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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아이들 전체글ll조회 584l 2
자정 무렵, 드디어 그녀의 두 눈이 형상을 드러낸다.  

 

"Verny, This is your last Chance." 

 

고양이 같은 그녀의 눈빛은 모호하면서도 짓궃었고,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다, 바로 그녀의 눈빛이었다. 짙은 안개처럼 버건디 빛을 띤 섬세한 눈.  

그는 말없이 총기를 들어올려 형광등 아래로 대어 그 예리한 것이 사람을 몇이나 죽일 수 있을지 가늠하였다. 또, 그 양날의 것이 제 목숨을 얼마나 붙들고 있을 것인지도. 윈저에서 돌아온 이후, 성인이 되어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그는 그녀의 눈에 홀리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써야 했다. 

 

"Tell me. 알고 있어?" 

 

묘하게 바뀐 그녀의 톤에서, 버논은 그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것을 느낀다. 헬스턴, 1824년. 그곳에서의 만남 이후로 소년을 만나는 건 꼭 몇 년 만인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도 버논의 기억은 잔인하리만치 생생하다. 한껏 예민해져 금방이라도 누군가의 숨통을 끊을 것만 같이 변한 총기를 확인한 후에야 버논은 마음을 놓고 중얼거린다. 

 

"Of course. Please, Pipe down." 

 

흥. 그녀의 짧은 코웃음이 버논의 중얼거림을 깨뜨린다. 한심하기도 하지, 버논. 그놈이 뭐 대단하다고 아직도 그 생각을 해? 수국 한 아름을 안아들어 버논의 총기가 놓인 그 옆 꽃병에 나란히 꽂는다. 아, 위화감. 꼭 엇나간 소년과 제 세계를 그녀가 짚어내기라도 하는 듯 버논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조성된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를 깨어버리기라도 하고 싶은지 아랫층에선 시끄럽게도 울리는 하프시코드.  

 

"아아, 이런. 파티가 시작이 된 모양이야." 

 

능청스럽게도 탄식하는 그녀의 모습에, 버논이 뒤를 돌았다. 위층에서 본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 여자들이 그리며 도는 형형색색의 원과, 잘 빠진 수트로 더러운 속내를 숨긴 남자들의 야유. 그는 그야말로 이 세계의 가장 순수한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더럽다, 역겨워. 그리고, 한 번의 휘파람. 

그 무도회의 돔 천장 한가운데 멋지게도 자리한 샹들리에를 조준, 빵야. 버논은 입꼬리를 올린다.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가 자아내는 아수라장. 온갖 소음이 얽히고 섞인 무도회장에서, 버논은 정확히 한 사람만을 조준한다. Kane, 그 남자. 질식하도록 버논의 숨통을 조여오는 남자. 고조되는 긴장감, 그리고... 이윽고 총기 뒤 숨은 버논의 눈을 정확히 바라보는 남자. 버논의 숨이 멎는다. 환시일 거야. 저건 환시일 뿐이다. ... 남자의 여유로운 웃음. 버논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버논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다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소년을 향한 욕구를 제어하는 방법까지도 얼마나 다른지. 버논이, 소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버논은 소년과 그 사이에 엉킨 감정 너머의 진실을 알아차리지는 못하였으나,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했다. 돌아버릴지도 모르겠어, 하는 버논의 중얼거림은 안타깝게도 진심이었으니. 

가쁜 숨을 내쉬는 버논이 있는 한 코너 전, 소년은 입을 틀어막았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소년은 배싯 웃으며 보란듯이 와인을 제 흰 와이셔츠에 흘린 여잘 차마 씹을 생각도 못해 놀림거리가 될까 무서워져 연신 그것을 물에 적시던 참이었다. 물론 쨍그랑, 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홀을 메우기 전까지는. 소년은 겁을 지레 먹은 채로 눈을 굴리며 코너를 돌아섰다. 무엇을 해야 하지? 따위의 이성적인 질문은 이미 한참 삼킨 겁으로 인해 상실한지 오래였다. 그런 소년의 눈에 띈 버논은, 그야말로 구세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익, 익스... 익스큐즈 미." 

 

정직하다못해 분명 익숙한 목소리가 버논을 얼린다. 신이시여, 어째서 지금. 속으로 백 번 타일러도, 목소리는 분명 버논이 갈망하던 그것이었다. 총기에서 눈을 떼지 않던 버논이, 어깰 다급히 치는 손에 눈을 돌린다. 버논의 시야에 들어온 건... 그가 분명하다. 소년, 욕구의 결정체.  

"여기, 무슨 일이죠? 파, 파티에는 분명히 총기 소지가 안 되었다고 했... 아, 아니. 노, 노 건. 인 파티..." 연신 횡설수설하는 소년의 목소리 따위는 버논의 귀를 울리지 못하였다. 해질녘 금빛으로 물든 하늘을 닮은 눈, 맑은 홍조를 띤 뺨, 그가 그렇게 사랑하던 입술까지. 버논은 그것을 찬찬히 눈에 담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 생애의 연에게 수없이 감사할 뿐이었다. 

 

"엎드려. 무슨 일인지는..."  

 

버논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버둥대는 소년을 품에 안고 난간에 등을 보이며 가끔 울리는 총성에 대응해 허공에 총을 난사하였다. 사실을 말해서는 안 된다. 거짓 또한,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입밖으로 내어서는 안 된다. 그는 소년에게 자신을 알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며, 케인에게 소년의 존재를 알릴 생각 또한 없었다. 소년에게 얘기를 시작한다면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었다. 

... 아. 발자국 소리. 버논은 소년을 숨겨야만 한다. 낮고 무거우며, 어둠을 질질 끌어대는 소리. 케인임이 분명하다.  

 

"미안하게 되었어. 사과할게." 

 

버논은 어리둥절한 소년을 뒤로 하고 입을 맞추었다. 소년의 입술이 버논의 입술로 녹아들자, 두 사람 모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눈을 감자 눈꺼풀 위 나린 어둠 위로 별이 뜨는 것이 느껴진다. 소년이 버논에게 더 밀착할수록, 흥분과 고통이 한데 밀려와 버논의 가슴을 태운다. 불길은 소년의 혀가 버논의 혀와 섞일수록 더 뜨겁고 환하게, 더 힘껏 타오른다.  

"저런." 짧은 탄식, 그리고 비웃음. 세 사람을 감싸고 있는 주변이 환하게 밝아진다. 조각조각 부서져 시공간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소년은 그와 키스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도 못하였고, 알아차려서는 안 되었다.  

지척에 다가온 그림자 멀리, 버논은 먹구름이 속삭이는 소년의 귓가에 속삭인다. 

 

"We'll meet again, I promise." 

한솔의 마음은 이미 너무 먼 곳까지 와 버렸고, 이번만은 예전과 다르기를 바란다. 한솔이 두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고 하여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그리했기에 한솔은 알아차려야만 했었다. 한솔의 속삭임 이후,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승관의 눈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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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작가님이글분위기최고에오.. 진짜... 아니최한솔도최한솔인데 부승관이다했네 귀여운데뭔가좀그런느낌이... 뿌뿌데이는지났지만 그래도솔부..♥
8년 전
독자2
헉 너무 좋아요...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솔부 써주셔서 감사해요. 글 분위기가 넘나 취향저격인것...♡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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