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봄이다.
너는 봄이라서 내가 널 옭아맬 수도 잡을 수도 없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그 시절 소녀와 소년 中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11/14/5a01f2d9c92dda2dd827a1a5a0590747.jpg)
그 시절 소녀와 소년 中
Write. 소녀와 소년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요즘 어딜 그렇게 꾸미고 나가? ”
“ 아, 그냥 친구 만나러요 ”
김탄탄. 소녀의 이름이다. 소녀는 어떤 불가항력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소녀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내 심장이 엇박자로 뛰게 만들기 충분했다. 분명 천천히 콩콩콩 뛰던 심장이었는데, 네 생각만 하면 쿵쿵쿵쿵 묵직하고도 빠르게 뛴다. 느낌이 이상해서 옆집 윤기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 윤기야! ”
“ 귀 터져 새끼야. 곱게 들어오지 왜 크게 부르고 그래 ”
윤기는 조선 왕족과 가장 친하다면 친한 가문인 민 씨 가문이다. 윤기의 아버님 성품은 참 뛰어나신데 윤기는 어쩌다가 욕쟁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밖에서 크게 윤기를 부르자 날 맞이하긴 무슨 제 방에서 그냥 크게 소리지른다. 아, 혈압 올라. 저런 걸 내가 친구라고
“ 요즘 내가 사모하는 여자 아이가 있거든? 아, 아니지 난 걔한테 연정을 품지 않았어 ”
“ 이번엔 사랑 타령이냐? 가지가지한다 진짜 ”
“ 아니 끝가지 들어봐 내가 막 걔 이름만 생각하면 심장이 엇박으로 빨리 뛴단 말이야 ”
“ 병 있는 건 아니고? ”
“ 아, 좀! 죽을래? 빨리 이게 뭔지 말 좀 해봐 ”
“ 상사병이잖아. 상사병. 됐으면 이제 그만 가라. ”
상사병. 그래 그가 내린 말은 간단했다. 상사병이란다.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하나보다.
*
*
*
소녀와 다음 번 만남을 기약한지 1주일이 흘렀다. 우린 다음 번 만남을 기약했다고는 하지만 그 뒤로 소녀를 만난 적이 없었다. 아, 그리고 평화롭던 우리 집안에서 요즘 이상한 기운이 돌고 있다. 어른들의 말씀에 따르면 이번에 헤이그 특사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셨다. 분명 우리에겐 좋은 일이지만 왜놈들이 그걸 빌미로 고종 황제를 강제 퇴위 시켰다고 한다. 그럼 윤기는 어떻게 되는거지.
윤기의 생각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아니나다를까 윤기의 집 앞에는 왜놈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저 놈들은 예의도 없는 것인지 조선의 한 가문의 집 대문을 발로 차고, 쿵쿵 두드린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부셔지고 윤기의 가족들이 차례로 끌려 나온다.
늘 놀러올 때마다 따뜻한 웃음을 지어주셨던 윤기의 어머니. 윤기와 달리 품성이 고우시던 인자하신 윤기의 아버지. 차례로 끌려 나오는 나의 가족 같았던 그리고 윤기 가족들을 늘 도왔던 꽃순이, 혜자 그리고 다른 종들. 하나하나 끌려나오고 마지막에 윤기의 모습이 보인다. 윤기는 날 알아봤는지 끌려 나가는 와중에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인다. 미친놈... 제 걱정이나 하지 꼴이 저게 뭐야.
그렇게 마지막 인사도 못 하고 윤기를 보내긴 싫었다. 내 하나뿐인 친구였던 아이를 보내기 싫어 마지막 발악을 했다. 윤기를 끌고가는 두 명의 순사를 공격했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짜증이 나서 그랬을까 아님 보잘 것 없는 조선인이 자신들의 동료를 죽여서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을 안 했던 걸까.
그들은 총을 꺼내 내게 겨눴고, 난 그 상황에 윤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 ...살아 돌아오는 거 맞지? ”
“ 새끼야 내가 어디 죽을 인물이냐? ”
“ 너 가서도 밥 챙겨 먹고, 빨리 돌아와라. 너 없으면 나 심심한 거 알잖아 ”
“ 얼른 가. 너 위험해 총 안 보여? ”
“ 민윤기...”
처음으로 윤기의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우리 집 강아지가 죽을 때도 누군가 살해 당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도 울지 않던 내가 윤기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내 앞에 있던 윤기는 마지막까지 미소를 희미하게 지으며 내게 도망가라고 소리쳤다. 이 상황이 미치도록 싫었다. 내 친구가 이대로 끌려가는 건 싫었다. 그래서 더 윤기와 붙어있고 싶었지만 총 소리가 나며 내 팔, 다리에 총알이 박혔다. 그리고 그들은 그대로 윤기를 끌고갔다.
마지막까지 윤기는 내게 꺼지라고 다친다고 소리를 질렀고 난 그저 주저앉아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
*
*
소녀를 못 본지 벌써 3년 그리고 윤기를 잃은지 3년이 지났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 없는 날이었다. 윤기를 잃은 골목에서 윤기에게 다시 미안함을 가지고 나에 대한 자책을 한 뒤 소녀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상점으로 간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낯이 익은 소녀를 봤다.
“ ...김석진? ”
“ 안녕 ”
오랜만에 본 소녀는 더 어여뻐졌고 더 성숙해졌다. 소녀는 마치 나와 소꿉친구인 것처럼 3년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반갑다는 듯이 대해줬고 나는 그런 소녀가 싫지 않았다. 상점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나를 올려다보며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소녀가 어여뻤고 소녀의 입술 또한 어여뻤다. 다시 내게 봄이 오는 것 같다. 3년을 겨울로 보낸 내게 소녀는 어쩌면 꽃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지만 김탄탄 그녀는 내겐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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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원래 암호닉은 받지 않기로 했으나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분들이 계시기에 암호닉을 받게 되었으니
암호닉은 최신화에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암호닉분들께는 이 글이 끝난 뒤 텍파 메일링을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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