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TOLS 04
w.슈크림붕어빵
뱀 오세훈 X 롭이어 김준면
1.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가방을 맨 준면이 현관 옆 벽에 등을 붙였다. 연필을 들고 머리위로 줄을 그은후 벽에서 떨어진 준면이 2주전과 달라진바 없는 높이에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그대로야… 한숨을 내쉰 준면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벽에 그어진 선을 괜히 손으로 문질렀다. 준면의 곁에선 준면의 엄마가 준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아들, 아직 성장기잖아.
"그래도…"
"걱정하지마, 오늘 엄마가 우유사놓을께. 알았지?"
"응…. 나 갔다올께."
"잘갔다와, 아들."
다녀오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한 준면이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띵- 맑은 소리를 내며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은 준면이 거울속에 비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폭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좀 컸으면 좋겠다. 준면이 또래에 비해 작은 자신의 키에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열린 문앞에 서있는 세훈을 발견한 준면은 더욱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저것봐, 세훈이는 나보다 어린데도 크잖아. 치사하게.
2.
"무슨일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얼굴에 그늘이진 준면을 보는 세훈의 표정도 덩달아 어두웠다. 아침마다 방글방글 웃으며 세훈아, 안녕! 하고 웃는 준면의 아침인사때문에 준면의 집과 정반대방향인 집에서도 꾸역꾸역 아침마다 오는 세훈이었다. 새벽같이 온 보람이 있도록 방글방글 웃어줘야할 준면이 오늘은 저를 힐끔힐끔 보며 한숨을 푹푹 쉬어대니, 세훈은 혹시 저가 잘못한게 있는걸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형, 오늘 왜이렇게 기운이 없어.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어? 아니야…."
말꼬리를 흐린 준면이 가방끈을 손으로 쥐었다. 가방끈을 쥐고 한참을 꼬물대던 준면이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기, 세훈아. 너는 뭐 먹어?
"어?"
밑도 끝도 없이 뭘 먹냐는 준면의 물음에 당황한 세훈이 더듬더듬 오늘 먹고 온 아침메뉴를 말했다. 어, 밥이랑, 생선이랑, 어… 계란말이? 세훈의 대답에 준면이 한숨을 푹쉬며 중얼거렸다. 평범하네. 그런데 왜 너는 볼때마다 크는거야… 나도 키크고 싶어… 주절주절 푸념처럼 내뱉어지는 준면의 말을 들은 세훈은 그제서야 준면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가 키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의 원인이 키 때문이라는것을 알고나니 우물거리며 고민에 빠진 준면이 귀여워 보였다. 자신은 자기 어깨즈음 오는 준면의 사이즈가 딱좋았지만, 준면은 나름 심각해보였으니 어디 좀 달래줘볼까? 하며 마음을 먹은 세훈이 준면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형, 키 때문에 고민이야?"
세훈의 물음에 준면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2주나 지났는데도 키가 안자라. 너는 볼때마다 크는것 같은데. 치사하게 너만 쑥쑥 크고. 내가 너보다 형이란 말이야… 투정아닌 투정을 늘어놓는 준면의 말을 듣던 세훈이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야, 형은 작은게 귀여워. 나는 형이 작은게 더 좋아. 세훈의 자신의 진심을 120% 담아 준면에게 전했다. 그러니까 키때문에 너무 고민하지마. 난 작은 준면이도 좋으니까. 세훈의 말을 들은 준면이 자신의 어깨위에 올라와있는 세훈의 손을 슬며시 내려놓고 홀로 앞을향해 총총걸어나갔다.
"…나 먼저 갈께."
어,어… 준면의 반응에 당황한 세훈은 그자리에 멍하니 서서 멀어지는 준면의 뒷통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진심을 담은 말들도 때로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수도있다는 것을 18살의 세훈은 몰랐다. 그 진심이 아무리 좋은것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은 다를수도 있는사실을 알기에는 세훈은 아직 어리고, 서툰 소년이었다. 뭐, 어쨌거나 작은 키가 고민인 준면에게 키가작아 귀엽다는 120%의 진심을 전한 세훈은 그날 아침, 준면없는 쓸쓸한 등교를 해야했다.
3.
"야, 변백현 너…!"
책상에 턱을 괸채 힘없이 한숨을 쉬던 준면은 교실로 들어오는 백현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너 키… 어제만 해도 분명 저와 비슷했던 백현이 껑충 커져있었다. 족히 7,8 센치정도는 큰 백현의 모습에 준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야, 너 왜 갑자기! 휘둥그레 눈을 뜬채 자신의 주위를 빙빙도는 준면을 보며 픽 썩소를 지은 백현이 준면을 못본척 스쳐지나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야, 너 뭐야. 왜갑자기 큰거야! 자신의 뒤를 쪼르르 쫒아와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꼬치꼬치 물어대는 준면을 보며 우월감에 취한 백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 갑자기 크네.
"거짓말! 하루만에 7센치나 커?"
"알기 싫으면 말고."
"아아, 백현아. 그러지말고."
싫다며 튕기는 백현과 애절하게 매달리던 준면은 결국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주는것으로 합의를 봤다. 만족스럽게 협상을 마친 백현이 가방을 뒤적여 준면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이게 뭐야? 손에 올려진 두개의 물체를 들고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관찰하는 준면을 보며 백현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깔창!
"깔창? 그게 뭔데."
"아, 일단 신발 벗고 안에 넣어. 그리고 신어봐. 그럼 다 알게될꺼야."
백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준면이 신발에 깔창을 집어넣고 다시 운동화를 신었다. 뭔가 앞으로 좀 쏠리는것 같은데. 이런걸로 키가 크나? 신발끈을 묶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준면은 허리를 피는순간, 신세께를 보았다. 쑥 높아진 시야에 준면이 놀란표정을 짓자 백현이 니맘 다- 안다,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지?
"와, 이거 진짜 좋다. 나 좀 커보여?"
"그럼. 야, 한 5센치, 아니 10센치는 커보여."
백현의 칭찬에 준면의 광대가 하늘높은줄 모르고 솟아올랐다. 고마워 백현아, 빵 두개, 아니 세개 사줄께!
4.
교문앞에 서서 준면을 기다리던 세훈은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준면을 발견하고는 따라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세훈아, 안녕!"
아침만 해도 우중충한 표정의 준면이,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멀리서도 보이는 환한 미소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 싱글싱글 거리던 세훈은 준면이 가까이 올수록 미소를 잃어갔다. 이것봐, 나 크지? 자신의 앞에서 방글방글 웃고있는 준면의 키가, 키가! 자신의 어깨를 넘어서고 있었다. 안돼,나의 작은 준면이형이…! 잠시 놓았던 정신을 붙잡은 세훈이 버벅대며 입을 열었다. 어, 그, 키가 컸네요.
"응! 백현이가 깔창줬어."
이제 너랑 차이 얼마안난다? 신난 표정의 준면을 보며 세훈은 서운한 마음을 한구석에 접어두기로 했다. 자신은 작고 귀여운 준면이 좋았지만, 그 '작고 귀여움' 때문에 준면이 시무룩해 하는것은 싫었다. 차라리 조금 크더라도 웃는얼굴의 준면이 더 좋았다. 뭐, 형이 좋으면 됬지 뭐. 그렇게 마음을 먹은 세훈이 준면의 손을 붙잡았다.
"그래서 기분 풀렸어?"
"응!"
근데, 깔창깔면 조심해야된데. 잘못하면 발목다칠수도 있다더라. 그러니까 조심해서 신어, 알았지? 걱정어린 세훈의 말에도 준면은 그저 싱글벙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조심할께!
5.
오늘도 역시 키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 현실을 받아드리는 준면의 태도는 매우 쿨했다. 뭐, 나중엔 크겠지. 괜찮아.
"아들, 오늘은 기분이 좋네?"
"응!"
왜냐하면, 나한텐 깔창이 있으니까! 비슷한 높이의 선 하나가 더 늘어난 벽을 쿨하게 스쳐지나간 준면이 곱게 깔창을 깔아둔 운동화를 신었다. 신발을 신은채 키를 재보니, 세상에! 무려 7센치나 더 커있었다. 선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은 준면이 발랄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나 갔다올께! 엘리베이터 앞 거울에서도 준면은 당당했다. 왜냐구? 오늘의 나는 무려 7센치나 더 컸으니까! 고작 키 몇센치 좀 더 컸을뿐인데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 기쁨을 주체못해 아파트앞에서 저를 기다리던 세훈에게 달려가다 발목을 삐기 전까지만 해도.
"으억!"
순간적으로 무너진 몸의 균형에 준면이 휘청거리자 세훈이 놀라 달려왔다. 형! 넘어지려는 준면을 받아든 세훈이 준면을 일으키자 준면이 세훈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 미안… 너 한테 뛰어오다가 삐었어. 그러면서도 키가 커져 좋다며 헤실거리는 준면에게 차마 쓴소리도 할수없었던 세훈은 조심하라는 당부를 두어번 더 하는것으로 놀란가슴을 진정시켰다. 한번 삐기 시작하면 계속 삐게되는것이 발목이었다. 등교하는 동안 두어번을 더 삐며 휘청이는 준면을 붙잡는 세훈의 심장은 저 아래로 떨어졌다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헤헤 웃는 준면을 바라보는 세훈의 심정은 정말, 참담했다.
"나 정말 조심할께, 학교 끝나고 봐!"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준면을 바라보며 세훈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또 발목을 삐지는 않을지, 그것때문에 넘어져 몸에 생채기가 나지 않을지, 깔창으로 인해 생길수있는 사고의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교실로 향하는 세훈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6.
"김준면!"
학교건물에서 나오던 준면이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내 세훈을 발견한 준면이 두어번 손을 흔들고는 여느때처럼 세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세후…억! 자신에게 달려오던중 갑자기 풀썩 넘어지더니 그뒤로 일어나지 못하는 준면을 본 세훈이 한달음에 준면에게 달려갔다.
"형!"
"세훈아, 나 좀 일으켜줘…"
준면의 손을 잡아 일으킨 세훈이 엉거주춤하게 선 준면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괜찮아? 괜찮다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떼던 준면이 억소리도 내지못한채 주저앉았다. 김준면! 세훈의 외침에 고개를 든 준면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라있었다. 아파, 세훈아… 주저앉아있는 준면을 부축해 학교 구석에 있는 벤치에 앉힌 세훈이 준면의 발목을 살폈다. 아침에 살짝 삔것과는 확연이 달랐다.제대로 발목을 접질린 것인지 벤치로 잠깐오는동안에 발목이 부어올라 있었다. 세훈의 손이 부은 발목을 스치자 준면이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조심해서 신으라던 세훈의 말에도 발목을 다친 자신의 행동이 찔렸던것인지 아프다는 말도 제대로 못한채 그저 세훈의 눈치만 살피기 바쁜 준면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은 세훈이 준면의 앞에 등을 보이며 쪼그려 앉았다.
"업혀."
"어?"
"발목이 그렇게 부어서 어떡해. 빨리 업혀. 집에 데려다 줄께."
"나 무거울껀데…"
"괜찮으니까 빨리 업혀."
세훈의 재촉에 잠시 망설이던 준면이 세훈의 등에 매달렸다. 읏차- 하며 일어난 세훈이 준면을 고쳐업은뒤 벗어두었던 자신의 가방을 준면에게로 건냈다. 팔로 세훈의 목을 감싼 준면이 손에 세훈의 배낭을 들었다. 세훈의 등에 업힌 준면의 입에서 와- 하고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세훈아, 여기 엄청 높다! 내가 너보다 커! 발목도 퉁퉁 부은주제에 뭐가 그렇게 신난건지.
"김준면."
"응?"
"앞으로 깔창같은거 깔지마."
"왜?"
"다치잖아. 오늘처럼."
나는 형이 다쳐서 속상하단 말이야. 그, 그래도… 퉁퉁부은 발목을 하고도 준면은 깔창을 깔지않겠다는 약속을 하는것을 망설였다. 키 몇센치가 뭐그렇게 중요할까 싶지만, 준면에게는 중요했다. 고 1때 이미 180을 찍은 위너 오세훈은 이런 준면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테지만.
"안신을꺼지?"
"어, 그러니까 나는…"
깔창때문에 다친 발목이 퉁퉁부어 걷지도 못하면서 깔창을 안깔겠다는 약속도 우물우물 미루는 준면의 반응에 세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형.
"응?"
"내가 매일 업어줄께. 나보다 더 키 크게 해줄테니까, 깔지마. 응?"
형이 다치는게 싫어서 그래. 알았지? 조근조근 자신을 타이르는 세훈의 등에 가만히 매달려있던 준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근데 매일업는건 좀 그렇고, 가끔 업어줘. 너 힘들잖아. 그와중에 또 자신을 챙기는 준면의 말에 세훈이 푸스스 웃음을 지었다. 알았어. 그럼 가끔만. 조금 흘러내린 준면을 다시 고쳐업은 세훈의 입매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등에 업혀있는 준면의 온기와 귓가에 간질거리며 닿는 숨결, 나긋한 목소리. 작고 귀여운 자신의 반려는 앞으로도 키에대한 집착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터였지만, 그덕에 업을 구실이 생겼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라고 세훈은 생각했다.
:) 오늘은 세준이들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좀 가져와봤어요!
준면이를 업어도 무겁기는 Dog뿔이.. 준면이는 예나지금이나 한줌이에여..(눈물)
:) 고딩시절의 세준이들은 아직 반려가 아니랍니다.
끝에나오는 '작고 귀여운 자신의 반려'는 전지적 오세훈시점이에여.
한마디로 세훈이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한거져 지 혼자 준면이 찍어놓고 너는 내반려 핳핳 이런겁니다
준면이는 세훈이는 그저 착하고 날 잘챙겨주는 좋은 동생,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둘의 연애와 결혼과정 등등은 나중에 풀어나갈 예정이에요!
작가가 능력이 부족해 사족이 점점 길어집니다.. 끙
:) 독자님들 사랑해요 하트 내사랑 다머겅 싫어도 머겅
내 사랑에 대한 선택권은 ㅇ벗어
아 그리고 말이죠 가끔 댓글에 저한테 사랑한다 고백하시는분 있는데 저 그런거 별로 안좋아해요
그러니까 뭐, 고백 계속하던가 말던가 (츤츤)
나한테 고백할꺼면 내사랑부터 받고 해요 (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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