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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아이들 전체글ll조회 448l 1
기묘한 웃음소리가 꿈을 깨운다.  

어스러이 빛이 나는 푸른 새벽, 승관은 벌떡 일어나 식은 땀이 흐르는 뒷덜미를 훔쳐내었다. 생크 쳐리 학교로 전학하기 전에도, 후에도. 승관은 단 한 번도 다른 꿈을 꾼 적이 없었다. 뜨거움, 빛. 암묵과 퍼즐. 도저히 연결이 되지 않는 단어들을 애써 나열하려던 순간, 종소리가 울린다. 일제히 침대 밑으로 뛰어내려 똑같은 일상을 맞이할 학생들. 승관은 그들이 꼭 파블로프의 개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그들과 다를 것 하나 없는 자신까지도. 

무채색의 옷만이 유일히 허용된다는 참 말 같지도 않은 교칙 덕분에, 교정은 온통 흑백 영화와도 같았다. 아시아계 작은 소년. 승관이 철저히 배제당할 수 있는 이유. 눈칠 보며 수많은 발들이 향하는 곳으로 곧장 따라온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승관은 생각하였으나, 자신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감아온 손에 들린 흰 가루에 바로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였다.  

"Hi, Stupid. 5 dollars. 흔한 기회 아냐." ... 아. 이 가루가 무엇인지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당황한 표정을 필터링 거치지 않고 내보인 승관 덕에, 빨간 손톱을 한 여학생은 기분 좋게 웃었다. "내 이름은 케이트. 괜히 기분 나쁜 목요일엔 말이야. 파티가 제격이지. 그렇게 생각 안 해? 803번 방, 기억해야 할 거야."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재잘대던 그녀는 승관이 자기소개를 시도하기도 전에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는 사라졌다. 뭐, 승관의 뇌리에 803번 방이 쿡 박혔으니 케이트로서는 수확 없는 당돌함은 아니었으리라. 환한 금발에 빨간 매니큐어, 대체 저런 여학생이 이 감옥 같은 생크 쳐리에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승관은 고개를 돌렸다. 

승관의 왼쪽에는 갈색 곱슬머리에 답지 않은 분홍 뺨, 통통한 체격을 가진 남학생이 있었다. 이 오래된 흑백 영화에 채 녹아들지 않은 걸 보면, 승관 못지않게 이 학교가 당황스러운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도 빤히 쳐다봤음에도 불구하고 승관과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은 채 어안벙벙하게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으니. 그럼 그렇지, 여기 나 같은 멍청이가 한 명 정도는 더 있어야지. 괜한 동질감을 느끼며 멀리 던져진 승관의 시선이 낚아채 옭아매진 건, 그 즈음이었다. 

누가 보아도 시선이 가지 않고는 못 배길 외모이다.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승관의 시선을 조금도 피하지 않았으니. 적당함에서 약간 더 긴 어두운 갈색 머리, 금빛이 도는 연한 갈색의 눈동자. 큰 키에 마른 체격, 햇빛 한 번 안 받은 듯한 흰 피부. 목덜미에 새긴 검정색 태양 문신은 검정색 티셔츠 위로 금방이라도 솟아오를 것처럼 이글거렸다. 굳게 닫힌 입술은 승관에게 일말의 관심이 없는 듯도 했으나, 눈빛만큼은 할 말이 아주 많아 보이는 학생이었다. 흑백 영화에서 유일히 색채를 허락받은 주인공인 듯한 그가 조각상마냥 꼼짝않고 승관을 응시하자, 승관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어붙어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하는 와중에도 승관이 제대로 된 호흡을 하지 못하는 걸 보면 남학생에게는 상대를 무장해제 시킬 줄 아는 힘이 있음이 분명했다. 

처음 학교에 발을 들인 날, 데스크에서 승관에게 수도 없는 잔소리를 해대던 사람이 단상에 올라가 있는 걸 보면 그가 안내인인 것이 틀림없었다. 안내인이 주목을 외쳐대는 바람에, 승관이 빠져들던 몽환적인 시선이 흔들렸다. 승관은 그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서는 수십의 눈이 향한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었다. 

 

"기본적인 메뉴얼은 오늘도 잊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학생들은 마분지 상자에 금지 물품을 버리고 가야 한다." 

 

주님. 내가 잘못 들은 거지? 금지 물품은 또 뭐야. 도대체가 설명을 할 타이밍에 꼭 본인은 정신을 어디다 파는 건지 모르겠는 승관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만날 이래, 만날.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단상 아래서 까치발을 들고 박스로 떨어지는 물품들을 보던 승관은 경악했다. 뎀 잇. 잔디 색 눈동자의 여학생은 무게가 이백 그람은 족히 되어보이는 희고 붉은 가루를 꺼냈고, 백색 금발의 남학생은 박스 커터와 시가렛을 마지못해 꺼냈다. 밝디 밝은 케이트조차 어깰 으쓱하며 면도날과 토치 라이터를 꺼내 박스로 떨어뜨렸다. 승관은 딱 벌어진 입을 힘겹게 다물며 짧디 짧은 영어로 탄식하고는 축 늘어진 몸으로 멘탈을 애써 다잡으며 자신에게 배정이 된 기숙사로 발걸음을 돌렸다. 물론, 승관의 핸드폰 또한 마약과 담배, 흉기로 가득한 마분지 상자에 버려진 채로. 

탁한 비둘기색인 기숙사 방 벽지에 승관이 한숨을 쉬었다. 정신병자가 아니어도 정신병자로 만들 수 있는 곳이구나, 여기. 눅눅한 방의 공기에 답답해진 승관이 하나밖에 없는 창문조차 잠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완전히 좌절해 침대 위로 올라 두 다릴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레이퍼 예비 학교가 그리웠다. 그곳의 다채로운 교정과 학생들의 얼굴에 퍼진 -비록 가식적이라고는 하나- 웃음이 그리웠다. 레이퍼 예비 학교의 본관을 지나 뒤로 향하면, 작은 동산이 있었다. 그 동산마저도 지나 조금 걸으면, 일 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는 조금 큰 호수가 있었다. 물이 아주 파랗고, 또 꽃이 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승관은 다리로 얼굴을 묻을 수밖에 없었다. 찬이 그리웠다. 아, 얼마 안 되는 기억 속 가장 햇살 같았던 사람. 승관은 그날 밤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나락으로 떨어지고만 싶은 충동을 느꼈다. 승관과 찬은 줄곧 레이퍼의 노란 교복을 입고 호수 근처로 빠져나와 술래잡기를 하곤 했었다. 그 날도 아주 졸린 오 교시 수업, 미리 만나잔 약속에 늦은 승관이 허겁지겁 호수로 향했었다. 비록 그곳에서 승관을 기다리는 건, 호수 위 둥둥 뜬 노란색 천 뿐이었지만. 

열렬히 풋풋해 마지않던 아이를 죽인 혐의를 받고 우중충한 이곳으로 보내진 승관인 걸 알면 이곳에서는 날 어떤 눈으로 볼까. 꼭 세 번째 학교인데도, 승관은 그 두려움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가장 속상하고 무서운 사람은 말이에요, 날 살인자 보듯이 보는 당신들이 아냐. 그건 바로 나예요. 그 아이를 잃은 건 당신들이 아니라 나야. 입술을 꼭 깨문 승관이 눈가를 마구 비볐다. 

버논은 너머에 승관이 있다는 걸 틀림없이 알고 있었다. 그것은 되풀이되는 열일곱이 준 버논만의 감각이었고, 버논이 승관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는 건 불가항력이었다. 문고리를 잡은 버논이 복도의 빨간 불빛이 그를 알아차리기 전에 재빨리 다시 놓고선 끝을 항해 걸었다. 아닐 거야. 그래서는 안 돼. 아무리 버논이 달아나려고 하여도, 이번 해 승관과 버논의 열일곱은 이미 시작되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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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en hommage.
8년 전
독자1
앗작가님..마지막영어는못알아들었.. 그래더내용은이해했어요... 전편과연결되는내용인지는모르겠네요ㅠ 찬이죽었.. 아니왜..우리승과니가살인자ㅜㅠㅠ 발랄해마지않는승가니가 저런우중충한학교라니.. 좀많이걱정되지만어쩔순없죠ㅠ
8년 전
독자2
아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승관이가 찬이 죽인거 아니죠ㅠㅠ 뜽가나... 왜 그런학교에ㅠㅠㅠ 잘 적응할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뒷편도 또 연재해주세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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