몰랐다. 다시 눈을 떠 눈을 감고 고른 숨을 내뱉는 남우현을 바라봤다. 너는, 왜 그렇게 망가졌을까. 너는 대체 왜 그랬을까. 너는 대체 왜….


  “미친년”

  “…우현아.”

  “내이름 입에 올리지 마.”


 남우현이 눈을 뜬 순간 모든 것은 끝났다. 평화로웠던 순간도, 편안했던 마음도 모두 다 끝나버렸다. 나는 이렇게나 망가져 버린 남우현이 두렵고, 안쓰러웠다. 나도 내 감정을 알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입 찢어버리기 전에 다물어.”

  “…….”

  “말했잖아. 죽이고 싶다고.”


 심장이 콱 하고 멈추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한 번 멈춘 경험이 있는 심장이 다시 한 번 그 경험을 되뇌이며 멈춰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눈을 뜨지 않았던 남우현은 그렇게나 온순한 강아지 같았는데, 눈을 뜬 남우현은 마치 사나운 늑대같았다. 죽이고 싶다. 근데 그 이유가 예쁘다는 이유다. 뭔가가 말이 안되는 이유였다. 예뻐서, 그것도 너무 예뻐서 죽이고 싶다니. 헛웃음이 내 입 밖으로 나온 후 허공으로 흩어졌다.


  “씨발”


 남우현이 내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은 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곳에서 느꼈던 공포감도 함께 반복되었다. 남우현이 여전히 내 머리채를 잡고 놓아주지 않은 채로 침대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나의 몸은 밑으로 쏠리며 그대로 추락했다. 그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머리채를 잡아 끄는 남우현에 몸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바닥과 몸이 마찰을 일으켜 많이 따가웠다. 하지만, 남우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제발, 제발 놓아줘..”


 남우현의 손에 잡힌 머리채가 이리저리 움직여서 내 머리도 따라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숨이 막히고, 괴로웠다. 제발 나를 놓아달라고 남우현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우현은 계속 바닥을 헤집고 다니더니 화장실 바닥으로 흔들리던 내 몸을 던졌다. 쿵, 하고 몸이 화장실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순간 모든것이 그대로 정지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멈추고, 남우현도 멈추고, 나도 그대로 멈춰버린 그런 느낌.


  “아침부터 박히고 싶어서 안달이났어.”

  “…제발 우현아.”

  “니년같은 년은 사창가에서 몸이나 굴리면서 살아야되.”


 사창가, 니년. 이젠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 단어를 쓰는 상대가 내가 아닌 남우현 자신이 아닌지. 남우현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를 가둬두고 괜히 화를 내는 걸지도 몰랐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웃기지 마. 입 밖으로 나오는 바람빠진 웃음을 간신히 참아낸 뒤 말했다. 뭐? 남우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믿고 싶지 않겠지. 나를 온전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겠지. 나를 철저하게 고립시켜서 남우현이라는 존재 하나만을 바라보게 만들어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스레 또 소름이 돋았다. 이젠 익숙해질만도한데, 남우현의 집착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로 학교를 그렇게 만들어줄게.”


 남우현이 환하게 웃었다. 나는 나오던 웃음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나의 학교를, 그렇게 만든다고? 점점 남우현이 차지하는 내 인생의 비율이 커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내 인생을 두려움의 대상인 남우현으로 꽉꽉 채우는 꼴을 나는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남우현은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넓히고 있었고, 점점 나는 남우현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_

 

 

 

 

 

제가 너무 늦었죠..?ㅠㅠㅠ 사실 저희집 컴퓨터가 켤 때마다 블루스크린을 내보내요ㅠㅠ 지금은 피씨방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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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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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혀니가 왜그런거죠ㅜㅜ어휴ㅜㅜㅜ진짜 무섭네요ㅜㅜ성규가불땅해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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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찹쌀떡이에요 오랜만이에요 작가님! 우현이 무서워요 성규야..!ㅠㅠ 아 학교를 그렇게 만든다니 우현아 그건 아니야 아 명수가 성규좀 구해줫으면 좋겟네요 ㅠㅠ 어휴 잘보고가요 작가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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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오호호홋!!!!! 대바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ㅏ가가가가가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제일 좋아하는 현성엘!!!!!!!!!!!!!!!!!!!!!!!!!!!!! 작가님 사랑해요♥♥♥♥ 암호닉 신청해도되죠?? 융유로 할게요 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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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남우현왜그래도대체 성규한테그러지마 ㅠㅠㅠㅠㅠㅠ 현성엘트리플이최고죠 대박입니다 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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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감성 이에요 힉!!우현이 역시 겁나무섭쿤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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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ㅠㅠㅠㅠㅠㅠㅠㅠ남우현 짱무서병ㅠ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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